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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다시 돌아올게

Author: 연의 수정
정수향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너 손은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다급히 의사와 간호사를 호출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 뒤늦게 정신을 차린 민여진이 다른 손으로 얼른 상처를 가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괜...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뭐가 괜찮아? 지금 붕대가 피투성이인데! 왜 이렇게 칠칠맞아! 오늘 나까지 돌아가면, 넌 대체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정수향은 걱정과 화가 뒤섞인 표정으로 말을 쏟아냈다. 의사가 안으로 들어와 민여진의 손을 확인하더니 상처가 벌어져 재봉합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의사가 꽤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대표님이 제일 걱정하셨던 게 흉터였는데, 이렇게 재봉합을 하면 흉터는 무조건 남습니다. 아프실 거예요. 뭐라도 물고 계세요.”

하지만 민여진은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였다. 상처를 다시 꿰매는 도안 고통에 이마는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비명 하나 내지르지 않았고 그저 눈가만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정수향은 그저 민여진이 고통을 참고 있는 줄로만 여기고 있었다. 의사가 병실을 나서자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며 민여진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너무 아프면, 참지 말고 소리 질러도 돼. 그냥 울어도 괜찮고. 엄마 여기 있잖아.”

민여진은 순간적으로 정수향의 옷자락을 꽉 움켜잡고 억눌려 있던 것을 토해내듯 울음을 터뜨렸다. 참을 수 없는 비참함을 토로해내는 울음소리였다. 그 소리에 정수향의 마음도 덩달아 아파왔다.

“안 아파, 이제 안 아파. 우리 여진이 이제 안 아프다.”

정수향은 민여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몸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풍겼고, 목소리는 따뜻하고 다정했다. 정말 민여진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친엄마와 겹치는 것 같았다.

매일 아이처럼 혼란스러워하며 세월을 보내던 민영미가 가끔씩 제정신일 때마다 민여진에게 말했다.

“여진아, 미안해. 엄마 병 때문에, 너만 고생하네.”

민여진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 순간, 민여진은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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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여진은 미친 듯이 몸부림쳤고 입에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박진성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통증도 잊은 채 소리쳤다.“그만해요! 안 보여요? 지금 얼마나 아파하는지!”경찰들은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결국 손을 놓았다.그 순간 힘이 풀린 민여진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눈은 초점을 잃었고 온몸은 거대한 슬픔을 짊어진 듯 무거웠다.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박진성, 넌 정말 사람을 짓밟는 데 능숙하구나.”박진성은 그녀의 마음을 이용했다. 그의 잘못을 덮기 위해 그녀의 감정을 내던졌다.‘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가자’, 그 한마디로 그는 모든 걸 지우려 했다.과거에도 그녀의 마음을 우습게 여기더니 지금도 변함없었다. 사람을 철저히 짓밟는 데 있어 박진성보다 더한 이는 없었다.이에 민여진은 완전히 무너졌다. 마치 심장이 바닥에 내던져져 짓밟히고 부서져 가루가 된 기분이었다.그리고 이제는 모든 감정조차 희미해졌다. 주변 소리가 멀어져 갔고 그녀는 벽을 더듬으며 일어섰다.박진성이 여전히 무언가를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녀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문을 나섰다.그 순간 박진성은 힘없이 자리에 쓰러졌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러자 경찰이 상황을 파악하고 급히 119에 신고했다.병원으로 실려 가는 동안 그의 눈꺼풀은 천천히 감겼다.이정화는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아들이 수혈을 마친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넌 정말 목숨이 아깝지도 않니?”그녀는 화가 나 손가락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그 여자는 널 감옥에 집어넣으려고 발악하는데 너는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또 찾아가? 죽으려고 작정했어? 내가 도대체 뭘 낳은 거야!”박진성은 눈을 감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입술이 새하얗게 바싹 말라 있었다.문채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조차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그렇게까지 몸을 내던지면서 경찰서까지 찾아갔다는 사실을.이정화는 이를 악물었다.“너는 일이 조용히 끝나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83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치 감각을 잃은 듯 가만히 앉아 있던 민여진의 눈동자가 갑자기 미세하게 흔들렸다.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우물처럼 메마른 눈빛에 갑자기 증오가 물들었다.“상관없어.”너무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서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거기에 서늘한 조소까지 섞여 있었다.“감옥에 가는 게 뭐 어때서. 처음도 아닌데, 이미 익숙해. 난 얼마든지 다시 갈 수 있어. 하지만 넌...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거야.”그녀의 눈동자 속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증오가 박진성의 가슴을 송곳처럼 찔러왔다.“날 무너뜨리려고 네 인생까지 던질 거란 말이야?”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민여진을 바라보았다.“너의 꿈은? 너의 미래는? 그렇게 다 버릴 수 있어?”“미래?”민여진은 순간 피식하고 웃었다.그러나 그 웃음은 너무나 아팠고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그건 네가 이미 망쳐 놓았잖아.”박진성이 어떻게 그녀 앞에서 꿈과 미래를 입에 올릴 수 있단 말인가?민여진은 원래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었다. 대단한 연주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며 어머니와 함께 평범하게 살 수 있었다.그러나 박진성이 그녀의 두 눈을 앗아갔고 유일한 가족마저 잔인하게 빼앗았다.그런데 그런 놈이 이제 와서 미래를 말한다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민여진, 흥분하지 마...”박진성은 배를 감싼 채 깊이 숨을 들이마셨고 입술이 창백해졌다.“진정하고 생각해 봐. 너한테는 아무 증거도 없어. 네가 혼자서 박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네 앞에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 감옥에 가든가, 아니면 내 말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든가.”“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라고?”눈물이 민여진의 두 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우리 엄마가 죽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라고?”“나도 많이 놀랐어. 하지만 아주머니는 원래 상태가 불안정했잖아. 최선을 다해 대비했지만 삼 층에서 뛰어내릴 줄은...”“그래서 날 속였어? 다른 여자를 데려와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82화 물러설 곳 없는 싸움

    민여진은 힘겹게 숨을 내쉬며 가까스로 몸을 가누었다. 하지만 눈은 이미 핏발이 서 있었다.그녀는 변호사와 경찰들을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왜 나를 속였어요?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 내 사건을 다시 조사해 준다고!”경찰서장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수사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해요. 민여진 씨 혼자서 살인미수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1년 전 결과가 갑자기 바뀔 것 같아요?”“그만해요...”서원이 민여진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그는 알았다. 이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것을.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민여진 씨, 이제 그만해요. 대표님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나머지는 대표님께 맡겨요. 그러면 민여진 씨는 무사히 경찰서에서 나갈 수 있어요!”“고소를 취하하라고요?”민여진의 텅 빈 듯한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러나 곧이어 그 눈빛에 뼛속까지 스며든 증오가 서렸다.“내가 감옥에 가게 생겼고 우리 엄마가 처참하게 죽었는데... 이 모든 게 그냥 없었던 일이 될 것 같아요? 서원 씨, 역시 박진성의 부하다운 발상을 하는군요. 박진성한테 전해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다시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난 끝까지 박진성을 고발할 거예요.”그 말에 서원은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민여진 씨...”“날 데려가 줘요.”민여진은 옆에 있는 경찰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표정은 차갑고 결연했다.그녀는 살인미수를 인정한 순간부터 이곳을 멀쩡히 걸어 나갈 생각 따위 하지 않았다. 만약 박진성을 무너뜨릴 수 없다면 적어도 그의 통제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뭐?”병실에서 소식을 전해 들은 박진성은 순간 눈앞이 흐려지고 숨이 거칠어졌다. 방금 꿰맨 상처에서 다시 통증이 밀려왔다.“민여진이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날 고소하려 했단 말이야?”“네...”서원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경찰서 밖에 서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믿을 수 없었다. 그동안 평온하게 유지되던 관계가 결국 이 지경까지 와 버릴 줄은.“게다가 민여진 씨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81화 이러면 죽을 수도 있어요

    박진성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정말로.”하지만 이정화는 그런 약속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문을 세게 닫으며 병실을 나섰다. 경찰서로 향하려고.그렇게 병실에 박진성과 서원만 남았다.서원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넌 바로 경찰서로 가. 그리고 내가 민여진과 통화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봐.”서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그러나 문을 나서기 직전 박진성이 다시 그를 불렀다.“그리고 또 하나. 1년 전 민영미 씨의 상황을 조사해 줘. 집을 빼앗긴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야.”“알겠습니다.”문채연은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에 도착했다. 그녀가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화도 뒤따라 들어왔다.그와 동시에 민여진도 경찰들에 의해 끌려왔다.그녀는 달라져 있었다. 감옥에서 3일 지내서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선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몸은 마치 말라붙은 나뭇가지 같았고 입고 있는 옷조차 헐렁해 보였다. 그리고 아무런 흔들림도 없는 눈빛.이정화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 한쪽이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그녀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분명 그녀는 이 여자가 싫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일 뻔한 원망스러운 여자, 완벽했던 박씨 가문을 한순간에 뒤흔든 여자니까.“우선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기다리시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간단한 조사일 뿐이니까요. 만약 문채연 씨가 무죄라면 곧바로 사건을 종결할 겁니다.”경찰의 말에 그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박진성은 항상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왔으니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녀는 가만히 앉아 상황을 지켜보았다.그런데 변호사와 경찰이 서류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민여진이 폭발했다.“증거가 없다고요? 말도 안 돼요! 문채연은 제가 아니라 저 여자예요! 이게 증거가 아니면 뭐예요!”변호사는 냉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80화 민여진, 정말 미쳤어

    박진성은 힘겹게 복부를 감쌌다. 하지만 심장이 너무 아픈 탓인지 몸의 상처는 감각조차 없었다.그는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어머니... 제발 민여진을 데려와 주세요.”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제가 빚진 게 있어서 그래요. 민여진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건 저예요. 민여진이 칼로 저를 찔러서 죽이지는 않았지만 설령 제가 정말 죽었다 해도 전 죽어 마땅해요.”“너...”이정화는 말을 잇지 못했고 머리가 터질 듯한 고통에 휘청이며 뒷걸음질 쳤다.“너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박진성의 손바닥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리고 곧 의사들이 달려왔다. 봉합선이 터졌으니 출혈을 막기 위해 다시 꿰매야 했다.결국 박진성은 또다시 수술실로 들어갔고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힘겹게 정신을 붙잡았다.“서원아. 당장 경찰서로 가서 민여진이 다치지 않도록 지켜줘.”그는 창백한 입술로 간신히 숨을 토해내듯 말했다.“그리고 어머니, 부탁드려요. 경찰에게 설명해 주세요. 이 상처는 민여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요.”이정화는 화가 나기보다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그녀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거절하면 박진성이 또다시 몸을 일으킬 거라는 걸. 그는 언제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알았어. 내가 갈게.”박진성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이정화는 단호하게 덧붙였다.“하지만 너도 약속해. 나중에 나한테 모두 말해주겠다고. 만약 그 여자가 일부러 널 해친 게 맞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넘어가려 하면 나는 절대 너희 둘을 용납하지 않겠어!”“알겠어요.”박진성은 순순히 대답했다.그런데 이정화와 서원이 병실을 나서려는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그리고 경찰들이 신분증을 꺼내며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의 시선은 곧장 문채연에게 향했다.“문채연 씨, 체포합니다.”문채연이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방금까지 충격에 얼어 있던 그녀는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79화 그렇게까지 목숨을 버리고 싶어?

    “미안해.”박진성은 이마를 짚었다.“난 그냥 민여진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어쨌든 민여진의 어머니가 그렇게 되신 건 내 잘못이니까.”“그게 어떻게 진성 씨 잘못이에요?”문채연이 입술을 깨물었다.“그 아줌마가 스스로 투신한 거잖아요. 진성 씨가 24시간 감시하며 막을 수도 없는 일이었어요! 오히려 민여진 씨가 너무한 거죠. 진성 씨가 민여진 씨의 어머니를 얼마나 배려했는데요. 심지어 특별히 묘자리까지...”“그런 건 아무 의미 없어.”박진성은 문채연의 말을 끊고 미간을 더 깊이 찌푸렸다.“내가 너 대신 민여진한테 죄를 뒤집어쓰게 하지 않았다면 아주머니는 죽지 않았을 거야.”“그러니까 지금... 후회하고 있다는 뜻이에요?”문채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떨었다.박진성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 순간 서원이 황급히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대표님!”그는 박진성을 보자마자 눈빛이 번쩍였다.“드디어 깨어나셨군요!”“무슨 일이야?”박진성은 갑자기 불안해졌다.“대표님이 수술실로 들어가신 뒤 경찰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민여진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갔습니다.”“뭐?”박진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벌떡 일어나려 했다.“누가 신고했어?”서원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상황이 너무 복잡했다. 박진성이 수술을 받고 있는 동안 딱 맞춰서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어쨌든 경찰은 쉽게 풀어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대표님이나 직계 가족이 직접 나서 주셔야 합니다.”박진성은 망설임 없이 이불을 젖혔다.그러나 그가 침대에서 내려오기도 전에 문 앞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만히 있어!”이정화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고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수술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내려오려는 거야? 너 지금 네 목숨이 몇 개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거의 죽을 뻔한 거 몰라?”“어머니.”박진성은 할 수 없이 고개를 숙였고 속은 초조하게 타들어 갔다.“잘 오셨어요. 저 대신 경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78화 민여진은 어디에

    이정화는 분노로 얼굴이 새파래졌고 서원의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고 빚을 졌으면 돈으로 갚는 거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저 여자가 칼을 휘둘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럼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내 휴대폰 가져와!”...얼음장 같은 물이 쏟아지자 민여진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유치장 한쪽에 웅크리고 있었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주변에는 각종 범죄로 끌려온 사람들이 있었고 맞은편에는 차가운 얼굴의 경찰이 앉아 있었다.“민여진, 나와!”그녀는 경찰을 따라 나섰다. 곧바로 딱딱한 책상 위에 얼굴이 짓눌렸고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찰랑거렸다. 머리 위에서 무겁고도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어? 형법 제232조, 고의적 살인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사안이 가벼운 경우에도 최소 3년 이상의 형을 받아. 지금 솔직하게 답변하면 감형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네 인생의 대부분을 여기서 썩히게 될 거야!”경찰은 강압과 회유를 섞어 가며 취조했다. 그러나 민여진은 흔들림 없이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심문이 끝나고 연행되어 나가는 순간 그녀는 담담하게 물었다.“저 감옥에 얼마나 있어야 하나요?”경찰은 코웃음을 쳤다.“이제 와서 무섭냐? 그럼 애초에 그런 짓은 왜 했어? 이번 사건은 심각해. 게다가 박진성 측에서 최고급 변호사팀을 꾸려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최소 8년은 각오해야 할 거야.”‘8년...’그녀는 순간 멍해졌다.박씨 가문에서 자신을 처벌하는 데 그렇게까지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박진성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 3년이든 8년이든 감옥에 갇히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바로 어머니의 원한을 갚는 것이다.“제가 어떤 죄를 뒤집어쓰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1년 전에 있었던 한 사건을 다시 조사해 주세요.”경찰은 그녀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77화 저를 데려가 주세요

    그 말이 떨어지자 서원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살인 미수라니요?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경찰은 눈살을 찌푸렸다.“이 심각한 피 냄새를 맡고도 오해라고 하십니까? 그리고 밖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입까지 막을 수 있겠어요? 경고합니다. 경찰 수사를 방해하지 마세요. 민여진 씨는 범죄 혐의자이기 때문에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으셔야 합니다!”그렇게 말하며 경찰은 바닥에 앉아 있는 민여진을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얼굴에 생긴 심각한 흉터를 보니 신고자의 진술과 일치했다. 그래서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민여진 씨, 저희와 함께 가주시죠.”경찰들이 움직이려 하자 서원이 다급히 앞으로 나섰다.“경찰관님, 오해입니다! 정말 오해예요! 여기서 다친 사람이 있긴 하지만 절대 살인 미수 같은 건 아닙니다. 다친 분은 저 여성분의 남편이에요! 두 분은 부부 사이인데 어떻게 그게 살인 미수가 될 수 있겠어요? 믿기 어려우시면 대표님께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직접 설명을 들으시는 게 어떨까요?”하지만 경찰은 짜증이 난 듯 냉랭하게 말했다.“부부 사이에서도 살인 사건이 수없이 많이 발생합니다. 게다가 신고가 접수된 이상 조사를 해야 합니다.”서원이 다시 설명하려는 순간 민여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맞아요. 제가 찔렀어요. 데려가 주세요.”“민여진 씨!”서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박진성이 아직도 응급 수술을 받고 있는데 그녀가 경찰서로 가 버리면 거기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알 수 없었다.그러나 민여진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사람을 찔렀다면 죗값을 치러야죠. 안 그래요?”경찰은 그녀를 연행했고 서원은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었다.박진성과 연락을 시도하고 싶었지만 그는 여전히 수술 중이었다. 그래서 서원은 불에 던져진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그때 소식을 들은 박진성의 어머니가 병원에 도착했다.심장이 약한 이정화는 이미 두 번이나 실신했었는데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녀는 떨리는 손으

  •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제276화 경찰에 신고하다

    서원은 박진성의 뒤를 따라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숨이 멎었다.차가운 눈빛의 민여진, 그리고 입술이 창백해진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복부를 감싸고 있는 박진성이 보였다.게다가 박진성의 손 사이로 붉은 피가 끊임없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대표님!”서원은 다급히 뛰어갔다.그러나 그 순간 민여진이 손에 쥔 과일칼을 다시 치켜들며 박진성을 향해 돌진했다.“박진성, 넌 이제 지옥 가서 죗값이나 치러!”“민여진 씨!”서원이 외치며 재빨리 그녀를 저지했다. 손에 힘을 주어 칼을 쳐내자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민여진을 바라보았다.“대체 뭘 하려는 겁니까!”“뭘 하냐고요?”민여진은 고개를 젖히고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얼굴에 증오와 눈물이 뒤섞여 있었다.“우리 엄마 대신 복수하는 거예요!”“진정하세요...”서원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다급히 박진성의 상태를 확인했다. 상처는 깊었고 흰 셔츠의 반이 피로 물들어 있는 데다가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서원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119에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박진성은 이미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고 침대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리고 눈에 핏발이 선 채 울고 있는 민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녀가 두 번째로 칼을 휘두를 때, 박진성은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는 것을 확신했다.박진성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민여진, 미안해. 내가... 아주머니를 지켜주지 못했어.”민여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눈물이 끝없이 쏟아졌지만 가슴은 오히려 무감각했다. 다만 후회가 온몸을 감쌌다.그녀는 두 눈을 감고 말했다.“박진성... 왜 내가 너와 엮였을까? 왜 하필 네 아내가 되어야 했을까... 난 내 인생만 망친 게 아니야. 우리 엄마까지 죽게 만들었어...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나는 도망쳤을 거야.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그녀의 단호한 말은 박진성의 가슴을 찔렀고 칼에 베인 상처보다 더 깊은 고통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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