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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모든 사람이 다치다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하자 은찬은 조심스럽게 방으로 돌아갔다.

은찬이 같은 하인은 그저 소식을 전해주기만 하면 그만이다. 어떻게 할지는 주인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니까.

민도준은 담배를 꺼버린 뒤 곧바로 차를 운전해 민씨 저택으로 향했다.

본채에 들어서자 휠체어에 앉아 약을 먹고 있는 민상철이 보였다.

민상철은 민도준이 안으로 들어섰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약을 먹을 먹는 데만 집중하더니 모두 먹고 난 뒤에는 장 집사를 불러와 입 주변을 닦았다.

“여자 치맛자락에서 인제야 나왔어?”

민도준은 다리를 꼰 채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더니 긴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를 툭툭 털며 입꼬리를 올렸다.

“왜요? 질투라도 하시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여자를 만난다 해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제 할아버지니까.”

만약 예전 같았으면 민상철은 이런 말을 듣는 순간 바로 화부터 냈겠지만 지금은 그저 손에 든 염주를 내려놓을 뿐이었다.

“도준아, 나는 너를 어릴 때부터 후계자로 생각하고 키웠다. 9년 전 네가 18살일 때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재능을 보였잖니. 1년 만에 그룹 절반을 거의 공제했으니, 만약 둘째네 부부가…….”

잠깐 뜸을 들이던 민상철은 이내 말머리를 틀었다.

“네가 능력은 확실히 뛰어나지만 너무 오만하고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게 제일 흠이야. 만약 그 성격 고치지 않으면 결국 모든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어.”

민도준은 무심한 듯 손에 들려 있는 라이터를 빙빙 돌려대다가 민상철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요? 지금 저더러 도나 닦고 착한 일을 해서 덕이나 쌓으라는 거예요? 이제 와서 너무 늦지 않았나?”

민상철의 혼탁한 눈동자에는 잠깐 부끄러움이 스쳤지만 이내 숨겼다.

“이번 주에 연회를 열어 네가 정식 후계자라는 걸 발표할 거다.”

“오?”

민도준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제가 민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식구들 남김없이 죽일까 봐 저랑 큰 숙부, 그리고 시영이까지 셋에게 똑같이 나눠줄 생각 아니셨어요? 아니면 황천길에 외로울까 봐 저더러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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