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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사인해

도준은 조급하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하윤의 퇴로를 막아버렸다.

하윤이 걱정하는 것과, 스스로를 희생하더라도 지키려 했던 것, 그리고 자기를 떠날 수 없다는 것까지 고려해서.

마지막 하나를 떠올릴 때 도준은 저도 모르게 유쾌해졌다.

하지만 하윤은 남자의 뜨거운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이걸 방금 생각해 낸 건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건 즉흥적으로 생각했다기보다는 마치 하윤을 점점 덫으로 끌어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 하윤이 자신만만해서 도준의 마음을 움직이겠다고 했을 때 느긋하게 기다려 줬던 거다.

하윤의 마음이 무너지고 희망이 부서졌을 때 이 선택지를 앞에 내밀려고. 그런 상황에서 이건 확실히 가장 좋은 선택지인 것처럼 보일 테니까.

하윤의 마음은 순간 어수선해졌다.

온몸이 칼날이 세워진 산과 불바다를 가로지른 긴 줄 위에 놓인 것 같았다. 그것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둠 속에 놓인 줄 위에.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을 때 갑자기 두 발이 바닥 위에서 둥 뜨더니 하윤의 생각을 끊어버렸다.

“아!”

하윤은 무의식적으로 도준의 목을 끌어안은 채 다시 침대 위에 놓였다.

도준은 마치 인형을 만지작거리는 것처럼 하윤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걸 보는 내내 하윤의 마음은 복잡했다.

“도준 씨…….”

“피곤할 텐데 어서 자. 내일 다시 생각해.”

도준은 눕는 대신 침대 옆에 걸터앉더니 커다란 손으로 하윤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깨질것 같이 아픈 하윤의 머리를 문질러댔다.

실내는 어두컴컴했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유일한 불빛마저 도준의 너른 등에 가려져 하윤을 그림자 속에 가두었다.

이마에서 느껴지는 손길과 어두운 불빛 속에서 하윤은 점점 눈꺼풀이 내려왔다.

분명 아직 생각할 게 그렇게나 많은데.

아직 결정해야 할 게 그렇게나 많은데.

이 순간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에 모든 게 부서졌다.

떠들썩한 도심과 떨어진 별장은 결국 사람의 전신을 미혹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상대는 도준이 아닌 하윤이었다.

하윤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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