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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꽃길
내 손이 아플 정도로 꽉 잡혔다. 분명 그가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

이게 질투인 걸까?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이 스치는 순간 강유형은 내 손을 놓았고 그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윤지원, 내가 한마디 했다고 이렇게 복수하려는 거야?”

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으니까.

“아니 난...”

설명하려는 내 말은 도중에 끊겼다.

“너 정말로 그 녀석을 만졌어? 정말로 그곳을?”

강유형의 턱이 굳어졌고 그의 눈에는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무서운 빛이 서렸다.

이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역시 질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순간 내 마음속의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다. 그가 나를 여전히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만약 그가 나를 단순히 여동생이나 친구로만 여겼다면 내가 다른 남자를 만졌다고 해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야.”

나는 다시 한번 부인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조태혁이 안에서 나왔고, 나를 향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변태 아줌마, 또 우리 매형 꼬시려고?”

사람 성격 쉽게 안 변한다더니 정말 그랬다.

조태혁이 나를 바라보는 그 비열한 표정은 전생에 무슨 원수라도 졌나 싶을 정도였다.

이쪽으로 걸어오는 남매를 보면서, 특히 조나연의 그 순수한 모습과 그녀가 강유형을 만졌던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손을 들어 강유형의 팔을 감쌌다.

하지만 그의 근육이 순간 굳어지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또 거짓말이지.”

조나연이 조태혁의 귀를 꼬집으며 다가왔다.

그녀는 우리 앞에 서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유형 씨, 지원 씨, 정말 미안해요.”

“네 잘못 아니야.”

강유형이 조태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에 또 이런 짓 하면 아무도 널 구해주지 않을 거야.”

“흥.”

조태혁이 불만스럽게 강유형을 흘겨보았다.

“당신이 누군데요? 뭔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요? 당신이 우리 새 매형이 되겠다면 말 들을게요.”

“조태혁!”

조나연이 꾸짖으며 그를 한 번 더 때렸고 조태혁은 피하며 말했다.

“누나, 저 사람이 누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 안 그러면 왜 밤낮으로 누나 곁을 지키고 돌봐주겠어?”

나는 강유형의 팔을 감싸고 있던 손을 순간 움츠렸다. 요즘 그가 밤낮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고, 회사에서도 자주 반나절씩 자리를 비웠던 이유가 바로 이 여자 때문이었구나...

그녀는 그의 친구의 아내였고, 그 친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으니 그가 돌봐주는 건 잘못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 돌봐줄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 정도로?

“무슨 소리야.”

조나연의 얼굴이 붉어졌고 더 세게 조태혁을 때렸다.

열일곱 살 소년의 반항기 때문인지 급하게 맞은 조태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올렸고 조나연은 비틀거리며 한쪽으로 쓰러질 뻔했다.

순간 난 누군가에게 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비틀거리며 두어 걸음 물러나 넘어질 뻔했다.

내가 자세를 바로잡았을 때 나를 밀어낸 강유형이 이미 조나연 앞에 달려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안고 있었다.

“나연아, 괜찮아? 어디 아파?”

“나... 배가 아파, 유형 씨.”

조나연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떨렸고 그녀의 손은 강유형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

“걱정 마,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 괜찮아.”

강유형의 목소리도 떨리며 당황한 듯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나무토막처럼 굳어버렸다. 강유형의 수많은 모습을 봐왔지만 이렇게 급하고 당황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다른 여자를 위해서.

강유형은 조나연을 안고 차에 탔고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윤지원, 네가 운전해.”

나는 여전히 굳어있었고 움직이지 않았다.

“빨리 좀 해! 우리 누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너 가만 안 둬!”

조태혁이 와서 거칠게 나를 잡아끌었다.

그가 나를 만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 그의 뺨을 때렸다.

“만지지 마.”

조태혁의 하얀 얼굴에 순식간에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차 안의 두 사람도 놀랐고 조태혁은 더욱 놀란 듯했다.

그는 내가 그를 때릴 줄 몰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놀람도 잠시 조태혁은 곧 미쳐 날뛰기 시작했고 나를 향해 손을 들며 소리쳤다.

“이 더러운 여자...”

“조태혁!”

강유형이 차갑게 꾸짖었다.

“손대기만 해봐. 당장 너를 다시 경찰서로 보내버릴 거야.”

이 위협은 효과가 있었다. 조태혁은 나를 때리려던 손을 거두고 나와 강유형을 원망스럽게 노려보더니 큰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태혁아!”

조나연이 그를 불렀지만 한 번 부르고는 곧 배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다.

“아파, 유형 씨, 빨리 병원에 데려가 줘.”

“윤지원!”

강유형이 다시 나를 불렀다.

조나연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니 다른 생각이나 감정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 나는 빠르게 차에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를 만나자 강유형은 조나연을 안고 급하게 말했다.

“선생님, 나연이가 임신했어요. 방금 넘어졌는데 지금 배가 많이 아프대요.”

임신이라고?

내 발걸음이 순간 무거워졌다. 마치 납을 부은 것처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고 가슴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조나연의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어떻게 아이가 있을 수 있지?

내 시선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강유형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가 이렇게 긴장하는 걸 보니 혹시...

조나연은 응급실로 실려 갔고 나와 강유형은 밖에서 기다렸다. 나는 조나연과 친분이 없어서 특별히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강유형은 명백히 초조해 보였다. 나는 한동안 그를 지켜보았지만 그는 계속 응급실 문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치 내 존재를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

가슴 속에서 쓰라린 감정이 솟구쳤다. 나는 몇 번이나 삼키려 했지만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그 아이... 네 거야?”

억측하고 싶지 않아서 직접 물어봤다.

강유형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갔고 이내 깊은 눈빛으로 바뀌었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아니지. 석진이 유복자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임석진은 조나연의 남편이자 강유형의 오랜 친구였고 한 달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내가 나연이를 돌보는 것도 석진이 부탁 때문이야.”

강유형이 설명했다.

나는 임석진의 사고 처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의 강유형 모습을 떠올렸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턱은 수염으로 덮여 있어 마치 산속에서 도망쳐 나온 야인 같았다.

그들의 우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친구가 세상을 떠났으니 그의 미망인을 돌보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

순간 나는 조금 전 내 마음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들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강유형의 팔을 잡으며 오늘 밤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난 그 꼬마를 만지지 않았어. 그 애가 일부러 날 모함한 거야.”

강유형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움직이더니 잠시 후 내 뺨을 살짝 꼬집었다. “앞으로는 술 마시지 마.”

나는 조금밖에 마시지 않았다고 말하려는 순간 응급실 문이 열렸다.

의사가 나와 자연스럽게 강유형 앞으로 걸어갔다.

“임산부 가족분, 서명해 주세요.”

강유형은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의사의 펜을 받았지만 서명하기 전에 물었다. “선생님,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아내분께서 유산 징후를 보이고 있어요. 지금 태아를 지키려는 중인데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명이 필요한 겁니다.”

의사가 설명했다.

“의사 선생님, 제발 아이를 지켜주세요.”

강유형의 목소리가 절박했다.

“당연하죠. 빨리 서명해 주세요.”

의사의 재촉에 강유형은 조나연의 병원 기록부 가족란에 서명했다.

나는 단순히 서명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약혼자가 다른 사람의 가족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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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연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아이는 무사했고 그녀는 병실로 돌아왔다. 창백한 얼굴에 붉어진 눈, 거기에 하얀 달빛까지 더해져 정말 애처롭고 가련해 보였다.“너무 걱정하지 마. 아이는 괜찮아.” 강유형이 위로했다.“유형 씨, 나 너무 무서웠어.” 조나연이 울음을 터뜨렸다. 강유형이 휴지를 건네자 조나연은 그것을 받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그의 손등에 기댔다.비록 가엾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약혼자를 자기 남자처럼 대해도 되는 걸까?나는 다가가 말했다. “나연 씨,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가 흥분하면 태아에게 좋지 않대요. 겨우 아이를 지키셨는데 이렇게 울다가 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질 거예요.”말하면서 난 그녀를 부축하며 강유형과 살짝 떼어놓았다. 하지만 강유형의 손등에 남은 눈물자국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더럽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깨끗한 걸 좋아한다. 일상에서도 그렇고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조나연은 내가 이렇게 말한 것에 놀란 듯했다. 그녀는 얼굴색이 확 변했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로 잡았다.“유형 씨, 미안해. 내가 이렇게...”그녀가 휴지를 집어 강유형의 손을 닦으려 하자 내가 가로막았다. “나연 씨, 지금은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요.”조나연의 표정이 굳었다. 눈물 고인 눈으로 강유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분명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병실을 나오자마자 나는 강유형에게 물었다. “나연 씨가 널 좋아하나 봐?”“아니야!”강유형이 부인했다.“그럼 넌? 나연 씨를 좋아해?”한 번에 확실히 물어보고 싶었다. 애매하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으니까.강유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몇 초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그저 친구일 뿐이야...”정말 그저 친구일까?“석진이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손을 잡고 나연이를 돌봐달라고 했어...” 강유형의 목소리가 떨렸고 늘어뜨린 손도 마찬가지였다.임석진의 죽음을 언급할 때마다 그는 항상 이렇게 격앙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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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0화

    조나연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고, 원래도 하얗던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그녀의 주스를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저는... 저는 고의가 아니었어요.”연약하고 가련한 모습의 그녀를 보자 오히려 내가 말하면 안 될 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이왕 말을 꺼냈으니 확실히 해야 했으니까.“고의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우리에게 영향을 준 건 사실이에요. 나연 씨가 의도하지 않으셨다면 앞으로 주의해 주시면 돼요. 사과할 필요는 없어요.”“석진 씨가 있었다면 절대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았을 거예요.” 조나연이 말하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여자는 물로 만들어졌다는 말이 그녀에게서 증명되는 듯했다.그녀의 말은 꽤 교묘했으나 나로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지원 씨.” 조나연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는데 눈빛이 제법 촉촉했다. “제가 유형 씨를 찾는 것도 석진 씨가 임종 때 부탁해서예요. 유형 씨도 약속했고요.”그녀의 손이 계속 컵을 만지작거렸다. “그게 아니었다면 저도 유형 씨를 찾지 않았을 거예요.”그녀는 자신을 변호하는 동시에 은근히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우리 모두 성인이고 누구나 다 속내가 있는 법이다.“나연 씨, 유형 씨가 당신 남편에게 당신을 돌보겠다고 약속했다고 해도 그 돌봄에는 선이 있어야 해요. 결국 당신은 혼자 사는 여자고, 당신들이 매일 같이 있는 걸 남들이 보면 이상한 생각을 하고 말도 많을 거예요.”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나연 씨, 다른 사람들이 강유형에 대해 뭐라고 하든 상관없겠지만 당신은 여자잖아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다가 나중에 아이의 귀에까지 들어가면 좋지 않잖아요, 그렇죠?”그녀가 순진무구한 이미지를 연기한다면 나도 성녀 역할을 해볼 수 있었다.조나연의 얼굴이 다시 한번 굳어졌다. “지원 씨,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결국 유형 씨가 저를 돌보는 게 마음에 안 드신다는 거잖아요? 이건 유형 씨를 믿지 못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자신에 대한 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1화

    고개를 돌리자 강유형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어렸다가 이내 짜증 섞인 분노로 바뀌었다.“윤지원, 네 고집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나연이는...”“난 네 약혼녀야.”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 말을 하는 내 목소리가 너무나 초라하게 들렸다.예전에 TV에서 이런 장면을 볼 때면 여주인공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다. 저런 남자를 위해 말할 가치도 없다고 여겼지. 하지만 지금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나연이가 임신했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강유형이 말하며 뒷걸음질 쳤다. 몇 걸음 뒤로 물러난 그는 휙 돌아서더니 밖으로 달려 나갔다.결국 그는 나와 조나연 사이에서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그 자리에 앉아 나는 그가 조나연을 쫓아가는 모습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가 조나연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조나연이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그의 품에 안기는 모습까지...고개를 숙이자 더 이상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다.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건 간에 오늘 그의 선택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내 마음에 답이 생겼다.결국 이 식사에서 나는 한 입도 먹지 못한 채 50만 원의 식사값을 치렀다.나는 강씨 집안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안리영의 집으로 향했다.“정말 헤어지기로 한 거야?”산부인과 의사인 안리영이 내 혈 자리를 눌러주며 물었다. 덕분에 생리통의 고통은 덜했지만 마음의 통증은 어쩔 수 없었다.“응.” 나는 그녀의 침대에 엎드린 채 대답했다. 그녀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내 눈꼬리가 붉어져 있었다.“그렇게 쉽게 끊을 순 없을 거야.” 안리영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갔다. “넌 아직 강유형의 비서잖아.”“사직할 거야!”이 문제는 오는 길에 이미 생각해 두었다.안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사직하고 강유형과 일하지 않는다 쳐. 하지만 강씨 집안은 어쩔 건데? 강씨 집안에서 널 이만큼 키워줬는데 강유형과 헤어진다고 강씨 집안과의 관계를 끊을 순 없잖아? 강씨 집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2화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젯밤 그 상황에서는 나연이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랬어. 너도 알다시피 석진이는 부모님의 외아들이었잖아. 지금 나연이 뱃속 아이는 임씨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야. 만약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니까 앞으로 나연 씨랑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그 여자를 우선시하겠다는 거야?” 내가 차갑게 묻자 강유형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괜찮아질 거야.”나는 웃음을 지었다.고개를 돌리는 순간 막 떠오른 태양이 눈을 찔렀다.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유형, 아이가 태어나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야. 아플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지. 네가 이 아이를 핑계 삼는 한, 넌 조나연 씨랑 영원히 얽히게 될 거고 난 항상 너한테 버려지는 사람이 될 뿐이야.”강유형은 내 말에 침묵했다.나는 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유형, 만약 우리가 결혼한다면 난 내 남편이 사흘에 한 번씩 다른 여자를 돌보는 걸 원치 않아.”“지원아, 시간을 좀 줘. 잘 처리할게,” 강유형의 눈빛에 갈등이 스쳤다.“뭘 처리해? 조나연 씨는 다른 사람의 아내야. 돌봐야 한대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갔다. “임석진한테는 너 말고도 다른 친구가 있잖아. 신지태랑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왜 하필 너만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강유형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 “난 석진이가 사고 났을 때 유일하게 곁에 있었던 사람이야.”그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고통을 듣고 임석진의 죽음에 대한 그의 죄책감과 자책을 떠올리며 나는 물었다. “강유형, 혹시 임석진에게 미안한 일이라도 했어?”“윤지원.” 강유형이 차갑게 내 이름을 불렀다. “꼭 이 일을 꼬집어야겠어?”“어, 이미 나한테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강유형, 친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 괜찮은데 친구의 아내까지 돌보고 싶다면 우리 헤어지자. 그러면 너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3화

    다만 놀이공원이 거의 완공 단계에 있었기에 난 이 시점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점심 무렵, 내가 업무를 정리하고 있을 때 이소희가 신비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지원 님, 어젯밤에 생리 시작했어요?”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물어요?”“별거 아니에요.” 이소희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강 대표님이 오늘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신지 알겠어요. 욕구불만이었나 봐요.”잠시 멍했다가 그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은 나는 펜으로 그녀의 머리를 톡 쳤다. “근무 시간에 일에 집중해야죠.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요.”이소희는 킥킥 웃으며 어제 우리가 함께 본 현장 보고서를 건넸다. “제가 멋대로 상상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 다들 강 대표님한테 혼나서 무서워하고 있어요. 오늘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중에 웃으면서 나온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내 눈앞에 오늘 아침 강유형이 화가 나서 장미꽃을 버리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 기분이 안 좋은 이유가 내가 평소처럼 쉽게 달래지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헤어지자고 한 것 때문인지 궁금했다.“지원 님, 혹시 대표님이랑 싸웠어요?”이소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나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일이나 열심히 해요. 안 그러면 다음에 울 사람은 소희 씨일 지도 몰라요.”이소희를 보내고 나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내 일을 정리하고 이소희의 보고서를 검토해 수정한 뒤 강유형에게 보냈다.그는 답장이 없었고 나도 묻지 않았다.오후 3시, 나는 휴게실에 물을 받으러 갔다가 강유형과 마주쳤다.이소희의 말대로 그의 얼굴은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았고 나를 보자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래도 나는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제가 보낸 보고서 확인해 주세요. 문제없으시면 협력 업체에 답변을 드려야 해서요.”하지만 그는 나를 무시한 채 그냥 지나쳐 갔다.나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는데 낯선 번호였다. “여보세요?”“지원 씨, 나

Pinakabagong kabanata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40화

    나는 진정우가 강진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다.내가 경찰에 끌려와서 구속까지 당했기 때문이다.나는 변호사는 아니지만, 법을 좀 알고는 있다. 기껏해야 용의자일 뿐이라 조사에 협조만 하면 구속할 수는 없다.진정우는 분명 나를 안전한 곳에 가두고 보호할 생각인 것이다. 미리 말해줬기에 나는 긴장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조용히 있었다.처음으로 날 보러 온 사람은 허진호였다. 그는 오자마자 농담했다.“윤 부장, 이번 달 월급은 경찰 아저씨한테서 받아야겠네요.”회사에서의 직급과 최근 근무 상황을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웠다.“부대표님, 저 지금 구두로 사직 신청할게요. 그리고 이제 여기서 나가면 회사에 정식으로 수속 밟으러 갈게요.”“사직하라고 강요하러 온 게 아니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알고 있어요. 제가 미안해서요. 제가 사장이면 저 같은 직원은 진작 잘라버렸을 거예요.”허진호는 눈썹을 찡긋하면서 말했다.“윤 부장은 고위층 직속 라인인데 그럴 일은 없죠.”허진호는 드디어 대놓고 말했다. 진정우와 배성재의 신분도 진작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한 것이다.나는 허진호를 놀려보기로 했다.“무슨 직속 라인이요? 진정우 씨 말하는 거예요? 그 사람은 이미 재가 됐어요.”허진호는 입을 실룩거렸다.“윤 부장, 저는 남이 아니니 농담 그만 하세요.”“농담이라니요?”나는 계속 모른 척했다.그런 내 모습에 허진호의 표정이 풍부해졌다. 결국 허진호는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독순술로 말했다.“진정우 씨가 걱정하지 말래요. 여기 며칠만 있으면 될 거예요.”며칠만 있으면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너무 심심했다.지난번에 경찰에게 체포된 건 조나연의 남동생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그 망할 놈의 소식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심술을 부렸을 때 강진혁이 데려갔으니, 아마 지금쯤 강진혁 밑에서 일할 것이다.너무 지루하던 차에 누군가 찾아왔으니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허진호를 계속 놀렸다.“진정우가 말했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39화

    예나 지금이나 여자는 약하고 상처받고 있는 것 같다.옛날에는 이득을 챙기기 위해 시집을 보냈고, 전쟁 시기에는 위안부로 끌려갔으며, 지금은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나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남자 모델이라며. 그럼 남자 모델도 고퀄리티로 고르는 거야?”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남자든 여자든 다 똑같은 기준이야.”이제야 왜 용준호한테 가짜라는 걸 들키려 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드래곤킹은 가장 큰 수출 집단이다. 만약 배성재가 사칭이라는 걸 알면 진정우는 아무것도 조사해 낼 수가 없다.“강진혁은 이미 진짜 신분을 알았는데, 왜 용준호한테 말하지 않았을까? 일이 생기면 자신도 연루될 수 있을 텐데.”나는 그 점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그게 강진혁이 똑똑한 곳이야. 드래곤킹에 강진혁 몫도 있다지만, 강진혁에 관한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으니까 두려울 게 없는 거야. 그리고...”진정우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드래곤킹에 일이 생기길 바랄 거야.”나는 강진혁이 어느 정도 야망을 품고 있는지를 떠올렸다.“드래곤킹에 일이 나면 국내 루트를 혼자 독점하려는 거겠지?”진정우는 웃으며 대답했다.“똑똑하네.”“진우 씨가 이쪽 산업을 통째로 뽑아버리면 어쩌려고?”나는 진정우한테 계속 질문했다. 이런 불법 산업은 여러 단계별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했다. 진정우가 몰래 잠입한 것도 그들을 송두리째 뿌리까지 뽑아버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진정우는 절대 작은 불씨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강진혁은 이미 해외에 있는 브라운과 헤르나와 결탁했어. 그자들은 신세대 불법 산업의 대표 주자들이야. 내가 이 낡은 루트를 완전히 망가뜨린다고 해도, 강진혁은 다시 자기만의 새 루트를 만들면 돼.”진정우는 강진혁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그럼 강진혁부터 처리해야지. 다시 일어날 수 없게.”나는 오만한 강진혁의 생각에 참을 수 없었다.“그래. 강진혁을 처리하는 것도 내가 맡은 임무 중 하나야.”진정우는 나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38화

    진정우는 손가락으로 내 코끝을 두 번 세게 눌렀다.“너무 똑똑해서 탈이라니까.”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진정우의 손을 피했다.“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진정우는 내 머리를 감싸고 말했다.“그만 흔들어. 더 흔들면 어지러워.”“그럼 이유를 말해봐.”나는 진정우의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진정우는 거짓말을 할 때면 눈동자에 빛이 없다. 전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때 나는 미처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교통사고를 낸 진짜 범인이 누구인 건 알고 있지?”진정우는 내 속눈썹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진정우도 잘 알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지원아, 너 속눈썹이 엄청 길구나. 어렸을 때랑 똑같네.”진정우가 또 화제를 돌렸지만, 나는 계속해서 내 생각을 말했다.“그 말은 용준호한테 보여주는 상처란 말이야?”“맞아. 내가 가짜 배성재라는 걸 용준호가 알게 해선 안 돼.”진정우는 그제야 인정했다.“근데 강진혁은 알잖아.”말을 꺼내자마자 강진혁과 용준호가 한 편은 아니라는 걸 떠올렸다. 강진혁이 진정우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다고 해도 용준호에게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배성재는 무슨 신분이야?”전에도 물었지만 진정우는 많은 걸 알려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배성재가 관건인 것 같아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포주. 뭔 말인지 알겠어?”진정우의 말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무슨 말인지는 당연히 알겠지만, 진정우가 그동안 포주 일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쩐지 이소희가 드래곤킹에서의 일을 쉽게 조사해 내더라니.“배성재가 그냥 일반 모델인 줄 알았는데, 가장 큰 범죄의 원천이었네.”“가장 높은 신분은 아니야. 위에 또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이 진정한 거물이고, 부하들이 전 세계 수십 개국에 퍼져 있어.”진정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보태어 설명했다.여러 국가가 연루된 국제 범죄인 만큼, 배후의 실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었다.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움을 망치려는 벌레들은 항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37화

    용준호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그거야 지원 씨가 잘 알겠지.”내가 한 짓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지, 아직 의도를 파악하지는 못한 것 같았다. 강진혁과 한배를 타긴 했지만, 두 사람은 같은 편은 아니었다.진정우의 교통사고도 용준호의 소행이지만, 사람들이 강진혁으로 오해하게끔 처리한 것이다. 다른 사람 손을 빌려서 사람을 죽이는 참 음흉한 놈이다.“제가 못마땅해서 놀리고 싶은 사람이 있나 봐요.”나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나한테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건 안 용준호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럼 원한 관계가 있거나, 의심 가는 사람이 생각나면 나한테 말해. 남은 건 지원 씨가 신경 쓸 필요 없어.”“네.”나는 흔쾌히 대답했다.용준호는 몸을 일으키더니 떠나기 전에 한마디 했다.“은서는 단 한 번도 고생한 적 없는데,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네.”용은서의 신분을 생각하면서 나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여동생으로 인정하는 거예요?”“그럼. 귀엽잖아.”용준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애정 담긴 표정을 지었다.연기인 것 같지 않은 용준호의 반응에 나는 조금 놀랐다.사람은 누구나 착한 면이 있고, 아마 이게 소위 말하는 혈육의 정인 것 같다.용은서의 실종이 진정우 말대로 함소은 짓이라면 아무 위험도 없고 고생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걱정되어 악몽까지 꾸었다.용은서가 누군가에게 붙잡혀 매달려 있는 꿈을 꾸었다. 브라운이 나를 악어 호수에 매달았을 때처럼, 꿈속에서 용은서는 계속 울면서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언니, 살려줘요. 언니, 살려줘요 제발...”“은서야, 은서야...”“지원아, 깨어나 봐.”진정우가 나를 악몽에서 끌어냈다.나는 숨을 헐떡이며 진정우를 보았다.진정우는 나를 꼭 안으며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나는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박동을 들었다.“꿈에 은서를 봤는데 매달려 있었어...”“꿈은 다 반대니까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걔 엄마 짓인데 설마 자기 딸을 해치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36화

    경찰보다 용준호가 먼저 찾아왔다.지금 용씨 가문 일은 모두 용준호가 나서서 처리하고, 용진표는 뒤에서 안일하게 모든 걸 누리고만 있다.“은서는 어디 있어?”용준호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함소은은 단지 나와 비슷한 모습이라고만 했지만, 용준호는 내 짓이라고 단정 짓는 것 같았다.내 모습을 못 알아보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나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몰라요.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나도 직설적으로 내가 아니라고 부인했다.“내가 널 찾아온 데는 다 이유가 있어. 돈을 원하면 말해. 사람만 돌려주면 원하는 걸 줄게.”용준호는 이번에는 내가 돈을 밝히는 여자인 것처럼 말했다.하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이 외부인들 눈에는 강유형과 헤어지면서 받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심지어 인터넷에 내가 사람 감정으로 거래한다고 비난하는 악플러들도 수두룩했다.“준호 씨는 왜 은서를 원하세요?”나는 더 이상 내가 은서의 실종과 무관하다고 부인하지 않고, 용준호의 의도가 궁금해서 물었다.“지원 씨가 알 바 아니야.”용준호는 진짜 의도를 밝히지 않았다.나는 입을 실룩거리며 계속 물었다.“내가 맞혀볼까요? 용은서를 손에 넣고 함소은을 짓누르려는 거예요? 아니면 용은서를 계속 찾지 못하면 그 여론이 드래곤킹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봐 그래요? 그것도 아니면...”“지원 씨, 그건 우리 집안일이니 신경 꺼.”용준호는 내 말을 끊었다.하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용준호 입에서 뭔가는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궁금했던 것들을 다 털어냈다.“아니면 준호 씨 어머님이 시켰어요?”용준호의 얼굴에 드디어 표정 변화가 약간 생겼다. 조금 의외였다. 용은서를 찾는 게 용준호 어머니의 뜻이었다니.“우리 집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네.”용준호는 조롱하는 말투로 나를 비웃었다.나는 여전히 신경 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은서 일은 저와 전혀 상관없어요. 준호 씨도 제가 요즘 어디 있었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은서를 납치해서 뭐 하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35화

    함소은 울면서 용은서 없어진 과정을 말했다.“유치원 수업이 끝난 후에 백화점에 데리고 갔어요. 물건을 고를 때까지 제 옆에 있었는데, 전화를 받고 보니까 없어졌더라고요.”그 말을 들으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백화점 CCTV를 확인해 봤어요?”“확인해 봤는데 누군가를 쫓아가더라고요. 어딘가 지원 씨와 많이 닮아 보였어요.”함소은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저는 최근에 계속 병원에 있었고, 백화점에 간 적도 없어요.”“지원 씨가 아닌 걸 알아요. 그냥 CCTV를 봤는데 지원 씨와 많이 비슷하더라고요. 은서도 지원 씨인 줄 알고 쫓아갔을 수 있어요.”“...”그 말을 듣고 있노라니 말문이 막혔다. 집에서 가만히 있어도 재앙이 들이닥친다는 게 딱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하지만 함소은의 말에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왜 은서가 쫓아간 사람이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가 의문이었다.‘우연일까?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그런 걸까?’“지원 씨, 혹시 친척이나 친구 중에 지원 씨랑 비슷한 사람 없어요? 한번 잘 생각해 봐요.”함소은은 나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나는 고아인데 가족이 있을 리 없다.유희연의 부모님이 삼촌과 외숙모인 것도 얼마 전에 금방 알았고, 유일하게 조금 닮은 자매도 하늘나라로 가서 아는 사람 중에 나와 비슷한 사람은 없었다.“소은 씨,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대표님이 현상금도 걸었고 경찰도 모든 인력을 동원해 찾고 있고, 그리고 네티즌들도 다들 관심하고 있으니까 곧 찾을 수 있을 거예요.”나는 이렇게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은서는 제 딸이에요. 제 친딸.”함소은은 나한테 소리쳤다.딸 걱정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서 그런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나는 그냥 전화를 귓가에서 조금 멀리 떼고 있다가 함소은의 다 말하자 전화를 끊었다.“지금 널 의심하는 거야?”바로 옆에 있던 진정우는 자연스럽게 모든 통화 내용을 다 들었다.함소은의 말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날 의심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34화

    ‘지나가는 길이었다고?’조시언이 떠난 후에도 안리영은 그의 대답을 계속 되새겼다.이곳은 산부인과인데, 조시언이 여기를 지나간다는 게 말이 안 됐다.한 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조시언의 여자친구가 이곳에 진료받으러 왔다는 것이다.말이 되는 추측이다. 조시언은 학교 다닐 때부터 따르는 여자들이 많았고, 안리영이 대신 연애편지를 받아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젠 성숙한 남자의 느낌까지 더해졌으니, 조시언처럼 잘생기고 분위기 있는 남자가 여자친구가 없을 리 없다.이번 의료 사고는 영향이 컸다. 산모 가족들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기에, 안리영의 부모님까지 알게 되었다.“리영아, 너희 과실에 사고가 생겼다며? 영상을 봤는데 너도 연루되어 있는 건 아니지?”“엄마, 아빠. 난 괜찮아.”안리영은 부모님을 진정시켰다.“우리를 속이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말해. 우리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보자.”“정말 괜찮아.”안리영은 다시 한번 부정하며 말을 돌렸다.“엄마, 삼촌한테 여자친구 생겼어?”조민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했다.“몰라. 평소 말수가 적은 데다가 우리랑 나이 차이가 커서 너처럼 속에 있는 말을 잘 안 해.”한바탕 잔소리를 한 후, 조민영이 되물었다.“그건 왜 물어? 만나봤어? 어떤 여자였어? 안 그래도 외할머니가 많이 걱정하고 있어.”“그건 아니고, 그냥 물어본 거야.”안리영은 난처한 상황을 만들기 싫었다. 직접 본 건 아니라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내가 널 몰라? 분명 뭔가 본 게 있겠지. 안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할 애가 아니야. 얼른 엄마한테 말해봐.”조민영의 질문에 안리영은 조시언이 산부인과에 왔던 일을 말했다.조민영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여친 있는 게 맞네. 안 그러면 남자가 산부인과에 갈 일이 뭐 있어? 기회가 되면 물어봐야겠어.”조민영 말처럼 만약 조시언한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제일 기뻐할 사람은 외할머니다. 외할머니가 기뻐하면 조민영도 기쁠 것이고, 조민영이 기뻐하면 안리영네 가족들도 기분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33화

    안리영과는 오랜 친구였지만, 출산 중 일을 들려주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사고에 관한 일이라 들으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안리영이 지금까지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환자 가족도 동시에 두 목숨을 잃었으니, 고통이 말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그건 의사의 책임도 아니다. 안리영과는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그녀가 생명을 얼마나 경외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한 가닥의 희망이 있어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까 집도의 선생님도 전혀 책임이 없다는 말이지?”“응. 하지만 환자가 사망했으니까 가족들도 저러는 거야. 들어올 때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우리가 죽였다는 거지.”안리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답하면서도 괴로운 표정이었다.의료 사고에 관한 기사를 많이 접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의사에게는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도 선생님은 이미 정직당하고 조사를 받고 있어. 이 일이 도 선생님과 무관하더라도 큰 타격이 있을 거야.”안리영은 한숨을 내쉬었다.안리영이 왜 자책하는지 이해가 됐다. 두 사람이 근무를 교대하지 않았다면, 도 선생님이 이 수술을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이 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을 것이다.“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아무도 몰랐잖아.”내가 위로하자 안리영은 한숨을 쉬었다.“방법이 없지 뭐.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이소희 상황은 괜찮아. 아마 곧 회복할 수 있을 거야. 심리 상태도 좋은 것 같아. 전에 상처를 입었던 여자애들은 어느 정도 심리적인 문제가 있거든.”이소희가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진정우는? 아직도 혼수 상태인 척하고 있어?”안리영이 물었다.“깼어.”나는 안리영이 다른 일 때문에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안리영은 수심에 싸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의료 사고 때문에 걱정하는 걸 알고는 있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었다. 이 일은 그녀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난 괜찮아. 그냥 널 보러 온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32화

    “아파?”조시언은 무의미한 질문을 던졌다.안리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시언 앞에서 안리영은 순종적인 아이 같았다.하지만 두 사람의 나이는 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응. 그만 움직여.”안리영이 팔을 빼려고 했지만, 조시언은 놓아주지 않았다.“가서 MRI 한번 찍어 봐.”안리영은 놀라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냥 근육 통증일 뿐인데 MRI를 찍으라니.안리영은 속으로 조시언이 정말 상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거절했다.“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괜찮으면 안 아파야지. 아프면 괜찮지 않은 거야.”맞는 말이긴 했다.나는 문 앞에 서서 아무런 반박도 못 하는 안리영의 모습에 몰래 웃었다. 전에는 구안석과 안리영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었는데, 지금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니 츤데레 대표 남친과 순진한 토끼 같은 여친의 모습인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삼촌.”기어코 MRI를 찍으라는 조시언의 말에 안리영은 부드럽게 말했다.“약간 주먹에 스쳤다고 MRI 찍으러 가는 게 어딨어? 거기 과실 의사들도 다 직장 동료인데 분명 날 비웃을 거야.”안리영은 그냥 사실대로 말했지만, 말투가 부드러워 애교처럼 들렸다.조시언의 눈빛이 약간 수그러들었다. 안리영의 다정한 눈빛에 조시언은 결국 타협했다.“정말 괜찮아?”“그럼. 못 믿겠으면 한번 봐봐.”안리영은 팔을 돌리며 괜찮다는 걸 증명해 보이려다가 통증에 잠깐 숨을 멈추었다.“그만 움직여.”조시언은 낮은 소리로 화를 냈다.안리영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팔을 가볍게 주물렀다. 조시언도 말이 없었고,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면서, 조금은 야릇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삼촌, 난 괜찮으니까 가서 일 봐.”안리영은 이유를 찾으면서 조시언을 쫓았다.조시언은 알겠다고 했지만, 가지 않고 한마디 더 당부했다.“의료 사고가 나면 환자 가족들은 다 이성을 잃어. 다시는 그렇게 무모하게 나서지 마. 그리고 둘 다 동의해서 교대한 거니까,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네 잘못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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