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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이름이 더럽혀지다

부끄러워진 권하윤은 민도준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은찬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심부전 초기 진단을 받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기침하는 것도 그 원인이고.

다행히 아직 젊기에 병이 심하지 않아 몸을 잘 돌보고 휴식을 잘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의사의 말에 권하윤은 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요즘 매일 불안함 속에서 살았는데 심장병이 안 걸린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했으니.

하지만 은찬은 너무 놀란 나머지 주의 사항을 꼼꼼히 정리하고 약 처방을 받는 것도 자기가 하겠다며 권하윤을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권하윤은 그저 심심한 듯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던 그때 마침 적의 가득한 얼굴과 마주치고 말았다.

박민주를 본 순간 권하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박민주처럼 공주 대접을 받는 재벌가 여식은 보통 개인 병원에 가지 이런 곳에 올 리는 없을 테니까.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자기를 찾아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나 권하윤이 그렇게 생각하기 바쁘게 박민주는 앞에 막아서는 바람에 무시하기도 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세워 빙긋 웃었다.

“박민주 씨,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박민주는 지난번 권하윤 앞에서 창피를 당한 데다 민도준한테 대놓고 거절당한지라 권하윤을 보는 눈에는 불이 뿜어져 나왔다.

“내가 창피당하는 거 보니까 좋았어? 나 민도준 씨 4년이나 기다렸어. 그런데 감히 홀랑 가로채? 이 도둑년!”

영문도 모른 채 도둑년이라는 이름이 붙자 권하윤은 어이가 없었다.

“박민주 씨, 제가 박민주 씨의 물건을 도둑질했어야 도둑이라고 하죠. 도준 씨가 물건이에요?”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워진 탓인지 박민주는 권하윤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당신처럼 더럽고 이기적인 여자는 민도준 씨한테 들러붙을 생각만 했지 도준 씨를 위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어?”

순간 미간이 팍 구겨졌다. 권하윤도 박민주가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더욱이 자기가 민도준과 결혼하면 약혼자 형까지 꼬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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