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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꽃길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08 11:19:36
조나연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아이는 무사했고 그녀는 병실로 돌아왔다.

창백한 얼굴에 붉어진 눈, 거기에 하얀 달빛까지 더해져 정말 애처롭고 가련해 보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아이는 괜찮아.”

강유형이 위로했다.

“유형 씨, 나 너무 무서웠어.”

조나연이 울음을 터뜨렸다.

강유형이 휴지를 건네자 조나연은 그것을 받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그의 손등에 기댔다.

비록 가엾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약혼자를 자기 남자처럼 대해도 되는 걸까?

나는 다가가 말했다.

“나연 씨,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가 흥분하면 태아에게 좋지 않대요. 겨우 아이를 지키셨는데 이렇게 울다가 또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질 거예요.”

말하면서 난 그녀를 부축하며 강유형과 살짝 떼어놓았다.

하지만 강유형의 손등에 남은 눈물자국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내 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더럽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깨끗한 걸 좋아한다. 일상에서도 그렇고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조나연은 내가 이렇게 말한 것에 놀란 듯했다. 그녀는 얼굴색이 확 변했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로 잡았다.

“유형 씨, 미안해. 내가 이렇게...”

그녀가 휴지를 집어 강유형의 손을 닦으려 하자 내가 가로막았다.

“나연 씨, 지금은 함부로 움직이면 안 돼요.”

조나연의 표정이 굳었다. 눈물 고인 눈으로 강유형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분명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병실을 나오자마자 나는 강유형에게 물었다.

“나연 씨가 널 좋아하나 봐?”

“아니야!”

강유형이 부인했다.

“그럼 넌? 나연 씨를 좋아해?”

한 번에 확실히 물어보고 싶었다. 애매하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으니까.

강유형의 표정이 굳어졌다. 몇 초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그저 친구일 뿐이야...”

정말 그저 친구일까?

“석진이가 세상을 떠날 때 내 손을 잡고 나연이를 돌봐달라고 했어...”

강유형의 목소리가 떨렸고 늘어뜨린 손도 마찬가지였다.

임석진의 죽음을 언급할 때마다 그는 항상 이렇게 격앙되는 것 같았다. 한 번이 아니었다.

그의 모습에 내 마음이 조금 아팠다.

“다른 뜻은 없어. 그저 나연 씨가 너한테 너무 의지하는 것 같아서.”

“나연이는... 아마도 임신해서 그런 거야. 혼자라 불안한 모양이야.”

강유형이 그녀를 대신해 설명했고, 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내 얼굴에 머물렀다.

“지원아, 앞으로 주의할게.”

그가 이 정도로 말했는데 내가 뭘 더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에 난 한 마디 더 당부했다.

“친구를 위해 돌본다 해도 남녀 간의 선은 지켜야 해.”

아까 같은 장면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해지니까.

“응, 알았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멀리서 바퀴 구르는 소리가 급하게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응급차를 밀고 이쪽으로 급히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내가 막 피하려는 순간 강유형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해.”

그리고 그가 나를 잡아당겼다.

잠시 후 응급차가 우리 뒤로 급히 지나갔고, 나는 그의 품에 안겨 귓가에서 쿵쾅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에 강씨 집안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교 행사에 참여했다가 높은 곳에서 떨어진 적이 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강유형이 달려와 나를 안고 ‘괜찮아’라고 말하며 보건실로 달려갔었다.

그때 처음으로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급하고 당황한...

그 순간부터 진정으로 그에게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의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나 때문에.

나는 눈을 감고 다른 잡념들을 밀어내고는 얼굴을 강유형의 품에 더 파묻으며 말했다.

“우리 집에 가자. 나 피곤해.”

“알았어. 나연이한테 말하고 올게.”

강유형이 나를 놓으며 내 이마에 입 맞췄다.

나는 병실에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기다렸다.

강유형이 조나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했지만 그가 나올 때 조나연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강유형이 강씨 집안에 돌아왔을 때 그의 부모님은 아직 주무시지 않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셨는데 서로 말은 없었다.

평소에도 그들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내가 아주머니께 여쭤봤을 때 그녀는 ‘부부가 매일 얼굴 보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니?’라고 하셨다.

강유형은 젊었을 때 부모님의 사랑도 격렬했다고 말했었다. 결국 평범해졌지만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 사랑의 최종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버지, 어머니!”

“아주머니, 아저씨!”

우리는 각자 인사를 드렸다.

“너희 둘 밥 먹었니? 안 먹었으면 음식 남겨뒀단다.”

강유형 어머니, 김희연이 자애롭게 말씀하셨다.

“먹고 왔어요.”

강유형이 대답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너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저녁을 거의 못 먹었지만 지금은 전혀 배고프지 않았다.

“없어.”

“그럼 너희 둘 올라가서 쉬어라. 조금 있다 도우미가 우유를 가져다줄 거야.”

김희연이 환하게 웃었다.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미소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올라갔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멈칫했고 고개를 돌려 강유형을 바라봤다.

문 앞에 서 있던 그도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내려가기도 전에 김희연이 올라왔다.

“지원아, 아까 말하는 걸 깜빡했네. 유형이 방을 너희 신혼 방으로 꾸미려고 하는데 지금은 유형이가 네 방에서 자면 되겠다.”

“어머니, 저희는 결혼하면 따로 나가서 살 거예요. 여기서 뭘 신혼 방을 꾸미세요?”

강유형이 되물었다.

“나가서 산다고 여기 안 오는 것도 아니잖니. 명절이나 가끔 늦게 돌아올 때 여기서 자야지.”

김희연이 그를 흘겨보며 내 방문 앞으로 데려왔다.

“너희 곧 혼인신고 할 건데 같이 자는 게 뭐 어때.”

“지원아, 너는 괜찮지?”

김희연이 나에게 물었다.

순간 강유형이 신지태에게 했던 말이 떠올라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괜찮아요.”

강유형이 대신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고 그다음 순간 그의 팔이 내 어깨를 감싸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강유형의 인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나와 강유형 모두 말이 없었다.

분위기가 어색했고 또 묘하게 설렜다. 특히 큰 침대에 빨간색 이불이 깔려 있어서 마치 오늘이 우리의 첫날밤인 것 같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저기... 내가 바꿀게...”

나는 강유형의 팔에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그가 나를 다시 잡아당겼다. 그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내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고 숨도 거칠어졌다.

강유형의 목젖이 움직였고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순간 온몸의 신경이 긴장으로 곤두섰다.

그가 점점 가까워졌고 내 팔을 잡은 손도 천천히 위로 올라와 어깨와 목덜미에 닿더니 곧 그의 얼굴이 내려왔다.

나도 긴장한 채로 그를 잡았다.

“강...”

뒷말은 그의 입술에 막혔다.

그의 키스는 격렬하고 뜨거웠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 몇 년간 우리가 함께하면서 키스를 한 적은 물론 있었다.

하지만 매번 그는 살짝 입술만 스치듯 했을 뿐, 혀를 사용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밤은 달랐다. 그의 키스는 분명 격렬했다.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이가 달달 떨렸고 그가 깊이 들어오려 해도 들어올 수 없었다.

강유형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긴장 풀어.”

그 말과 함께 나는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나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의 손가락이 내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하자 나는 긴장으로 발가락까지 오그라들었다...

그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진 것이 보였고 목젖도 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록 남녀 간의 일을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나는 그도 지금 나와 마찬가지로 설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가 말했던 ‘관심 없다’는 건 그저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직접 해보면 달라질 수도 있을 거니까.

나는 눈을 감고 나와 강유형의 은밀한 여정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내 옷이 벗겨지며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고 그의 입술이 막 내 목에 닿으려는 순간, 강유형의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움찔하며 그의 팔을 꼭 붙잡았다.

“강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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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10-08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3화

    다만 놀이공원이 거의 완공 단계에 있었기에 난 이 시점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점심 무렵, 내가 업무를 정리하고 있을 때 이소희가 신비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지원 님, 어젯밤에 생리 시작했어요?”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물어요?”“별거 아니에요.” 이소희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강 대표님이 오늘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신지 알겠어요. 욕구불만이었나 봐요.”잠시 멍했다가 그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은 나는 펜으로 그녀의 머리를 톡 쳤다. “근무 시간에 일에 집중해야죠.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요.”이소희는 킥킥 웃으며 어제 우리가 함께 본 현장 보고서를 건넸다. “제가 멋대로 상상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 다들 강 대표님한테 혼나서 무서워하고 있어요. 오늘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중에 웃으면서 나온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내 눈앞에 오늘 아침 강유형이 화가 나서 장미꽃을 버리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 기분이 안 좋은 이유가 내가 평소처럼 쉽게 달래지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헤어지자고 한 것 때문인지 궁금했다.“지원 님, 혹시 대표님이랑 싸웠어요?”이소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나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일이나 열심히 해요. 안 그러면 다음에 울 사람은 소희 씨일 지도 몰라요.”이소희를 보내고 나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내 일을 정리하고 이소희의 보고서를 검토해 수정한 뒤 강유형에게 보냈다.그는 답장이 없었고 나도 묻지 않았다.오후 3시, 나는 휴게실에 물을 받으러 갔다가 강유형과 마주쳤다.이소희의 말대로 그의 얼굴은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았고 나를 보자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래도 나는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제가 보낸 보고서 확인해 주세요. 문제없으시면 협력 업체에 답변을 드려야 해서요.”하지만 그는 나를 무시한 채 그냥 지나쳐 갔다.나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는데 낯선 번호였다. “여보세요?”“지원 씨,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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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4화

    조나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고 그 가련한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유형 씨, 결국 내가 귀찮아진 거지?” 조나연의 말과 함께 눈물이 뚝 떨어졌다.강유형은 말없이 서 있었고 주변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하지만 석진 씨한테 아무 일도 없었다면 나도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았을 거야...” 조나연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네가 나를 귀찮게 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지원이를 귀찮게 하지 마.” 두 사람이 싸우려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지, 아니면 떠나야 할지 망설였다.“알겠어. 앞으로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 두 사람을 방해하지도 않을 거야.”조나연이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 큰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이번에는 강유형이 쫓아가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유형이 바로 뒤따라왔다. 우리가 카페를 나서자마자 끼익하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나와 강유형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보니 조나연이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에 치여 넘어진 모습이 보였다.“조나연!” 강유형이 낮게 외치며 달려갔다.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따라갔다.“유형 씨, 아이가...” 조나연은 창백한 얼굴로 한 손으로는 배를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유형의 팔을 꽉 잡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그를 보자마자 구원의 손길이라도 잡은 듯한 모습이었다.배우를 하지 않은 게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차를 몬 사람도 놀라서 연신 설명했다. “대표님, 저 여자가 갑자기 뛰어들었어요.”우연히도 운전한 사람은 우리 회사 직원이었다.“꺼져!” 강유형이 화를 내며 조나연을 안아 들고 자신의 차로 달려갔다.마침 퇴근 시간이라 직원들이 오가고 있었고 모두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이미 몇몇은 소곤거리기 시작했다.“대표님이 저 여자를 무척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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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7화

    “여긴 공항이야, 사람들이 많고 아이들도 있는데.” 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고 있어.”“그런데도...” 내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러자 진정우는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하고 싶어.”그의 단호한 대답을 듣고 나는 본능적으로 그가 강유형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질투하는 거겠지.진정우는 강유형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그런 걸까?그 생각이 들자 나는 결심하고 눈을 감았다. 심장은 요동치며 공항 대기실에서 진정우의 입맞춤을 기대했다.하지만 그의 입술이 다가오는 대신 내 손에 무게감이 느껴졌다.눈을 뜨고 보니 내 손에 작은 가방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이게 뭐야?” 내가 궁금해서 물었다.진정우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내가 열어보라고 손짓했다.내가 의아한 마음으로 가방을 열자 그 안에는 두 장의 카드와 하나의 증명서가 들어 있었다.그 카드와 증명서는 그가 전해주고 싶었던 것들이었다.“이게 무슨 의미야?” 나는 다시 물었다.진정우는 녹색의 책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이건 내가 군 복무를 마친 증명서야. 그리고 이건 내 열정이 담긴 헌혈 증서야. 이 카드들은 내 전 재산이야.”나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전 재산을 보여주는 장면이 떠올랐다.진정우는 내게 재산을 넘기려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신념까지도 함께 전하려고 하는 것이다.특히 빨간 헌혈 증서를 보자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이걸 왜 준비한 거야?” 나는 조금 울컥하며 물었다.“너에게 주는 믿음이야. 이게 사랑 보험보다 더 실용적이야.”진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강유형과 사랑 보험에 가입했던 사실을 안 것 같았다.하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내게 주는 것이 모든 것 같았다.“이 두 개는 내가 가질게. 하지만 카드는 네가 갖고 있어.”나는 그가 준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고 돈에 욕심이 없다. 만약 돈에 눈이 먼 여자라면 나는 강유형과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진정우는 카드를 받지 않고 조금 난처한 듯 말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6화

    “네, 누구세요?”전화를 받으면서 나는 무심코 강유형을 쳐다보았다.그는 나를 보지 않고 혼자서 멀리 있는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저는 하트시그널 보험사의 A8338번 직원입니다. 4년 전, 윤지원 씨와 강유형 씨가 저희 회사 사랑 보험에 가입하셨고 이제 보험 만기일이 다가와 관련 정보를 확인하려고 연락드렸습니다.”이 말을 듣고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본능적으로 진정우를 보았다.그는 내 옆에서 자리를 피하고 내가 전화를 받을 때는 멀리 떨어져 앉았다.그는 내게 충분한 개인 공간을 주고 있었다.진정우는 정말 세심하다. 나에게 필요한 안전감도, 여유도 모두 제공해 주고 있었다.“실례지만 두 분 지금 연애 중인가요, 아니면 결혼하셨나요?” 상대방이 조심스레 물었다.그 말에 나는 다시 강유형을 쳐다보았다. 그는 전화를 받고 있었고 표정은 매우 심각해 보였다.“지원 씨?” 상대방이 내 대답을 기다리며 다시 물었다.나는 침을 삼키는 동작을 하며 대답했다. “네, 듣고 있어요. 저희... “‘이미 헤어졌어요’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강유형이 갑자기 나를 바라봤다.그 순간, 나는 피할 틈도 없이 그의 시선과 마주쳤다.우리는 그렇게 눈을 마주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원 씨?” 상대방이 또 나를 부르며 물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물어봤다. “왜 남자 쪽은 묻지 않나요?”“묻긴 했습니다. 다른 동료가 강유형 씨와 연락 중입니다.” 그의 대답을 들으니 강유형 역시 이 전화를 받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엔 정말 재밌는 일이 많다.나는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왔다.“우리는 헤어졌어요.”“확실한가요?” 상대방의 말투가 불쾌하게 들렸다.나는 강유형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진정우를 쳐다보며 손에 낀 반지를 살펴보았다.“저는 이미 결혼했어요.”상대방은 잠시 침묵을 지킨 후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지원 씨. 만약 강유형 씨도 같은 답을 하셨다면, 이 사랑 보험 계약은 보험 규정에 따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5화

    내가 그런 말을 했지만 이건 사적인 일이 아닌가?진정우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 걸 알아차린 듯 바로 설명해 줬다. “내가 그 사람한테 말한 거야.”“아, 그렇구나.” 나는 대답하고 계속 죽을 먹었다. 그런데 두어 숟갈 먹고 나서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너 허 대표님하고 그렇게 친해? 내가 대신 휴가를 부탁했더니 대표님이 그냥 허락하고, 오히려 공손하게 나한테 말까지 했잖아?”진정우는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말했다. “그렇게 친한 건 아니야.”“친하지 않다고? 내가 보기엔 마치 네가 그 사람의... 대표님 같아.”진정우가 한마디만 하면 허진호는 절대 거절할 리가 없어 보였다.“비슷한 거지.” 진정우가 의외로 그렇게 대답했다. “허 대표님이 나한테 새 제품을 개발해달라고 부탁하고, 내가 돈을 벌어줘야 하니까내가 말하면 거절할 수 없어.”대단하네!나는 마음속으로 존경을 표하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은 역시 자신감 넘치게 말한다. 이게 바로 진짜 실력이지.“우리 늦지 않았어?” 나는 밥을 다 먹고 물어봤다.“괜찮아. 늦으면 그냥 항공편 변경하면 돼.” 진정우는 정말 나를 방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이해가 안 돼서 물었다. “왜 그렇게 급하지 않아? 나 좀 재촉해줘도 될 텐데.”“네 마음대로 하게 하고 싶어.” 진정우가 또 닭살이 돋는 멘트를 하자 나는 당황해서 얼른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불만을 털어놨다. “어제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내가 준비했을 텐데.”“어제... 내가 말할 기회가 없었잖아.” 진정우의 말에 나도 순간 뜨끔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진정우는 살짝 웃으며 내가 당황한 모습을 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 마. 천천히 해. 부족한 것 있으면 가서 사면 돼.”“일찍 말했으면 내가 준비 안 했을 텐데.” 내가 그에게 짜증을 내며 말했다.진정우는 화내지 않고 또 한마디 했다. “근데 나는 네가 물건 정리하는 모습 보는 게 좋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4화

    “왜 안 받아?” 내가 무심코 물었다.“받을 거야.” 진정우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너는 자지 말고 일어나서 씻고 아침 먹어.”나는 깜짝 놀랐다.“아침 벌써 준비했어?”나는 그가 내 옆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정우는 이미 아침을 다 준비하고 내가 일어나지 않자 다시 침대에 돌아와서 나와 함께 공부한 거였다. 역시 뛰어난 사람은 항상 뒤에서 묵묵히 노력하는구나.“응, 내가 계란 죽을 끓였어. 일어나서 좀 먹어.” 진정우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사랑받는 느낌은 정말 좋다.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진다.진정우는 전화를 받으러 나갔고 나는 손을 이불에서 빼내며 내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고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서 한정판이라고 묘사했다.그리고 다시 SNS를 놀다가 잠시 후에야 일어났다. 그런데 진정우의 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별 신경 쓰지 않고 화장실로 향했다.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가서야 나는 안리영이 준 약이 반 통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그 전에 약을 4분의 1만 썼던 것 같은데 그럼 진정우가 사용한 건가? 언제였지?혹시 내가 자고 있을 때?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왜 아직도 안 씻었어?” 진정우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어색하지 않게 하려면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게 제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말이 나와버렸다. “너 기다리느라 그래.”진정우가 잠깐 멈칫하다가,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분명, 내 말이 그에게 어떤 자극을 준 거였다. 나는 더 이상 아침에 뭔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일부러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서둘러 씻고 그에게 말했다. “빨리 죽 끓여 놓고 나오는 대로 밥 차려줘.”“안 늦었어.” “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안 늦었다고 해?” 내가 그를 비꼬며 말했다.“10시 비행기야, 시간 충분해.” 진정우의 말에 나는 동작을 멈추었다. 나는 원래 거울 속에서 그를 보고 있었는데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그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3화

    “알았어.” 진정우는 여전히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이제야 네가 왜 서른이 넘도록 연애를 안 했는지 알겠어. 네가 너무 재미없잖아.”“너도 내가 재미없다고 생각해?”그는 가볍게 내게 물었다. 연애라는 부분에서 그는 약간 둔한 면이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말했다.“내 말은 네가 여자 마음을 잘 달래주는 방법을 모른다는 뜻이야.”그는 몇 초 동안 조용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내 생각엔 달래는 건 속인다는 뜻이야.”그의 참신한 대답에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럼 내가 널 달래줘야겠어?”진정우가 다시 물었다. 어떤 여자라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다정함은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정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 나는 과거 강유형이 나를 대했던 방식을 떠올리며 말했다.“아니, 지금처럼 해. 난 너의 방식이 좋아. 너는 정말 특별하니까.”그의 품에 더 깊숙이 기대며 덧붙였다.“내가 프러포즈하면 받아줄 거야?”진정우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워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말했다.“안 하면서 뭘 물어?”그 순간, 진정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불 안에서 내 손을 꺼내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만지며 말했다.“윤지원, 나와 결혼해 줄래?”순간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네 프러포즈이야?”“아니, 완전한 건 아니지만 맞기도 해.”그의 애매한 대답에 나는 그를 살짝 때리고 싶었다. 솔직히 내가 처음으로 프러포즈를 받을 거라고 상상했던 장면은 이런 게 아니었다. 한때 나는 내 인생 첫 프러포즈는 강유형이 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진정우였다.그 말을 들으니 얼마 전 강유형이 나를 위해 준비한 놀이공원 프러포즈 이벤트가 떠올랐다.나는 가지 않았지만 이후 몇몇 네티즌이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올렸다. 그들은 그걸 단순히 오픈 이벤트의 리허설로 생각했겠지만 나는 그것이 나를 위한 것임을 알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2화

    온몸이 이불에 휩싸인 채 침대로 돌아오고 나서야 내가 괜히 이상한 상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한 번 더 군인 출신인 진정우의 자제력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실감했다.그는 단순히 나를 씻겨준 것뿐이었다. 말 그대로 그냥 깨끗하게 씻겨준 것.이미 그의 능력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승부욕이 발동해 장난스럽게 말했다.“진정우, 너 혹시... 안 되는 거 아니야?”이 말은 남자에게 치명적인 모욕이다. 어지간한 남자는 이런 말을 듣고 참을 수 없겠지만 진정우는 보통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누르며 말했다.“얌전히 있어. 그리고 더 이상 애쓰지 마. 아무 소용 없으니까.”내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그의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살짝 상처받았는데...”나는 일부러 힘없이 실망한 척하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그러자 그가 이불을 살짝 당겨 내 얼굴을 드러내며 내 볼을 살짝 문지르며 말했다.“내가 안 되는 게 아니고 네가 날 끌어당기지 못하는 것도 아니야. 단지, 내가 널 다치게 할까 봐 조금 더 기다리는 거야.”그의 말에 내 얼굴이 더 붉어졌다.“그럼 내가 너랑 가까워지기만 하면 다칠 것 같으면 너 평생 나한테 손도 안 댈 거야?”그는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말했다.“응, 참아야겠지.”“...”나는 다시 이불을 덮어버렸다. 그러자 그는 이불째 나를 품에 안았다.“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그의 말에 내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 그는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말했다.“조금만 쉬어. 나 샤워하고 올게.”분명 찬물 샤워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찬물 샤워하러 간다.”“...”정말 원칙 하나는 철저히 지키는 사람이다. 자신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나를 상처 주지 않으려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나는 그가 돌아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불렀다.“진정우.”“응?”“너, 진짜 최고야.”그리고는 창피해서 혀를 쏙 내밀고 이불 속으로 숨었다. 그러자 그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1화

    진정우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는 내가 모든 원칙을 포기해도 괜찮은 사람이니까.”그는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평범하게 말했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 자체로 깊은 사랑을 담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직접 꺼내지 않아도, 문장 하나하나가 사랑이었다. 나는 코끝이 찡해졌고 전을 먹으며 입안 가득 찬 상태로 웅얼거렸다.“진정우, 이리 와봐.”“왜?”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오라면 오라니까.”나는 괜히 고집을 부렸다. 그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으로 와 앉았다. 소파에 앉자마자 나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는 잠시 놀란 듯 멈췄고 내가 말했다.“네 어깨에 기대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부드러운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진정우가 나를 침대에 눕히며 물었다.“오늘 여기서 잘까, 아니면 네 방에서 잘까?”“여기서 잘래!”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문득, 밤마다 푸쉬업을 하고 찬물 샤워를 하던 그가 떠올랐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근데 오늘 밤에는 푸쉬업 금지야.”그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일부러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얘긴 다시 꺼내지 마.”나는 그의 품에 안기며 그의 허리를 살짝 감쌌다.“안 하면 안 꺼낼게.”진정우의 목젖이 한 번 크게 움직였다.“장난치지 마.”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못 참겠어?”나는 한층 대담하게 물었다. 진정우는 내 허리를 조심스럽게 잡으며 말했다.“장난은 이제 그만. 그리고 나를 더 자극하지 마.”마지막 말은 거의 속삭이듯 낮아진 목소리였다.“너도 원하고 있잖아.”나는 점점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지원아...”그는 나의 손길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의 티셔츠 끝자락을 잡아 올리며 안으로 파고들었다.“지원아.”그의 목소리는 완전히 잠겨 있었다. 나는 그의 귀에 바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난 이제 다 나았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00화

    이 상황, 얼마나 민망했을지 상상이 간다. 물론 진정우는 예외였다.“잠시만요.”진정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를 소파에 앉혔다. 그는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천천히 물티슈를 꺼내 내 손을 닦아주었다.“천천히 먹어. 죽이 좀 뜨거우니까 급하게 먹지 말고.”문가에 서 있는 강진혁은 들어오기도, 물러서기도 난감해 보였다. 그 어색한 분위기가 나까지 불편하게 만들었다.“내가 알아서 먹을게.”내 말은 진정우에게 얼른 강진혁을 챙기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진정우는 자리를 뜨기 전에 모든 음식 포장을 풀고 식기를 내 앞에 정갈히 놓아주었다.문가에 서 있던 강진혁은 그야말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애정 행위를 강제로 목격한 셈이었다.아마 나를 짝사랑하는 그의 입장에선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강 실장님, 무슨 일이 신가요?”진정우는 문가로 걸어가며 강진혁에게 물었다.강진혁은 병실 밖으로 나갔고 그가 진정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나는 듣지 못했다.진정우는 약 3분 후에 돌아왔는데 그의 평온한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가 표정을 드러내지 않자 궁금증이 더해졌다. 그래서 나는 죽을 먹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별일 아니야.”그의 대답은 꽤 건조했다. 아마도 그 자신도 느꼈는지 덧붙였다.“나를 스카우트하려고 하더군.”“스카우트? 어디로? KS그룹?”강진혁은 아직 총괄 감독에 불과하다. 스카우트 같은 건 인사 부서나 그룹 회장이 해야 할 일 아닌가?혹시 이미 강유형의 자리를 대신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만약 그렇다면, 아까 그가 내게 한 말은 다 무슨 뜻이었을까?내게 심리적 준비를 시키려는 걸까, 아니면 나를 떠보려는 걸까?“어디로 간다는 얘기는 없었고 그저 내 생각을 물어봤어.”진정우는 덤덤하게 답하며 의자에 앉았다. 나는 죽을 휘휘 저으며 물었다.“뭐라고 대답했는데?”“고려하지 않는다고 했어.”그의 대답은 직설적이고 단호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왜 웃어?”“너무 솔직하고 귀여워서.”칭찬을 듣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299화

    “오빠, 강유형은 성인이에요. 본인이 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죠.”나는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했다.강유형을 회사에서 내보내든, 관계를 끊든, 그건 전부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나도 알아. 하지만 아버지랑 그렇게 싸우는 걸 보니 속이 타더라. 그리고 그가 회사에서 나가면 회사에도 영향이 클 거야.”강진혁은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오빠가 있잖아요?”그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지원아, 난 한 번도 회사를 관리할 생각을 해본 적 없어. 그러지 않을 거였으면 애초에 회사를 떠나지도 않았겠지.”그가 진심인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나는 굳이 따지지 않았다.다만 내 생각을 덧붙였다.“회사의 일은 삼촌께서 알아서 계획하고 계실 거예요. 강유형이 떠난다고 해서 회사가 멈추는 건 아니죠.”나는 이성적으로 말하며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더했다.“세상은 누구 없어도 돌아가게 돼 있어요.”강진혁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하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생각이 짧았던 거야.”“오빠, 아마 너무 걱정되니까 그런 거겠죠.”나는 그의 체면을 세워주는 말을 덧붙였다.강진혁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원아, 네가 4년 전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4년 전?그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4년이라는 시간은 아이도 어엿한 청소년으로 성장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다.“그걸 성장이라고 하죠.”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강진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맞아. 네가 정말 많이 컸다, 우리 꼬마 지원이.”그의 말에 가슴 한쪽이 찡했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내가 강가에 들어왔을 때, 강유형과 강진혁은 종종 나를 이렇게 부르며 장난스럽게, 때로는 애정을 담아 나를 놀리곤 했다.그런데 그 말을 들은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오빠, 이런 문제는 본인들이 알아서 해결하게 놔두세요. 너무 관여하면 오히려 안 좋아요.”그의 ‘꼬마 지원이'라는 말에 잠시 감정이 흔들렸지만 나는 결국 한마디 덧붙였다.강진혁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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