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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버리지 마 

권하윤은 의외라는 생각을 했지만 고분고분 병상 옆으로 다가갔다.

“할아버님.”

죽음이 다가와서인지 민상철이 하윤을 보는 눈빛은 예전처럼 분노와 살의가 가득한 대신 오히려 많이 평화로웠다.

“도준이가 너에게 동림 부지를 줬다던데?”

목숨을 걸고 차지한 곳을 이렇게 쉽게 웬 여자에게 줬다는 건 누가 봐도 민도준이 사랑에 빠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민상철은 도준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고 싶어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하윤은 민상철의 말에 잠깐 어리둥절해 하다가 이내 그 뜻을 알아차렸다.

하긴, 이렇게 큰일을 민상철의 눈을 피해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이 순간 이 예기를 꺼내는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 도준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도준은 손으로 라이터를 돌리다가 팔을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건들건들한 태도로 말했다.

“제 물건을 주고 싶은 사람한테 주겠다는데 뭐가 잘못됐어요? 게다가 마누라 하나 들이려면 이정도 혼수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 당연한 듯한 도준의 말투에 하윤은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민상철의 반응은 하윤의 생각과는 달랐다.

당연히 그 소리를 듣자마자 버럭 화를 내거나 몇 마디 욕설을 퍼부으며 자기를 속셈이 많은 여자라고 꾸짖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민상철은 그저 도준을 힐끗 바라봤다.

“도준아, 잠깐 나가 있어. 둘이 잠깐 할 얘기가 있으니.”

하지만 도준은 껄렁한 자세로 앉은 채 움직이지도 않았다.

“외로운 남녀가 한 공간에 있는 건 안 아무래도 안 좋을 것 같은데.”

“너…….”

“농담이에요. 살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으면서 뭐 하러 그렇게 화를 내세요? 저는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세요.”

민상철의 눈은 뭔가 한층 가려진 것처럼 흐릿하고 생기가 없었다. 거친 숨소리는 점차 심해져 도준과 싸울 여력도 없어 보였다.

이에 민상철은 헛기침을 하고는 하윤을 바라봤다.

“내가 미우냐?”

하윤은 민상철이 이런 물음을 물을 거라고 생각지 못한 터라 잠깐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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