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때부터 10년 동안 강유형을 사랑했지만 돌아온 건 ‘관심 없어’라는 한마디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돌아서서 다른 여자와 밤낮으로 함께 지냈다... 10년 동안 이어온 죽마고우의 사랑은 꽃을 피웠지만 열매를 맺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세컨드가 되길 거부했고, 그 후 나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밤 강유형이 내 침실 문을 두드렸다. “지원아...” “무슨 일인데?” 내가 입을 열자마자 침실에서 남자의 섹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내 속옷 어디 뒀어?” 강유형은 비틀거리더니 내 앞에서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얼마 뒤 나는 강유형의 SNS 게시물을 보게 됐다. 그는 이렇게 썼다. ‘어떤 사람들은 놓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사랑한다고 해서 영원히 사랑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 사랑할 때 소중히 여기라.’
Lihat lebih banyak‘지나가는 길이었다고?’조시언이 떠난 후에도 안리영은 그의 대답을 계속 되새겼다.이곳은 산부인과인데, 조시언이 여기를 지나간다는 게 말이 안 됐다.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조시언의 여자친구가 이곳에 진료받으러 왔다는 것이다.말이 되는 추측이다. 조시언은 학교 다닐 때부터 따르는 여자들이 많았고, 안리영이 대신 연애편지를 받아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젠 성숙한 남자의 느낌까지 더해졌으니, 조시언처럼 잘생기고 분위기 있는 남자가 여자친구가 없을 리 없다.이번 의료 사고는 영향이 컸다. 산모 가족들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기에, 안리영의 부모님까지 알게 되었다.“리영아, 너희 과실에 사고가 생겼다며? 영상을 봤는데 너도 연루되어 있는 건 아니지?”“엄마, 아빠. 난 괜찮아.”안리영은 부모님을 진정시켰다.“우리를 속이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말해. 우리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보자.”“정말 괜찮아.”안리영은 다시 한번 부정하며 말을 돌렸다.“엄마, 삼촌한테 여자친구 생겼어?”조민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했다.“몰라. 평소 말수가 적은 데다가 우리랑 나이 차이가 커서 너처럼 속에 있는 말을 잘 안 해.”한바탕 잔소리를 한 후, 조민영이 되물었다.“그건 왜 물어? 만나봤어? 어떤 여자였어? 안 그래도 외할머니가 많이 걱정하고 있어.”“그건 아니고, 그냥 물어본 거야.”안리영은 난처한 상황을 만들기 싫었다. 직접 본 건 아니라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내가 널 몰라? 분명 뭔가 본 게 있겠지. 안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할 애가 아니야. 얼른 엄마한테 말해봐.”조민영의 질문에 안리영은 조시언이 산부인과에 왔던 일을 말했다.조민영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여친 있는 게 맞네. 안 그러면 남자가 산부인과에 갈 일이 뭐 있어?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겠어.”조민영 말처럼 만약 조시언한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제일 기뻐할 사람은 외할머니다. 외할머니가 기뻐하면 조민영도 기쁠 것이고, 조민영이 기뻐하면 안리영네 가족들도 기분이
안리영과는 오랜 친구였지만, 출산 중 일을 들려주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사고에 관한 일이라 들으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안리영이 지금까지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환자 가족도 동시에 두 목숨을 잃었으니, 고통이 말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건 의사의 책임도 아니다. 안리영과는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그녀가 생명을 얼마나 경외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한 가닥의 희망이 있어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까 집도의 선생님도 전혀 책임이 없다는 말이지?”“응. 하지만 환자가 사망했으니까 가족들도 저러는 거야. 들어올 때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우리가 죽였다는 거지.”안리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답하면서도 괴로운 표정이었다.의료 사고에 관한 기사를 많이 접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의사에게는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도 선생님은 이미 정직당하고 조사를 받고 있어. 이 일이 도 선생님과 무관하더라도 큰 타격이 있을 거야.”안리영은 한숨을 내쉬었다.안리영이 왜 자책하는지 이해가 됐다. 두 사람이 근무를 교대하지 않았다면, 도 선생님이 이 수술을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이 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을 것이다.“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아무도 몰랐잖아.”내가 위로하자 안리영은 한숨을 쉬었다.“방법이 없지 뭐.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이소희 상황은 괜찮아. 아마 곧 회복할 수 있을 거야. 심리 상태도 좋은 것 같아. 전에 상처를 입었던 여자애들은 어느 정도 심리적인 문제가 있거든.”이소희가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진정우는? 아직도 혼수 상태인 척하고 있어?”안리영이 물었다.“깼어.”나는 안리영이 다른 일 때문에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안리영은 수심에 싸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 사고 때문에 걱정하는 걸 알고는 있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었다. 이 일은 그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난 괜찮아. 그냥 널 보러 온
“아파?”조시언은 무의미한 질문을 던졌다.안리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시언 앞에서 안리영은 순종적인 아이 같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나이는 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응. 그만 움직여.”안리영이 팔을 빼려고 했지만, 조시언은 놓아주지 않았다.“가서 MRI 한번 찍어 봐.”안리영은 놀라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냥 근육 통증일 뿐인데 MRI를 찍으라니.안리영은 속으로 조시언이 정말 상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거절했다.“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괜찮으면 안 아파야지. 아프면 괜찮지 않은 거야.”맞는 말이긴 했다.나는 문 앞에 서서 아무런 반박도 못 하는 안리영의 모습에 몰래 웃었다. 전에는 구안석과 안리영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었는데, 지금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니 츤데레 대표 남친과 순진한 토끼 같은 여친의 모습인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삼촌.”기어코 MRI를 찍으라는 조시언의 말에 안리영은 부드럽게 말했다.“약간 주먹에 스쳤다고 MRI 찍으러 가는 게 어딨어? 거기 과실 의사들도 다 직장 동료인데 분명 날 비웃을 거야.”안리영은 그냥 사실대로 말했지만, 말투가 부드러워 애교처럼 들렸다.조시언의 눈빛이 약간 수그러들었다. 안리영의 다정한 눈빛에 조시언은 결국 타협했다.“정말 괜찮아?”“그럼. 못 믿겠으면 한번 봐봐.”안리영은 팔을 돌리며 괜찮다는 걸 증명해 보이려다가 통증에 잠깐 숨을 멈추었다.“그만 움직여.”조시언은 낮은 소리로 화를 냈다.안리영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팔을 가볍게 주물렀다. 조시언도 말이 없었고,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면서, 조금은 야릇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삼촌, 난 괜찮으니까 가서 일 봐.”안리영은 이유를 찾으면서 조시언을 쫓았다.조시언은 알겠다고 했지만, 가지 않고 한마디 더 당부했다.“의료 사고가 나면 환자 가족들은 다 이성을 잃어. 다시는 그렇게 무모하게 나서지 마. 그리고 둘 다 동의해서 교대한 거니까,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네 잘못은 없어.”
“지원아, 진정우를 잃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 두 사람이 같이 있는데, 그 물건들을 내놓지 않으면 너까지 위험해져.”강진혁은 협박하기 시작했다.“없는 물건을 내가 어떻게 내놔요? 알잖아요. 전에 진정우임을 인정하지 않고 나랑 계속 연기했던 거.”나는 계속 잡아뗐다.내가 협조하지 않자, 강진혁의 표정이 무거워졌다.“지원아, 나는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아. 정말 무슨 일이 발생하면, 나도 널 지켜줄 수 없어.”“진혁 오빠가 언제 날 지켜준 적 있어요?”내 질문에 강진혁은 말문이 막혔다.강진혁은 항상 계산적으로 나를 대했고, 그가 표방하는 사랑도 자신의 소유욕을 채우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나와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자, 강진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알아서 해.”강민혁은 화를 내며 떠났다.예전에 강민혁은 내 앞에서 항상 온화한 귀공자의 모습을 보이면서 예의를 지켰는데, 이제 드디어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자신을 위장할 겨를도 없는 것을 보니,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것 같았다.강민혁이 무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생각에 잠긴 나는 한눈을 팔면서 심지어 엘리베이터 층도 잘못 눌러 습관적으로 안리영의 산부인과가 있는 층으로 왔다.며칠째 연락을 못 했었기에, 나는 왔던 김에 안리영을 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오는데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일반 울음소리와는 달라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나는 서둘러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어갔다.그곳에는 한 중년 여인이 바닥에 앉아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당신들이 우리 며느리와 손주를 해쳤으니, 목숨값을 갚아.”주위에는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중년 여인의 가족들도 원장을 만나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안리영와 관련이 있을까 봐 걱정되어 곧바로 그녀의 사무실로 가려고 하는데, 내가 가기도 전에 안리영이 다가왔다.“리영아,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지?”나는 걱정하며 물었다.안리영은
병원에 막 도착했을 때쯤 진정우의 전화를 받았다.“어디야?”진정우의 질문에 시간을 확인해 보니 헤어진 지 3시간밖에 안 됐다.“왜? 내가 보고 싶어?”진정우와는 입만 열면 이런 직설적이면서도 낯간지러운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는 내 모든 걸 포용해 주었고, 또 그런 말을 듣기 좋아했다. 전에 강유형과 같이 있을 때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거리감이 느껴지는 강유형의 모습에 나는 좋아하는 감정을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었다.비교가 없으면 상처가 될 일도 없다. 진정우와 함께 지내면서 나는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응, 보고 싶어.”진정우도 애정 표현에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10분. 10분 지나면 날 볼 수 있을 거야.”나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지금 병원이야?”진정우는 내가 어디 있는지 짐작하는 것 같았다.막 대답하려는데 진정우가 계속 말했다.“강진혁이 왔다 갔어. 내 신분을 알아챘고, 내가 증거를 수집했다는 것도 알고 내놓으라고 협박했어.”나는 단번에 진정우의 뜻을 이해했다. 나보고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말이었다.“분명 내가 찾아올 거라는 걸 예상했을 거야.”“맞아. 그러니까 조심해.”진정우의 말투가 약간 무거워졌다.나도 따라서 신경을 곤두세우며 대답했다.“알겠어.”진정우가 수집한 건 강진혁과 강진혁 배후의 범죄 증거일 것이고, 이번이 두 사람의 마지막 대결이 될 것이다.“조심해서 다녀. 또 너까지 끌어들였네.”진정우는 나까지 이 일에 말려들까 봐 날 밀어냈지만, 결국은 피하지 못했다.“나를 끌어들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날 한번 믿어 봐.”나는 진정우를 안심시켰다.진정우의 가짜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진정우를 위해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소녀가 아니다.“그래. 일찍 돌아와.”통화를 마친 나는 잠시 멍을 때리다가 차에서 내렸다.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마침 강진혁과 마주쳤다. 정확히 말하면 강진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전에
강진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중요해요.”눈앞의 남자만 아니면 윤지원이 강유형과 갈라진 후, 분명 강진혁한테도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사실 강진혁은 한발 늦은 자신을 여태 탓하고 있었다. 만약 좀 더 일찍 돌아왔다면, 윤지원과 강유형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돌아왔다면 진정우가 낄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인생에 만약이란 없다. 강진혁은 이미 그 기회를 놓쳤고, 진정우가 그걸 잡았다.“영광스럽게도 강 실장님한테 중요한 사람이 되어버렸네요.”진정우의 말은 강진혁의 마음을 후벼팠다.강진혁은 입을 실룩거리다가 찾아온 의도를 밝혔다.“겉치레 소리는 그만하고 툭 터놓고 말해 봐요.”“뭘요?”진정우는 계속 못 알아듣는 척했다.“진정우 씨가 왜 다른 신분으로 위장하는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진정우 씨는 이미 BF를 떠났어요. 지금 끼어들어서 진정우 씨한테 좋을 건 없어요. 그리고... 진정우 씨 옆에 있는 사람한테도 득이 될 건 없죠.”강진혁은 터놓고 말했다.마지막 한마디는 진정우를 협박하는 것이다.이렇게 된 이상 진정우도 더 이상 모르쇠를 놓을 필요 없었다. 강진혁은 오늘 트집 잡으로 온 게 아니라 협상하러 온 것이었다.“그러니까요. 이미 BF 사람도 아닌데, 왜 저를 놓아주지 않는 거죠? 함정을 판 사람이 저를 놓아주지 않는데, 저도 그럼 협조해 줘야죠.”진정우의 대답에 강진혁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드러났다.그건 진정우가 방금 자기 신분을 인정했기 때문이다.“진정우 씨를 끌어들인 건 그쪽 신분 때문이 아니에요.”진정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를 죽일 생각이었는데, 저한테 다른 신분이 있는 줄 몰랐겠죠. 스스로 화를 불러왔으니, 본인들이 자초한 거예요.”진정우는 일반 전역 군인이 아니었다. 그는 부대에서 비밀 파견을 받고 BF의 일원이 되어 글로벌 범죄자들을 쫓는 일을 도맡았다. BF에 3년 동안 머물면서 전역할 때까지 비밀 신분을 유지했다.만약 휴링턴에서 윤지원을 만나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면, 강진혁이 헤르나를 찾아 일을 키
진소영을 속인 건 맞지만, 그건 선의의 거짓말이었고 앞서 해명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여전히 용서할 수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나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만약 진소영이 사리 분별이 된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비록 진소영과의 거리가 멀어졌지만, 그곳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소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참견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진정우의 동생이니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까지 사랑하는 셈 치고 참견했다.진소영은 그저 자신이 신뢰하던 사람에게 속아서 화났을 뿐이다.“누나.”통화는 안 됐지만, 소지훈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나는 휴대폰을 넣고 소지훈을 바라보았다. 묻지 않아도 왜 여기 있는지 알 수 있었다.분명 진소영을 만나러 온 것이다.진소영이 나한테도 그 정도 화났으면, 소지훈한테는 더 화났을 것이다.“소영이를 보러 온 건가요? 아니면 소영이 몸에 있는 심장이 신경 쓰이는 건가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잔인한 질문을 던졌다.침묵하는 소지훈을 보며 나는 비웃었다.“아직도 답을 못 찾았나 봐요.”“누나, 나도 너무 머리가 아파요.”퀭한 소지훈의 모습을 보아하니 요 며칠 동안 잘 지내지 못했을 것이다.스스로 만든 고민이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나는 그래도 한마디 충고했다.“고민을 해결하려면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알아내세요.”말은 쉽지만, 만약 소지훈이 그걸 쉽게 구분할 수 있다면 오늘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지훈 씨, 전에 소영이를 떠나겠다고 했잖아요.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이 기회에 머리를 좀 식히고 답을 찾아봐요.”“잘 알고 있지만, 조금 무서워요.”소지훈은 보기 드물게 남자의 연약한 면을 드러냈다.“뭐가 무서운데요?”소지훈은 입술을 깨물더니 입을 열었다.“누나, 소영이가 혹시 심장을 바꿔버리겠다고 안 했어요?”소지훈은 그게 두려워서 여기서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진소영이 홧김에 한 말을 소지훈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정말 단순한 남자다.하지만 소지훈
또 하나의 수수께끼인 것 같은데, 내가 아는 것이 적으면 적을수록 안전하다.진정우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걱정 마. 나 자신을 잘 지킬게. 우리... 꼬마 몬스터한테 내가 필요하잖아.”‘꼬마 몬스터?!’귀여운 애칭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는 그 자리에서 카톡 이름을 바로 바꾸었다.신지태가 가장 먼저 바뀐 이름을 발견하고 문자가 왔다.[누굴 공격하려고 그래?]몬스터는 누굴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누구한테도 짓밟히지 않는 것이다.신지태와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다. 휴링턴에서 돌아온 이후로 당구장을 양도했다는 말만 들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휴링턴의 위험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신지태의 결정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악마!]나는 달랑 두 글자로 답장했다.이어서 또 새 문자가 도착했다.[요즘 잘 지내?]내가 잘 지내는지는 인터넷을 접하면 알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질문하는 걸 보니 잘 모르는 것 같았다.[그럼.][지원아, 미안해. 진작 너한테 사과했어야 하는데.]신지태의 문자에 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또 하나의 문자가 도착했다.[나 때문에 진정우가 그렇게 된 거야.]신지태는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단지 이 모든 사건의 도화선이라는 걸 잘 모르는 것 같았다.[네 잘못 아니야. 모든 건 하늘의 뜻이자 가장 좋은 결과야.]신지태가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모르지만, 혼란스러운 속세에서 벗어난 듯했다. 그게 아니면 나의 현재 상황을 모를 리가 없다.그렇다면 신지태에서 더 이상 고민거리를 제공해 줄 필요가 없다. 적어도 진정우가 살아있다는 건 말할 수 없었다.내가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만 알려주면 된다.신지태는 답장이 없었고, 나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지태와 짧은 대화를 마친 후, 나는 쇼핑을 좀 하고 진소영을 찾으러 유치원에 갔다. 진소영이 아닌 다른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나는 그 선생님에게 진소영에 대해 물었다.“진소영
‘주인님?’진정우의 말에 나는 깔깔 웃었다. 그에게 이렇게 유머러스한 면이 있을 줄이야.비록 농담이지만, 내 인생에서 이 두 글자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인생은 원래 예측불가한 것이니, 누구도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불확실한 미래에서 누구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는 것이다.진정우와 이소희 두 사람 다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지라, 나 혼자 두 사람을 돌보는 건 무리여서 간병인을 붙여주었다.진정우는 자신이 걷고 움직이고 먹고 마실 수만 있으면 간병인 따위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면서, 기어코 도움받지 않았다.진정우는 낯선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 이곳에서 또 무슨 짓 할까 봐 신경 쓰이는 것 같아서 나도 가지 않았다.남자도 때로는 여자 못지않게 눈치가 매우 빠르다.지금의 진정우는 약간 나한테 많이 의지하면서 모처럼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소영이한테 가봐야겠어. 소지훈이 자신한테 접근한 목적을 알았으니 괴로울 거야.”나는 진정우를 달랬다.“걔도 이제 어른이니까 자기 감정 문제쯤은 스스로 처리해야지. 남자 하나 때문에 자포자기하면 그건 너무 나약해.”진정우는 말 속에 말이 있었다.진소영을 가리키는 동시에 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했다.나는 진정우와 작은 병실 침대에 같이 비비고 앉아 있으면서 발로 그의 발을 건드렸다.“정우 씨가 날 포기해도, 생사의 고비가 있어도 난 다 견지했는데, 나 너무 씩씩하지 않아?”진정우는 내 손을 입술에 대고 살짝 물었다.“응. 우리 지원이는 슈퍼 몬스터야.”“어라? 내가 왜 몬스터야?”난 진정우에게 항의했다.내 항의는 갓 자란 어린 소녀처럼 조금 유치했다.하지만 사랑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여든이 넘어도 소녀처럼 행동한다.진정우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몬스터지 그럼. 날 이길 수 있는 작은 몬스터.”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애칭은 정말 다양하지만, 나는 진정우가 지어준 애칭이 마음에 들었다.내가 진정우의 입술을 살짝 물자, 그는 툴툴거렸다.“
“솔직히 말해봐, 너 윤지원이랑 해봤어?”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와 막 들어가려던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문틈 사이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강유형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지원이가 먼저 다가왔지만 난 관심 없었어.”“강유형, 그렇게 사람 깎아내리지 마. 윤지원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미인이야. 꽤 많은 사람들이 윤지원을 노리고 있다고.”말하는 사람은 강유형의 친구 신지태였다. 그는 나와 강유형의 10년 감정을 지켜본 증인이기도 했다.“너무 익숙해서 그래.” 강유형이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14살 때 강씨 집안으로 보내졌고 그때 처음으로 강유형을 만났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강유형과 결혼할 거라고.그 후로 우리는 함께 살았고 어느새 10년이 흘렀다.“그렇지. 너희 둘은 낮에는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얼굴 보고 밤에는 집에 와서 같은 식탁에서 밥 먹고. 아마 상대방이 하루에 몇 번 화장실 가는지까지 다 알겠어.”신지태가 농담을 던지고는 혀를 찼다. “지금은 오래 보면 정든다는 시대가 아니야. 남녀 사이엔 그래도 신선함이 있어야 하지.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그런 느낌, 그래야 감정이 생기고 자극적인 법이야.”강유형은 침묵했고 신지태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듯했다.“그래서 너 윤지원과 결혼할 거야?” 신지태의 질문에 내 숨이 멎는 것 같았다.강유형의 부모님은 우리에게 혼인신고를 하라고 하셨다. 그는 좋다고도, 싫다고도 하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그러니 신지태가 나 대신 물어본 셈이다.강유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지태가 웃었다. “결혼하기 싫어?”“...그건 아니야.”“그럼 결혼은 하고 싶은데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는 거지?” 신지태와 강유형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라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았다.“지태야, 이런 말 들어봤어?” 강유형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뭔데?”“먹자니 맛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강유형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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