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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임종 직전 

“도준아…… 너 내가…… 내가…… 밉지…….”

민상철의 시선은 민도준을 향했다.

죽음에 임박하자 그는 도준의 입에서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아들 민용현과 똑같은 도준의 두 눈을 본 순간 그런 생각은 더해졌다.

비슷한 눈매였지만 그 속에 담긴 건 완전히 달랐다.

민용재는 온화하고 선량했지만 도준은 오래된 핏자국처럼 검고도 잔인했다.

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평생 경성 바닥을 휩쓸며 살아온 할아버지가 점점 생기를 잃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봤다.

결국 민상철은 죽을 때까지 그토록 원했던 용서를 받지 못했다.

바이탈 기계에서 ‘삐삐’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민상철의 눈은 여전히 도준을 향한 채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그제야 도준은 입꼬리를 움직이더니 앞으로 다가가 민상철의 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제가 해외에 있다가 본가로 돌아왔을 때 저한테 뭐라고 했던지 기억하세요? 이미 다 지났으니 이젠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고 하셨어요. 노망나셨나? 어떻게 본인이 했던 말도 기억 못하세요?”

“저승에 가서 우리 부모님을 보시거든 안부 좀 전해줘요. 앞으로 다시 환생한다면 대로 환생하라고. 다시 이번 생으로 환생했다가 뼈도 못 추리지 마시고.”

이윽고 도준은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민상철을 바라봤다.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그 말을 끝으로 바이탈 기계의 소리가 멈추면서 불안정하게 움직이던 곡선이 긴 직선으로 변했다.

“삐-”

도준은 손을 들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민상철의 눈을 감겨 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돌렸을 때 마침 눈시울이 붉게 물든 하윤과 마주치고는 피식 웃었다.

“왜 울고 그래?”

하윤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스스로도 자기가 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방금 전의 장면이 마치 도준을 감싸고 있던 어둠에 자그마한 구멍을 뚫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속으로 도준의 과거를 조금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하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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