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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알 수 없는 여행

권하윤은 공태준을 본 순간 방금 그가 아래층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순간 함부로 입을 놀린 자신이 미워졌다.

이에 하윤은 어렵사리 누그러든 분위기가 또 나빠질까 봐 조심스럽게 옆에 서 있는 민도준을 바라봤다.

두 사람 사이에 아까와 다른 알콩달콩한 기류가 흐르자 원래도 표정이 다채롭지 않은 태준의 입가에 차가움이 맴돌았다.

하지만 태준은 도준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하윤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 이제 떠날까요?”

하윤은 입을 뻐금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먼저 태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먼저 함께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상대를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고 이제 와서 번복하면 아무리 봐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원래대로라면 사실 하윤은 태준에게 이런 복잡한 감정까지 느낄 리 없다. 하지만 생사의 고비에서 상대가 자기를 구해주던 기억을 떠올리고 지금껏 태준이 자기를 대하던 태도를 되새겨보자 원래처럼 차갑게 대할 수 없었다.

그렇다 한들 지난날의 일을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문에 태준과 말할 때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지금처럼.

하윤은 깊은 숨을 들이켜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

“우리 며칠 어디 좀 다녀오기로 했으니…….”

슬쩍 도준을 힐끗 바라본 하윤은 도준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말을 이었다.

“나중에 해원으로 갈 때도 도준 씨가 데려다 줄 거야.”

그 말을 들은 순간 태준의 얼굴에 맴돌던 마지막 따스함도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공기는 몇 초간 조용해졌다.

하윤은 태준이 저를 방해할 거라 생각했지만 태준은 오히려 차에서 우산 하나를 꺼내 하윤에게 건네주었다.

“요즘 장마철이니 옷 껴입는 거 잊지 마요. 해원에서 기다릴게요.”

앞으로 쑥 내민 우산을 하윤은 받아 들기도 그렇다고 받지 않기도 애매해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하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을 때 커다란 손이 옆에서 쑥 나오더니 태준이 건넨 우산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

도준은 태준을 슬쩍 살피더니 재밌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참, 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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