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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1화 대신 갈게

사실 권하윤은 산길을 오르는 사이 민도준의 신비로운 과거를 캐낸 다음 나무에 소원을 빈다는 핑계로 도준에게서 약속을 얻어낼 생각이었는데 그런 생각도 험난한 산길 때문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사실 오기 전부터 장욱은 산길이 험난해 오르기 어렵다고는 했지만 이건 보통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너무 어려웠다.

발바닥 크기만 한 계단도 모자라 바람에 흔들대는 흔들다리를 보자 하윤의 가슴은 콩닥콩닥 쉴 새 없이 뛰었다.

이에 발걸음도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저기, 날도 어두워 월하노인이 있대도 진작에 퇴근했을 것 같은데 우리도 돌아가요.”

도준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커다란 손으로 하윤의 머리를 꾹 눌렀다.

“가슴이 이렇게 콩알만 해서 어쩌려고 그래?”

하윤을 등진 넓은 어깨가 살짝 앞으로 쏠리더니 허리를 활처럼 휜 도준이 입을 열었다.

“업혀.”

그 순간 잠시 멍해 있던 하윤은 잔뜩 흥분한 듯 당장이라도 도준에게 업히고 싶었지만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저 업고 가려고요?”

하윤이 대시 확인하기도 전에 도준은 다리를 굽혀 앉아 하윤을 자기 등에 업었다.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하윤은 남자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그때 도준이 고개를 살짝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안 그러면? 하윤 씨더러 혼자 올라가라고 하면 월하노인이 아니라 저승사자를 먼저 만날 것 같은데 그럼 어떡해?”

하윤은 더 이상 발아래를 볼 필요가 없게 되자 잔뜩 긴장했던 몸도 나른해졌다.

“좀 예쁘게 말하면 안 돼요?”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선이 높아지니 볼 수 있는 풍경이 더 많아졌다.

이윽고 도준의 옆모습을 보니 언제나 오만하고 거칠던 사람이 한껏 자세를 낮춘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윤은 자기 팔에 꽉 눌린 도준의 어깨를 힐끗 보더니 그의 팔에 들려 있는 자기 다리를 살짝 움직이며 편안한 자세로 기댔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붕 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하윤이 꿈틀대는 걸 느낀 도준이 입을 열었다.

“나를 올라타고 있으니 아주 좋아 죽겠지?”

분명 평범한 한마디였지만 도준의 말투 때문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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