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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멀고도 가까운

오후의 햇살은 마룻바닥을 밟으며 슬며시 방안으로 비춰들어 침대 끝자락을 닿을까 싶더니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남자 때문에 더 이상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심지어는 남자의 포악한 분위기에 놀랐는지 조금씩 뒤로 물러나다 조용히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하늘도 점점 어두워졌고 권하윤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컴컴한 밤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살짝 움직이고 나서야 권하윤은 자기 손이 민도준의 팔을 감싸고 있고 몸 전체는 민도준의 품에 기대 있다는 걸 알아챘다.

얼마나 잠잤는지 사지가 아파 났다.

“이제야 깨났어?”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권하윤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방안 불이 켜지는 바람에 권하윤은 눈을 감았다 떴다를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야 시선이 점차 또렷해졌다.

그와 동시에 실루엣만 흐릿하게 보이던 남자의 윤곽이 눈 안에 들어왔다.

민도준은 어쩜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로 잘생긴 데다 공격적이고 위험한 분위기를 띠고 있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심지어 권하윤마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민도준을 빤히 바라봤다.

하지만 이상했다.

분명 가까운 데 있는데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았으니.

호박색 눈동자에 당혹함이 담겨 있었다.

민도준은 권하윤의 이런 표정을 거의 본 적 없다.

예전에는 그저 비위를 맞추려고 머리를 굴리거나 아니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도움을 요청하는데 현재는 마치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민도준의 눈부터 시작해 코 그리고 턱에 닿았다.

그런 눈빛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민도준은 끝내 차가운 말투로 말을 꺼냈다.

“왜? 설마 기억상실이라도 했다고 할 건가? 이제 나를 모르겠어?”

자기가 또 미움을 샀다는 걸 인식한 권하윤은 눈을 내리깔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권하윤이 죽상이 된 모습을 보자 민도준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공기 속에 흐르는 고요함.

이런 고요함은 사흘 동안 지속됐다.

그리고 마침 나흘인 오늘 밤, 권하윤은 우렛소리에 놀라 깨어나더니 무의식적으로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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