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03
By:  꽃길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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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때부터 10년 동안 강유형을 사랑했지만 돌아온 건 ‘관심 없어’라는 한마디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돌아서서 다른 여자와 밤낮으로 함께 지냈다... 10년 동안 이어온 죽마고우의 사랑은 꽃을 피웠지만 열매를 맺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세컨드가 되길 거부했고, 그 후 나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밤 강유형이 내 침실 문을 두드렸다. “지원아...” “무슨 일인데?” 내가 입을 열자마자 침실에서 남자의 섹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내 속옷 어디 뒀어?” 강유형은 비틀거리더니 내 앞에서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얼마 뒤 나는 강유형의 SNS 게시물을 보게 됐다. 그는 이렇게 썼다. ‘어떤 사람들은 놓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사랑한다고 해서 영원히 사랑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 사랑할 때 소중히 여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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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솔직히 말해봐, 너 윤지원이랑 해봤어?”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와 막 들어가려던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문틈 사이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강유형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지원이가 먼저 다가왔지만 난 관심 없었어.”“강유형, 그렇게 사람 깎아내리지 마. 윤지원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미인이야. 꽤 많은 사람들이 윤지원을 노리고 있다고.”말하는 사람은 강유형의 친구 신지태였다. 그는 나와 강유형의 10년 감정을 지켜본 증인이기도 했다.“너무 익숙해서 그래.” 강유형이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14살 때 강씨 집안으로 보내졌고 그때 처음으로 강유형을 만났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강유형과 결혼할 거라고.그 후로 우리는 함께 살았고 어느새 10년이 흘렀다.“그렇지. 너희 둘은 낮에는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얼굴 보고 밤에는 집에 와서 같은 식탁에서 밥 먹고. 아마 상대방이 하루에 몇 번 화장실 가는지까지 다 알겠어.”신지태가 농담을 던지고는 혀를 찼다. “지금은 오래 보면 정든다는 시대가 아니야. 남녀 사이엔 그래도 신선함이 있어야 하지.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그런 느낌, 그래야 감정이 생기고 자극적인 법이야.”강유형은 침묵했고 신지태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듯했다.“그래서 너 윤지원과 결혼할 거야?” 신지태의 질문에 내 숨이 멎는 것 같았다.강유형의 부모님은 우리에게 혼인신고를 하라고 하셨다. 그는 좋다고도, 싫다고도 하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그러니 신지태가 나 대신 물어본 셈이다.강유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지태가 웃었다. “결혼하기 싫어?”“...그건 아니야.”“그럼 결혼은 하고 싶은데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는 거지?” 신지태와 강유형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라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았다.“지태야, 이런 말 들어봤어?” 강유형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뭔데?”“먹자니 맛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강유형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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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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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 S
아무리 생각해도 강유형 정말 별로임. 정우 화이팅!
2024-11-22 07:31:5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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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 S
강유형 뭐야ㅡㅡ 후회속에서 살았음 좋겠다.미친넘 지원이와 진우 응원합니다~~^^
2024-11-22 0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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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중독
강유영 더럽다 진짜
2024-11-21 20: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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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 S
너무 재밌어요~~ 최고!
2024-11-17 15: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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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Su Kim
여기서 업뎃이 됐네요 저쪽은 아직도 유령소설인데ㅠ진짜 뒷내용 너무 궁금했는데 작가님 감사해용
2024-11-14 2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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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현
대체 언제 올ㄹㅕ 주실 건ㄱㅏ요.
2024-11-13 22: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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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업뎃 많이많이 기다리고있어요
2024-11-11 10: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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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hee kwon
매일 업뎃이 안되나봐요 ㅠ 빠른 업뎃 부탁드려요~
2024-11-07 19:52:0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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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너무너무 재밌어요 빨리 빨리 업뎃해주세요
2024-11-06 22:14:2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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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Su Kim
업뎃빨리요~딴데도 100회에서 멈추고 안올라오던데 여기서는 쭉 연재해줬으면 좋겠네요
2024-11-03 16:39:3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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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업뎃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너무 재밌어요!!!
2024-11-02 22:11:4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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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강유형 진짜 역겨워 ㄷㄷㄷ
2024-11-02 06:44:4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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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럭키
너무잼나요 업뎃 너무기다립니다 제발 빠른업뎃과 결과가나오길
2024-10-30 14:34:1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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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너무 오래기다리게하네요 빨리 업뎃해주세요
2024-10-29 08:52:0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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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경
업댓은 안 되나요?? ㅜㅜ
2024-10-25 21: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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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Chapters

제1화

“솔직히 말해봐, 너 윤지원이랑 해봤어?”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와 막 들어가려던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문틈 사이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강유형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지원이가 먼저 다가왔지만 난 관심 없었어.”“강유형, 그렇게 사람 깎아내리지 마. 윤지원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미인이야. 꽤 많은 사람들이 윤지원을 노리고 있다고.”말하는 사람은 강유형의 친구 신지태였다. 그는 나와 강유형의 10년 감정을 지켜본 증인이기도 했다.“너무 익숙해서 그래.” 강유형이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14살 때 강씨 집안으로 보내졌고 그때 처음으로 강유형을 만났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강유형과 결혼할 거라고.그 후로 우리는 함께 살았고 어느새 10년이 흘렀다.“그렇지. 너희 둘은 낮에는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얼굴 보고 밤에는 집에 와서 같은 식탁에서 밥 먹고. 아마 상대방이 하루에 몇 번 화장실 가는지까지 다 알겠어.”신지태가 농담을 던지고는 혀를 찼다. “지금은 오래 보면 정든다는 시대가 아니야. 남녀 사이엔 그래도 신선함이 있어야 하지.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그런 느낌, 그래야 감정이 생기고 자극적인 법이야.”강유형은 침묵했고 신지태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듯했다.“그래서 너 윤지원과 결혼할 거야?” 신지태의 질문에 내 숨이 멎는 것 같았다.강유형의 부모님은 우리에게 혼인신고를 하라고 하셨다. 그는 좋다고도, 싫다고도 하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그러니 신지태가 나 대신 물어본 셈이다.강유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지태가 웃었다. “결혼하기 싫어?”“...그건 아니야.”“그럼 결혼은 하고 싶은데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는 거지?” 신지태와 강유형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라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았다.“지태야, 이런 말 들어봤어?” 강유형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뭔데?”“먹자니 맛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강유형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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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유형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고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렀다. 굳이 보지 않아도 내 안색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어디 아파?”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나는 말없이 그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 목구멍에 맺힌 쓴맛을 삼키며 말했다. “나랑 결혼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아주머니한테 말씀드릴게.”강유형의 미간 주름이 더 깊어졌다. 그는 내가 그와 신지태의 대화를 들었다는 걸 알아챘다.난 목이 메어 말을 잇기 힘들었다. “난 내가 먹자니 맛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존재가 될 줄은 몰랐어, 강유형...”“모든 사람들 눈에는 우린 이미 부부야.” 강유형이 내 말을 끊었다.‘그래서 뭐? 그 사람들 때문에 나랑 결혼하려는 건가?’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가 나를 사랑해서, 나와 평생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 결혼하는 거였다.‘탁’하는 소리와 함께 강유형의 손에 든 펜이 닫혔고 그의 시선이 내 손에 든 혼인 신고서에 머물렀다. “다음 주 수요일에 혼인신고 하러 가자.”이 말은 내가 듣고 싶었 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그것도 아주...난 고개를 숙이고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강유형, 억지로 할 필요 없어. 나도 그럴 필요 없고.”“윤지원!” 그가 날카롭게 내 이름을 불렀다.나는 움찔했고 고개를 들어 그의 짜증 난 듯한 눈과 마주쳤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고 혼인 신고서를 쥔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턱이 굳어졌다. “이리 줘.”나는 움직이지 않았고 분위기는 더욱 팽팽해졌다.몇 초 후, 그가 일어나 내게로 왔고 내 앞에 서더니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했다. “지태랑 한 얘기는 그냥 농담이었어. 넌 왜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야?”정말 농담이었을까?“너도 알잖아. 남자들에게 체면이 얼마나 중요한 거.” 그의 손이 내 팔을 잡더니 천천히 내려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혼인 신고서를 빼앗아 갔다.“앞으로는 남의 말 함부로 믿지 마.” 그가 돌아서서 혼인 신고서를 서랍에 넣고 옆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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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하루 종일 이 문제를 고민했지만 오후에 그가 나를 부를 때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난 그를 따라나섰다.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그에게, 그리고 퇴근 후 강씨 집안으로 돌아가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다.“왜 말이 없어?”돌아가는 길에 강유형이 내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챘는지 먼저 물었다.나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강유형, 우리 그냥...”뒷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이 울리면서 차량 디스플레이에 이름 없는 번호가 떴고 강유형의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그가 긴장했다.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다.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이미 재빨리 차량 스피커를 끄고 블루투스로 전환했다. “여보세요... 네, 지금 가고 있습니다.”통화 시간은 짧았다. 그는 전화를 끊고 나를 보며 말했다. “지원아, 급한 일이 생겨서 집에 데려다줄 수가 없겠어.”사실 그가 말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나를 내버려두고 갈 거라는 걸. 이미 처음이 아니었으니까.그래도 그가 말하기 전까지는 나를 먼저 데려다줄 거라고 기대했었다.가슴 한구석이 갑자기 텅 비어 아파왔고 나는 서운함을 억누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강유형의 턱이 굳어졌다. 그는 대답 대신 밖을 보며 말했다. “저기서 내려줄게. 택시 타고 돌아가.”설명조차 해주지 않고 이미 다 결정해 놓은 듯했다. 그러니 내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더 묻고 떼를 쓰는 건 스스로 망신당하는 일일 뿐이다.“집에 도착하면 전화... 메시지 보내.” 강유형이 당부하는 사이 핸들은 이미 돌아가 도로변 임시 주차장에 멈춰 섰다.나는 가방을 꼭 쥐고 차에서 내렸다.내가 예민한 게 아니다. 그가 발신번호를 본 후의 이상한 반응부터 차량 스피커로 통화하지 않으려 한 것까지, 이미 예감이 왔다.다만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을 뿐이다.어떤 일들은 묻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그대로 두고 자기 위안을 할 수 있으니.“조심해서 가!” 서두르는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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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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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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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조나연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아이는 무사했고 그녀는 병실로 돌아왔다. 창백한 얼굴에 붉어진 눈, 거기에 하얀 달빛까지 더해져 정말 애처롭고 가련해 보였다.“너무 걱정하지 마. 아이는 괜찮아.” 강유형이 위로했다.“유형 씨, 나 너무 무서웠어.” 조나연이 울음을 터뜨렸다. 강유형이 휴지를 건네자 조나연은 그것을 받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그의 손등에 기댔다.비록 가엾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약혼자를 자기 남자처럼 대해도 되는 걸까?나는 다가가 말했다. “나연 씨,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가 흥분하면 태아에게 좋지 않대요. 겨우 아이를 지키셨는데 이렇게 울다가 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질 거예요.”말하면서 난 그녀를 부축하며 강유형과 살짝 떼어놓았다. 하지만 강유형의 손등에 남은 눈물자국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더럽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깨끗한 걸 좋아한다. 일상에서도 그렇고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조나연은 내가 이렇게 말한 것에 놀란 듯했다. 그녀는 얼굴색이 확 변했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로 잡았다.“유형 씨, 미안해. 내가 이렇게...”그녀가 휴지를 집어 강유형의 손을 닦으려 하자 내가 가로막았다. “나연 씨, 지금은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요.”조나연의 표정이 굳었다. 눈물 고인 눈으로 강유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분명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병실을 나오자마자 나는 강유형에게 물었다. “나연 씨가 널 좋아하나 봐?”“아니야!”강유형이 부인했다.“그럼 넌? 나연 씨를 좋아해?”한 번에 확실히 물어보고 싶었다. 애매하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으니까.강유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몇 초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그저 친구일 뿐이야...”정말 그저 친구일까?“석진이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손을 잡고 나연이를 돌봐달라고 했어...” 강유형의 목소리가 떨렸고 늘어뜨린 손도 마찬가지였다.임석진의 죽음을 언급할 때마다 그는 항상 이렇게 격앙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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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지금은 내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흥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 순간 그가 전화를 받거나 나가버린다면 나로서는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강유형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바로 끊어버리고는 다시 내 목과 쇄골에 입 맞추기 시작했다...하지만 휴대폰이 곧바로 다시 울렸다. 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우리 둘 다 평온할 수 없을 것 같았다.나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받아.”강유형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옆에 있던 이불을 끌어다 나를 덮어주고는 휴대폰을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그가 발코니 문을 닫긴 했지만 그의 낮은 목소리가 여전히 들려왔다.“지금 안 돼. 간병인을 부르는 게 어때?”“돌보지 않겠다고 한 적 없어... 내 잘못인 걸 알아... 알았어, 울지 마. 갈게, 지금 갈게...”그 후로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다만 라이터 켜는 소리만 들렸다.강유형이 담배를 피웠다.처음으로 집에서 담배를 피웠다.약 10분 후 강유형이 돌아왔고 공기 중에 담배 냄새가 섞여 있었다.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불안함이 묻어났다. “저기... 잠깐 나가봐야 할 것 같아. 나연이가 병원에 있는데 돌볼 사람이 없어서...”드물게도 그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지 않았다.하지만 이불 속 내 몸이 차가워졌다. “남자인 네가 나연 씨를 돌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난, 난 나연이한테 간병인을 구해주러 가는 거야.” 강유형은 말하면서 이미 내가 흐트러뜨린 그의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를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난처함과 서운함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코끝까지 올라왔다. “강유형.”“응?”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는데 그의 눈 밑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아마도 내가 그를 붙잡고 가지 못하게 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유명한 사업가인 강유형이 언제 이렇게 두려워했던가. 지금 내 앞에서 그는 긴장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이 순간 내 목구멍에 걸린 말을 더 이상 꺼낼 수 없었다. 나는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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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지원 님, 강 대표님께서 찾으세요.”나를 따라온 이소희가 전화기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강유형의 집요함을 과소평가했나 보다. 이런 상황에서 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매우 공식적인 어조로 말했다.“지원아.” 강유형의 목소리는 낮고 쉬어 있었고 분명한 미안함이 묻어났다. “오늘 왜 그렇게 일찍 나갔어? 집에 와보니 네가 없더라.”그가 공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고 나는 조금 멀리 걸어갔다.“아침 먹으러 나왔어.”“미안해. 나... 어젯밤에... 정말 돌아올 수가 없었어. 그래서 집에 못 갔어.”이 말에 가슴이 차갑게 식었다. 나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왜 돌아올 수 없었는데?”“...”나는 숨을 참으며 그에게 대화의 여지를 주었다. “간병인을 못 구했어?”“...맞아.”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강유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원아, 거기 일 언제 끝나? 내가 데리러 갈게. 점심 같이 먹자.”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다. 어젯밤 조태혁의 말대로 그는 조나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오늘 갑자기 나와 함께 식사하자고 하는 건 어젯밤 중간에 멈춘 것에 대한 보상인지, 아니면 갑자기 양심의 가책을 느낀 건지 알 수 없었다.그걸 추측하느라 두뇌 세포를 낭비하고 싶지도 않아 난 담담하게 그에게 대답했다. “언제 끝날지 잘 모르겠어. 어쩌면 점심시간에도... 끝나지 않을 수 있고. 너도 요즘 점심에 꽤 바쁘지 않았어?”“지원아.” 강유형은 아마도 내 말에서 빈정거림을 감지했는지 무거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2초 정도 침묵한 후 말했다. “오해하지 마.”어젯밤 서로 끌어안고 있을 때도 다른 여자에게 갈 수 있었던 그에게 내가 무엇을 더 오해할 수 있을까?지금은 근무 시간이라 그와 사적인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바빠. 할 말 없으면 끊을게.”그가 말을 하지 않자 나는 전화를 끊었다.오늘의 외근은 협력 업체와의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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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그럼 같이 먹어.”강유형은 내 의견을 묻지도 않고 동의해 버렸다.조나연이 앉으며 앞에 놓인 음식을 보더니 군침을 삼키는 표정을 지었다. “생선구이네. 요즘 딱 먹고 싶던 참이었어.”“그럼 거위 간도 하나 더 시켜줄까?” 강유형의 말투는 무척 자연스러웠다.“디저트도 하나 추가해 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에 딸기 소스 올린 거. 음료는 오렌지 주스로 할게,” 조나연이 말을 마치고 나를 보았다. “지원 씨도 오렌지 주스 한잔하실래요?”“괜찮아요. 저는 물만 마실게요.” 말을 마치고 나는 포크에 꽂힌 거위 간을 입에 넣었다.부드럽고 섬세한 맛에 은은한 우유 향까지...“유형 씨, 전에 몇 번 사다 준 거위 간도 여기 거야?” 조나연의 말에 내 씹는 동작이 멈췄다.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표정이 약간 불편해 보였다. “...응.”그가 이곳의 거위 간 맛이 좋다는 걸 아는 이유가 밝혀졌다. 다른 사람에게 여러 번 사다 줬던 거였고 나는 오늘 처음이었다.그것도 그가 죄책감에 사로잡혀 보상하는 차원에서.순간 내 입 안의 거위 간 맛이 변했고 삼키기조차 힘들어졌다.“그래서 이 근처를 지나가다 거위 간 냄새가 익숙하다고 느꼈나 봐.” 조나연이 웃으며 강유형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 속 깊은 곳에 서려 있는 따스함이 마치 그물처럼 나를 감싸 숨이 막히는 듯했다.그녀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지원 씨, 유형 씨가 분명 자주 데리고 오셨겠어요. 그래서 이곳 거위 간 맛이 좋다는 걸 알고 저한테 사다 주신 거겠죠.”가슴에 꽂힌 칼로 부족해 두 번 더 비트는 느낌이 이런 걸까. 지금 나는 그 맛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나도 강유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뇨, 오늘이 처음이에요. 저는 나연 씨만큼 복이 없나 봐요.”조나연의 웃음이 잠시 굳더니 시선을 살짝 내리며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석진 씨가 저랑... 아이를 버리고 갔는데 무슨 복이 있겠어요?”말을 마치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나는 당황했다. 한 마디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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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조나연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고, 원래도 하얗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그녀의 주스를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저는... 저는 고의가 아니었어요.”연약하고 가련한 모습의 그녀를 보자 오히려 내가 말하면 안 될 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왕 말을 꺼냈으니 확실히 해야 했으니까.“고의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에게 영향을 준 건 사실이에요. 나연 씨가 의도하지 않으셨다면 앞으로 주의해 주시면 돼요.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석진 씨가 있었다면 절대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조나연이 말하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여자는 물로 만들어졌다는 말이 그녀에게서 증명되는 듯했다.그녀의 말은 꽤 교묘했으나 나로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지원 씨.” 조나연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는데 눈빛이 제법 촉촉했다. “제가 유형 씨를 찾는 것도 석진 씨가 임종 때 부탁해서예요. 유형 씨도 약속했고요.”그녀의 손이 계속 컵을 만지작거렸다. “그게 아니었다면 저도 유형 씨를 찾지 않았을 거예요.”그녀는 자신을 변호하는 동시에 은근히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우리 모두 성인이고 누구나 다 속내가 있는 법이다.“나연 씨, 유형 씨가 당신 남편에게 당신을 돌보겠다고 약속했다고 해도 그 돌봄에는 선이 있어야 해요. 결국 당신은 혼자 사는 여자고, 당신들이 매일 같이 있는 걸 남들이 보면 이상한 생각을 하고 말도 많을 거예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나연 씨, 다른 사람들이 강유형에 대해 뭐라고 하든 상관없겠지만 당신은 여자잖아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다가 나중에 아이의 귀에까지 들어가면 좋지 않잖아요, 그렇죠?”그녀가 순진무구한 이미지를 연기한다면 나도 성녀 역할을 해볼 수 있었다.조나연의 얼굴이 다시 한번 굳어졌다. “지원 씨,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결국 유형 씨가 저를 돌보는 게 마음에 안 드신다는 거잖아요? 이건 유형 씨를 믿지 못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자신에 대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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