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에:   연의 수정  방금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언어: Korean
goodnovel4goodnovel
평가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30챕터
28조회수
읽기
서재에 추가

공유:  

보고서
개요
목록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아무리 차가운 심장이라도 따뜻한 온기로 녹여주면 언젠가는 변할 줄 알았다, 그래서 민여진은 박진성의 꼭두각시 아내로 2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그 끝은 차디찬 이혼서류 한 장이었다. “걔가 일어났어. 그 아이 대용이었던 넌 이제 필요 없어졌어.” 민여진에게는 마음을 전혀 내어주지 않던 그가 돌아온 건 오로지 민여진을 제 첫사랑 대신 감옥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감옥에서 갖은 고초를 당한 민여진은 배 속의 아이도 잃고 얼굴도 알아볼 수 없게 변한 채 실명까지 당해버렸다. 그녀는 악몽 같았던 짧디짧은 두 달을 버텨내며 박진성에 대한 마음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2년 뒤, 민여진은 박진성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길을 걷다가 우연히 그를 보게 되었다. 첫사랑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 할 그가 웬일인지 민여진을 보자마자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박진성은 자신이 이러면 민여진이 전처럼 다시 저를 봐줄 줄 알았는데 그녀의 눈에서는 더 이상 사랑이 느껴지지 않았다. “민여진, 어떻게 해야 다시 나한테 돌아올 거야? 말만 하면 내가 뭐든 다 들어줄게!” “2년 전엔 당신이 준 구리반지도 아까워서 잘 못 꼈는데, 이젠 아니에요. 당신이 뭘 준대도 난 안 돌아가요.”

더 보기

최신 챕터

무료 미리보기

제1화 아이는 지워

“축하드려요, 임신 4주 차예요.”의사의 축하에도 민여진은 전혀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다시 한번 물었다.“검사가 잘 못 된 건 아닌가요..? 임신일 리가 없는데... 한 번만 다시 검사해주세요.”“혹시 한 달 전에 관계를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있긴 한데...”“피임조치를 했다거나 약을 드신 적은 있으세요?”비가 오던 날, 박진성과 보냈던 뜨거운 밤을 떠올리던 민여진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그러자 의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검사 다시 할 필요도 없잖아요. 관계도 하고 약도 안 먹었으면 원래도 임신 가능성이 높은데 결과가 잘못됐을 리는 없어요.”의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던 민여진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진단서만 좀 고쳐주시면 안 될까요? 임신 아니라고 적어주세요 제발...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민여진 씨, 여긴 합법적인 병원입니다. 환자들의 진단서를 마음대로 고치는 건 불법이에요, 다른 용건 없으시면 이만 나가주세요.”“다음 환자분!”미간을 찌푸리며 축객령을 내리는 의사에 민여진은 진단서를 손에 꼭 쥔 채 비틀대며 진료실을 빠져나왔다.소란스러운 거리 한복판에 서 있던 민여진은 도무지 발을 뗄 수가 없었다.저를 받아들인 것도 박진성으로서는 많이 양보한 건데 아이까지 가졌다는 걸 알게 되면 당장 지우라고 할 게 뻔했기에 민여진은 이 진단서를 들고 그를 마주하기가 두려웠다.민여진이 배 속의 아이를 지킬 궁리를 하고 있을 때 박진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전화를 받자 박진성의 낮은 음성이 귀에 내려꽂혔다.“검사 끝났으면 빨리 집으로 와.”박진성은 인내심이 그리 깊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민여진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30분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차에 타서 별장에 도착한 그녀는 마침 3층 금지구역에서 내려오는 박진성을 보게 되었다.실크 잠옷의 윗단추를 두어 개 풀어헤친 탓에 남자의 탄탄한 근육이 그대로 민...

동시간 재미 밌는 책

독자들에게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

댓글 없음
30 챕터
제1화 아이는 지워
“축하드려요, 임신 4주 차예요.”의사의 축하에도 민여진은 전혀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다시 한번 물었다.“검사가 잘 못 된 건 아닌가요..? 임신일 리가 없는데... 한 번만 다시 검사해주세요.”“혹시 한 달 전에 관계를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있긴 한데...”“피임조치를 했다거나 약을 드신 적은 있으세요?”비가 오던 날, 박진성과 보냈던 뜨거운 밤을 떠올리던 민여진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그러자 의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검사 다시 할 필요도 없잖아요. 관계도 하고 약도 안 먹었으면 원래도 임신 가능성이 높은데 결과가 잘못됐을 리는 없어요.”의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던 민여진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진단서만 좀 고쳐주시면 안 될까요? 임신 아니라고 적어주세요 제발...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민여진 씨, 여긴 합법적인 병원입니다. 환자들의 진단서를 마음대로 고치는 건 불법이에요, 다른 용건 없으시면 이만 나가주세요.”“다음 환자분!”미간을 찌푸리며 축객령을 내리는 의사에 민여진은 진단서를 손에 꼭 쥔 채 비틀대며 진료실을 빠져나왔다.소란스러운 거리 한복판에 서 있던 민여진은 도무지 발을 뗄 수가 없었다.저를 받아들인 것도 박진성으로서는 많이 양보한 건데 아이까지 가졌다는 걸 알게 되면 당장 지우라고 할 게 뻔했기에 민여진은 이 진단서를 들고 그를 마주하기가 두려웠다.민여진이 배 속의 아이를 지킬 궁리를 하고 있을 때 박진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전화를 받자 박진성의 낮은 음성이 귀에 내려꽂혔다.“검사 끝났으면 빨리 집으로 와.”박진성은 인내심이 그리 깊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민여진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30분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차에 타서 별장에 도착한 그녀는 마침 3층 금지구역에서 내려오는 박진성을 보게 되었다.실크 잠옷의 윗단추를 두어 개 풀어헤친 탓에 남자의 탄탄한 근육이 그대로 민
더 보기
제2화 넌 내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어
그 말을 들은 민여진은 선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전화를 할 때부터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때는 아무 말 않다가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할 때가 돼서야 잔인하게 아이를 지우라는 말을 하는 그가 민여진은 너무나 야속했다.하지만 저의 우는 모습을 싫어하는 박진성을 알기에 민여진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 자신을 진정시키고는 말했다.“진성 씨, 나 앞으로 말도 잘 들을게요. 그러니까... 제발 아이만은 지키게 해주면 안 돼요? 절대 진성 씨 귀찮게 안 하고 문채연 씨 깨어나면 바로 애 데리고 나갈게요. 이 세상에 없는 아이처럼 키울게요.”하지만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는 박진성의 동정은커녕 오히려 비웃음만 샀다.“민여진, 착각하는 것 같아서 알려주는 건데 네 그 얼굴이 아니었으면 넌 박씨 집안 사모님 자격으로 지금처럼 누리고 살지도 못해. 가끔 선 넘는 거야 그렇다 쳐도 내 아이는 안돼. 나를 위해 아이를 낳을 여자는 채연이뿐이야. 너한테는 그럴 자격 없어.”자격이 없다는 그 말은 채찍이 되어 곧바로 민여진의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내었다.그녀가 박진성의 무정함을 원망하고 있을 때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양경호가 안으로 들어섰다.“얘 좀 은밀한 병원으로 데려가서 수술시켜, 아무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게 신경 쓰고.”배 속의 아이한테는 아버지인 사람이 저토록 매정하니 민여진은 오장육부가 베이는 것처럼 아파왔다.“진성 씨...제발요... 안돼요!”하지만 박진성이 그 애원도 무시한 채 양경호를 향해 눈짓하자 민여진은 바닥에 꿇어앉아 버렸다.“진성 씨... 제발요, 나한테 무슨 짓을 시켜도 좋으니까 제발 아이만은 지키게 해줘요. 낳기만 하면 바로 보낼게요, 제발 살려만 줘요...”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애원한 탓에 민여진의 이마는 온통 피투성이였고 그걸 본 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민여진, 넌 진짜 그 얼굴을 가지지 말았어야 했어. 채연이는 너처럼 비굴하진 않을 거야.”문채연이야 머리를 박지 않아도 박씨 집안 후계자 박진성의 사랑을
더 보기
제3화 우스운 생각
...문채연이 무사한 걸 확인하고서야 아래로 내려온 박진성은 사라져버린 민여진에 미간을 찌푸리며 양경호를 바라보았다.“민여진은?”그 질문에 양경호도 어리둥절해 할 때, 박진성은 본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진성아, 넌 이렇게 기쁜 소식을 왜 이제야 전해? 채연이 임신했대, 얼른 집으로 와.”본가에 도착한 박진성은 소파에 앉아 음식을 먹는 민여진을 보자마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민여진도 자신이 잘못한 건 아는지 박진성을 보자마자 고개를 푹 떨구고는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하, 대단하네 진짜.”가엾은 토끼처럼 굴던 애가 이런 식으로 반항할 줄 몰랐기에 그 분노가 배가 되는 것 같았다.박진성의 분노를 마주한 민여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이정화가 나서서 박진성을 나무랐다.“뭐가 대단하다는 거야, 넌 무슨 애가 말을 그렇게 하니? 채연이가 임신했다는 데 안 기뻐?”박진성은 이를 악문 채 민여진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아주 기뻐서 날아갈 것만 같은데요 뭘.”“그래야지, 이게 얼마나 기쁜 일이니. 결혼한 지 2년 만에 드디어 아기가 생겼으니, 딸이든 아들이든 다 박씨 집안의 경사지. 넌 채연이 잘 좀 챙겨. 혹시라도 애한테 문제 생기면 너한테 따질 거니까.”말을 하던 이정화를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어머, 주방에서 국 끓이고 있는데, 난 가서 좀 봐야겠다.”“어머님, 저도 같이 가요!”“거기 서.”하지만 민여진은 사냥감을 노리듯 번뜩이는 눈으로 한기를 뿜어내며 말하는 박진성 때문에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넌 나랑 얘기 좀 해야지.”이정화는 둘이 사랑싸움을 하는 줄로만 알고 민여진의 손을 꼭 잡으며 웃어 보였다.“채연아, 긴장할 필요 없어. 쟤가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속으로는 네가 자기 애 가졌다고 엄청 기뻐할 거야. 진성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둘이 얘기 나누고 있어 그럼.”사랑? 그래, 박진성이 문채연을 사랑하는 건 맞지.
더 보기
제4화 눈을 뜬 문채연
“싫어요! 진성 씨, 제발 하지 마요!”“싫다고? 이 와중에도 밀당을 하겠다는 건가? 진짜 너답다.”민여진의 애원은 박진성에게 그저 거슬리는 울음소리일 뿐이었다.“진성 씨, 아이가 위험해져요!”“우리 아이잖아요...”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려대던 민여진이 애원하자 박진성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우리 아이? 걔는 그냥 인정도 못 받는 혼종일뿐이야.”말을 마친 박진성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 차가워졌다.이건 그가 감히 제게 반항한 민여진에게 내리는 벌이기도 했고 또 아이를 죽이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진성 씨...”하지만 민여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발버둥 쳤고 하늘이 그녀를 돕듯 누군가가 박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양경호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박진성은 스피커 핸드폰으로 돌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대표님, 문채연 씨가 깨어나셨습니다!”...박진성은 전화를 받자마자 1분 만에 뛰쳐나가 운전대를 잡았다.더 이상 그 역겨운 여자와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드디어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그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고민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한편 혼자 남은 민여진은 벗겨진 옷을 주섬주섬 껴입으며 멀어져가는 박진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질수록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고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아파 났다.6년 전, 기부금을 받을 때 박진성을 처음 본 뒤로 민여진은 그에게 첫눈에 반해버렸었다.그리고 그들이 두 번째로 만날 때, 박진성은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민여진이 생명의 위협도 무릅쓰고 그를 구해 나올 때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너를 아내로 맞이해서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하던 게 박진성이었는데 그는 민여진을 문채연 대용품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대타 노릇도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았다.진짜가 돌아왔으니 가짜는 더 이상 필요 없겠지....눈물을 머금은 채로 잠들었던 민여진은 이튿날 아침,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에 눈을 뜨게 되었다.
더 보기
제5화 이혼 합의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여진은 화상을 입은 손보다도 마음이 더 아파왔다.울먹이는 문채연은 다정하게 달래주면서 다친 민여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게 박진성이었다.민여진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박진성은 우는 여자를 싫어하는 게 아니란 걸. 그는 그저 우는 민여진을 유독 싫어할 뿐이었다.“그런 거 아니에요...”억울함에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민여진이 부어오른 손을 박진성에 들어 보였지만 그는 오히려 화를 내며 그녀의 상처를 매정하게 쳐냈다.“그 손 안 치워?!”민여진은 숨을 들이마시며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고통을 참아냈지만 박진성은 그걸 연기라고만 생각하며 치를 떨어댔다.“어디서 변명이야, 너한테 물이 튄 걸 다행으로 알아야지. 만약 다친 게 채연이였다면 너도 무사하지 못했을 거야. 당장 나가!”박진성의 말에 걸음을 옮기던 민여진은 그만 문채연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봐버렸다.“진성 씨, 그만 해요. 여진 씨도 진성 씨 사랑해서 그러는 거잖아요. 2년 동안 부부로 지내서 쌓인 정도 있을 텐데 나 때문에 싸우지 마요.”“정?”박진성은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나랑 쟤 사이에 정 따위는 없어. 네가 깨어났으니까 쟨 이제 가야지. 본가에서 너랑 결혼하는 걸 반대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쟤랑 결혼할 일은 없었어. 쟤가 박씨 집안 사모님 행세를 할 일은 더더욱 없었겠지.”닫혀버린 문 때문에 뒤에 이어지는 말은 듣지 못했지만 이미 들은 말로도 민여진은 가슴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눈앞이 새까매질 정도로 어지러워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눈물을 흘렸다.그렇게 겨우겨우 1층으로 내려온 그녀가 소파에 앉아있은 지 한참 지나자 마침내 박진성이 아래로 내려왔다.“사인해.”그런데 그와 함께 제 앞에 놓은 이혼 합의서에 민여진은 고개를 들어 조심스레 물었다.“오늘은... 이혼 안 한다고 했잖아요.”“안 하면 네가 계속 채연이 해치는 거 보고만 있을까? 빨리 사인하고 나가. 그래야 내가 채연이랑 다시 시작하지.”짜증 가득한 투로 말하는 박진성
더 보기
제6화 네가 채연이 대신 감옥에 가줘야겠어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리던 민여진은 이를 악물며 힘겹게 현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때 문이 열리더니 박진성이 안으로 들어왔다.“진성 씨?”그를 본 민여진 눈을 반짝이며 걸음을 재촉했다.“진성 씨, 내 말 좀...”“입 다물고 따라 나와.”평소와는 다른 농도의 한기를 뿜어내는 그에 민여진은 당황하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채연이가 차를 몰고 나갔다가 사람을 죽인 것 같아. 그리고 사라졌어.”“그럼 당장 자수를 하라고 해야지 나는 왜...”목이 말라온 민여진이 말도 채 맺지 못하고 박진성을 바라봤는데 그는 차가운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네가 대신 감옥에 가줘야겠어.”“싫어요!”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박진성에 민여진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울부짖었다.“내가 왜요? 사람은 죽인 건 문채연인데 왜 걔 대신 나를 감옥에 보내냐고요!”“네가 채연이 자리에서 2년 동안이나 누릴 거 다 누렸잖아.”박진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채연이 도망가는 것도 CCTV에 이미 다 찍혔어. 둘이 얼굴이 똑같으니까 다들 널 의심할 텐데 네가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그럼 진실을 말하면 되잖아요, 나랑 문채연 씨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라고!”민여진은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내가 채연 씨 대신 누릴 걸 누렸다니요? 그건 원래 6년 전부터 내가 누렸어야 할 생활이었어요. 진성 씨를 그때 불구덩이에서 구한 건 바로 나였다고요!”이 말을 들으면 박진성이 놀랄 줄 알았는데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그는 미간조차도 찌푸리지 않았다.“역시 채연이 말이 맞네.”오히려 그의 얼굴에 드리운 혐오의 감정이 더 짙어질 뿐이었다.“채연이가 6년 전날 화재에서 구해준 걸 너도 알았다며. 그래서 바로 자기가 그 자리를 뺏으러들 거라고 하더니, 넌 진짜 어쩜 그렇게 염치가 없어?”“... 뭐라고요?”“정말 6년 전에 날 구한 게 너라면 네 성격으로 2년을 참을 수나 있었겠어? 당장이라도 모두한테 알렸겠지.”그 말을 들은 민
더 보기
제7화 다신 보지 말아요 우리
그제야 민여진이 대신 감옥에 가는 일을 얘길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린 박진성은 바로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욕을 하고 억압해도 제 아이만은 포기하지 않던 여자가 이제 와서 모든 걸 버리고 떠나겠다니 박진성은 당연히 믿지 않았지만 제 입으로 대신 감옥에 가겠다고 말하는 그녀에 말투를 한껏 누그러뜨렸다.“걱정 마, 네가 채연이 죄 대신 뒤집어쓰겠다고만 약속하면 나도 너 죽게 안 내버려 둬. 많아도 5개월이야. 그동안 버티면 너도 바로 빼줄게. 그리고 네 엄마도 원래대로 바로 데려올 거야.”그의 말이 끝나도 대꾸를 안 하는 상대방에 인내심이 다 한 박진성은 빠르게 본인 할 말을 마무리했다.“빨리 경찰서 가서 자수해. 나 회의 있어서 다른 용건 없으면 이만 끊을게.”“박진성 씨.”그가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슬픔을 간신히 참아내는 듯한 민여진의 목소리가 그를 붙잡았다.“우리 다신 보지 말아요.”울음 섞인 그녀의 말에 잠시 멍해 있던 박진성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화가 이미 끊겨버린 뒤였다.결의에 찬 듯한 말투가 민여진의 입에서 흘러나오니 낯설기도 했고 묘하게 기분이 나쁘기도 했다.대신 감옥에 보냈다고 저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사람처럼 구는 게 2년 동안이나 저를 졸졸 따라다니던 그녀답지 않아서 박진성은 이번에도 민여진이 그저 불쌍한 척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그리고 만약 정말 그녀가 말한 대로 다시 보지 않으면 좋아할 쪽은 오히려 박진성이었기에 그는 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대표님.”옆에 있던 양경호가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신호를 주자 박진성도 민여진을 빠르게 잊고 회의실로 들어갔다....한편 통화를 끝낸 민여진은 그길로 경찰서로 향했다.“제가 문채연입니다. 오늘 차로 사람을 치어서 죽였어요. 벌 받을까 봐 도망갔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이제라도 자수하려고요.”공허한 눈동자로 자수를 하러 온 그녀를 보자마자 유가족들이 달려들었다.그들에게 모진 욕을 들으면서도, 갖은 폭행을 당하면서도 민여진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배
더 보기
제8화 여전히 가혹한 박진성
민여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들은 하나둘씩 민여진의 팔과 다리를 잡아 왔다.“뭐 하는 짓이에요! 이거 놔요! 놔달라고요!”민여진이 아무리 울어도 돌아오는 건 여자들의 욕설뿐이었다.“얘도 끈질기네,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어? 두 달이나 지났는데 진작 죽었어야지.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직접 움직일 일도 없잖아. 재수가 없으려니까 진짜!”그녀들의 말을 다 들은 민여진은 바로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땅에 박기 시작했다.“제발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애는 아무 잘못이 없잖아요!”“애는 잘못이 없어도 네가 잘못이 있잖아. 그러게 왜 박 대표님을 두고 그딴 생각을 해, 다 네 업보야. 박 대표님은 네가 하루빨리 죽길 바라셔, 그래서 애도 절대 남기지 말라고 우리한테 지시하셨으니까 어차피 넌 그냥 당할 운명이야.”그들 중 하나가 민여진을 발로 차 넘어뜨리자 나머지 여자들이 그녀의 팔다리를 압박해왔다.하지만 육신의 고통보다 아까 들은 말이 더 의아했던 민여진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박진성 씨가 아이는 지킬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어요!”어쩐지 두 달 동안 저가 그렇게 당하는데도 교도관이 지독하게 무시하더라니, 민여진은 그제야 이 모든 게 박진성의 지시였다는 걸 알아챘다.문채연을 위해 죄까지 다 뒤집어써 줬는데 왜 아직도 저에게만은 이토록 가혹한지, 정말 제가 그 정도로 혐오스러운지 민여진은 도무지 박진성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아!”그때 한창 고통에 몸부림치던 민여진이 미친 사람처럼 눈물을 흘려대며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발버둥 치자 여자들은 깜짝 놀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빨리 잡아서 약부터 먹이자, 얘 곧 미치겠어.”그녀들은 민여진의 상태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억지로 그녀의 입을 벌려 알약 하나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하지만 민여진이 삼키려 하지 않자 그녀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여자는 민여진의 배를 계속해서 걷어차며 그녀가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억지로 약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아, 맞다.”여자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
더 보기
제9화 넌 이제 자유야
초점을 잃은 두 눈은 앞에서 아무리 손을 휘저어봐도 움직이질 않았다.얼굴도 망가져 버린 채 온몸에 상처를 매달고 있는 민여진이 안쓰러웠던 여의사는 입술을 깨문 채 말을 잇지 못했다.“선생님, 아직 계세요?”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들리는 대답이 없자 민여진도 무언가를 알아차렸는지 그녀는 팔을 뻗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불... 스위치 어딨어요? 여기 너무 어두워요. 불 켜주세요... 불 켤래요!”이불을 들추고 뛰어내리던 민여진은 침대 옆 트롤리에 있던 물건들을 쓰러뜨리며 본인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조심해요!”“여기 트롤리 있어서 그쪽으로 가면 안 돼요.”“약이요? 어디 있는데요?”민여진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선생님, 왜 저는 안 보이죠? 제 눈앞은 그저 캄캄하기만 해요! 정전인 거죠? 불 들어오면 저도 보이는 거 맞죠?”그런 민여진을 보며 눈시울이 빨개진 여의사는 애써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일단 진정하시고 제가 눈 다시 검사해드릴게요. 지나친 압박으로 일시적인 실명이 왔을 수도 있어요. 그런 건 치료만 잘하면 금방 회복하니까 너무 무서워 말아요.”의사의 말을 들은 민여진은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몸을 떨었다.무서워하지 말라니,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감옥에 수감된 지 두 달 만에 아이를 잃고 실명까지 했는데...민여진은 절망스러운 제 처지에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울부짖었다.“제발요... 제발 제 눈 좀 고쳐주세요! 이제 저한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단 말이에요!”여의사도 최선을 다해 검사했지만 지금의 의료조건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제가 신청서 올려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꼭 나가서 치료받게 도와드릴게요!”여의사가 민여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밖으로 나가자 홀로 남은 민여진은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숨 쉬고 있던 작은 생명이 제 아버지는 박진성 때문에 결국 사라져버리고 말았다.살아서는 안 될 아이였지만 아직 세상 빛도 못 본 아이의 생명이
더 보기
제10화 생명의 은인
...출소 전 마지막 서류에 사인을 하던 민여진은 경찰을 보며 물었다.“죄송한데 전화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전화번호.”민여진이 불러준 번호로 전화를 걸던 경찰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없는 번호라는데, 누구한테 전화할 거야?”“민영미 씨요. 제... 엄마 친구분이세요.”“엄마 친구?”이상하게 익숙한 이름에 옆에 놓인 사망보고서를 본 경찰은 거기에도 떡하니 적혀있는 민영미라는 이름을 보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경찰의 침묵에 되려 긴장한 민여진은 조심스레 물었다.“그분은 아직 잘 계세요? 핸드폰을 바꿔서 연락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주소라도 알 수 있을까요?”여전히 침묵을 유지 중인 경찰을 향해 민여진은 또 말했다.“새 주소만 알려주시면 제가 알아서 가볼게요.”민여진이 경찰의 안내에 따라 서동구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는데 그녀가 차에 타자마자 주위 사람들의 수군대는 말소리가 들려왔다.그 말들이 귀에 거슬릴 법도 했지만 민여진은 엄마를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그들의 말을 애써 무시했다.박진성이 말한 5개월보다는 석 달 늦어진 8개월 만에 출소했지만 민여진은 엄마만 살아있다면 모든 걸 다 잊고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다.하지만 차에서 내린 그녀는 멀어버린 눈 때문에 오로지 감각에만 의존하여 더듬거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다가 옆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길을 물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돌아오는 건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과 차가운 손길이었다.“저기, 혹시...”“아! 얼굴이 왜 저래? 저리 비켜요!”처참하게 바닥으로 내던져진 민여진은 손으로 상처뿐인 얼굴을 매만지더니 이를 악물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죄송해요, 그런데 놀래키려는 게 아니라 물어볼게...”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리자마자 여자는 또 소리를 질렀고 같이 있던 남자는 되려 그녀를 발로 차기까지 했다.“미친년이 어디서 사람을 놀래켜! 당장 안 꺼져?! 또 따라오면 죽여버린다.”주먹을 들어 올리던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감싸며 자리를 뜨자 민여진은 또 다
더 보기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