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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여지

창밖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지금 옥상 계류장에 헬기 두 대가 도착했어요.”

그 말에 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하, 곧 죽어가면서 일을 참 많이도 벌렸네.”

전화 건너편에 있던 하윤은 그 소리에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 집에서 기다려. 나한테 할 변명 생각해 놔.”

“어? 잠깐..., 여보세요?”

하윤은 다급히 핸드폰을 들었지만, 전화는 이미 끊겨졌다.

한편, 도준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밖을 향해 걸어갔다.

병원 옥상에 이미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정장 차림의 남자들은 딱 봐도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모든 경호원이 양 옆으로 쫙 갈라져 길을 내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남자의 꼿꼿한 자태와 날카로운 시선이 특히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헬기에서 맨 마지막에 내린 사람을 보자 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게 누구야? 곽씨 가문 큰 도련님 아닙니까? 왜요? 뭐 병이라도 보러 왔나?”

상대는 다름 아닌 곽도원의 큰아들 곽준호였다.

하지만 아무리 이 곳에 왔다 해도, 아버지의 옛 사랑의 딸 때문에 온 입장이라고 밝히기에는 상황이 우스워 눈살을 찌푸렸다.

“아버지가 심장이 안 좋은데 여기에 국내 최고의 의료진이 모여 있다고 해서 문의차 들렀습니다.”

문의라고는 하지만 경호원을 이렇게 많이 대동한 걸 보면 아니라는 게 뻔했다.

그에 반해 도준은 혼자였다. 경호원 한 명도 데려오지 않은 채 나들이라도 나온 듯 여유로웠으며 눈에 뵈는 게 없는 듯 오만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준호가 데려온 사람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준호의 체면을 갈기갈기 찢었다.

“물론 여기에 심장외과 쪽으로 가장 뛰어난 의료진이 있는 건 맞지만, 심장질병만 치료하지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어주는 곳은 아니거든요.”

그 일을 입에 담자 준호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다.

“민 사장님, 언행에 주의해 주세요. 농담에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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