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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Penulis: 꽃길
지금은 내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흥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이 순간 그가 전화를 받거나 나가버린다면 나로서는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강유형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바로 끊어버리고는 다시 내 목과 쇄골에 입 맞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휴대폰이 곧바로 다시 울렸다. 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우리 둘 다 평온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받아.”

강유형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옆에 있던 이불을 끌어다 나를 덮어주고는 휴대폰을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그가 발코니 문을 닫긴 했지만 그의 낮은 목소리가 여전히 들려왔다.

“지금 안 돼. 간병인을 부르는 게 어때?”

“돌보지 않겠다고 한 적 없어... 내 잘못인 걸 알아... 알았어, 울지 마. 갈게, 지금 갈게...”

그 후로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다만 라이터 켜는 소리만 들렸다.

강유형이 담배를 피웠다.

처음으로 집에서 담배를 피웠다.

약 10분 후 강유형이 돌아왔고 공기 중에 담배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불안함이 묻어났다.

“저기... 잠깐 나가봐야 할 것 같아. 나연이가 병원에 있는데 돌볼 사람이 없어서...”

드물게도 그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불 속 내 몸이 차가워졌다.

“남자인 네가 나연 씨를 돌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

“난, 난 나연이한테 간병인을 구해주러 가는 거야.”

강유형은 말하면서 이미 내가 흐트러뜨린 그의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를 붙잡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난처함과 서운함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코끝까지 올라왔다.

“강유형.”

“응?”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는데 그의 눈 밑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아마도 내가 그를 붙잡고 가지 못하게 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유명한 사업가인 강유형이 언제 이렇게 두려워했던가. 지금 내 앞에서 그는 긴장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이 순간 내 목구멍에 걸린 말을 더 이상 꺼낼 수 없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말을 마치고 나는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 채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강유형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고 그의 숨결이 다가오더니 이마에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의 입술이 떨어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그는 이렇게 하는 것이 나를 상처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상처를 주었다.

아마도 내가 그에게 너무 너그러워서 한두 번 상처 주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강유형은 떠났지만 그가 불러일으킨 욕망은 여전히 내 몸 안에서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는 욕조에 몸을 던졌다.

안리영의 전화가 왔을 때 나는 이미 정신이 완전히 맑아진 상태로 욕조에 누워 멍하니 있었다.

“강 대표가 우리 산부인과에 왜 왔어? 조나연이라는 여자는 강 대표랑 무슨 사이인데?”

나는 안리영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았고 그녀에게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말했다.

안리영은 순간 화를 냈다.

“강 대표가 과부를 돌보러 간다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아니 왜 굳이 이 혼탁한 물에 발을 담그려고 해?”

안리영조차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으니 난 내 자존심 따위는 접어두고 말해버렸다.

“만약 강유형이 나랑 잘 때 떠났다고 말하면 넌 어떻게 생각할 거야?”

안리영은 잠시 멈칫했다.

“너희... 했어?”

“아니, 옷만 반쯤 벗었어.”

이 말을 하는 순간 나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젠장!”

평소에 점잖고 우아해 보이는 의사 안리영이 욕을 내뱉었다.

“강유형 그 자식이 바지까지 벗고도 중간에 멈출 수 있다는 건 그 부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안리영은 뒷말을 삼켰다.

그녀가 말하지 않았지만 나도 이해했다. 그녀는 강유형이 나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려 했던 것이다.

만약 그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나를 버려두고 가지 않았을 것이고, 만약 그가 나를 사랑한다면 한밤중에 다른 여자를 돌보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친구의 죽은 아내라 불쌍하긴 했다. 그러니 조금 더 신경 써주는 건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보살핌이 선을 넘었으니 문제가 되었다.

“포기하겠다고 하지 않았어? 그럼 빨리 헤어져. 다음 사람은 더 좋을 거야,” 안리영이 나를 설득했다.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강유형을 포기하는 건 간단했지만 강씨 집안은 달랐다.

지금 강씨 집안은 내 집이고 가족이었다. 강유형의 부모님은 나를 친딸처럼 여겼고 이 몇 년간 그들이 나를 키워주셨다.

특히 김희연은 친엄마처럼 내가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 때도 그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셨고, 더러워진 내 옷을 직접 빨아주셨다.

안리영은 내 침묵에서 뭔가를 읽어냈는지 이렇게 말했다.

“지원아, 사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어. 생각해 봐. 강유형이 이 몇 년간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어디 가나 너를 자기 아내라고 소개했잖아. 지금 그 여자를 돌보는 건 아마 그저 죽은 친구 때문일 거야. 어쨌든 난 강 대표가 그 여자랑 뭔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해. 특히 그 여자 임신했잖아. 설마 강 대표가 아이 아빠 노릇을 하고 싶겠어?”

조나연이 강유형을 바라보던 눈빛이 떠올랐다.

“만약 한쪽만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면?”

“뭐라고?”

안리영이 잠시 놀랐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 네 남편 강유형은 수많은 여자들의 이상형이잖아. 과부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럴 때일수록 강 대표가 그 여자랑 거리를 두어야 해. 여자가 힘든 순간에는 작은 따뜻함조차도 구명줄이 되어 놓지 않으려고 할 거야.”

안리영이 말하다 잠시 멈추었다.

“내가 오늘 밤 좀 지켜볼게. 큰일은 없을 거야.”

그제야 안리영이 야간 근무를 하러 갔다는 걸 기억해 냈다.

“괜찮아, 네 일 끝나면 쉬어. 이런 건 한두 번은 볼 수 있어도 계속 볼 순 없잖아. 정말 뭔가 있다면 아마도...”

나는 말을 멈추고 최근 강유형의 이상한 행동들을 떠올리고는 말을 이었다.

“아마도 이미 무언가 있었을지도 몰라.”

안리영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겠지. 하지만 지원아, 너무 고민하지 마. 만약 강유형이 정말 너한테 미안한 짓을 한다면 헤어지면 돼. 앞으로는 각자의 길을 가는 거지. 어차피 두 사람 아직 자지 않았으니까 아무 일 없었던 거로 쳐도 돼. 얼마든지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어.”

“풉.”

나는 웃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 몇 년간 강유형과 선을 지키며 지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나는 일부러 하품을 하고는 안리영과의 통화를 끝냈다.

이런 밤에는 당연히 잠들 수 없었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 강유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 나는 외근이 있어서 강유형 부모님이 일어나기 전에 서둘러 나갔다. 이렇게 일찍 나가는 건 사실 그들이 물어볼까 봐 두려워서였다.

강유형의 방을 수리하는 건 사실이지만 김희연의 진짜 목적은 나와 강유형이 빨리 잠자리를 가지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었고 나로서는 참으로 난처한 일이었다.

한 여자가 남자의 옷을 벗기지 못한다는 건 때로는 매우 실패한 일이다.

8시가 조금 넘어 내가 협력 업체에 도착했을 때 강유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번호를 보며 나는 몇 초간 망설였으나 결국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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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고 그 가련한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유형 씨, 결국 내가 귀찮아진 거지?” 조나연의 말과 함께 눈물이 뚝 떨어졌다.강유형은 말없이 서 있었고 주변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하지만 석진 씨한테 아무 일도 없었다면 나도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았을 거야...” 조나연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네가 나를 귀찮게 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지원이를 귀찮게 하지 마.” 두 사람이 싸우려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지, 아니면 떠나야 할지 망설였다.“알겠어. 앞으로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 두 사람을 방해하지도 않을 거야.”조나연이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 큰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이번에는 강유형이 쫓아가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유형이 바로 뒤따라왔다. 우리가 카페를 나서자마자 끼익하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나와 강유형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보니 조나연이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에 치여 넘어진 모습이 보였다.“조나연!” 강유형이 낮게 외치며 달려갔다.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따라갔다.“유형 씨, 아이가...” 조나연은 창백한 얼굴로 한 손으로는 배를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유형의 팔을 꽉 잡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그를 보자마자 구원의 손길이라도 잡은 듯한 모습이었다.배우를 하지 않은 게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차를 몬 사람도 놀라서 연신 설명했다. “대표님, 저 여자가 갑자기 뛰어들었어요.”우연히도 운전한 사람은 우리 회사 직원이었다.“꺼져!” 강유형이 화를 내며 조나연을 안아 들고 자신의 차로 달려갔다.마침 퇴근 시간이라 직원들이 오가고 있었고 모두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이미 몇몇은 소곤거리기 시작했다.“대표님이 저 여자를 무척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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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리영은 내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지만 더 묻지 않고 말했다. “알았어. 소식을 들으면 알려줄게. 그나저나 오늘 어디 갈 거야? 강씨 집안에 돌아가기 싫으면 우리 집에 와.”오늘 안리영은 야간 근무였기에 그녀의 집에 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나는 정말 강씨 집안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특히 지금은 강유형과 한방에서 자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하지만 계속 안리영의 집에 머무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없다고 해도 누구나 자신의 사생활 공간을 침해받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그래.”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살 곳을 찾을 때까지는 호텔보다 그녀의 집이 나을 것 같았다.밤에 잘 곳은 정해졌지만 나는 바로 그곳으로 가지 않고 차를 몰아 도시 외곽으로 향했다.이곳은 이미 구도심이 되었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임차인들이었는데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었다.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곳이 내 집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우리 가족 셋은 모두 이곳에서 살았다. 당시에는 이곳이 구도심이 아니었고 경제와 교통이 매우 편리하고 번영했었다.하지만 10년의 세월이 지나 이곳은 더 이상 예전의 번화함을 간직하지 못하고 있었다.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 단지의 대부분의 집들도 임대로 나갔지만 우리 집만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심지어 부모님의 옷과 신발도 그대로 원래 자리에 놓여 있었다.부모님이 그리울 때마다 나는 이곳에 와서 볼 수 있었다. 다만 최근 몇 년간은 자주 오지 못했다.결국 그들은 내 기억과 삶 속에서 서서히 퇴장하고 있었다.30분 정도 운전해서 도착한 나는 차 안의 수납함에서 열쇠를 꺼내 집으로 올라갔다.문을 열자마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생긴 먼지 냄새가 났고 가구들도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전기도 끊겨 있었다.다행히 전기요금 번호가 있어서 바로 요금을 충전했고 곧 전기가 들어왔다.불을 켜고 나는 각 방을 돌아다녔다. 마지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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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02화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어붙었고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피하려 했다.하지만 상대는 강진혁이었고 그가 원하면 내가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지원아, 왜 다른 사람은 되고 나는 안 돼? 나도 그들만큼 널 사랑하는데.”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고 마치 집착과 분노가 뒤섞인 듯한 말투였다.나는 힘을 다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단단하게 붙잡힌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그의 입술이 내 이마를 스치고 뺨을 따라 내려왔다.그리고 내 목덜미로 파고들려는 순간 갑자기 허리를 감싸고 있던 그의 팔이 강하게 밀려났다.“강진혁 씨, 남녀 사이의 일은 서로의 동의가 있어야 즐거운 법이죠. 억지로 하면 재미없지 않겠어요?”배성재의 목소리는 진정우와 정말 달랐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더 없는 안정감을 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배성재의 옷깃을 붙잡았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래도 놓지 않았다.배성재는 나와 강진혁 사이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강진혁이 마셨던 술이 그의 정신을 흐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선을 넘은 건 단순한 술기운 때문만은 아니었다.강진혁은 강유형이 떠난 후, 자신에게 기회가 생길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그런데 뜻밖에도 진정우를 닮은 남자가 나타났다.강진혁은 한 번 죽였다고 생각한 진정우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자, 분명 더 초조해졌을 터였다.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넌 뭔데 나한테 훈계질이야?”분노로 가득 찬 시선이 배성재를 향했다. 하지만 배성재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명망 있는 집안 자제라도, 강요하는 건 좀 치사한 거 아닌가요?”배성재는 가볍게 웃으며 내게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그의 눈빛 속에는 싸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그렇지 않나요, 강진혁 씨?”강진혁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눈빛이 서서히 위험하게 변해갔다.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극단적으로 치닫기 전에,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었다.나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그의 소매를 꼭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01화

    강진혁이 나에게 가졌던 인내심이야 지난 10년 동안 충분히 증명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더 흔들어 보는 게 나쁠 건 없었다.“미안해요, 오빠. 좀 일이 있어서 늦었어요.”나는 자리에 앉으며 적당히 가식적인 사과를 건넸다.“괜찮아. 네가 와준다면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그는 망설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었다.솔직히 듣고 있자니 어색해서 나는 괜히 테이블 위의 식기를 정리하며 시선을 피했다.그가 직원을 불러 내게 메뉴를 고르라고 했지만 이미 배 속에는 배성재가 해준 미트볼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솔직히 한 입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으니 적당히 간단한 메뉴만 골랐다.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고 보니 내가 시킨 것 외에도 다양한 요리가 가득 깔려 있었다.“오빠, 그냥 간단히 먹으면 되잖아요. 배만 채우면 되는 건데 이렇게 많이 시키면 남는 게 더 많을걸요?”나는 테이블 위의 요리를 가리키며 덧붙였다.“음식 하나하나 다 소중한 거예요.”“이건 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조금씩만 맛봐. 못 먹으면 싸 가면 되니까.”그의 말이 현실적이라 딱히 반박할 수 없어 그저 수긍하며 젓가락을 들었다.“와인 한잔할래?”나는 순간, 저번에 술에 취한 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때 나는 끝까지 취한 척을 밀어붙였고 모든 걸 모른 척할 수 있었다.그의 의도를 알기에, 더욱 태연한 척하며 답했다.“좋아요. 근데 저 또 취하면 오빠가 집까지 바래다줘야 해요.”“당연하지.”그는 웨이터를 불러 우리에게 와인을 따르게 했다.솔직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는 예상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끌었다.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나와 강유형이 항상 그를 뒷전으로 두었다는 이야기까지.그러다가 강유형의 이름이 나오자,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가 피를 토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 피가 단순한 감정적인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몸 상태가 심각한 건지 모르겠지만.“오빠, 요즘 강유형 만난 적 있어요?”“아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00화

    나는 순간적으로 손을 움켜쥐며 몸을 떨었다.‘도깨비야? 어쩜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올 수 있지? 도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혹시 내가 보내려던 메시지를 봤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나는 이곳의 주인이기에 사진을 찍는 게 이상할 이유도 없고 보고 싶으면 볼 수도 있는 거다.나는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돌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늘 그랬듯,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응시했다.“조용히 오고 싶었어요.”조나연은 내 맞은편에 앉으며 손가락으로 주변을 가리켰다.“바 분위기를 조금 바꿨어요. 손님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요.”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네요. 확실히 신선한 느낌이에요. 대표님이 마음에 들어 한다면 다행이죠.”그녀는 손짓해 직원에게 음료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당연히 만족해야죠. 내가 직접 뽑은 사람이니까.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네요. 역시 능력 있어요.”말을 마치고 나는 그녀의 차림을 살폈다. 다른 직원들과 달리 정장이 아닌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반짝이는 시스루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술집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 묘하게 옛 상하이 영화 속 여주인공 같은 느낌이었다.문득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그때는 하얗고 단정한 인상의 여자였는데 이렇게까지 변할 줄이야.나는 시선을 그녀의 몸매 위아래로 훑으며 피식 웃었다.“내가 말하는 ‘능력’은 그쪽이 아니라 머릿속 능력이요.”진심으로 칭찬하는 말이었는데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아마 비꼬는 걸로 들었는지 그녀는 바로 반격했다.“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에요. 만약 지원 씨가 직접 운영했다면 똑같이 했을걸요?”그녀의 말투는 단호했다. 이건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듯한 태도였다.하지만 나였다면 이렇게 하진 않았을 거다. 다만 조나연은 이미 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굳이 반박할 이유도 없다.그런데 마치 본인이 주도권을 쥔 듯 행동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9화

    “그래서 결국 뭘 하려는 거예요?”한참을 빙빙 돌리던 내 말을 끊고 배성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는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으니 더는 숨길 이유가 없었다.“내 친구가 드래곤킹에 있을 수도 있어요.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고 가능하면 안전하게 보호해 줄 사람도 필요해요.”잠시 말을 멈추고 나는 그의 반응을 살피며 덧붙였다.“이름은... 이소희예요.”배성재는 놀란 건지, 아니면 이미 알고 있었던 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드래곤킹에서 몇 개월이나 있었고 그렇다면 그곳에서 누가 출입하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리 없었다.“좋아요. 도와줄게요. 하지만 당신은 직접 나서지 마요. 위험한 곳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요.”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가면 위험하다? 그렇다면 이미 이소희는 그 위험 속에 있다는 뜻 아닌가?’그녀가 이미 어떤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자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들었어요?”내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성재가 다시 한번 물었다.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용히 되물었다.“성재 씨,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거예요?”사실 내가 정말로 듣고 싶은 대답은 따로 있었다.“나는 진정우니까. 널 사랑하니까.”하지만 그는 침묵했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저녁에 강진혁이랑 저녁 먹기로 했어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테니까, 바로 데리러 와 줄 수 있죠?”강진혁이 이상한 짓을 할까 봐 배성재에게 미리 알리는 거였다. 저번에는 취한척하며 위험한 상황을 모면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상황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왜 그런 자리에 가려는 건데요?”“왜긴요, 생각 좀 해봐요.”저녁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이소희에게 보낸 연락은 여전히 닿지 않았고 어떤 답장도 없었다.만약 그녀가 드래곤킹에 있다면 집에는 아무도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때, 강진혁에게서 저녁 장소가 문자로 도착했다.그런데 우연인지 아닌지 호텔 레스토랑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8화

    “콜록!”전화기 너머에서 배성재가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내 갑작스러운 애교 섞인 목소리가 꽤 당황스러웠나 보다.그는 곧바로 물었다.“무슨 부탁이죠?”나는 다리를 꼬아 올리고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드래곤킹에는 남자 모델뿐만 아니라 여자 모델도 있죠? 혹시 그쪽이랑 친하세요?”이제 내가 배성재가 진정우라는 걸 확신한 이상, 굳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도 없었다.생각해 보면 참 우습다. 그동안 그렇게 떠보고 시험해 보려고 온갖 수를 썼지만 결국 미트볼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갑자기 왜 그런 걸 묻죠?”여전히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듯 조심스럽게 되묻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팔짱을 끼고 일부러 더 장난스러운 톤으로 말했다.“저도 한 번 여자 모델이 되어 보고 싶어서요.”“뭐라고요?”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층 높아졌다.예상치 못한 대답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했다.“드래곤킹에서 여자 모델로 일해 보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성재 씨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그건 안 됩니다.”이번엔 단칼에 잘라 말했다. 거절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왜요? 제가 못생겨서? 아니면 몸매가 별로라서?”“그런 문제가 아닙니다.”그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곧이어 단호한 어조로 덧붙였다.“그곳은 당신이 갈 만한 곳이 아닙니다.”‘좋아, 바로 이 반응. 이제야 진짜 진정우다운 모습이 나오는군.’“왜요? 성재 씨도 거기서 일하셨잖아요?”내가 일부러 짓궂게 되묻자, 그는 순간 말을 잃었다.그리고 몇 초간의 침묵 끝에 낮게 말했다.“나는 당신이 그곳에 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도와줄 수도 없어요.”나는 속으로 쿡쿡 웃었다.‘그래, 바로 이거야. 이 반응이야.’분명 그는 자신이 진정우라는 걸 들키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를 통제하려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그럼 내 방법대로 알아서 갈게요.”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그가 날 불러 세웠다.“잠깐. 진짜 이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7화

    내 아버지를 언급하자 강진혁은 순간 굳어졌다.표정이 단단하게 굳은 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연한 반응이었다.내 부모님의 죽음은 그의 아버지가 직접 만든 비극이었으니까.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배성재가 만든 완자를 바라보았다.나는 차분한 척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제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그 맛은 다시 없을 거야.”하지만 그건 완전한 거짓말이었고 나는 이미 확신했다.배성재가 진정우라는 걸.그런데도 그가 계속 자신을 배성재라고 주장하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괜히 흔들리지 말고 그의 계획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었다.강진혁은 한숨을 내쉬듯 낮게 말했다.“지원아, 네 부모님 일은 정말 미안해.”하지만 그 말은 더럽게도 위선적으로 들렸다.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을 애써 눌러가며 나는 덤덤하게 받아쳤다.“그 일은 오빠랑 상관없잖아요.”강진혁이 쓴웃음을 지었다.“넌 참 착한 애야.”‘착해? 아니, 바보였겠지.’한때는 용서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내가 그들을 용서할 마음이 단 1%도 없다는 걸 말이다.나는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고 조용히 단호박 수프를 떠먹었다.따뜻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묘하게 마음을 안정시켰다.솔직히 말해 배성재의 요리 실력은 꽤 수준급이었다.심지어 예전 진정우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그동안 숨어서 요리 연습이라도 했나? 나중에 진짜 정체를 밝히면 꼭 물어봐야겠네.’“이거 맛있네요. 잘 만들었어요.”내가 무심하게 던진 칭찬에 강진혁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그러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저녁 약속 있어?”그는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없어요. 그냥 한 말이에요.”나는 무심히 단호박 수프를 한 모금 마셨고 그 순간 강진혁의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그러더니 예상치 못한 제안을 했다.“그럼 오늘 저녁에는 나랑 같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6화

    배성재는 정말 겁도 없었다.강진혁이 나를 붙잡으려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대놓고 도전장을 내밀다니...나는 그의 이런 태도가 예상 밖이었지만 지금 내게 더 중요한 건 이소희였다.그녀가 정말 드래곤킹에 있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야 했다.나는 고민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요.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어서요.”배성재는 별다른 아쉬운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돌아섰다.엘리베이터 앞에서 동료들을 마주쳤는지 다시 한 번 진 팀장님이라 불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런데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일 뿐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보고 있던 강진혁이 문득 내게 물었다.“저 사람... 진정우랑 정말 많이 닮지 않았어?”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만약 이 자리에서 안 닮았다고 하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 보일 것이다.그래서 나는 가볍게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답했다.“모르겠어요. 그래서 더 시험해 봐야죠.”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진정우는 항상 나한테 맛있는 걸 챙겨줬어요. 그래서 저도 한 번 성재 씨의 요리를 경험해 보려고요.”이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강진혁에게 보내는 신호였다.내가 배성재를 곁에 두려는 이유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는 신호였다.나는 아직 강진혁이 배성재를 위험 요소로 인식하지 않길 바랐다.적어도 지금은 배성재가 그의 타겟이 되어서는 안 된다.그의 표정을 살피던 강진혁이 나지막이 물었다.“그럼 결과는 나왔어?”우리는 이미 사무실로 들어와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열었다.그 안에는 예상했던 두 가지 요리 외에도 만두와 호박죽까지 곁들여져 있었다.솔직히 말해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당길 정도였다.강진혁도 한마디 덧붙였다.“보아하니 요리 실력이 제법인데. 드래곤킹에서 남자 모델로 있기엔 아까운 재능이네. 그냥 식당을 차리는 게 낫겠어.”나는 의미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5화

    “괜찮아요. 그냥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았을 뿐이에요.”나는 강진혁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의 그런 태도조차 나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관심과 걱정이라기보다 그저 나를 붙잡기 위한 수단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사랑이 식으면 그의 모든 행동이 불편하게만 보인다더니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그래도 물이라도 좀 마셔.”강진혁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권했지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렇게 화장실을 나와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그리고 곧, 회사 직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어? 진 팀장님!”“오랜만이에요! 드디어 복귀하신 거예요?”“우린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요!”여러 직원이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반가워하는 사람이 진정우가 아니라 배성재라는 것이었다.배성재는 아무런 반응 없이 직원들에게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그렇게 조용히 걸어오더니 나를 향해 곧장 다가왔다.그 순간, 내 옆에 있던 강진혁의 기운이 눈에 띄게 싸늘해졌다.굳이 보지 않아도 그가 지금 얼마나 불쾌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나는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나는 일부러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그가 진정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계속 착각하도록 놔두는 것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괜한 오해가 쌓이면 나중에 정리하기가 더 골치 아파진다.배성재는 개의치 않는 듯 태연하게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 상자를 내게 건넸다.“점심 가져왔어요.”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사실 나는 아침도 못 먹고 나와서 속이 비어 있었다.나는 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책임감이 꽤 강하네요?”그러면서 슬쩍 강진혁을 향해 돌아보며 덧붙였다.“오빠, 성재 씨 요리 실력 한 번도 안 맛봤죠? 진 팀장님보다는 아주 약간 부족하긴 한데 그래도 꽤 괜찮아요.”내 말이 끝나기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4화

    “생각나는 사람 있어요?”강진혁은 집요하게 내 반응을 살폈다.나는 짧게 웃으며 허진호에게 집중하듯 말했다.“전 허 대표님이 빨리 회복해서 출근하셨으면 좋겠어요. 출근 도장 찍는 모습 못 보니 너무 심심하네요.”그렇게 나는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전화를 끊었다.강진혁은 이미 내 자리까지 들어와 있었고 가져온 꽃을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그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오랜만에 그렇게 밝게 웃는 거 본 것 같은데.” 나는 자연스럽게 이유를 만들어냈다.“허 대표님이 여자 친구한테 얼굴 할퀴었다고 투덜대는데 그게 너무 웃겨서요.”강진혁은 별로 놀라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말했다.“혹시 유흥업소 간 거 때문에 그런 거야?”그 말에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강진혁이 허진호를 봤고 허진호가 본 사람이 정말 이소희라면 강진혁도 그녀를 봤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리고 이소희가 그렇게 두려워했던 사람이 바로 강진혁이었다는 내 의심이 맞다면...나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역시 남자들은 다 거기서 거기네요. 그런 곳은 꼭 가봐야 속이 시원해요?”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난 일 때문에 갔어.”“허 팀장님도 똑같이 말하던데요. 근데 여자 친구가 안 믿고 난리를 쳤대요.”나는 꽃을 들어 올려 코끝에 가져가 향을 맡으며 시선을 피했다.향은 좋았지만 지금 내 기분과는 정반대였다.그러다 그가 갑자기 말을 돌렸다.“어제 드래곤킹에서 좀 난처한 일 겪었다며?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그 말을 듣자마자 등골이 싸늘해졌다.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묻는 걸까?그가 배후에 숨어져 있던 사람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면 정말 그의 걱정 어린 태도에 속아 넘어갈 뻔했다.하지만 나는 이미 그가 주범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가 연기를 한다면 나도 맞춰줘야 했다.아직은 그를 자극할 때가 아니니까.그래서 나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직접 해결했어요. 굳이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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