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12화 씩씩한 척

그건 다름 아닌 공태준의 차였다.

태준의 차가 길모퉁이를 돌아 병원 쪽으로 오는 걸 보자, 하윤은 얼른 손에 쥐고 있던 옥수수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행히 태준의 차도 마침 빨간 신호등에 걸려 시간은 충복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으로 태준을 막지 않으면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매우 컸다.

그렇다고 도준이 저를 위해 그동안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애써줬는데, 태준 때문에 모든 게 망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 사이, 빨간 신호등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9, 8... 3, 2, 1.

그리고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뀐 찰나, 하윤은 마음을 굳게 다지고는 도로를 향해 돌진했다.

운전을 하고 있던 남기는 이제 막 엑셀을 밟으려던 찰나 갑자기 뛰어는 여자 때문에 놀라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심장 떨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지나자, 남기는 곧장 차에서 내려 상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보더니 놀란 듯 다시 차 안으로 향했다.

“가주님, 이시윤 씨입니다.”

하윤은 바닥에 반쯤 누운 채 뒷좌석의 문이 열리는 걸 곁눈질로 확인했다. 다급한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태준의 눈빛에는 당황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윤이 씨, 괜찮아요?”

‘안 괜찮아.’

사실 남기가 제때에 브레이크를 밟은 덕에 차는 그저 하윤을 살짝 스친 것뿐이다. 심지어 넘어진 것도 하윤이 일부러 넘어진 거고.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하윤은 제 팔꿈치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그러면서 ‘씩씩한 척’ 일어서더니 다시 휘청거렸다.

무의식적으로 하윤을 안으려던 태준의 행동은 손을 뻗은 순간 부축으로 바뀌었다.

“조심해요, 다치지 말고. 우리 가서 검사 받아요.”

태준이 저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자 하윤은 곧장 거절했다.

“아니야.”

그러고는 태준이 의심할까 봐 이내 말을 덧붙였다.

“그 둘이 꼭 붙어있는 걸 직접 보라고? 차라리 죽으라고 해.”

태준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다른 병원으로 가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