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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다른 사람이야

그때 웬 여자가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를 벗어버렸다.

민승현은 권하윤을 보더니 싸늘하게 웃었다.

“권하윤, 새로운 이름을 지어내면 두 사람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없어진다고 생각해?”

권하윤은 비아냥거리는 민승현의 말을 무시한 채 민도준 옆으로 걸어갔다.

민도준은 권하윤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권하윤의 옷차림을 보는 순간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윽고 감정을 억누른 듯한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내려가. 나설 필요 없어.”

권하윤은 민도준의 말대로 할 수 없었다. 이대로 눈 뜨고 이렇듯 대단한 사람이 자기 때문에 오물을 뒤집어쓰는 걸 볼 수 없었다.

이에 권하윤은 뭔가 결심한 듯 이를 악물더니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저는 음악가 이성호의 딸 이시윤입니다. 믿기지 않으시면 저에 관해 찾아봐도 됩니다. 이성호 음악가한테 이시윤이라는 딸이 있는지.”

이성호라는 이름은 적지 않은 사람이 익숙히 알고 있는 이름이다.

때문에 누군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검색을 해보고는 높은 소리로 말했다.

“맞아요. 이성호 음악가님의 슬하에 이시윤이라는 딸이 있어요.”

권하윤은 옆에서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민도준의 눈빛을 애써 무시한 채 평온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저와 권씨 가문 넷째 아가씨 권하윤은 쌍둥이 자매입니다. 하지만 권미란 여사가 병원을 매수해 저희 식구 몰래 제 쌍둥이 언니를 데려간 겁니다.”

“그 뒤로 저희 집에 안 좋은 일이 생겨났고 저희는 권씨 가문 넷째 아가씨의 도움으로 경성까지 도망쳐 왔습니다. 그때 민도준 씨와도 알게 됐고요.”

“하지만 얼마 전에 제 쌍둥이 언니가 불행하게도 강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권하윤은 민승현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난 네가 알던 권하윤이 아니라 이시윤이야.”

그 말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물론 터무니없는 얘기 같았지만 따지고 보면 또 모두 증거가 명확해 거짓말 같지 않았다.

“헛소리하지 마!”

순간 분노에 찬 목소리가 고요함을 깨트렸다.

민승현은 권하윤의 말이 믿기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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