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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차차 보이는 희망

바쁘기만 하던 리허설이 끝나자 하윤은 옷을 갈아입고 캐비닛 문을 닫았다.

그러던 그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슬그머니 입꼬리를 말아 올린 하윤은 목을 빼 들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사람이 없자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

“이제야 저같이 하찮은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생겼나 보네요?”

전화 건너편에서 곧장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느 집 하찮은 사람이 자기처럼 이래? 아무리 찾아도 10번 중에 8번은 없고, 아주 살판 났지?”

하윤은 이내 불만을 표했다.

“누가 살판났다고 그래요? 공연한 거거든요. 게다가 저는 요즘 다른 사람과 같이 있으면서, 나는 꿈도 못 쫓아요?”

그 말에 도준이 피식 웃으며 투덜거렸다.

“아주 기어오르네?”

요즘 온라인에 도준과 은채의 ‘열애’ 소식이 일파만파 퍼져 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한 수준이지만, 수술 날짜가 다가와 하윤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러다 문득 달력을 본 하윤은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내일이면 목요일이네요.”

“응, 내일 오후 1시에 수술이네.”

이렇게 오래 기다린 것도 모두 내일을 위한 거다.

수술이 끝나면 하윤과 도준도 더 이상 이렇게 몰래 만나는 일도, 더 이상 연기할 필요도 없다.

걱정도 많았지만 한편으로 기대된 하윤은 깊은 숨을 들이켜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내일 집에서 기다릴게요.”

잔뜩 긴장한 하윤의 말투를 눈치챈 도준은 문뜩 건드리고 싶어져 툭 말을 꺼냈다.

“기다리기만 하려고? 다른 건 없어?”

며칠 동안 보지 않은 데다 나지막한 도준의 목소리까지 들어버리니 하윤은 온 몸이 찌릿해나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럼 또 뭘 원하는데요?”

도준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뭘 원하는 건 아니고, 벗고 기다리면 돼.”

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통화가 끝난 뒤 발걸음은 훨씬 가벼워졌다.

그런 가벼운 발걸음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본 순간 멈춰 버렸지만.

“공태준?”

태준은 지금까지 늘 하윤을 쫓아다니다시피 하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공연장에 간식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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