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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불꽃을 따라 이대로 사라지시지 그래

딩동!

“진가을 씨, 집에 계세요?”

하윤은 28층의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숨어 언제든지 도망갈 준비를 하는 민혁을 힐끗 보았다.

“진가을 씨 안 계시나 봐요.”

민혁은 진가을이 없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를 내밀며 말했다.

“계셨다면 반드시 제가 당한 만큼 갚아줄 거예요!”

하윤은 민혁의 처참한 얼굴을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혁은 좀 민망한 지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그럼 전 이만 가 볼게요. 좀 이따 싸가지가 돌아오면 꼭 좀 물어봐 주세요.”

“네, 알겠어요.”

민혁이 떠난 뒤 하윤은 혼자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집안은 또 텅 비어있었다.

그녀는 입맛이 없어서 컵 라면을 조금만 먹었다.

하윤은 넋을 잃은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도 안 오시려나?’

띵!

핸드폰에 현지 뉴스 푸시가 하나 떴다.

[왕자와 공주의 동화 같은 사랑.]

기자가 쓴 그들의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하윤은 글에 첨부된 사진들을 보자 숨이 턱 막혔다.

병원의 옥상을 생일 파티 현장으로 꾸며졌고, 공은채는 긴 드레스를 입은 채 도준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고 있었다.

비록 먼 곳에서 찍은 사진이지만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

댓글에는 온통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내용들뿐이었다.

하윤은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핸드폰을 끈 후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욕실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었기에, 하윤은 음악을 틀고 머리를 욕조 가장자리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그녀가 도준을 너무 신경 쓴 탓인지, 조그마한 소식조차 그녀를 무너뜨릴 것 같았다.

‘윤 쌤이 말씀하신 대로 사람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절대 손해 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해.’

‘불꽃을 따라 이대로 사라지시지 그래!’

“허.”

갑자기 들려오는 웃는 듯한 소리에 하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 팔짱을 낀 채 욕실 문 앞에 기대어 있는 도준을 발견했다.

도준은 마침 그대로 노출된 그녀의 어깨와 목을 쳐다보며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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