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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위독하다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 차는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권하윤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는지 발걸음을 멈췄다.

“저기, 전 들어가지 않을게요.”

이미 차에서 내린 민도준은 안에서 움츠리고 있는 하윤을 바라보더니 역시나 그녀를 데리고 나타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서 기다려.”

“네.”

하윤은 닭 모이 쫓듯 고개를 끄덕이며 도준이 떠나는 걸 바라봤다.

하지만 도준은 몇 걸음 걸어가다가 뭔가를 느낀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창문 유리창을 반쯤 내리고 두 손으로 창가를 잡은 채로 걱정되는 듯 자기를 바라보는 하윤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에 도준은 다시 방향을 꺾어 돌아갔다.

“내려.”

하윤은 도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생각하기도 전에 도준에게 끌려 차에서 내렸다.

이윽고 안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물었다.

“제가 가면 도준 씨한테 안 좋은 영향이 있는 거 아니에요?”

“하윤 씨가 안 가면 오히려 더 안 좋을걸.”

하윤은 도준의 말에 귀가 빨개지더니 살짝 뒤로 물러났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하지만 한 걸음을 물러나자마자 도준에게 다시 잡혀 끌려갔다.

“농담 아니야. 이따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하윤 씨를 챙길 시간도 없을 테니까 내 곁에 꼭 붙어있어.”

하윤도 오늘 밤 평화롭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윤이 만약 밖에 있다가 다른 사람한테 잡히기라도 하면 도준에게 더 안좋기에 차라리 이렇게 따라가는 게 나았다.

이 시각 개인 병원 맨 꼭대기층은 불이 밝게 켜져 있었고 긴 복도에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병실 안에 누워 있는 민상철의 주름 진 얼굴을 호흡 마스크가 꾹 누르고 있었다.

나이가 든 민상철의 얼굴에 난 주름 하나하나에 지금껏 겪어온 노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민상철은 마치 늙어서 생을 마감하는 여느 노인처럼 침대에 누워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민씨 집안 모든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 사람들은 소리 없이 눈가를 닦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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