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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역시 도준 씨밖에 없어요

빙빙 에둘러 말하려 했지만 하윤의 속내는 도준을 속일 수는 없었다. 이에 도준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하윤을 쳐다봤다.

“또 뭘 영탐하려고?”

하윤은 속마음이 들키자 아예 억지를 부리며 어깨로 도준의 탄탄한 몸을 부딪혔다.

“에이, 영탐이라니요?”

도준은 아직 한참 남은 산길을 힐끗 거리며 무심한 듯 대답했다.

“응? 그럼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전 도준 씨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이러는 거잖아요. 예전에 고생했을까 봐.”

도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기를 위해 변명하는 하윤을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어디 만져봐야겠네.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하지 마요.”

하윤은 도준의 손을 피하며 다급히 돌계단을 두 층 뛰어올라갔다.

도준의 큰 키 때문에 평소에도 까치발을 자주 해야 하는 하윤이었기에 이렇게 두 계단 위에 올라서 상대를 내려다보자 왠지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거리가 멀어지고 높이가 높아져서인지 도준한테서 자주 느끼던 압박감도 산속에서 부는 바람을 따라 날아가 버렸다.

때문에 다시 입을 열었을 때 하윤의 목소리에는 우쭐거림이 묻어있었다.

“얼른 말해요. 더 위험한 곳이 어디였는데요?”

하윤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도준이 그녀 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하윤은 두 계단 더 올라가려고 했지만 채 올라가지 못한 채 상대의 팔에 잡혀 뿌리칠 수도 없게 되었다.

그 순간 방금전까지 득의양양해하던 기세는 사라지고 이내 애교를 담아 도준의 팔을 흔들었다.

“말해 봐요.”

그때 도준이 흔들거리는 하윤의 팔을 잡았다.

“더 농땡이 부리다가 날이 어두워져.”

잡아당겼지만 상대가 움직이지 않자 하윤의 작은 얼굴에는 원망이 가득 더해졌다.

도준은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모처럼 하윤의 말에 순종했다.

“가면서 얘기해줄게.”

“역시 도준 씨밖에 없어요.”

비스듬히 비친 햇살 아래 나무 그늘 아래에서 활짝 피어난 하윤의 미소는 마치 이 계절에 없는 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도준은 깊은 눈동자에 그 예쁜 미소를 담았다.

“우리 가요.”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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