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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영웅도 미인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권하윤은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 오직 민도준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확인하고 싶다는 데만 정신이 팔렸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에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애먼 이불만 손가락으로 뜯었다.

그러다 끝내 불이 다시 꺼지는 순간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권하윤은 눈을 둥그렇게 뜬 채 잠을 자지 않았다. 아니, 잘 수 없었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 민도준을 바라보는 순간 머리에 여러가지 생각이 흘러들었다.

‘민용재가 그랬나? 아니면 다른 원수?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지?’

…….

“이건 저도 알아요. 옛말에 영웅도 미인계를 벗어나기 어렵다잖아요.”

이튿날 은찬의 해석을 들은 권하윤은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 진지해.”

“저도 진지하게 설명한 건데요?”

은찬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민 사장님도 여인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해 매일 이 별장에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패턴을 읽혀 매복하고 있던 놈들에게 당한 거고요.”

패턴…….

확실히 그건 맞았다. 민도준이 매일 저녁 개인 별장에 와서 휴식하니 만약 민용재가 또 암살을 저지른다면 뒤를 밟을 필요도 없이 별장 주위에 매복하고 있기만 해도 되니까.

민용준이 또다시 암살을 저지르려 하는 걸 보니 마음이 많이 급한 모양이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하고 음식조차 넘어가지 않았다.

은찬도 권하윤이 정신이 딴 데 팔렸다는 걸 알았기에 눈을 깜빡이며 장난기 섞인 말을 꺼냈다.

“민 사장님이 걱정되면 전화 해보는 건 어때요? 그러면 저 이번 달 보너스도 생길 것 같은데.”

권하윤은 멍해졌다.

“그 말 도준 씨가 한 거야?”

“민혁 형님이 그랬어요. 제가 누나와 민 사장님을 화해하게 하면 보너스를 챙겨주겠다고. 게다가 저를 중매쟁이로 모시겠대요.”

은찬이 일부러 자기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는 걸 눈치챈 권하윤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려 억지웃음을 지어냈다.

아침을 먹고 방에 돌아오고 나서 권하윤은 창가에 앉아 멍때리다가 뭔가 생각난 듯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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