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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꽃길
조나연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아이는 무사했고 그녀는 병실로 돌아왔다.

창백한 얼굴에 붉어진 눈, 거기에 하얀 달빛까지 더해져 정말 애처롭고 가련해 보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아이는 괜찮아.”

강유형이 위로했다.

“유형 씨, 나 너무 무서웠어.”

조나연이 울음을 터뜨렸다.

강유형이 휴지를 건네자 조나연은 그것을 받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그의 손등에 기댔다.

비록 가엾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약혼자를 자기 남자처럼 대해도 되는 걸까?

나는 다가가 말했다.

“나연 씨,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가 흥분하면 태아에게 좋지 않대요. 겨우 아이를 지키셨는데 이렇게 울다가 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질 거예요.”

말하면서 난 그녀를 부축하며 강유형과 살짝 떼어놓았다.

하지만 강유형의 손등에 남은 눈물자국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더럽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깨끗한 걸 좋아한다. 일상에서도 그렇고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조나연은 내가 이렇게 말한 것에 놀란 듯했다. 그녀는 얼굴색이 확 변했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로 잡았다.

“유형 씨, 미안해. 내가 이렇게...”

그녀가 휴지를 집어 강유형의 손을 닦으려 하자 내가 가로막았다.

“나연 씨, 지금은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요.”

조나연의 표정이 굳었다. 눈물 고인 눈으로 강유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분명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병실을 나오자마자 나는 강유형에게 물었다.

“나연 씨가 널 좋아하나 봐?”

“아니야!”

강유형이 부인했다.

“그럼 넌? 나연 씨를 좋아해?”

한 번에 확실히 물어보고 싶었다. 애매하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으니까.

강유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몇 초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그저 친구일 뿐이야...”

정말 그저 친구일까?

“석진이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손을 잡고 나연이를 돌봐달라고 했어...”

강유형의 목소리가 떨렸고 늘어뜨린 손도 마찬가지였다.

임석진의 죽음을 언급할 때마다 그는 항상 이렇게 격앙되는 것 같았다. 한 번이 아니었다.

그의 모습에 내 마음이 조금 아팠다.

“다른 뜻은 없어. 그저 나연 씨가 너한테 너무 의지하는 것 같아서.”

“나연이는... 아마도 임신해서 그런 거야. 혼자라 불안한 모양이야.”

강유형이 그녀를 대신해 설명했고, 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내 얼굴에 머물렀다.

“지원아, 앞으로 주의할게.”

그가 이 정도로 말했는데 내가 뭘 더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에 난 한 마디 더 당부했다.

“친구를 위해 돌본다 해도 남녀 간의 선은 지켜야 해.”

아까 같은 장면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해지니까.

“응, 알았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멀리서 바퀴 구르는 소리가 급하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응급차를 밀고 이쪽으로 급히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내가 막 피하려는 순간 강유형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해.”

그리고 그가 나를 잡아당겼다.

잠시 후 응급차가 우리 뒤로 급히 지나갔고, 나는 그의 품에 안겨 귓가에서 쿵쾅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에 강씨 집안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교 행사에 참여했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진 적이 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강유형이 달려와 나를 안고 ‘괜찮아’라고 말하며 보건실로 달려갔었다.

그때 처음으로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급하고 당황한...

그 순간부터 진정으로 그에게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나 때문에.

나는 눈을 감고 다른 잡념들을 밀어내고는 얼굴을 강유형의 품에 더 파묻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가자. 나 피곤해.”

“알았어. 나연이한테 말하고 올게.”

강유형이 나를 놓으며 내 이마에 입 맞췄다.

나는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강유형이 조나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지만 그가 나올 때 조나연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강유형이 강씨 집안에 돌아왔을 때 그의 부모님은 아직 주무시지 않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셨는데 서로 말은 없었다.

평소에도 그들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내가 아주머니께 여쭤봤을 때 그녀는 ‘부부가 매일 얼굴 보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니?’라고 하셨다.

강유형은 젊었을 때 부모님의 사랑도 격렬했다고 말했었다. 결국 평범해졌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사랑의 최종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

“아주머니, 아저씨!”

우리는 각자 인사를 드렸다.

“너희 둘 밥 먹었니? 안 먹었으면 음식 남겨뒀단다.”

강유형 어머니, 김희연이 자애롭게 말씀하셨다.

“먹고 왔어요.”

강유형이 대답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너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저녁을 거의 못 먹었지만 지금은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

“없어.”

“그럼 너희 둘 올라가서 쉬어라. 조금 있다 도우미가 우유를 가져다줄 거야.”

김희연이 환하게 웃었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미소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올라갔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멈칫했고 고개를 돌려 강유형을 바라봤다.

문 앞에 서 있던 그도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내려가기도 전에 김희연이 올라왔다.

“지원아, 아까 말하는 걸 깜빡했네. 유형이 방을 너희 신혼 방으로 꾸미려고 하는데 지금은 유형이가 네 방에서 자면 되겠다.”

“어머니, 저희는 결혼하면 따로 나가서 살 거예요. 여기서 뭘 신혼 방을 꾸미세요?”

강유형이 되물었다.

“나가서 산다고 여기 안 오는 것도 아니잖니. 명절이나 가끔 늦게 돌아올 때 여기서 자야지.”

김희연이 그를 흘겨보며 내 방문 앞으로 데려왔다.

“너희 곧 혼인신고 할 건데 같이 자는 게 뭐 어때.”

“지원아, 너는 괜찮지?”

김희연이 나에게 물었다.

순간 강유형이 신지태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괜찮아요.”

강유형이 대신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고 그다음 순간 그의 팔이 내 어깨를 감싸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강유형의 인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나와 강유형 모두 말이 없었다.

분위기가 어색했고 또 묘하게 설렜다. 특히 큰 침대에 빨간색 이불이 깔려 있어서 마치 오늘이 우리의 첫날밤인 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기... 내가 바꿀게...”

나는 강유형의 팔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그가 나를 다시 잡아당겼다. 그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내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고 숨도 거칠어졌다.

강유형의 목젖이 움직였고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순간 온몸의 신경이 긴장으로 곤두섰다.

그가 점점 가까워졌고 내 팔을 잡은 손도 천천히 위로 올라와 어깨와 목덜미에 닿더니 곧 그의 얼굴이 내려왔다.

나도 긴장한 채로 그를 잡았다.

“강...”

뒷말은 그의 입술에 막혔다.

그의 키스는 격렬하고 뜨거웠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몇 년간 우리가 함께하면서 키스를 한 적은 물론 있었다.

하지만 매번 그는 살짝 입술만 스치듯 했을 뿐, 혀를 사용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밤은 달랐다. 그의 키스는 분명 격렬했다.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가 달달 떨렸고 그가 깊이 들어오려 해도 들어올 수 없었다.

강유형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긴장 풀어.”

그 말과 함께 나는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나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의 손가락이 내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하자 나는 긴장으로 발가락까지 오그라들었다...

그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진 것이 보였고 목젖도 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록 남녀 간의 일을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나는 그도 지금 나와 마찬가지로 설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가 말했던 ‘관심 없다’는 건 그저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직접 해보면 달라질 수도 있을 거니까.

나는 눈을 감고 나와 강유형의 은밀한 여정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내 옷이 벗겨지며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고 그의 입술이 막 내 목에 닿으려는 순간, 강유형의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그의 팔을 꼭 붙잡았다.

“강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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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놀이공원이 거의 완공 단계에 있었기에 난 이 시점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점심 무렵, 내가 업무를 정리하고 있을 때 이소희가 신비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지원 님, 어젯밤에 생리 시작했어요?”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물어요?”“별거 아니에요.” 이소희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강 대표님이 오늘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신지 알겠어요. 욕구불만이었나 봐요.”잠시 멍했다가 그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은 나는 펜으로 그녀의 머리를 톡 쳤다. “근무 시간에 일에 집중해야죠.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요.”이소희는 킥킥 웃으며 어제 우리가 함께 본 현장 보고서를 건넸다. “제가 멋대로 상상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 다들 강 대표님한테 혼나서 무서워하고 있어요. 오늘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중에 웃으면서 나온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내 눈앞에 오늘 아침 강유형이 화가 나서 장미꽃을 버리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 기분이 안 좋은 이유가 내가 평소처럼 쉽게 달래지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헤어지자고 한 것 때문인지 궁금했다.“지원 님, 혹시 대표님이랑 싸웠어요?”이소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나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일이나 열심히 해요. 안 그러면 다음에 울 사람은 소희 씨일 지도 몰라요.”이소희를 보내고 나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내 일을 정리하고 이소희의 보고서를 검토해 수정한 뒤 강유형에게 보냈다.그는 답장이 없었고 나도 묻지 않았다.오후 3시, 나는 휴게실에 물을 받으러 갔다가 강유형과 마주쳤다.이소희의 말대로 그의 얼굴은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았고 나를 보자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래도 나는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제가 보낸 보고서 확인해 주세요. 문제없으시면 협력 업체에 답변을 드려야 해서요.”하지만 그는 나를 무시한 채 그냥 지나쳐 갔다.나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는데 낯선 번호였다. “여보세요?”“지원 씨,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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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나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고 그 가련한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유형 씨, 결국 내가 귀찮아진 거지?” 조나연의 말과 함께 눈물이 뚝 떨어졌다.강유형은 말없이 서 있었고 주변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하지만 석진 씨한테 아무 일도 없었다면 나도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았을 거야...” 조나연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네가 나를 귀찮게 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지원이를 귀찮게 하지 마.” 두 사람이 싸우려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지, 아니면 떠나야 할지 망설였다.“알겠어. 앞으로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 두 사람을 방해하지도 않을 거야.”조나연이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 큰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이번에는 강유형이 쫓아가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유형이 바로 뒤따라왔다. 우리가 카페를 나서자마자 끼익하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나와 강유형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보니 조나연이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에 치여 넘어진 모습이 보였다.“조나연!” 강유형이 낮게 외치며 달려갔다.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따라갔다.“유형 씨, 아이가...” 조나연은 창백한 얼굴로 한 손으로는 배를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유형의 팔을 꽉 잡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그를 보자마자 구원의 손길이라도 잡은 듯한 모습이었다.배우를 하지 않은 게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차를 몬 사람도 놀라서 연신 설명했다. “대표님, 저 여자가 갑자기 뛰어들었어요.”우연히도 운전한 사람은 우리 회사 직원이었다.“꺼져!” 강유형이 화를 내며 조나연을 안아 들고 자신의 차로 달려갔다.마침 퇴근 시간이라 직원들이 오가고 있었고 모두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이미 몇몇은 소곤거리기 시작했다.“대표님이 저 여자를 무척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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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3화

    강유형과 헤어진 이후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를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지금 그는 바로 내 앞에 있었고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차가 뒤집힐 때 나를 안고 보호해 준 사람이 그였고 나 때문에 이렇게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강유형, 말 좀 해봐.”내가 뭐라고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내가 말을 걸어도 그는 점점 더 잠에 빠질 뿐이었다.“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하고 싶은 말 다 해봐. 우리가 헤어진 후에 무슨 생각 했는지... 조나연 얘기도 좋고, 얼마 전 네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말해도 좋아.”나는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잠이 든 건가 싶어 다시 불렀는데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지원아, 난 정말 널 사랑했어.”나는 숨을 멈추고 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고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넌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여자야. 너를 본 이후로 다른 여자는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만 보였어. 그 어떤 설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그는 미소처럼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계속 말했다.“이런저런 여자들이 나한테 고백도 하고 출장 중엔 누군가는 옷까지 벗고 내 침대에 들어와 있었던 적도 있었어. 하지만 난 말하지 않았어. 네가 걱정하고 상처받을까 봐.”“나는 항상 너를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어떤 여자를 만나도 손끝 하나 대지 않았어. 그들이 너무 더럽게 느껴졌거든. 내가 그들을 만지면 너까지 더럽혀질까 봐.”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가 다시 말했다.“조나연 일이 벌어진 것도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함정이었어. 조나연은 겉으로 너무 잘 꾸며져 있었어. 아마 하늘이 일부러 우리를 방해한 거겠지...”그가 한참 힘을 주어 눈꺼풀을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항상 강하고 당당했던 그가 이렇게 무기력해진 모습은 처음이었다.“우리 운명이 거기까지였나 봐. 아마도 서로 진심이 부족했나 보지. 우리는 하늘도 어쩌지 못할 운명이었겠지.”나는 그의 말을 받아줬다.강유형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2화

    교통사고는 정말 내게 악몽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내가 그 악몽을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이 절망감은 얼마나 깊은지... 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던 순간에도 분명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다.아니, 어쩌면 더 큰 절망감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심한 상처를 입은 끝에 돌아가셨으니까.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진정우는 그런 나를 잡아주려고 애썼다.“지원아, 괜찮아. 곧 사람들이 너희를 구하러 갈 거야. 나도 금방 갈게.”그는 내게 계속 말을 걸며 진정시키려 했고 나는 그의 말대로 차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움직이지 마... 아파...”강유형의 힘없는 신음이 내 옆에서 들려왔다.그 한마디에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고 심지어 말조차 하지 못했다.“지원아, 왜 대답 안 해? 괜찮아?”진정우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들려왔다.“괜찮아...”나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차에서 불이 나거나 휘발유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 봐.”그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여기서 빠져나가기 전에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나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차 앞쪽을 살폈다. 하지만 내가 조금 움직이자마자 차가 또다시 흔들리더니 곧이어 세상이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으악!”나는 본능적으로 뭔가를 잡으려 했지만 다시 차가 뒤집히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다시 멈췄을 때 나는 이미 온몸이 탈진한 상태였다.“지원아! 지원아!”멀리서 진정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 있었고 내 핸드폰은 또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아까 차가 뒤집힐 때 핸드폰은 어디론가 던져졌고 나는 간절히 외쳤다.“진정우! 차가 또 뒤집혔어!”“진정우, 제발 사람들 빨리 보내줘. 제발!”커가는 공포감에 나는 절박하게 소리쳤다.나는 이 상태로 죽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죽을 수는 없었다.나는 창밖을 볼 용기가 없었다. 만약 불이 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1화

    차가 크게 충돌하며 뒤집히고 마침내 모든 게 멈췄다. 온 세상이 갑자기 정적에 휩싸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의 고요함 마치 내 생명이 멈춘 듯한 순간이었다.한참 후 정신을 차린 나는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나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조금 더 힘을 주어 보려고 하자 희미한 신음이 들려왔다.“움직이지 마...”주변은 여전히 깜깜했다. 단순히 어두운 것이 아니라 내 얼굴이 무엇인가에 가려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유형?”“나... 여기 있어.”그의 목소리는 바로 앞에서 들렸지만 무척 힘이 없어 보였다.“좀 비켜봐. 움직일 수가 없어.”나는 그의 상태를 알지 못한 채 몸을 빼내려 했다.그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자 나는 얼굴을 그의 품에서 겨우 빼낼 수 있었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찌그러진 차체와 피를 흘리며 움직이지 않는 운전기사가 보였다.나는 공포에 질려 외쳤다.“강유형! 강유형!”나는 너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를 돌아보니 얼굴 역시 피투성이였다.‘큰일이야. 둘 다 다쳤어. 어떡하면 좋아.’나는 내가 다쳤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난 여전히 강유형의 아래에 깔려 있어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찌그러진 차체에 더 깊이 눌려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서 시간을 끌면 우리 모두 더 큰 위험에 처할 게 분명했다.“강유형, 숨을 깊게 들이쉬고 몸을 웅크려 봐. 그래야 내가 빠져나올 수 있어.”내 말에 그는 힘겹게 호흡을 조절하며 몸을 웅크렸다. 여러 번 시도 끝에 마침내 나는 그의 몸 아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이미 창백했고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내가 나올 수 있게 하느라 그는 막심한 고통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나는 그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아 주려 했지만 그는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먼저... 경찰에 신고해.”“아니... 진정우한테 전화해.”나는 바로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혹시라도 경찰이 Q 클럽과 연루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0화

    감금실을 나올 때까지도 신지태의 절박한 외침이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강유형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신지태의 감정 상태는 순간적으로 격앙되었다가 금세 우울해질 정도로 정말 불안정했다. 특히 그가 마지막에 외쳤던 말이 기억났다.“지원아, 난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야. 난 결백해. 제발 나 좀 꺼내줘!”그 목소리가 내 가슴을 짓눌렀다.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강유형이 빠르게 다가왔다.그는 내 안색이 나빠진 걸 보자 재빨리 날 부축하며 말했다.“너 괜찮아? 얼굴이 왜 그래? 신지태가 무슨 얘기라도 했어?”신지태가 나한테 부탁한 걸 떠올리자 나는 강유형에게 말했다.“일단 차에 가서 얘기하자.”신지태는 내가 이곳을 빨리 떠나길 바랐다. 아마도 Q 클럽의 감시자들이 근처에 있다는 걸 염두에 둔 것 같았다. 그는 나마저 위험에 빠질까 봐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차에 오르자마자 강유형이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진정 좀 해.”하지만 나는 물을 받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지태 오빠는 자신이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다고 했어.”나는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지태 오빠 말로는 여긴 아주 위험한 곳이고 우리도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대.”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차 앞쪽에서 강렬한 헤드라이트가 번쩍였고 운전기사는 당황하며 욕을 내뱉었다.“젠장!”강유형은 곧바로 내 어깨를 붙잡으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나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신지태를 만난 지 10분도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제 어떡해?”나는 공포가 밀려와 본능적으로 강유형의 팔을 붙잡았고 그는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운전사에게 지시했다.“앞뒤 좌우로 네 대가 따라붙었어. 네가 알아서 어떻게든 따돌려.”운전기사는 침착하게 대답하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강 대표님, 뒷좌석 안전벨트 꼭 하세요.”강유형은 재빠르게 내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여주었다.차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온몸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내가 휘청거리자 강유형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9화

    진정우는 내가 여전히 화가 나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드디어 신지태를 만났다. 그는 수감복을 입고 있었고 멋있던 헤어스타일은 온데간데없이 거의 삭발된 상태였다.이렇게 초라한 모습의 그는 처음이었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신지태는 강유형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으며 자리 잡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의 인생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지태 오빠.”내가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그는 나를 보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여긴 어떻게 왔어?”늘 그랬듯이 그는 내 앞에서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치 그의 세상은 언제나 맑은 햇살로 가득한 듯했다.그런 그의 태도가 오히려 나를 더 침묵하게 했다.“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말이 안 나오는 거야? 아니면 너무 못생겨져서 날 못 알아보겠어?”그가 이렇게 밝게 웃는 건 전부 연기였을 것이다. 나를 걱정시키기 싫어서 그리고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아니야. 오빠는 언제나 멋져.”나는 그의 말을 받아 웃으며 대답했다.그러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날 위로하지 않아도 돼.”“우리는 오빠가 누군가의 계략에 빠졌다는 걸 다 알아. 강유형과 진정우도 오빠를 돕기 위해 애쓰고 있어. 그러니까 오빠는 꼭 침착하게 기다려야 해. 분명 잘 해결될 거야.”나는 그의 마음을 달래며 준비한 질문으로 대화를 유도했고 신지태는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도 그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으니 우리의 말이 의외였던 것 같았다.“누가 오빠를 찾아왔었는지 자세히 말해줘. 디크랑 왜 다투게 됐는지. 최대한 자세히 말해줘. 혹시 다른 중요한 일도 있었다면 모두 얘기해줘.”내가 간절히 말하자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듯했지만 다시 눈을 뜨며 고개를 저었다.“내 일은 너희가 신경 쓸 필요 없어. 괜히 너희까지 휘말리게 될 수도 있어.”그의 목소리에는 포기와 체념이 묻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8화

    [가능한 빨리 연락 주세요.]상대에게서 온 짧은 메시지였다.그래서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알겠습니다.]그런데 답장을 보내고 나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능한 빨리라는 말은 뭔가 다급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나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혹시 시간이 안 되시거나 여건이 어려우시면 사진으로라도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그 사람은 늘 이렇게 종잡을 수 없었다. 그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내가 그를 찾을 방법은 없었다.부모님의 사고가 다시 떠오르자 나의 마음속 불안함은 한층 더 깊어졌다.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낯선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머릿속에 엉킨 걱정 때문인지 나는 밤새 뒤척였다.다음 날 아침, 강유형은 나를 보자마자 한눈에 상태를 알아챘다.“잠을 잘 자지 못했나 봐.”“괜찮아.”나는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난 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아마 헤어진 여자들의 마지막 자존심 같았다.강유형은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표정만으로도 내가 그를 답답하게 만든다는 게 느껴졌다.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오늘 신지태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일단 지태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필요한 것도 물어봐야 해.”그의 말은 전날 진정우가 했던 말과 거의 같았다. 둘 다 신지태의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가 말을 끝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는 내 반응이 이상했는지 다시 물었다.“왜 아무 말이 없어?”“어제 진정우가 똑같이 말했거든.”내 대답에 그는 잠시 말을 잃었다.“진정우가 사람을 보내 내가 신지태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대.”나는 솔직히 말했다.그러자 강유형은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턱은 굳게 다물려 있었고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예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는 여전히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쉽게 화를 냈다.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7화

    나는 마음이 조여 오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며 물었다.“내일 대략 몇 시쯤?”“정확히는 모르겠어. 내일 전화로 알려줄게.”진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멈췄다가 물었다.“밥은 먹었어?”“응. 강유형이랑 같이 먹었어.”나는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 진정우도 이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이었다. 게다가 나를 강유형에게 맡긴 것도 그였으니.그는 예상대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신지태에 대해 강유형이 뭐라고 했어?”“그가 면회를 도와줄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어. 다른 말은 없었어.”“강유형은 신지태 팀원들과 친하니까 유용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을 거야.”그의 말에 굳이 대꾸하지 않았고 대화는 거기서 멈췄다.우리는 전화 속에서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나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여기 비가 꽤 많이 와.”“들었어.”그제야 나는 화면이 천장을 비추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우는 비도, 나도 보지 못한 채 호텔 천장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보여줄게.”나는 휴대폰을 들어 창밖의 비 내리는 풍경을 비췄다.“내가 보고 싶은 건 너야.”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흘렀다. 잠시 침묵한 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정우야, 넌 날 화나게 했어. 그래서 너에게 벌줄 거야. 내가 돌아가기 전까지 날 못 볼 거야.”그는 한참 조용히 있더니 결국 말했다.“알겠어. 네가 말한 벌을 받아들일게.”그게 벌일까? 어쩌면 그럴지도.그는 나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은 하루라도 못 보면 긴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는 법이다.진정우는 휴대폰 너머로 나와 함께 낯선 도시의 비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나는 한참 동안 창가에 앉아 있었고 허리가 뻐근해지자 침대로 옮겨 누웠다.휴대폰을 들었을 때, 그는 여전히 전화를 끊지 않고 있었다.“왜 아직 안 끊었어?”“끊고 싶지 않아. 네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니까.”그의 대답은 내 가슴을 울렸지만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내가 끊을게.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6화

    진정우의 영상 통화가 걸려 왔을 때, 나는 호텔 발코니에서 비 내리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낯선 도시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기운을 준다.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는 그런 감정을 더 깊게 파고들었다.며칠 전 영상 통화에서 들었던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강유형이 왜 진정우에 대해 다 아냐고 물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진정우는 단순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진씨 가문의 사람이었다.나는 그를 평범한 회사원이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숨겨진 거대 재산을 가진 부잣집 자제였다.그런데 왜 그는 자신을 숨겼을까? 혹시 영화나 소설처럼, 자기기 재산이나 신분 때문에 사랑받고 싶지 않았던 걸까?이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순간 핸드폰이 울렸고 화면에 나타난 진정우의 얼굴은 여전히 차분하고 잘생겼다.“지원아, 내가 설명할게.”그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 이미 내가 모든 걸 알았다는 걸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뭘 설명하려는 건데?” 나는 다리를 꼼지락거리며 일부러 무심한 척 물었다.“널 일부러 속이거나 숨긴 건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나는 창문에 손가락으로 무심히 선을 그으며 말했다.“뭐, 네가 말하지 않은 것도 네 선택이지.”“지원아...”“진정우, 네가 날 강유형에게 맡긴 건, 그가 진씨 가문과 협력하려면 널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그건...”“하지만 일반적인 남자 친구라면, 전 남자 친구에게 여자 친구를 맡기진 않지 않아?” 나는 낮게 속삭였다.“지원아...”“내가 네게 했던 말 기억나? 나는 거짓말을 제일 싫어한다고 했잖아.”내 마음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알아. 네가 알게 되면 말하려고 했어. 하지만 적당한 시기를 찾지 못했어.” 그의 목소리는 간절했다.“시기를 찾지 못했다니. 진씨 가문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나서 말하려고 했던 거야? 아니면 오늘 내가 우연히 듣지 않았다면, 영영 말하지 않았겠지?”그는 한동안 침묵하다 답했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5화

    강유형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정말 날 원망하는구나.”“그렇게까지는 아니야. 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사실이야. 내 10년을 너한테 낭비했으니까.”이미 이 화제가 시작된 이상,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내 10년은? 윤지원, 나도 널 사랑했고 진심으로 너에게 최선을 다했어.”나는 잠시 그와 눈을 마주쳤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그건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조나연과 엮인 그 순간, 네가 했던 모든 노력을 스스로 지운 거야.”“죄인도 집행유예나 한 번쯤은 용서받을 기회를 얻잖아. 그런데 왜 나는 그런 기회조차 없는 거야?”그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가득했다.“난 그럴 너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아.”내 단호한 대답과 동시에 음식이 상에 올랐다.강유형은 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내가 먼저 선을 그었다.“이 식사를 계속하고 싶다면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마.”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고 결국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말없이 식사를 시작했지만 서로 음식 맛조차 느끼지 못한 채 숟가락만 들었다.식사를 마친 후 그는 나를 호텔로 데려다줬고 내 방은 그의 바로 옆방이었다.방에 들어가기 전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태 오빠를 가능한 한 빨리 만나고 싶어.”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아.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불러.”이번엔 그의 배려를 받아들여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그가 다시 불렀다.“윤지원, 넌 진정우에 대해 정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뭐라고?”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대답 대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나는 문을 닫으며 생각했다.‘도대체 무슨 뜻이지? 진정우에 대해 뭘 말하려는 거야?’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진정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휴대폰을 안 들고 있나, 아니면 바쁜 건가?’나는 호텔 방 사진을 찍어 메시지와 함께 보냈다.[안전하게 도착했어.]하지만 여전히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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