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54화 일출

민도준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권하윤은 고개를 번쩍 쳐들며 듣고 있다는 걸 표시했다.

하지만 도준은 이번에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말해주기 시작했다.

“몇 년 전 내가 민씨 저택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다른 세력과 한창 경쟁을 벌이고 있었거든. 그때 신변에 있던 스파이가 민용재와 함께 짜고 내가 광산에 있을 때 동굴을 막고 날 죽이려 했거든.”

분명 이미 오래된 일이지만 하윤은 듣는 내내 가슴을 졸이며 온 신경을 도준의 말에 집중했다.

“그래서요?”

“그 광산이 개발되기 전에 사람들이 부르는 다른 이름이 있었거든 저승문이라고. 너무 위험해서 가면 죽을 수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었거든.”

모래언덕과 절벽 위에 좀게 난 산길에서 조금이라도 잘못 주행하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을 수 있다는 묘사에 하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심지어 듣는 내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도준의 팔을 잡은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가해졌다.

“그래서요? 그곳에서 도망쳤어요?”

“도망?”

도준은 안정된 걸음걸이로 산길을 내려가면서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목소리로 낮게 읊조렸다.

“자기야, 그런 곳에서는 도망쳐도 소용없어. 그냥…….”

‘남의 뼈와 피를 밟고 올라갈 수밖에 없어.’

도준은 하윤이 너무 긴장하자 그다음 한 마디를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윤은 듣고 있다가 도준이 갑자기 말을 잇지 않자 재촉했다.

“그냥 뭐요?”

그때 손이 하윤의 머리를 톡 건드렸다.

“밤중에 귀신 이야기 듣다가 잠 못 자면 어쩌려고 그래?”

하윤은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도준이 말하지 않아도 그다음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고 잔인할지 짐작이 갔다.

게다가 그런 위험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을 거다.

자기 목을 끌어안고 있던 손이 더 조여오자 도준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랐다.

“왜? 마음 아파?”

“네.”

하윤은 작은 얼굴을 도준의 목덜미에 비벼댔다.

“고생했어요.”

“말은 참 잘해.”

그 말에 하윤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심이거든요.”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하윤의 달리를 걸치고 있던 손이 야릇하게 하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