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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내쫓기다

민도준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을 누르고 있던 손을 스르륵 내려놓았다.

“그래. 본인은 권하윤이 아니라 이거지? 그럼 가.”

어깨를 누르고 있던 힘이 사라지자 하윤은 마음이 가벼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막막해졌다.

‘가라고? 지금 나보고 떠나라는 건가?’

갑자기 손에 쥐어진 자유에 기쁘기보다는 불안감만 밀려왔다.

그대로 굳어버린 하윤을 보자 도준의 눈에는 귀찮음이 더해졌다.

“귀먹었어? 떠나고 싶다며?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도망가고 싶어 했잖아? 지금 가게 해준다고.”

지금 어떤 심정인지 스스로조차 말할 수 없어 하윤은 그저 비스듬히 닫힌 문을 바라봤다.

저 문을 나서는 순간 앞으로 다시는 도준과 만날 수 없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의 관계도 끝이겠지.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조용한 휴게실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

하윤은 등을 돌린 남자를 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왜요? 왜 제가 원래 신분으로 돌아오면 도준 씨랑 같이 있을 수 없는데요? 공은채 때문이에요? 그 여자를 사랑해서, 그 여자를 죽인 우리 집안 식구를 용서할 수 없는 건가요?”

도준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등을 돌린 남자의 뒷모습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가 방 안의 공기를 답답하게 짓누를 때까지 하윤은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했다.

그 순간 하윤의 마음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역시 난 공은채만 못 하다는 거네.’

하윤은 다시 한번 도준의 등을 바라봤다. 이제 가야 할 때다.

하지만 코끗과 눈시울이 자꾸만 시큰거렸고 눈물이 앞을 가려 시선이 희미해졌다.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았지만 하윤은 그래도 가족을 위해 변명했다.

“공은채 씨가 돌아간 건 저도 유감이에요. 하지만 그건 우리 가족이 해친 게 아니에요. 아빠는…….”

“그만해.”

참을성 없는 목소리가 하윤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하윤이 조금이나마 품고 있던 희망도 완전히 산산조각냈다.

눈시울에 고였던 눈물이 끝내 볼을 따라 흘러내렸다.

아무리 손을 들어 닦아보아도 눈물을 끝이 없었고 억눌린 흐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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