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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신명께 기도드리다

오랫동안 내리쬔 햇볕이 비 때문에 습해진 공기를 건조하게 해주었다.

그때 나무 그늘 아래 남자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가주님, 방금 비가 와서 위험합니다. 뭘 원하시는데요? 제가 가져다드릴게요.”

이남기가 말려댔지만 소용이 없었다.

“괜찮아. 여기서 기다려.”

태준은 돌계단을 밟으며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자학하는 듯 권하윤과 민도준이 함께 이 길을 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두 사람이 함께 가면 혼자 가는 것보다는 훨씬 쉽겠지?’

똑같은 나무 아래 다른 사람.

태준은 나무 아래에 서서 빗물에 씻긴 나무 팻말들을 빤히 바라봤다.

그 순간 나무에 매단 붉은 실들이 붉은 치마로 연상되면서 아름다운 호를 그렸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려던 찰나 시선이 가장 특이한 매듭을 한 붉은 실에 멈추더니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그 실과 연결된 팻말은 다른 것과는 달리 새것이라는 걸 이내 알 수 있었다.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오면서 팻말이 빙글 도는 사이, 그 위에 적힌 이름이 눈앞에서 휙 지나갔다.

태준은 자기가 왜 이렇게 놀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곳까지 왔으면 당연히 소원을 빌고 팻말을 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특이한 매듭을 한 팻말은 자기에게 닥친 위험도 감지하지 못한 듯 흔들거리며 춤을 추는 듯했다.

길고 고운 손가락이 그 팻말에 닿으려는 찰나, 태준의 뒤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소원 팻말 하나 구매하실래요?”

약 열한 살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여자애가 광주리에 가득 담은 팻말을 들어 올리며 공태준을 바라봤다.

팻말을 팔기 위해 여자애는 열심히 소개했다.

“하나 사세요. 이거 엄청 효과 있어요. 여기 소원 빌러 오는 커플들이 끊이질 않아요. 그러니 아저씨도 하나 써봐요.”

태준은 멈칫하다가 손을 내렸다.

“아니야. 아저씨가 같이 이름 쓰고 싶던 상대가 다른 사람이랑 이미 이름 적었거든.”

하지만 여자애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태준을 설득했다.

“월하노인은 누가 더 진심으로 소원을 비는지 확인하고 소원을 들어준대요. 여기까지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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