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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여자 때문에 가족을 버리다

권하윤은 뒤에 들려오는 몇 마디는 듣지 못하고 앞에 한마디만 들었다.

‘도준 씨가 박민주와 결혼하면 후계자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그런데 그런 기회를 그대로 거절했다는 건가?’

가슴에 순간 뜨거운 물이 흘러드는 것만 같았다.

만약 그걸 동의했더라면 이렇게 목숨을 내걸고 싸울 필요가 없을 텐데.

순간 자기에 대한 혐오감이 더해졌다.

‘나는 어디를 가나 짐밖에 되지 않네. 은우한테도, 도준 씨한테도.’

오랫동안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민상철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살기를 번뜩였다.

“고민해 보죠.”

권하윤은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민상철은 그것에 불만스러운 모양이었다.

‘끝까지 망치려 한다면 그냥…….’

민상철이 잠깐 고민하고 있을 그때.

갑자기 “아!” 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곧이어 민상철 신변을 지키는 경호원이 안으로 날아들었고 덩치 큰 몸뚱아리는 마치 낙엽처럼 바닥에 미끄러 민상철 암에 멈췄다.

남자는 피떡이 된 얼굴로 애원했다.

“어르신, 저 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

하지만 그 소리마저 그를 그렇게 만든 남자가 들어오는 순간 뚝 끊겼다.

현관에서 민도준은 고개를 움직이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손에는 자기 것이 아닌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윽고 그 피를 아무렇지 않은 듯 털어버리고는 웃으며 민상철을 바라봤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세요? 뭐 손주며느리 뻘 되는 여자와 간통이라도 하려고요?”

“…….”

권하윤은 절망한 듯 눈을 감았다. 민상철의 표정은 보지 않아도 어떨지 짐작이 갔다.

역시나 곧이어 버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못된 놈!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민도준은 바닥에 누워 뒹굴고 있는 경호원을 발로 밟고 비명소리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 민상철 앞으로 다가갔다.

“제가 틀린 말 했나요? 사람을 시켜 며칠 동안 관찰하게 하다가 제가 없는 날 찾아온 걸 보면 의심이 안 갈 수 없는데요.”

“민도준!”

민상철은 민도준의 이름만 부르고도 숨을 고르지 못했다.

하지만 장 집사는 다른 경호원들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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