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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Penulis: 꽃길
“그럼 같이 먹어.”

강유형은 내 의견을 묻지도 않고 동의해 버렸다.

조나연이 앉으며 앞에 놓인 음식을 보더니 군침을 삼키는 표정을 지었다.

“생선구이네. 요즘 딱 먹고 싶던 참이었어.”

“그럼 거위 간도 하나 더 시켜줄까?”

강유형의 말투는 무척 자연스러웠다.

“디저트도 하나 추가해 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에 딸기 소스 올린 거. 음료는 오렌지 주스로 할게,”

조나연이 말을 마치고 나를 보았다.

“지원 씨도 오렌지 주스 한잔하실래요?”

“괜찮아요. 저는 물만 마실게요.”

말을 마치고 나는 포크에 꽂힌 거위 간을 입에 넣었다.

부드럽고 섬세한 맛에 은은한 우유 향까지...

“유형 씨, 전에 몇 번 사다 준 거위 간도 여기 거야?”

조나연의 말에 내 씹는 동작이 멈췄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표정이 약간 불편해 보였다.

“...응.”

그가 이곳의 거위 간 맛이 좋다는 걸 아는 이유가 밝혀졌다. 다른 사람에게 여러 번 사다 줬던 거였고 나는 오늘 처음이었다.

그것도 그가 죄책감에 사로잡혀 보상하는 차원에서.

순간 내 입 안의 거위 간 맛이 변했고 삼키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 근처를 지나가다 거위 간 냄새가 익숙하다고 느꼈나 봐.”

조나연이 웃으며 강유형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 속 깊은 곳에 서려 있는 따스함이 마치 그물처럼 나를 감싸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녀가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지원 씨, 유형 씨가 분명 자주 데리고 오셨겠어요. 그래서 이곳 거위 간 맛이 좋다는 걸 알고 저한테 사다 주신 거겠죠.”

가슴에 꽂힌 칼로 부족해 두 번 더 비트는 느낌이 이런 걸까. 지금 나는 그 맛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나도 강유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뇨, 오늘이 처음이에요. 저는 나연 씨만큼 복이 없나 봐요.”

조나연의 웃음이 잠시 굳더니 시선을 살짝 내리며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석진 씨가 저랑... 아이를 버리고 갔는데 무슨 복이 있겠어요?”

말을 마치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나는 당황했다.

한 마디에 어떻게 울어버릴 수가 있지?

“윤지원!”

강유형이 강한 어조로 나를 불렀다. 그리고는 휴지를 꺼내 조나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생각하지 마. 지금 울면 아이에게 좋지 않아.”

“석진 씨가 있었다면 이렇게 혼자 외롭게 밥 먹을 일도 없었을 텐데.”

조나연이 말하며 강유형이 건넨 휴지로 눈가를 닦았다.

“미안해요. 임신해서 감정 기복이 심해요. 분위기 망쳐서 죄송해요. 그만 가볼게요...”

그녀가 일어서려 하자 강유형이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네가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래. 게다가 음식도 이미 주문했잖아. 이곳 생선구이 한번 먹어봐. 정말 맛있어.”

강유형이 그녀의 손을 놓고 생선 살을 집어 그녀의 접시에 올려주려 했다.

이를 본 내가 말했다.

“강유형, 왜 네 젓가락으로 나연 씨한테 음식을 집어줘? 공용 젓가락을 써야지.”

내 말에 강유형의 생선을 든 손이 공중에서 멈췄고 분위기가 순간 어색해졌다.

조나연이 강유형을 잠깐 쳐다보더니 배려심 있게 말했다.

“유형 씨,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먹을게.”

강유형은 생선을 자기 접시에 놓았다. 하지만 곧이어 내 접시를 가져와 생선 살을 집어 가시를 발라냈다.

예전에 나는 생선 가시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 뒤로 강유형이 있을 때면 항상 그가 내 생선 가시를 발라주곤 했다.

강유형은 항상 이랬다. 한 대 때리고 사탕 하나를 쥐여주는 식이었다.

“지원 씨, 유형 씨가 정말 잘해주네요.”

조나연이 감탄했다.

“나한테 잘 안 해주면 누구한테 잘해주겠어요.”

나는 생선 살을 집어 입에 넣고 한 입 먹은 뒤 계속 말했다.

“만약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잘해준다면 그건 문제겠죠. 그렇죠, 나연 씨?”

조나연이 다시 강유형을 힐끗 보며 약간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이 눈빛과 말투... 내가 눈이 멀지 않는 한 그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나연 씨, 아이는 몇 개월 됐어요?”

나는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강유형이 나를 불렀다.

“지원아, 네 거위 간 식어가. 식으면 맛 없어져.”

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가 내가 조나연에게 이 질문을 하는 걸 막으려 한다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이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내가 물어보면 안 되는 거였을까?

만약 아이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게 아니라면 그는 이 여자에게 너무 신경 쓰고 있는 거다.

하지만 그의 약혼녀는 나였다.

“지금은 맛이 별로야.”

그가 조나연에게 거위 간을 사다 줬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 나는 한 입도 먹고 싶지 않았다.

강유형은 내 말투가 좋지 않음을 알아채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그를 바라보았고 우리는 말없이 그렇게 대치하고 있었다.

방금 전 식당에 들어섰을 때의 따뜻하고 행복했던 분위기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

역시 두 사람의 세계에는 제삼자가 끼어들 수 없나 보다.

마침 그때 조나연이 주문한 거위 간과 디저트 그리고 음료가 나왔다. 종업원이 음식을 놓고 정중하게 물었다.

“거위 간을 잘라드릴까요?”

“괜찮아요.”

조나연이 거절하고 강유형을 보며 말했다.

“유형 씨가 잘라줘. 전에도 항상 유형 씨가 잘라줬잖아. 크기도 딱 좋게.”

“나연 씨.”

나는 다시 말을 꺼냈다.

“식당에서 음식 자르는 서비스를 해주니까 유형이한테 부탁하지 마세요. 어차피 제 생선 가시도 발라야 하고 바쁠 테니까요.”

조나연은 순간 입술을 깨물더니 말했다.

“미안해요 지원 씨.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제가 직접 자르면 돼요.”

“윤지원!”

강유형이 또다시 강한 어조로 나를 불렀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나연이는 다른 사람 손을 거친 음식을 안심해서 먹지 못해. 지금 아이를 임신 중이라 모든 면에서 조심해야 해.”

“허.”

나는 즉시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연 씨 앞에 있는 음식 중에 다른 사람 손을 거치지 않은 게 뭐가 있어?”

강유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조나연은 곧바로 억울하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유형 씨, 지원 씨한테 화내지 마. 이러면 내가 그만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녀가 다시 일어서려 하자 강유형이 또다시 그녀를 붙잡았다.

“신경 쓰지 마. 지원이가 생리 기간이라 기분이 안 좋은 거야. 평소에도 말투가 이래.”

강유형은 정말 대단했다.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아래가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강유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 정말 생리가 시작됐어. 그런데 생리대를 안 가져왔네. 가서 하나 사다 줄래?”

강유형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며칠이 생리 기간인 거 알면서 가방에 안 챙겼어?”

“내 생리 주기까지 기억하는 약혼자가 있으니까.”

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은 눈에 닿지 않았다.

강유형은 화가 난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일어섰다.

“두 사람 먼저 먹어. 나 금방 다녀올게.”

식탁에는 나와 조나연 둘만 남았지만 우리 둘 다 음식을 먹지 않고 그저 침묵 속에 있었다.

몇 초 후 조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원 씨, 지금 저를 싫어하시죠?”

‘제법 눈치가 있네.’

나도 꾸밈없이 말했다.

“싫어한다기보다는... 당신이 정말 불편해요.”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녀의 애처로운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유형은 제 약혼자예요. 우리는 곧 혼인신고를 할 거고요. 당신이 자꾸 강유형을 찾고 심지어 한밤중에 불러내는 건 좀 지나치지 않나요?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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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 씨, 오해하지 마세요.”조나연의 말에 나는 웃고 싶었다.방금 그녀가 침구를 고를 때 한 말을 생각하니, 그녀가 묵인한 남자친구가 강유형이었다.“강유형에게 사주시는 거예요?”그녀가 선택한 침구는 블루 그레이 색으로 확실히 강유형이 좋아할 만한 색상이었다.그러나 그건 예전의 일이었다. 지금은 나에게 동화되어 그가 좋아하는 색이 많이 밝아졌다.조나연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몇 초를 망설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제 남동생에게 사주는 거예요.”나는 이런 수작을 한 그녀와 실랑이하기 귀찮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강유형은 나연 씨와 같이 살겠대요?” 조나연의 아이가 사고가 나면 안 된다고 했으니 24시간 지키는 것이 가장 적합하겠지.“지원 씨,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조나연은 감정이 격해졌다.“강유형에게 침구까지 샀는데, 왜 그런 말을 못 하죠?”나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반문하였다.“지원 씨는 너무 질투심이 많네요. 유형 씨가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조나연의 말에 나는 웃었다.“왜 웃어요?그녀는 억울하면서도 경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말했다.“강유형은 아무리 저를 좋아한다고 해도 남의 유혹에 잘 넘어가더라고요.”“지원 씨의 말이 듣기가 거북하네요.”조아연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제 말이 틀렸어요? 나연 씨는 어제 저에게 해명한다고 회사에 찾아왔지만, 사실은 강유형을 만나고 싶은 거죠?”어젯밤에 나는 꿀잠을 잤지만 아침에 일어난 후 문득 깨달았다.조나연이 어제 회사에 나타나서 일부러 남의 차에 치여 넘어진 것이다. 이로써 강유형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걱정하게 하고 끌어안게 한 것이다.조나연은 일부러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저었다.“어떻게 저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세요?”이에 나는 반문을 하였다.“그럼 강유형이 어제 왜 커피숍에 나타났는지 변명해 보세요.”조나연은 순간 입을 다물고 눈에는 나에게 들킨 난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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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건 사러 갔다가 조나연 같은 여자 때문에 기분이 잡쳤지만 내가 밥 먹는 데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나는 곱창국수 한 그릇을 먹은 후, 회사에 갔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우형의 어머니인 김희연의 전화를 받았다.내가 이틀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아서 전화하는 것은 정상이었다.“아줌마.”“지원아, 네 친구 집에만 있지 말고 오늘 집에 들어와. 아줌마가 김치만두를 만들었어.” 김희연의 말에 나는 웃고 싶었다. 강유형은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핑계를 대신 찾아준 듯하다.나는 이미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가서 살기로 결정했기에 강씨 저택에 가서 짐도 정리해야 했다. “아줌마, 오늘 저녁에 돌아갈게요.”곧 퇴근할 때 이소희가 다가왔다.“지원 님, 괜찮으세요?”“왜요?”나는 어리둥절했다.“회사에서 늘 가십거리나 헛소문이 많잖아요. 그런 거 듣지 마세요. 강 대표님이 지원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제 눈을 봤잖아요.”이소희의 말을 듣고 나는 손을 내밀었다.무슨 의미인지 안 그녀는 핸드폰을 뒤로 숨겼다. 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리 줘요.”나의 압박하에 이소희는 핸드폰을 주면서 그녀들의 비밀 채팅방을 오픈했다. 내용은 어제 직원들이 논의한 것과 비슷했으나 조나연과 강유형의 과거 정보까지 캐냈다.강유형, 조나연, 그리고 조나연의 돌아가신 남편 임석진은 대학 동창일 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에 삼각관계라고 하였다.내가 처음 들은 정보였다. 가십거리이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핸드폰을 이소희에게 돌려주고 나는 운전해서 떠났지만 강씨 저택에 돌아가지 않고 신지태를 찾아갔다.그는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도착할 때 그는 마침 당구를 치고 있어서 나를 보자 같이 치자고 하였다.“두 판 할래?”예전에 강유형과 온 적이 있었는데 당구도 강유형이 가르쳐준 것이다.나는 겉옷을 벗고 큐대를 잡고 신지태와 같이 당구를 쳤다.“잘하네. 역시 훌륭한 스승 밑에서 잘 배웠어.”그는 강유형을 칭찬한 것이다.“지태야, 대학교 때 강유형과 같이 다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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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02화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얼어붙었고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피하려 했다.하지만 상대는 강진혁이었고 그가 원하면 내가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지원아, 왜 다른 사람은 되고 나는 안 돼? 나도 그들만큼 널 사랑하는데.”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고 마치 집착과 분노가 뒤섞인 듯한 말투였다.나는 힘을 다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단단하게 붙잡힌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그의 입술이 내 이마를 스치고 뺨을 따라 내려왔다.그리고 내 목덜미로 파고들려는 순간 갑자기 허리를 감싸고 있던 그의 팔이 강하게 밀려났다.“강진혁 씨, 남녀 사이의 일은 서로의 동의가 있어야 즐거운 법이죠. 억지로 하면 재미없지 않겠어요?”배성재의 목소리는 진정우와 정말 달랐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더 없는 안정감을 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배성재의 옷깃을 붙잡았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래도 놓지 않았다.배성재는 나와 강진혁 사이를 가로막고 서 있었다.강진혁이 마셨던 술이 그의 정신을 흐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선을 넘은 건 단순한 술기운 때문만은 아니었다.강진혁은 강유형이 떠난 후, 자신에게 기회가 생길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그런데 뜻밖에도 진정우를 닮은 남자가 나타났다.강진혁은 한 번 죽였다고 생각한 진정우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자, 분명 더 초조해졌을 터였다.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넌 뭔데 나한테 훈계질이야?”분노로 가득 찬 시선이 배성재를 향했다. 하지만 배성재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명망 있는 집안 자제라도, 강요하는 건 좀 치사한 거 아닌가요?”배성재는 가볍게 웃으며 내게 시선을 돌렸다.그러나 그의 눈빛 속에는 싸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그렇지 않나요, 강진혁 씨?”강진혁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눈빛이 서서히 위험하게 변해갔다.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극단적으로 치닫기 전에,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었다.나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그의 소매를 꼭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01화

    강진혁이 나에게 가졌던 인내심이야 지난 10년 동안 충분히 증명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더 흔들어 보는 게 나쁠 건 없었다.“미안해요, 오빠. 좀 일이 있어서 늦었어요.”나는 자리에 앉으며 적당히 가식적인 사과를 건넸다.“괜찮아. 네가 와준다면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그는 망설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었다.솔직히 듣고 있자니 어색해서 나는 괜히 테이블 위의 식기를 정리하며 시선을 피했다.그가 직원을 불러 내게 메뉴를 고르라고 했지만 이미 배 속에는 배성재가 해준 미트볼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솔직히 한 입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으니 적당히 간단한 메뉴만 골랐다.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고 보니 내가 시킨 것 외에도 다양한 요리가 가득 깔려 있었다.“오빠, 그냥 간단히 먹으면 되잖아요. 배만 채우면 되는 건데 이렇게 많이 시키면 남는 게 더 많을걸요?”나는 테이블 위의 요리를 가리키며 덧붙였다.“음식 하나하나 다 소중한 거예요.”“이건 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조금씩만 맛봐. 못 먹으면 싸 가면 되니까.”그의 말이 현실적이라 딱히 반박할 수 없어 그저 수긍하며 젓가락을 들었다.“와인 한잔할래?”나는 순간, 저번에 술에 취한 척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때 나는 끝까지 취한 척을 밀어붙였고 모든 걸 모른 척할 수 있었다.그의 의도를 알기에, 더욱 태연한 척하며 답했다.“좋아요. 근데 저 또 취하면 오빠가 집까지 바래다줘야 해요.”“당연하지.”그는 웨이터를 불러 우리에게 와인을 따르게 했다.솔직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는 예상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끌었다.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나와 강유형이 항상 그를 뒷전으로 두었다는 이야기까지.그러다가 강유형의 이름이 나오자,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가 피를 토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 피가 단순한 감정적인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몸 상태가 심각한 건지 모르겠지만.“오빠, 요즘 강유형 만난 적 있어요?”“아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700화

    나는 순간적으로 손을 움켜쥐며 몸을 떨었다.‘도깨비야? 어쩜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올 수 있지? 도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야?’혹시 내가 보내려던 메시지를 봤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나는 이곳의 주인이기에 사진을 찍는 게 이상할 이유도 없고 보고 싶으면 볼 수도 있는 거다.나는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돌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늘 그랬듯,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응시했다.“조용히 오고 싶었어요.”조나연은 내 맞은편에 앉으며 손가락으로 주변을 가리켰다.“바 분위기를 조금 바꿨어요. 손님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서요.”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네요. 확실히 신선한 느낌이에요. 대표님이 마음에 들어 한다면 다행이죠.”그녀는 손짓해 직원에게 음료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당연히 만족해야죠. 내가 직접 뽑은 사람이니까.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네요. 역시 능력 있어요.”말을 마치고 나는 그녀의 차림을 살폈다. 다른 직원들과 달리 정장이 아닌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반짝이는 시스루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술집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 묘하게 옛 상하이 영화 속 여주인공 같은 느낌이었다.문득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그때는 하얗고 단정한 인상의 여자였는데 이렇게까지 변할 줄이야.나는 시선을 그녀의 몸매 위아래로 훑으며 피식 웃었다.“내가 말하는 ‘능력’은 그쪽이 아니라 머릿속 능력이요.”진심으로 칭찬하는 말이었는데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아마 비꼬는 걸로 들었는지 그녀는 바로 반격했다.“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에요. 만약 지원 씨가 직접 운영했다면 똑같이 했을걸요?”그녀의 말투는 단호했다. 이건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듯한 태도였다.하지만 나였다면 이렇게 하진 않았을 거다. 다만 조나연은 이미 내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굳이 반박할 이유도 없다.그런데 마치 본인이 주도권을 쥔 듯 행동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9화

    “그래서 결국 뭘 하려는 거예요?”한참을 빙빙 돌리던 내 말을 끊고 배성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나는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으니 더는 숨길 이유가 없었다.“내 친구가 드래곤킹에 있을 수도 있어요.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고 가능하면 안전하게 보호해 줄 사람도 필요해요.”잠시 말을 멈추고 나는 그의 반응을 살피며 덧붙였다.“이름은... 이소희예요.”배성재는 놀란 건지, 아니면 이미 알고 있었던 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드래곤킹에서 몇 개월이나 있었고 그렇다면 그곳에서 누가 출입하는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리 없었다.“좋아요. 도와줄게요. 하지만 당신은 직접 나서지 마요. 위험한 곳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요.”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가면 위험하다? 그렇다면 이미 이소희는 그 위험 속에 있다는 뜻 아닌가?’그녀가 이미 어떤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자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들었어요?”내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배성재가 다시 한번 물었다.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조용히 되물었다.“성재 씨,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거예요?”사실 내가 정말로 듣고 싶은 대답은 따로 있었다.“나는 진정우니까. 널 사랑하니까.”하지만 그는 침묵했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오늘 저녁에 강진혁이랑 저녁 먹기로 했어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테니까, 바로 데리러 와 줄 수 있죠?”강진혁이 이상한 짓을 할까 봐 배성재에게 미리 알리는 거였다. 저번에는 취한척하며 위험한 상황을 모면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상황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왜 그런 자리에 가려는 건데요?”“왜긴요, 생각 좀 해봐요.”저녁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이소희에게 보낸 연락은 여전히 닿지 않았고 어떤 답장도 없었다.만약 그녀가 드래곤킹에 있다면 집에는 아무도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때, 강진혁에게서 저녁 장소가 문자로 도착했다.그런데 우연인지 아닌지 호텔 레스토랑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8화

    “콜록!”전화기 너머에서 배성재가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내 갑작스러운 애교 섞인 목소리가 꽤 당황스러웠나 보다.그는 곧바로 물었다.“무슨 부탁이죠?”나는 다리를 꼬아 올리고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드래곤킹에는 남자 모델뿐만 아니라 여자 모델도 있죠? 혹시 그쪽이랑 친하세요?”이제 내가 배성재가 진정우라는 걸 확신한 이상, 굳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도 없었다.생각해 보면 참 우습다. 그동안 그렇게 떠보고 시험해 보려고 온갖 수를 썼지만 결국 미트볼이 모든 걸 말해주었다.“갑자기 왜 그런 걸 묻죠?”여전히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듯 조심스럽게 되묻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팔짱을 끼고 일부러 더 장난스러운 톤으로 말했다.“저도 한 번 여자 모델이 되어 보고 싶어서요.”“뭐라고요?”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층 높아졌다.예상치 못한 대답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했다.“드래곤킹에서 여자 모델로 일해 보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성재 씨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그건 안 됩니다.”이번엔 단칼에 잘라 말했다. 거절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왜요? 제가 못생겨서? 아니면 몸매가 별로라서?”“그런 문제가 아닙니다.”그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곧이어 단호한 어조로 덧붙였다.“그곳은 당신이 갈 만한 곳이 아닙니다.”‘좋아, 바로 이 반응. 이제야 진짜 진정우다운 모습이 나오는군.’“왜요? 성재 씨도 거기서 일하셨잖아요?”내가 일부러 짓궂게 되묻자, 그는 순간 말을 잃었다.그리고 몇 초간의 침묵 끝에 낮게 말했다.“나는 당신이 그곳에 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내가 도와줄 수도 없어요.”나는 속으로 쿡쿡 웃었다.‘그래, 바로 이거야. 이 반응이야.’분명 그는 자신이 진정우라는 걸 들키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를 통제하려는 태도가 그대로 드러났다.“그럼 내 방법대로 알아서 갈게요.”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그가 날 불러 세웠다.“잠깐. 진짜 이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7화

    내 아버지를 언급하자 강진혁은 순간 굳어졌다.표정이 단단하게 굳은 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연한 반응이었다.내 부모님의 죽음은 그의 아버지가 직접 만든 비극이었으니까.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배성재가 만든 완자를 바라보았다.나는 차분한 척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제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그 맛은 다시 없을 거야.”하지만 그건 완전한 거짓말이었고 나는 이미 확신했다.배성재가 진정우라는 걸.그런데도 그가 계속 자신을 배성재라고 주장하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괜히 흔들리지 말고 그의 계획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었다.강진혁은 한숨을 내쉬듯 낮게 말했다.“지원아, 네 부모님 일은 정말 미안해.”하지만 그 말은 더럽게도 위선적으로 들렸다.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을 애써 눌러가며 나는 덤덤하게 받아쳤다.“그 일은 오빠랑 상관없잖아요.”강진혁이 쓴웃음을 지었다.“넌 참 착한 애야.”‘착해? 아니, 바보였겠지.’한때는 용서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내가 그들을 용서할 마음이 단 1%도 없다는 걸 말이다.나는 더 이상 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고 조용히 단호박 수프를 떠먹었다.따뜻하고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묘하게 마음을 안정시켰다.솔직히 말해 배성재의 요리 실력은 꽤 수준급이었다.심지어 예전 진정우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그동안 숨어서 요리 연습이라도 했나? 나중에 진짜 정체를 밝히면 꼭 물어봐야겠네.’“이거 맛있네요. 잘 만들었어요.”내가 무심하게 던진 칭찬에 강진혁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그러더니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저녁 약속 있어?”그는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없어요. 그냥 한 말이에요.”나는 무심히 단호박 수프를 한 모금 마셨고 그 순간 강진혁의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그러더니 예상치 못한 제안을 했다.“그럼 오늘 저녁에는 나랑 같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6화

    배성재는 정말 겁도 없었다.강진혁이 나를 붙잡으려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대놓고 도전장을 내밀다니...나는 그의 이런 태도가 예상 밖이었지만 지금 내게 더 중요한 건 이소희였다.그녀가 정말 드래곤킹에 있다면 직접 가서 확인해야 했다.나는 고민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요.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어서요.”배성재는 별다른 아쉬운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돌아섰다.엘리베이터 앞에서 동료들을 마주쳤는지 다시 한 번 진 팀장님이라 불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런데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일 뿐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이 모습을 보고 있던 강진혁이 문득 내게 물었다.“저 사람... 진정우랑 정말 많이 닮지 않았어?”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만약 이 자리에서 안 닮았다고 하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워 보일 것이다.그래서 나는 가볍게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답했다.“모르겠어요. 그래서 더 시험해 봐야죠.”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진정우는 항상 나한테 맛있는 걸 챙겨줬어요. 그래서 저도 한 번 성재 씨의 요리를 경험해 보려고요.”이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강진혁에게 보내는 신호였다.내가 배성재를 곁에 두려는 이유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는 신호였다.나는 아직 강진혁이 배성재를 위험 요소로 인식하지 않길 바랐다.적어도 지금은 배성재가 그의 타겟이 되어서는 안 된다.그의 표정을 살피던 강진혁이 나지막이 물었다.“그럼 결과는 나왔어?”우리는 이미 사무실로 들어와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열었다.그 안에는 예상했던 두 가지 요리 외에도 만두와 호박죽까지 곁들여져 있었다.솔직히 말해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당길 정도였다.강진혁도 한마디 덧붙였다.“보아하니 요리 실력이 제법인데. 드래곤킹에서 남자 모델로 있기엔 아까운 재능이네. 그냥 식당을 차리는 게 낫겠어.”나는 의미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5화

    “괜찮아요. 그냥 갑자기 속이 좀 안 좋았을 뿐이에요.”나는 강진혁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의 그런 태도조차 나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관심과 걱정이라기보다 그저 나를 붙잡기 위한 수단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사랑이 식으면 그의 모든 행동이 불편하게만 보인다더니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그래도 물이라도 좀 마셔.”강진혁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권했지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렇게 화장실을 나와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그리고 곧, 회사 직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어? 진 팀장님!”“오랜만이에요! 드디어 복귀하신 거예요?”“우린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요!”여러 직원이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반가워하는 사람이 진정우가 아니라 배성재라는 것이었다.배성재는 아무런 반응 없이 직원들에게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그렇게 조용히 걸어오더니 나를 향해 곧장 다가왔다.그 순간, 내 옆에 있던 강진혁의 기운이 눈에 띄게 싸늘해졌다.굳이 보지 않아도 그가 지금 얼마나 불쾌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나는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나는 일부러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그가 진정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계속 착각하도록 놔두는 것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괜한 오해가 쌓이면 나중에 정리하기가 더 골치 아파진다.배성재는 개의치 않는 듯 태연하게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 상자를 내게 건넸다.“점심 가져왔어요.”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사실 나는 아침도 못 먹고 나와서 속이 비어 있었다.나는 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책임감이 꽤 강하네요?”그러면서 슬쩍 강진혁을 향해 돌아보며 덧붙였다.“오빠, 성재 씨 요리 실력 한 번도 안 맛봤죠? 진 팀장님보다는 아주 약간 부족하긴 한데 그래도 꽤 괜찮아요.”내 말이 끝나기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94화

    “생각나는 사람 있어요?”강진혁은 집요하게 내 반응을 살폈다.나는 짧게 웃으며 허진호에게 집중하듯 말했다.“전 허 대표님이 빨리 회복해서 출근하셨으면 좋겠어요. 출근 도장 찍는 모습 못 보니 너무 심심하네요.”그렇게 나는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전화를 끊었다.강진혁은 이미 내 자리까지 들어와 있었고 가져온 꽃을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그는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오랜만에 그렇게 밝게 웃는 거 본 것 같은데.” 나는 자연스럽게 이유를 만들어냈다.“허 대표님이 여자 친구한테 얼굴 할퀴었다고 투덜대는데 그게 너무 웃겨서요.”강진혁은 별로 놀라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말했다.“혹시 유흥업소 간 거 때문에 그런 거야?”그 말에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강진혁이 허진호를 봤고 허진호가 본 사람이 정말 이소희라면 강진혁도 그녀를 봤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리고 이소희가 그렇게 두려워했던 사람이 바로 강진혁이었다는 내 의심이 맞다면...나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역시 남자들은 다 거기서 거기네요. 그런 곳은 꼭 가봐야 속이 시원해요?”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난 일 때문에 갔어.”“허 팀장님도 똑같이 말하던데요. 근데 여자 친구가 안 믿고 난리를 쳤대요.”나는 꽃을 들어 올려 코끝에 가져가 향을 맡으며 시선을 피했다.향은 좋았지만 지금 내 기분과는 정반대였다.그러다 그가 갑자기 말을 돌렸다.“어제 드래곤킹에서 좀 난처한 일 겪었다며?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그 말을 듣자마자 등골이 싸늘해졌다.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묻는 걸까?그가 배후에 숨어져 있던 사람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면 정말 그의 걱정 어린 태도에 속아 넘어갈 뻔했다.하지만 나는 이미 그가 주범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가 연기를 한다면 나도 맞춰줘야 했다.아직은 그를 자극할 때가 아니니까.그래서 나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직접 해결했어요. 굳이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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