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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명분을 주겠다는데도 싫어?

그와 동시 박씨 부녀가 말한 사람들 앞에 나올 수 없다던 여자는 민도준에게 끌려 휴게실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담요를 덮어주고 떠나려 할 때 권하윤은 민도준의 손을 잡았다.

“아까 박 대표 앞에서 그렇게 말해도 정말 괜찮은 거예요? 혹시 이번 일에 안 좋은 영향이 있는 건 아니에요?”

민도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아까는 아주 잘만 구경하더니 왜 그래?”

“그 상황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어요? 어딜 가나 미움만 받는 몸인데 대단한 분들의 대화에 낄 자격이나 있어요?”

권하윤은 입을 삐죽거렸다.

하지만 곧바로 세지도 작지도 않은 힘이 권하윤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

“약한 척은.”

이윽고 민도준은 담요를 위로 조금 끌어올려 권하윤을 덮어주면서 말을 이었다.

“여기서 좀 자고 있어. 이따가 발표회가 시작되면 데리러 올게.”

“데리러 온다고요?”

권하윤은 살짝 놀라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민도준이 권하윤을 빤히 바라보며 되물었다.

“아니면?”

“필요 없어요. 밖에 기자들도 있는데 만약 누가 또 그걸로 뭐라고 이야기를 지어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지금 때가 안 좋잖아요.”

권하윤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명분이 없다고 떼를 썼으면서? 왜? 명분을 주겠다는데 싫어?”

권하윤은 민도준이 정말 그렇게 할까 봐 덜컥 겁이 났다.

그건 발표회를 이용해 도망쳐야 하는데 방해되는 원인도 있었지만 이미 떠나기로 했으면서 민도준의 이름에 또 더 먹칠하고 싶지 않은 원인도 있었다.

이런 생각에 권하윤은 주동적으로 얼굴을 민도준의 손바닥에 비벼댔다.

“하지만 오늘은 발표회라서 주인공은 칩이지 제가 아니잖아요. 명분을 준다 해도 길한 날짜를 받아 제대로 줘야 하지 않겠어요?”

민도준은 권하윤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칩한테도 질투하는 거야?”

민도준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권하윤은 그 “죄명”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네. 저 원래 이렇게 소심해요. 몰랐어요?”

고개를 쳐들고 교활한 눈빛을 번뜩이는 권하윤을 보자 민도준은 가슴이 간질거려 권하윤을 잡아당기더니 마구 주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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