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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너무 많은 걸 포기하다

창밖은 어느새 어둠이 깃들어 캄캄했고 공기 속에는 아직 어제의 폭우 때문에 남은 습기가 서려 있었다.

민상철이 떠난 뒤 민도준이 밖으로 나가 별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명령하자 사람들은 모두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민도준은 하려던 말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권하윤을 발견했다.

“오늘 안 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우물대다 어렵사리 내뱉은 말이었지만 여전히 분유처럼 덩어리가 져 제대로 풀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내일 시신 수습하러 올까?”

모든 걸 알게 된 권하윤은 마치 산을 등에 업은 듯 무거워 고개도 들지 못했다.

“제가 죽으면 오히려 편해질 거라면서요.”

민도준은 권하윤의 말에 피식 웃더니 권하윤의 이마를 콕콕 찔렀다.

“땅 파는 것도 귀찮으니 그냥 살아.”

익숙하면서도 장난기 섞인 말투에 권하윤은 눈가가 시큰거리더니 눈앞이 희미해졌다.

슬프고, 미안하고, 원망스럽고, 마음 아프고 또 감동스럽고…….

여러 가지 대립된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출구를 찾지 못해 좌우충돌하는 것만 같았다.

가장 사람을 피 말리는 건 순수하게 사랑하고 미워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경계선에서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못하는 것이지.

“또 왜 울어?”

귀찮고도 짜증 나 하는 말투였다.

권하윤은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면 그저 흐느낌밖에 나오지 않았다.

손을 들던 민도준은 자기 손에 묻은 피를 보고는 권하윤의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맨날 울기만 하네.”

“…….”

“얼씨구? 말했다고 더 울어?”

권하윤도 울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 유일한 분출구였다.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사이, 어느새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민도준은 침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권하윤을 보더니 무심한 듯 물었다.

“다 울었어?”

하지만 아직도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마음 때문인지 권하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불을 목 끝까지 끄집어 올리고는 민도준을 등진 채 슬픔 가득한 뒤통수만 남겼을 뿐.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방안의 불은 꺼지고 침대 머리맡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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