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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소년 민도준 

몇년 전만 하더라도 복 끝 방의 불은 항상 켜져 있었다.

매일 밤 집에 돌아오면 부부가 책상에 엎드려 무언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도준은 갑자기 뭔가 생각나기라도 한 듯 눈에 미소가 번졌다.

그토록 예의를 중시하는 부부가 자기 같은 아들을 교육해야 했던 걸 생각하면 참 고생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늦게 그것도 술 냄새 풀풀 풍기면서 돌아오다니, 너를 어쩌면 좋아?”

금테 안경을 쓴 중년이 곧바로 아내를 달래듯 입을 열었다.

“어, 아마 아버지가 쟤를 데리고 접대하러 갔었던 것 같아.”

“접대는 무슨, 그저 술 마시러 간 거겠지.”

비난을 받은 젊은 남자가 외투를 어깨에 걸치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직 소년의 분위기를 벗어 던지지 못한 남자는 방탕한 표정으로 문에 기대고선 채 헛소리를 늘여 놓았다.

“엄마, 학술을 한다는 분이 실사구시의 태도를 취해야지 증거도 없이 그렇게 결론을 내면 어떻게 해요? 이거 비판 받아야 해요. 이런 빈틈 많은 학술 사상으로 어떻게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겠어요?”

진명주와 같은 학자가 말로 도준을 이기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애먼 남편을 닥달할 수밖에 없었다.

“민용현! 당신 아들 좀 어떻게 해 봐!”

“됐어, 됐어. 도준이도 농담한 거야.”

민용현은 아내를 위로하며 도준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그제야 도준은 ‘쳇’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참 복에 겨운 줄 모른다니까. 온갖 더러운 짓거리를 하는 부잣집 도련님들에 비하면 난 미덕과 품행을 갖춘 착한 청년이라고요.’

도준은 혼자 생각하며 무심한 듯 사과했다.

“엄마도 참, 농담한 것 가지고 뭐 하러 화를 내고 그래요? 오늘 할아버지와 함께 접대하러 간 거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술을 마시면 안 돼서 제가 대신 몇 잔 마신 거고. 어른을 공경한다고 칭찬은 못해줄 망정 어쩜 용부터 하세요?”

“정말이지?”

진명주는 도준에게 여러번 속은 탓에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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