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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마누라와의 대화

요즘 가을은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귀가하곤 하는데, 그 목적은 하윤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도 마침 밖에서 파파라치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급히 들어오지 않았을 거다.

가을은 얼른 목도리를 위로 당기며 제 얼굴을 더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하윤이 위아래로 꽁꽁 싸맨 여자를 훑어보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을 걸었다.

“혹시 진가을 씨 아니세요?”

이미 들킨 마당에 더 이상 모른 체하고 있을 수도 없는지라, 가을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가을은 상대가 가을이라는 걸 확인하자 곧장 자리를 내주었다.

“마침 잘 됐네요. 할 얘기가 있었는데.”

할 얘기가 있었다는 짤막한 한마디에 가을은 심장이 요란스럽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할 얘기?’

한민혁의 본처에게 불륜을 들켜 치욕을 당하던 악몽이 현실로 한 발 다가왔다.

하지만 잘못을 했으면 인정해야지 숨을 수는 없었다.

결국 가을은 큰 결심을 내린 듯 이를 악물었다.’

“그래요.”

30층.

가을은 제 집보다 몇 배나 더 화려한 하윤의 집 내부를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

‘하윤 씨처럼 예쁜 여자가 그런 남자를 만나는 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돼지가 황금 돼지였을 줄이야.’

하윤은 테이블 쪽으로 향하더니 다정하게 물었다.

“뭐 마실래요? 오렌지 주스 아니면 따뜻한 차?”

‘따뜻한 차?’

‘만약 얘기하다 화가 뻗쳐 물이라도 뿌리면 내 얼굴 망가지는 거잖아...’

덜컥 겁이 난 가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렌지 주스요.”

잠시 뒤, 하윤은 주스를 가을 앞에 놓고는 그 옆 소파에 자리 잡고 앉았다.

“가을 시, 혹시 민혁 씨 알아요?”

‘왔구나.’

가을은 할 수 없이 눈 딱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하윤이 저를 뭐라 욕하든 참아야 하노라고 속으로 암시했다.

하지만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긴장해하는 가을의 마음을 알 리 없는 하윤은 민혁을 도와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민혁 씨가 가끔 말은 좀 짓궂게 해도 사람은 진짜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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