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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민도준이 꾸중을 듣다

비몽사몽하던 권하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홱 돌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민도준을 바라봤다.

“저한테 원하는 게 아까 그게 아니었어요?”

하윤은 부끄러운 나머지 너무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도준이 알아들었을 거라고 믿었다.

그때 도준이 장난기 섞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 그렇게 생각한 거였어? 난 또 갑자기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하윤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부러 그런 거죠!”

도준은 웃으며 하윤을 끌어당겼다.

“본인이 뜻을 오해했으면서 왜 나를 탓해?”

몸이 말만 잘 들었어도 하윤은 눈앞의 남자를 한바탕 때리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건 뭐 상대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하윤이 제멋에 이것저것 개고생을 했다는 뜻이다.

하윤은 화가 난 듯 도준의 손을 뿌리치고는 홱 돌아누워 분을 삭였다.

화가 잔뜩 난 하윤의 뒷모습을 보자 도준은 순간 기분이 좋아져 하윤을 달래듯 그녀의 어깨를 잡고 몸을 자기 쪽으로 돌려놓았다.

“화났어?”

하윤은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더니 아예 침대에서 내려 밖으로 나갔다.

평소라면 하윤도 이 정도로 화나지는 않았지만 벌써 또 하루가 흘렀다는 것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 억제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민시영의 전화에 가뜩이나 마음이 동해 의지할 무언가를 잡고 싶어 안달 나 있었다.

그게 나쁘던 좋던 그저 지금처럼 이렇게 하루하루를 허망하게 보내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으니.

하윤은 거실 통유리 창 앞에 앉아 밖을 내다봤다.

산속은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은데 이 한 가지만 좋지 않다. 저녁만 되면 너무 컴컴해서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게.

그 어둠 덕에 창문 유리에 비친 남자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도준은 문에 기댄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 불빛은 어둠 속의 유일한 불빛이었다.

그러다 그 불빛이 다시 꺼질 때쯤 남자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더니 너른 가슴이 하윤의 등을 와락 껴안았다.

“진짜 삐졌어?”

하윤은 몇 번 버둥댔지만 소용이 없자 발을 들어 도준을 밟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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