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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저한테 기회를 줄 수 있어요?

발이 땅에 닿을 때 하늘은 마침 노을로 붉게 물들어 나무에 걸린 수많은 붉은 실과 한데 어우러졌다.

권하윤은 잔뜩 신이 나서 부업으로 나무 팻말을 판매하는 농민들한테서 팻말을 구입해 자기 이름을 쓰고는 도준에게 건넸다.

그 눈빛은 너무 간절하여 입을 열지 않아도 뭔 말을 하려는 건지 설명해 주었다.

살짝 교활함을 띠고 있는 눈빛은 어둑해지는 하늘보다 빨리 별빛을 반짝였다.

하윤의 얼굴을 따라 내려가 보니 작은 나무 팻말 위에 적힌 이름 세 글자가 눈에 보였다.

[이시윤.]

하윤은 표정을 감추고 있었지만 속은 조마조마했다.

이 작은 팻말은 아무 의미도 없지만 또 하윤에게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건 그녀가 내디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자 하윤은 또다시 불쌍한 눈빛을 내보내며 손바닥만 한 나무 팻말을 도준 앞으로 쑥 내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적어요.”

하윤도 소리 없는 가랑비가 만물을 적신다는 도리는 알고 있다. 때문에 일부러 이름은 말하지도 않고 그저 속으로만 천지신명께 부탁했다.

끝내 도준이 하윤이 건넨 작은 나무 팻말을 받아들었다. 원래도 작은 팻말이 남자의 손안에 있자 귀여울 정도로 작아 보였다.

도준은 작은 팻말을 받아쥐고는 입안에서 혀를 굴리며 재밌다는 눈빛으로 하윤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끝내 하윤의 기대에 찬 시선 속에서 붓을 들어 이름을 썼다.

도준의 글자체는 주인을 닮아 자유분방했다.

하윤이 작은 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소원 팻말을 받아쥐려고 했지만 손이 닿기 전에 도준이 팻말을 뒤로 뺐다.

“갖고 싶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묻는 도준의 말에 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이 팻말을 나무에 걸기만 하면 소원이 없을 테니까.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동자가 이름을 쓴 나무판자를 훑더니 손은 하윤의 턱을 들어 올렸다.

“자기한테 득 되는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린다 이거야? 또 무슨 꿍꿍이지?”

붉은 칠을 한 나무 팻말로 들어 올려 확인한 하윤의 얼굴은 잔뜩 찔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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