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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사진

그날 밤, 하윤은 억지로 ‘춤을 추고’, 남자의 온갖 회유에 넘어가 사진까지 찍었다.

긴 생머리를 풀어헤친 사진 속 여자는 고혹적인 느낌을 띠고 있었고, 스탠드 등의 빛을 받은 공연복은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리본으로 가린 눈, 살짝 벌리고 있는 빨간 입술, 주먹만 한 작은 얼굴까지 등불 아래에서 더욱 매혹적이었다.

심지어 허리라인까지 찍혀 있는 사진은 남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까지 했다.

다음날 아침, 침대 머리맡에서 그 사진을 본 하윤은 순간 폭발하고 말았다.

“어,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손을 쑥 내밀어 하윤의 옆에 놓인 사진을 집어 든 도준이 경박한 미소를 지었다.

“왜? 예술적이잖아.”

그러더니 사진을 느긋하게 감상하면서 말을 이었다.

“자기가 무대 위에 있을 때랑 별반 다를 것도 없는데.”

“이게 다를 게 없다고요?”

하윤은 사진을 가리키며 언성을 높였다.

“이건 차마 눈 뜨고 볼 수도 없다고요.”

“어디가?”

도준은 하윤이 사진을 빼앗으려는 걸 교묘하게 피했다.

“옷도 다 제대로 입고 있고, 충분히 보수적이잖아.”

“그런데 우리 그때 분명…”

그때를 떠올리자 하윤의 얼굴을 화끈 달아올랐다. 머릿속에 그날의 화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하던 그때, 도준이 하윤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려놓았다.

“우리가 뭐 했는데? 말해 봐.”

‘누가 저처럼 그리 뻔뻔스러운 줄 아나?’

“아무튼, 그닥 좋은 일은 아니었잖아요.”

하윤이 얼버무렸다.

그러자 도준이 웃으며 사진으로 하윤의 얼굴을 툭툭 쳤다.

“자기가 말 안 하면 누가 알아?”

“그래도 안 돼요!”

하윤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도준은 하윤의 뒷통수를 어루만지더니 제 가슴에 내리 눌렀다.

“내가 다른 사람한테 보여줄 리가 없잖아. 착하지? 이건 그냥 내가 눈요기로 삼을 거야.”

도준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있던 하윤은 잠시 조용해졌다. 도준이 이제 며칠 동안은 자주 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 이상 투정 부릴 수도 없어, 그저 조용히 도준의 따뜻한 품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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