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 제8화 여전히 가혹한 박진성

Share

제8화 여전히 가혹한 박진성

Author: 연의 수정
민여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들은 하나둘씩 민여진의 팔과 다리를 잡아 왔다.

“뭐 하는 짓이에요! 이거 놔요! 놔달라고요!”

민여진이 아무리 울어도 돌아오는 건 여자들의 욕설뿐이었다.

“얘도 끈질기네,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어? 두 달이나 지났는데 진작 죽었어야지.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직접 움직일 일도 없잖아. 재수가 없으려니까 진짜!”

그녀들의 말을 다 들은 민여진은 바로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땅에 박기 시작했다.

“제발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애는 아무 잘못이 없잖아요!”

“애는 잘못이 없어도 네가 잘못이 있잖아. 그러게 왜 박 대표님을 두고 그딴 생각을 해, 다 네 업보야. 박 대표님은 네가 하루빨리 죽길 바라셔, 그래서 애도 절대 남기지 말라고 우리한테 지시하셨으니까 어차피 넌 그냥 당할 운명이야.”

그들 중 하나가 민여진을 발로 차 넘어뜨리자 나머지 여자들이 그녀의 팔다리를 압박해왔다.

하지만 육신의 고통보다 아까 들은 말이 더 의아했던 민여진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박진성 씨가 아이는 지킬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어쩐지 두 달 동안 저가 그렇게 당하는데도 교도관이 지독하게 무시하더라니, 민여진은 그제야 이 모든 게 박진성의 지시였다는 걸 알아챘다.

문채연을 위해 죄까지 다 뒤집어써 줬는데 왜 아직도 저에게만은 이토록 가혹한지, 정말 제가 그 정도로 혐오스러운지 민여진은 도무지 박진성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아!”

그때 한창 고통에 몸부림치던 민여진이 미친 사람처럼 눈물을 흘려대며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발버둥 치자 여자들은 깜짝 놀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빨리 잡아서 약부터 먹이자, 얘 곧 미치겠어.”

그녀들은 민여진의 상태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억지로 그녀의 입을 벌려 알약 하나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민여진이 삼키려 하지 않자 그녀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여자는 민여진의 배를 계속해서 걷어차며 그녀가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억지로 약을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 맞다.”

여자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9화 넌 이제 자유야

    초점을 잃은 두 눈은 앞에서 아무리 손을 휘저어봐도 움직이질 않았다.얼굴도 망가져 버린 채 온몸에 상처를 매달고 있는 민여진이 안쓰러웠던 여의사는 입술을 깨문 채 말을 잇지 못했다.“선생님, 아직 계세요?”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들리는 대답이 없자 민여진도 무언가를 알아차렸는지 그녀는 팔을 뻗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불... 스위치 어딨어요? 여기 너무 어두워요. 불 켜주세요... 불 켤래요!”이불을 들추고 뛰어내리던 민여진은 침대 옆 트롤리에 있던 물건들을 쓰러뜨리며 본인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조심해요!”“여기 트롤리 있어서 그쪽으로 가면 안 돼요.”“약이요? 어디 있는데요?”민여진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선생님, 왜 저는 안 보이죠? 제 눈앞은 그저 캄캄하기만 해요! 정전인 거죠? 불 들어오면 저도 보이는 거 맞죠?”그런 민여진을 보며 눈시울이 빨개진 여의사는 애써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일단 진정하시고 제가 눈 다시 검사해드릴게요. 지나친 압박으로 일시적인 실명이 왔을 수도 있어요. 그런 건 치료만 잘하면 금방 회복하니까 너무 무서워 말아요.”의사의 말을 들은 민여진은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몸을 떨었다.무서워하지 말라니,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감옥에 수감된 지 두 달 만에 아이를 잃고 실명까지 했는데...민여진은 절망스러운 제 처지에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울부짖었다.“제발요... 제발 제 눈 좀 고쳐주세요! 이제 저한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단 말이에요!”여의사도 최선을 다해 검사했지만 지금의 의료조건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제가 신청서 올려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꼭 나가서 치료받게 도와드릴게요!”여의사가 민여진의 어깨를 다독이며 밖으로 나가자 홀로 남은 민여진은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숨 쉬고 있던 작은 생명이 제 아버지는 박진성 때문에 결국 사라져버리고 말았다.살아서는 안 될 아이였지만 아직 세상 빛도 못 본 아이의 생명이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10화 생명의 은인

    ...출소 전 마지막 서류에 사인을 하던 민여진은 경찰을 보며 물었다.“죄송한데 전화 한 번만 해주실 수 있을까요?”“전화번호.”민여진이 불러준 번호로 전화를 걸던 경찰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없는 번호라는데, 누구한테 전화할 거야?”“민영미 씨요. 제... 엄마 친구분이세요.”“엄마 친구?”이상하게 익숙한 이름에 옆에 놓인 사망보고서를 본 경찰은 거기에도 떡하니 적혀있는 민영미라는 이름을 보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경찰의 침묵에 되려 긴장한 민여진은 조심스레 물었다.“그분은 아직 잘 계세요? 핸드폰을 바꿔서 연락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주소라도 알 수 있을까요?”여전히 침묵을 유지 중인 경찰을 향해 민여진은 또 말했다.“새 주소만 알려주시면 제가 알아서 가볼게요.”민여진이 경찰의 안내에 따라 서동구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는데 그녀가 차에 타자마자 주위 사람들의 수군대는 말소리가 들려왔다.그 말들이 귀에 거슬릴 법도 했지만 민여진은 엄마를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그들의 말을 애써 무시했다.박진성이 말한 5개월보다는 석 달 늦어진 8개월 만에 출소했지만 민여진은 엄마만 살아있다면 모든 걸 다 잊고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다.하지만 차에서 내린 그녀는 멀어버린 눈 때문에 오로지 감각에만 의존하여 더듬거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다가 옆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길을 물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돌아오는 건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과 차가운 손길이었다.“저기, 혹시...”“아! 얼굴이 왜 저래? 저리 비켜요!”처참하게 바닥으로 내던져진 민여진은 손으로 상처뿐인 얼굴을 매만지더니 이를 악물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죄송해요, 그런데 놀래키려는 게 아니라 물어볼게...”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리자마자 여자는 또 소리를 질렀고 같이 있던 남자는 되려 그녀를 발로 차기까지 했다.“미친년이 어디서 사람을 놀래켜! 당장 안 꺼져?! 또 따라오면 죽여버린다.”주먹을 들어 올리던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감싸며 자리를 뜨자 민여진은 또 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11화 저게 민여진일 리가 없어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여자한테만은 한없이 다정했다.“너 몸도 약하고 머리 아프다고 매일 그러잖아. 1년이 지나도 제대로 회복되지 않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지. 여기가 곳은 이래도 실력 있는 의사가 있다니까 너 꼭 낫게 해줄 거야.”“이런 작은 진료소에 그런 의사가 있다고요?”반신반의하며 묻던 문채연은 아까보다 어두워진 박진성의 표정에 바로 그의 팔짱을 끼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나는 당신이 사기꾼한테 속아서 돈도 버리고 시간도 낭비할까 봐 그러죠. 가뜩이나 일로 바쁜 당신이 나 때문에 그러면 내가 얼마나 미안해요...”“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마.”팔짱을 껴오는 문채연에 박진성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네 몸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나을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난 뭐든 다 해볼 거야.”“날 그 정도로 생각해줘서 고마워요.”얼굴을 붉히며 하는 문채연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섰는데 방현수의 사무실을 물어 가려던 찰나, 한 아이의 목소리가 박진성의 귀에 들려왔다.“여진 누나, 나 그네 탈래요!”거리가 너무 멀어 소리는 제대로 듣지 못했던 박진성이 정원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인영이 눈앞을 스쳐 갔다.그 모습이 민여진 같긴 했지만 그녀는 지금쯤 해외에서 아이를 낳고 잘살고 있어야 했기에 박진성은 빠르게 부인했다.만약 귀국을 했다 하더라도 민여진은 저를 가장 먼저 찾아올 사람이지 이런 허름한 진료소에 틀어박혀 있을 사람이 아니라서 박진성은 이내 고개를 돌렸다.“진성 씨, 왜 그래요?”하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이름에 박진성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문채연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들어가자.”결국 아닐 거라고 단정 지은 박진성은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풀고는 문채연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방현수는 이내 문채연의 맥을 짚어보며 그녀에게 주의할 것들을 일러주었는데 옆에 있던 박진성은 자연스레 익숙한 황산철 화분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민여진이 저와 결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12화 다른 남자에게 웃어주는 민여진

    갑자기 나타난 민여진에 문채연 역시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어 박진성을 따라 나가버렸다.방현수가 써준 처방을 들고 돈은 던지듯 내려놓고 나가던 문채연은 곧 큰 이변이 생길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구겨진 얼굴을 필 수가 없었다.하지만 감옥에 있던 여자들이 일을 잘 처리해준 덕에 민여진의 얼굴이 제대로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만은 만족스러웠다.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던 문채연은 이내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몇 초만 봐도 구역질이 나는 얼굴이니 박진성이 그녀를 알아본다 해도 절대 마음을 줄 것 같지는 않아서였다.생각을 마친 문채연은 화가 난듯한 남자에게로 다가갔다.한편 방에 있던 민여진은 방금 저를 스쳐 지나간 남자 몸에서 난 익숙한 향기에 저도 모르게 박진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여기 올 리는 없었기에 민여진은 애써 힘을 주어 주먹을 쥐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여진아, 괜찮아?”“놀랐지?”그때 방현수가 민여진의 손을 잡아오며 다정하게 물었다.“진짜 이상한 사람들이네. 진료를 받다 말고 뛰쳐나가는 게 어딨어?”“괜찮아요 저는.”그제야 진정한 민여진은 익숙하다는 듯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제 얼굴을 보고 놀라서 그런 걸 거에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 그러니까 신경 안 써도 돼요.”방현수는 그래도 뭔가 찝찝했지만 다른 이유는 찾지 못했기에 빠르게 화제를 돌려버렸다.“그네가 끊어졌다고?”“네.”그에 민여진도 안 좋은 기분을 애써 감추며 웃어 보였다.“애들은 자기가 무거워서 끊어진 줄 알고 저보다 더 당황했어요.”방현수는 조잘조잘 떠드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마침 환자도 없으니까 일찍 문 닫고 시장가서 밧줄 사자. 이참에 정원도 다시 꾸미는 거 어때?”“좋아요.”민여진에게 지팡이를 쥐여주고 진료소 문을 잠근 방현수는 그녀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진료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차를 대고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박진성은 가슴이 터질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13화 너 설마 임신했어

    그래서 박진성은 방현수가 사무실로 들어간 틈을 타 빠르게 민여진 앞으로 걸어갔다.신나게 케익을 먹고 있던 민여진은 느껴지는 인기척에 방현수가 돌아온 줄 알고 물었다.“왜 또 왔어요? 이거 저번 거보다 더 맛있는 것 같은데, 현수 씨도 먹어볼래요?”입가에 케익을 묻히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박진성은 민여진이 방현수에게 입맞춤을 요구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케익이 제가 모르는 사이에 발전해버린 둘의 사이를 나타내는 것 같아 거슬렸던 박진성은 그걸 바닥으로 쳐냈다.그에 민여진이 당황하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때려왔다.“민여진, 너 진짜 잘 숨는다.”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에 민여진은 뒷걸음질을 치며 방현수를 찾았다.“현수 씨...”옷소매를 꼭 말아쥔 채 그네에서 내려온 그녀는 제 머릿속을 헤집어놓는 지난날의 악몽에 몸을 떨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현수 씨 어딨어요? 현수 씨한테 가야 하는데...”민여진이 힘겹게 발을 떼자마자 박진성은 그녀의 팔을 낚아채며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민여진, 언제까지 연기할 거야. 불쌍한 척도 그만하면 됐잖아.”“비켜!”그에게 잡힌 팔을 빼내려 힘을 준 탓에 민여진 본인도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한 채 바닥을 더듬거리더니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고 박진성을 향해 겨누며 말했다.“당장 나가,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눈도 보이지 않으면서 아무 소용도 없는 나뭇가지를 들고 공포에 떠는 민여진을 보던 박진성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해지며 화까지 났다.방현수한테는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왜 제 앞에서는 이렇게 두려움에 떠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민여진, 네 지금 꼴을 봐. 내가 널 봐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거 아니야?”두 남자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른 민여진에 화가 난 박진성은 그녀의 두 팔을 손아귀에 넣으며 말했다.“나는 내 자식 찾으러 온 거야. 우리 앤 어디에 숨긴 거야? 설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14화 우리 아이

    “민여진, 내일 다시 올 거니까 기다려.”이를 악물며 말을 마친 그는 곧 차를 타고 그곳을 떠났고 그제야 긴장이 풀린 민여진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그녀는 저를 부축하는 방현수를 향해 절망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현수 씨.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요. 내가 좀 진정을 해야 해서... 괜찮아지면 그때 사실대로 말할게요.”“괜찮아.”하지만 민여진에게 말 못 할 비밀이 있다는 것쯤은 진작에 눈치챘던 방현수는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말했다.“너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하나도 안 중요해. 중요한 건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민여진이라는 거야.”...이튿날, 민여진은 출근하지 않았지만 박진성은 말한 대로 진료실 앞에 도착해있었다.입구로 들어서던 그는 정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민여진이 임신했던 제 아이를 떠올리게 되었다.그 아이가 여기 있었다면 저 애들 못지않게 장난꾸러기였을 것 같아 아이들을 보는 박진성의 눈이 조금은 다정해졌다.그런 생각을 하던 박진성은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를 기억해내고는 안을 들여다봤지만 원하는 인영이 보이질 않자 곧장 방현수의 사무실로 향했다.환자들에게 진료를 봐주고 있던 방현수는 그를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꾹 참고 처방을 내준 다음 빠르게 환자를 돌려보냈다.“민여진은 어딨어요?”박진성도 그걸 기다렸는지 환자가 나가자마자 방현수를 향해 물었다.“당신이 무슨 염치로 그딴 말을 합니까?”“당신 무서워서 진료소도 못 나온 거잖아요. 제가 당신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 당신이 대영그룹 유일한 후계자더라고요. 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왜 여진이한테 그렇게 질척대는 겁니까? 이미 끝난 사이면 깔끔하게 놓아주시죠.”“내가 질척댄다고요?”마음에 들지 않는 단어사용에 박진성은 표정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착각하신 것 같은데 내가 아무리 모자라도 얼굴이 다 망가진 여자를 좋아하진 않아요. 난 내 아이를 찾으러 온 겁니다.”“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아이라니요?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15화 너 걔랑 잤어

    민여진이 누워있는 습기 가득한 방은 낡아빠진 다락방인 데다가 제대로 된 가구도 없는 허름한 곳이었다.침대만 덜렁 놓인 그곳에서 홀로 울고 있는 민여진이 안쓰러웠던 박진성이 그녀에게로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낀 민여진이 물었다.“현수 씨에요?”몸이 아픈 탓에 그녀의 목소리가 한결 더 가냘파졌는데 그 목소리로 부르는 현수라는 이름이 귀에 꽂히자 박진성은 또 화가 치밀어 올라 잠시나마 느꼈던 연민의 감정도 싹 사라져버렸다.“현수 씨? 누구 꼬시려고 작정했어? 아주 죽고 못 사나 보네 둘이.”예상치 못한 박진성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민여진은 이불을 꽉 붙잡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소리쳤다.“당신이 어떻게 우리 집 열쇠를 가지고 있어?!”“방현수도 가지는 걸 나는 왜 못 가져.”저를 경계하는 민여진이 못마땅했던 그는 바로 그녀의 손목을 그러쥐었다.“인기척만 들리면 방현수야? 평소에 네 방에 자주 드나들었나 봐? 어젯밤 둘이 설마 같이 자기라도 한 거야?”모욕적인 그의 말에 얼굴이 빨개진 민여진은 손을 휘둘렀지만 박진성은 단번에 그 손까지 낚아챘다.그 반동에 덮고 있던 이불이 아래로 흘러내렸고 땀에 젖은 얇은 잠옷이 몸에 달라붙어 몸매를 살짝씩 드러내고 있었다.그 모습에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 박진성은 마른 침을 삼켜내며 그녀의 몸을 훑었다.“진짜 대단하다 민여진, 이런 기회도 놓치지 않고 꼬시겠다는 거야?”“하긴, 그런 얼굴을 받아줄 남자가 더는 없을 테니 기회 생길 때마다 열심히 해야지.”그의 말에 낯빛이 창백해진 민여진은 몸을 움츠리며 발버둥 쳤다.만약 박진성이 올 줄 알았더라면 민여진은 더워죽는 한이 있어도 잠옷만 입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이제 와서 내숭이야? 그래도 우리가 부부의 연이 있는데 네가 원한다면 내가 뭔들 못 주겠어?”“원하는 대로 해줄 게 내가.”코웃음을 치던 박진성은 가볍게 그녀의 잠옷을 찢어냈고 차가운 공기가 빠르게 그녀의 몸을 감쌌다.몸이 이렇게 뜨거운데도 느껴지는 한기에 민여진은 박진성을 향해 애원했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16화 도망치고 싶어 하는 그녀

    민여진이 구급차에 실려 갈 때 박진성은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손에 피가 날 정도로 벽을 세게 내리쳤다.2년 전만 해도 제 주위를 맴돌며 사랑을 갈구하던 민여진이 지금은 도망가고 싶단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녀가 이렇게 변한 건지 박진성은 혼란스럽기만 했다.“진성 씨, 괜찮아요?”그때 갑자기 튀어나온 문채연이 박진성에게로 달려오더니 그의 손을 잡으며 간호사더러 빨리 처치부터 하라고 했다.“괜찮아.”하지만 박진성은 이번에도 잡힌 손을 빼내며 물었다.“넌 어떻게 알고 온 거야?”양경호에게서 듣고 왔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던 문채연이 대충 아무 이유나 찾아 둘러댔다.“친구가 병원에서 검사하다가 우연히 당신을 봤다고 전화해서요.”병실 안에 누워서 링거를 맞고 있는 민여진을 한번 본 문채연은 박진성을 향해 물었다.“저기 누워있는 사람 여진 씨 아니에요?”아직 화가 채 가라앉지 않았던 박진성은 아무리 문채연이라 해도 더 내어줄 인내심이 없어 짤막하게 대꾸했다.“민여진이 좀 다쳐서 내가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여진 씨가 다쳤는데 왜 당신이 병원에 데려와요?”아무리 그런 쪽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봐도 문채연은 늘 짓고 있던 미소까지 유지할 수는 없었다.“둘이 따로 만났던 거에요?”“응.”남자의 짧고 굵은 대답에 문채연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얼굴까지 저 모양이 돼버렸는데 왜 박진성은 아직도 민여진을 잊지 못하고 있는지 문채연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진성 씨, 당신 여진 씨 만난 이후로 나랑 있는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알아요? 따로 만나기까지 하고 여진 씨 다쳤다고 본인 손은 신경도 안 쓰고... 솔직히 말해요, 아직 여진 씨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죠?”민여진의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소리에 제대로 열 받은 박진성은 문채연을 향해 소리 질렀다.“그럴 리가 없잖아!”민여진은 박진성 꽁무니나 쫓아다니며 아양을 떠는 사람일 뿐인데 박진성이 그런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그럼 왜...

Latest chapter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64화 임재윤이 화를 내다

    임재윤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민여진은 느낄 수 있었다. 평소 감정 기복이 거의 없던 임재윤이 여자 친구라는 말이 나오기 바쁘게 마치 다른 사람처럼 분위가 달라졌다.그 여자는 임재윤의 기분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마음속에 중요한 존재인 것 같았다.민여진이 화제를 바꾸려는데 임재윤이 다시 물었다.“정말 궁금해?”“아니.”민여진은 얼른 부인했다. 처음엔 그냥 할 말이 없어서 꺼냈던 말이었고 더불어 임재윤이 왜 자신에게 그런 감정을 품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반응에 민여진은 자신이 선을 넘었음을 알아차렸다.임재윤은 민여진한테 다가가려다 멈춰서더니 고개를 숙이고 타자를 했다.“미안해. 많이 놀랐어? 나는 그냥 과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서...”“괜찮아.”민여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남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함부로 꺼내는 걸 싫어하는 건 당연한 거야. 오히려 선은 내가 넘었으니까 사과해도 내가 해야지.”임재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더니, 오랜 침묵 끝에 타자했다.“넌 남이 아니야.”민여진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알았어. 너무 신경 쓰지 마. 누구나 털어놓기 싫은 비밀과 건드리면 안 되는 선이 있는 법이니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 네 선을 알았으니까 두 번 다시 넘지 않을게.”그녀는 급히 소파에서 일어났다.“배 안고파? 간호사에게 음식을 언제 가져오는지 물어볼게. 금방 돌아올 테니까 잠깐만 있어.”병실 문을 나서는 민여진의 표정은 왠지 어두워 보였다. 정확한 이유가 뭔지도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고 복잡했다.어쩌면 처음 느껴보는 임재윤의 냉담함 때문일 수도 있고, 그 여자가 임재윤의 아픔이었다는 진시우의 말 때문일 수도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여자는 임재윤의 마음속에 중요한 사람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그럼... 나는 뭐지?’난데없이 튀어나온 생각에 민여진은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더니 마음을 다잡으며 중얼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63화 누가 알려줬어

    임재윤은 민여진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물었다.“그냥 내가 아프기 때문이야? 만약 너 때문에 아픈 게 아니었다면, 아예 나를 보러 오지도 않았을 거야?”민여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조용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여진아, 인제 그만 돌아가. 진시우더러 돌아갈 차를 준비해달라고 할게. 지금쯤이면 안진 마을까지 가는 길도 뚫렸을 거야. 이모 집에서 편하게 지내. 병원에는 그만 오고.”“싫어.”민여진은 생각할 여유도 없이 말이 먼저 튀어 나갔다. 임재윤이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자, 민여진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이었다.“혼자 병실에 있으면 심심할 거 아니야. 게다가 수술 후 회복 기간도 긴데, 내가 옆에서 말동무가 되어주면 좋잖아.”민여진의 말에 임재윤은 천천히 타자했다.“괜찮아. 나는 늘 혼자였어. 이젠 익숙해.”늘 혼자였다는 임재윤의 말에 민여진은 문득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다.감옥에서, 박진성의 별장에서, 도망치던 차 안에서조차 그녀는 언제나 혼자였다.고독을 즐기려고 노력했지만 항상 두려웠고, 언제라도 사라질지 모를 관심에 더욱 불안해했다.‘임재윤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고백할 때 우리가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고 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을까?’“수술 끝날 때까지 기다릴게. 지금 돌아가도 신경 쓰여서 편하게 못 있어. 어쨌든 네가 아픈 건 나와 연관되어 있잖아. 무엇보다 지금은 네 곁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민여진을 빤히 응시하던 임재윤은 그녀의 걱정과 고집에 표정이 차츰 누그러졌다.“여진아, 너 이렇게 착하면 누군가한테 이용만 당할 거야.”민여진이 웃으며 되물었다.“그럼 넌 나를 이용할 거야?”임재윤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답했다.“그럴 수도 있지.”예상치 못한 대답에 멈칫하던 민여진은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때 휴대전화의 기계음이 다시 울려 퍼졌다.“나는 지금도 널 이용하고 있잖아. 내가 아픈 건 순전히 내 문제인데도 네 착한 마음을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62화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다

    ‘마음속에 아직도 박진성이 있냐고?’민여진은 단지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박진성을 산 채로 가죽을 벗기고 뼈를 발라내고 싶었다.진시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흐르고 분위기가 편안해지자 비로소 웃으며 말을 꺼냈다.“다행이네요. 난 임재윤이 마음에 다른 남자가 있는 여자와 함께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여진 씨가 박진성과 아무 관계도 없다면, 임재윤과 잘 시작해 봐요.”다시 임재윤의 이름이 나오자, 민여진은 표정이 달라졌다.“저와 임재윤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어떤 사이인지 여진 씨가 저보다 더 잘 알겠죠.”진시우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여진 씨가 임재윤의 신분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도 알아요. 이해해요. 박진성 일 이후로 경계심을 갖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임재윤과 박진성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걸 여진 씨도 잘 알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임재윤은 절대 여진 씨를 다치게 하지 않아요. 임재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 민여진 씨가 아직도 경계를 못 풀겠다면 대체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마음을 꺼내 보여줄 수도 없는 일인데.”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 뒤, 민여진을 위해 마스크와 모자를 사러 갔다.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민여진은 진시우의 말이 계속 맴돌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임재윤과 박진성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박진성은 차갑고 독단적이며, 항상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타인을 해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었다. 반면 임재윤은 부드럽고 세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방면에서 민여진을 먼저 배려해 줬고, 아픈 몸으로도 민여진이 추울까 옷까지 벗어주는 사람이었다.성향이 이렇게나 상반된 두 사람인데, 왜 민여진은 자꾸만 임재윤이 박진성이라는 착각을 하고 의심하는 건지 본인조차 이해되지 않았다.‘나 왜 이러지? 박진성이 같은 병원에 있다는 말만 듣고 이렇게 의심하다니.’민여진은 머리가 아파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물건을 사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61화 약혼 취소

    진시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민여진 씨를 위해 싫어하는 걸 참고 먹다니,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양이네요.”예전이었다면 진시우의 말을 그저 농담으로 넘길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당황스럽기만 했다. 민여진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화제를 돌렸다.“진시우 씨, 임재윤하고 어릴 적부터 함께 지냈죠?”“네? 그렇다고도 할 수 없어요.”진시우는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재윤이가 한동안 독엔에 가 있어서 떨어져 지내다가 나중에야 다시 연락이 닿은 거예요. 왜요?”“궁금해서요. 임재윤 주변에는 여자가 별로 없었나요? 아니면...”아니면 어떻게 나 같은 사람에게 마음을 줄 수 있겠냐는 뜻이었다.진시우는 웃으며 말했다.“오해하고 있네요. 임재윤 주변에는 여자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임재윤을 좋아하는 여자도 적지 않았어요. 요즘 여자들은 차가운 이미지를 가진 남자를 좋아하잖아요. 임재윤은 말이 없으니까 딱 그런 이미지였고 성격도 세심하기까지 해서 더 인기가 많았죠.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는...”진시우는 이 주제가 적절하지 않음을 깨달은 듯 급하게 화제를 바꾸었다.“어쨌든 외로워서 민여진 씨에게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에요. 임재윤은 진심으로 민여진 씨를 좋아하는 거예요.”하지만 민여진은 다른 말이 더 궁금했다.“임재윤에게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요.”“그 여자는 어떤 사람이었어요?”진시우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여진 씨, 제가 이 질문에 꼭 대답해야 하나요? 궁금하면 임재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요? 친구의 아픈 기억을 꺼내고 싶지 않아서요.”‘아픈 기억? 임재윤의 전 여자 친구는 그에게 아픔으로 남은 건가?’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민여진은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깨달았다.식사를 마치고 민여진은 진시우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길을 가던 중, 민여진은 어제 박진성을 우연히 마주친 일이 떠올라 걸음을 멈췄다.“진시우 씨, 돈을 좀 빌려주실래요? 모자랑 마스크를 사려고요.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60화 그는 단 걸 싫어해

    민여진의 얼굴을 본 문채연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여기 왜 나타난 거지? 누구 때문에 이 병원까지 온 거야?’답은 너무 뻔했다. 이제 겨우 박진성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는 시점에 민여진이 나타나자, 화가 치밀어 오른 문채연은 이를 악물었다.‘쓰레기 같은 년! 죽은 척 도망쳐놓고 이제 와서 후회라도 하는 거야? 다시 박진성 앞에 나타나서 그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을 생각이라면 꿈 깨! 일 초도 못 나타나게 할 거니까.’문채연의 눈에는 독기가 서렸다....민여진은 침대에 누웠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의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임재윤이 어떻게 나를 좋아할 수 있지? 내가 뭐라고? 말을 못 하는 그와 같이 나도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라서? 그런 거라면 너무 경솔한 결정 아닌가? 그리고 시각장애인도 많이 봤을 텐데 왜 하필...’어찌 되었든 민여진은 갑작스러운 그의 마음이 선뜻 받아들여 지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조현준도 그렇고 이제 민여진은 누구한테 마음을 줄 용기가 없었다.박진성이라는 사람 때문에 받았던 그 수많은 상처는 이미 그녀의 마음을 무너지게 했다.민여진은 억지로 눈을 감고 겨우 잠에 들었지만, 악몽을 꾸었다.병원에서 박진성을 마주치는 꿈이었다. 박진성은 그녀의 저항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시켜 그녀를 묶은 채 양성으로 끌고 갔다.잠에서 깬 민여진은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박진성의 강압적인 태도와 차가운 얼굴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정신을 차리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민여진이 문을 열자, 이번에는 직원이 아니라 진시우였다. 그는 웃으며 물었다.“민여진 씨, 혹시 제가 휴식을 방해한 건 아니죠?”“아니요. 방금 막 일어났는데, 마침 잘 왔어요.”“다행이네요. 같이 식사하러 갈래요? 병원도 가야 하고. 그런데 임재윤은 오늘 이상하게 문자를 여러 번 보내네요. 민여진 씨 상태를 계속 물어보던데, 혹시 싸우셨어요?”싸운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어색한 상황이었다. 민여진은 설명하기 어려워 웃으며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59화 CCTV 확인

    임재윤의 말에 민여진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뭐라고?”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지만, 임재윤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너를 좋아해. 첫눈에 반했어.”임재윤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사실 병이 발작하지 않았다면 엊그제쯤에 이미 말했을 거야. 그때 너랑 만나자고 약속했던 이유가 널 좋아한다고 고백할 생각이었거든.”“나를 왜?”민여진은 머리가 멍해졌다.‘임재윤이 나를 좋아한다고? 어떻게? 이게 말이 돼?’“왜라니?”임재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반문했다.“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너여야만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 이건 지난 20여 년 동안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야. 아마 이런 걸 첫눈에 반했다고 하겠지?”민여진은 주체할 수 없이 빨리 뛰는 심장에 호흡이 거칠어졌다.‘임재윤이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고? 너무 터무니없는 말이잖아.’“이런 내 모습에 반했다고? 너 같은 조건이면 더 좋은 여자를 만날 수도 있잖아.”“외모만으로 첫눈에 반했다면, 그건 첫눈에 반했다는 말을 모욕하는 거야.”임재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타자를 이었다.“널 처음 본 순간 그런 느낌이 들었어. 어쩌면 우린 같은 종류의 사람이겠구나. 교회에서 마주쳤을 때부터 줄곧 너를 지켜봤거든. 주변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네 모습이 좋았고 그럼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네가 예뻐 보였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시선은 온통 너한테 가 있더라. 여진아, 만약 네가 앞이 안 보이고 내가 말을 못하는 게 하늘이 정해준 거라면, 하늘은 아마도 나를 네 눈이 되게 하고 너를 내 목소리가 되게 하려고 그랬던 게 아닐까? 우린 아마 천생연분일지도 몰라.”차가운 기계음이 내뱉은 그 말은 왠지 모르게 뜨겁게 전해져 민여진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그녀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임재윤, 농담하지 마.”임재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민여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 앞에 다가갔다. 뜨거운 그의 입술이 그녀의 얼굴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58화 너를 좋아하니까

    “넌 안 피곤해?”“아까 푹 쉬어서 괜찮아.”임재윤은 무언가 말하려다 멈추고는 간단히 알겠다고 답한 뒤 침대에 누웠다.이어서 민여진은 불을 껐고 깊은 밤이 되자, 병실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민여진은 임재윤의 호흡이 평온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가 깊이 잠든 걸 확인하고 소파에서 일어나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방 안은 캄캄했지만, 그녀에게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지라 호흡소리만으로도 임재윤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정신을 가다듬은 민여진은 임재윤한테 다가가 조용히 손을 뻗어 손끝으로 천천히 그의 눈썹과 눈을 쓰다듬었다.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조심스럽게 그의 얼굴을 만져봤다. 넓은 이마, 높고 곧은 코.민여진이 눈을 뜬 채 손가락을 입술 근처까지 가져가려던 찰나 임재윤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어둠 속에서 민여진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임재윤의 시선이 느껴졌다.손에 힘을 주던 임재윤은 민여진임을 알아차리고는 이내 힘을 풀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바닥에 글자를 썼다.[뭐 하는 거야?]민여진은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임재윤, 너 도대체 누구야?”그녀는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임재윤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휴대전화를 꺼내 물었다.“여진아,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민여진은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는 듯 마음을 다잡으며 차분하게 말했다.“현준 오빠가 지금 동진에 있어. 오빠한테 너에 대해서 조사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었거든. 그런데 동진에는 임재윤이라는 사람이 없대. 그러니까 너 대체 누구냐고.”임재윤은 한참 침묵하다 다시 타자를 했다.“조현준의 말은 믿으면서 나는 안 믿는구나.”“너를 어떻게 믿어?”민여진은 혼란스러웠다.“임재윤, 난 너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신분이 뭔지, 집은 어디인지, 가족은 몇 명인지 심지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몰라.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나 같은 여자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다른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57화 임재윤이라는 사람은 없어

    “그들한테 친구는 서로 사탕을 나눠 먹으면서 웃어주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태어날 때부터 인맥을 쌓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수단이지. 만약 임재윤이 아무런 신분도 없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진시우와 함께 할 수 있겠어? 네가 말한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진씨 가문 막내아들과 어울리는 사람은 재력가 아니면 권력가일 텐데, 둘이 함께 다닌다면 절대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어. 너, 혹시 속은 거 아니야?”조현준은 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그러고 무엇보다 동진에는 임씨 성을 가진 재력가가 없어.”순간 머릿속이 하얘진 민여진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분명 진시우는 임재윤이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오던 친구라고 했는데, 조현준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런 사람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니. 그는 마치 공중에서 나타난 사람 같았다.도대체 임재윤은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인지 그의 모든 것이 민여진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한참 생각하던 민여진은 입술을 깨물고 물었다.“그런데 현준 오빠, 만약 저를 속인 거라면 도대체 진시우와 임재윤은 왜 저를 속이는 걸까요?”조현준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이해가 안 가. 네게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그들이 가짜 신분까지 만들어가며 속이려 드는지. 아니면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현준 오빠, 일단 쉬세요.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나머지는 제가 처리할게요.”“그래.”조현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무슨 일이 있든 나와 엄마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민여진은 웃음을 지었지만, 마음은 돌덩이가 내려앉은 것처럼 무거웠다. 전화를 끊고 병실로 들어간 그녀의 모습은 마치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해져 있었다.이상함을 눈치챈 임재윤은 민여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두드렸다.“무슨 일이에요? 왜 매번 조현준이랑 통화할 때마다 기분이 가라앉는 거예요? 조현준이 무슨 말을 했어요?”“아니요.”민여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의자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356화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야

    임재윤이 헐떡거리며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 민여진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며 물었다.“검사 다 끝났어요?”임재윤은 말없이 다가와 있는 힘껏 그녀를 품속에 꽉 끌어안았다.그의 옷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희미하게 전해지는 그의 숨결에 왠지 마음이 안정된 민여진은 농담을 건넸다.“전면 검사가 원래 이렇게 오래 걸려요? 혹시 잠들었던 거 아니에요?”그제야 임재윤은 민여진을 품에서 놓고 휴대전화를 꺼냈다.“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기계에 문제가 생겨서 좀 기다리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진시우 한테서 민여진 씨가 병실에 와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왔는데.”민여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하지만 그녀의 손을 잡던 임재윤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눈살을 찌푸리더니 망설임 없이 자기 외투를 벗어 민여진에게 걸쳐주었다.민여진은 깜짝 놀라 외투를 밀어내며 말했다.“안 돼요. 임재윤 씨! 지난번에도 나한테 옷을 벗어주는 바람에 감기까지 걸리고 이제는 수술까지 하게 생겼잖아요. 이번에 또 이러다가 몸이 더 나빠지면 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해요.”임재윤은 저항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두드렸다.“저는 방금 뛰어오느라 땀나서 괜찮아요. 민여진 씨는 계속 소파에만 있었을 거 아니에요. 민여진 씨까지 감기 걸리면 머리 아픈 건 진시우예요. 그러니까 그냥 걸치고 있어요.”타자를 끝낸 뒤 임재윤은 휴대전화를 침대에 던지고 민여진에게 옷을 걸쳐준 뒤 창문을 꼭 닫았다.따뜻하게 전해지는 온기에 민여진은 가만히 있다가, 문득 뭔가 생각나 소파에서 일어섰다.“아, 맞다. 식사는 했어요? 배고프지 않아요? 레스토랑에서 포장해 온 디저트가 있는데 이거라도 드세요.”임재윤이 소파에서 봉투를 집어 들자, 포장이 찌그러져 크림이 새어 나와 있었다.민여진은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짐작할 수는 있었다. 아마도 아까 박진성을 피해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면서 케이크가 망가진 모양이었다.“혹시 케이크가 망가졌어요? 그러면 드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