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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체면을 챙겨

민도준의 팔을 밀어버린 권하윤은 자기의 가는 몸을 다시 이불 속으로 파묻었다.

도준은 정수리에서 연기가 나는 듯한 하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번엔 완전히 삐졌나 보네.’

‘뭔 인내심이 이렇게 없어? 이틀도 못 버텨?’

하윤은 도준이 뭐라 말이라도 할까 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버리자 역시 희망을 품으면 안 됐다고 생각했다.

‘됐다, 됐어. 눈에 안 보이면 심란한 것도 덜하지.’

이미 짐을 싸 들고 멀리 떠나버릴 궁리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나른한 목소리가 하윤을 다시 현실로 끌어들였다.

“속으로 나 욕하는 거야?”

하윤은 갑자기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원망 섞인 말투로 투덜거렸다.

“제가 어떻게 감히 도준 씨를 욕하겠어요? 도준 씨한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이라 칭찬을 하면 모를까.”

그 말이 떨어지자 낮게 깔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자성을 띤 듯한 웃음소리는 어둠 속에서 유난히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그때 어깨가 잡히더니 힘 있는 손가락이 어깨에서부터 목덜미까지 쓸고 지나가 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만 화 풀어. 이리 와봐, 내가 달래줄게.”

달래준다고 했으면서 어깨 위에 얹혀진 손은 하윤에게 반항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몸 대부분이 침대 매트리스에 푹 꺼져 들었고 하윤을 달래주겠다던 사람이 하윤을 아래에 가두어 그늘을 드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윤은 상대의 날카로운 눈을 똑똑히 보고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달래주기는 무슨. 제멋대로 하려고 그러는 거면서.”

“응, 총명하네.”

하윤은 도준의 뻔뻔함에 화가 나 버둥대며 그를 밀어버렸다.

“저 그럴 기분 아니니까 저리 비켜요.”

하지만 도준은 그렇게 고분고분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었기에 거절하는 하윤의 손을 잡아 손등을 깨물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 어제 내 위에 그렇게 오래 타고 있었으면 오늘은 내가 돌려받아야 할 차례잖아.”

“그게 무슨!”

하윤은 도준의 악랄함에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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