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은 주강을 바라보았다.“염 대표님, 푹 쉰 이상 왜 자신의 구역으로 돌아가지 않은 거죠? 부진석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건가요?”하영은 유준의 말투에 질투가 띤 것을 발견했다.주강이 찾아오자마자 바로 사람을 쫓아내려 하다니, 유준 말고는 아무도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었다.하영은 얼른 말을 돌렸다.“주강 오빠, 이 사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어서 앉아요.”주강은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살면서 실수 한 번 하는 것도 당연하죠. 정 대표님, 안 그래요?”유준은 피식 웃었다.“난 주동적으로 찾아갔으니 염 대표님과 경우가 다르죠.”“하지만 결과는 같잖아요.” 주강은 유준에게 자신을 깎아내릴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고 그의 말에 일일이 반박했다.“주강 오빠, 상처는 좀 나아졌어요?”주강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미안해요, 나 때문에 두 사람 괜히 이런 일을 당했네요.”하영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아니에요, 주강 오빠. 우리가 주강 오빠를 연루한 거죠. 내 잘못이 커요. 만약 내가 주강 오빠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주강 오빠도 부진석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또 이런 일을 겪을 리가 없었겠죠.”주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하지만 결국 나 자신이 조심하지 않은 탓이에요.”그들이 서로에게 사과하는 것을 보면서 유준의 고운 얼굴은 급속히 어두워졌다.“지금 얘기 다 했어?”유준은 참지 못하고 그들의 말을 끊었다.하영은 유준이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주강에게 말했다.“주강 오빠, 나 이제 아크로빌의 집을 팔려고요.”주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왜요?”하영은 침을 삼키며 간신히 어젯밤의 일을 주강에게 알렸다.주강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되면 그 집은 오히려 흉터로 된 거잖아요. 하영 씨가 팔지 않으려 해도 난 하영 씨가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주강 오빠는 계속 그곳에서 지낼 건가요?”주강의 시선은 유준의 잘생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하영은 이 두 남자가 만나기만 하면 말다툼을 하는 이유를 몰랐다.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서로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잠깐...’하영은 별안간 유준을 바라보았다. 처음 주강을 보았을 때, 유준의 말투와 태도는 오늘과 똑같았다.그러나 기억을 잃은 후, 유준은 오늘처럼 질투를 느끼며 주강을 상대한 적이 없었다.하영은 잠시 얼떨떨해졌다.‘유준 씨는 자신의 기억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어?’‘하지만 지금의 유준 씨는 마치 회복된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눈 밑에 나타난 그 소유욕도 연기 같지 않았다.‘설마 유람선에 있었던 일로 너무 심한 자극을 받았나?’‘그래서 성격은 예전과 같지만 기억은 천천히 되찾아야 하는 건가?’주강은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하영은 유준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유준 씨, 우리 얘기 좀 해요.”유준은 눈을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무슨 얘기?”하영은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당신 이미 기억을 되찾았잖아요? 그런데 왜 나에게 알려 주지 않은 거죠?”유준은 일찌감치 하영이 자신을 이렇게 질문할 거란 것을 예상하였다.그래서 남자는 매우 평온하게 대답했다.“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난 아직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고.”하영은 유준을 훑어보았다. 그녀는 아주 진지하고 확신에 선 말투로 말했지만 유준의 표정은 여전히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정말 내 생각이 틀렸단 말인가?’하영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말했다.“난 당신이 이런 일로 날 속이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만약 앞으로 당신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나에게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난 엄청 화가 날 거예요.”“강하영, 이 일을 고민하는 것보다 네 집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부터 잘 생각해 봐.” 유준은 말 한마디로 화제를 돌렸다.지금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집안에서 죽었으니 팔릴 수 있을지가 여전히 큰 문제였다.게다가 그 집을 비워두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으니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하영은 끔찍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하
“그럼 3일 후에 보자.” 노지철이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생각에 잠긴 듯 소파에 앉아 침묵에 빠졌다.유준은 근심으로 가득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약간 마음이 아팠다.“그 선생님이 무슨 말을 했기에 네 안색이 이렇게 된 거지?”하영은 노지철의 말을 유준에게 말했다.듣고 난 후, 유준은 눈을 살짝 드리웠다. 그도 이런 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하영을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이튿날 아침, 유준은 일찍 일어나 별장을 떠났다.그는 깨어났을 때 주진우가 새벽에 보낸 소식을 확인했다. [오늘 아침 7시 비행기로 김제에 도착하니 9시 30분에 한강 호텔에서 보자꾸나.]유준이 도착했을 때, 주진우도 마침 호텔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주차장에서 마주쳤고, 주진우는 손에 제사 지낼 물건을 한 바구니 들고 있었다.유준은 고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진우를 바라보았다.“우리 어머니와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네요.”주진우는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일단 아침부터 먹자.”유준은 생각에 잠긴 채로 그와 함께 호텔로 들어갔다.자리 앉은 후, 유준은 주진우가 뭐라도 설명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다른 화제를 시작할 줄이야.“유준아, 이제 이 호텔을 확장할 때가 된 것 같아.”유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원래 아저씨의 것이었으니 아저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법인은 이미 너로 바뀌었잖아.”“나 지금 이 호텔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설령 이곳에서 인맥을 쌓는 일이 확실히 쉽다 하더라도 내가 직접 배양한 사람이 아니니 전혀 신경을 쓰고 싶지 않거든요.”주진우는 고개를 저었다.“난 이제 나이가 들어서 여력이 부족하니 더 이상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그냥 편한 곳 하나 찾아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을 뿐이야.”“그래서.” 유준은 계속 물었다.“당신 명의로 된 모든 업무를 전부 나에게 맡긴 이유가 뭐죠?”“유준아, 지금 네가 사실을 알아내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알겠지만, 넌 마음이 너무 급해서 탈이야.”유준의 눈빛이 차가
유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주진우를 바라보았다.‘이 사람은 왜 우리 어머니를 이렇게 다정하게 부르는 거지?’‘또 우리 어머니가 빈대떡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아들인 나조차 이 일을 전혀 모르는데, 이 사람은 또 어떻게 알아낸 거지?’‘게다가 이 사람의 말투로 본다면, 우리 어머니와 구면인 것 같아. 다만 두 분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지영아, 난 나이가 들어서 그동안 경영해 온 모든 업무와 세력을 더 이상 관리할 마음이 없군. 내가 이 일들 모두 네 아들에게 맡기면 안 될까? 넌 아무런 의견도 없겠지? 네 아들 정말 괜찮더라. 능력도 있고, 박력도 있고, 절대적인 결정력도 있고. 그 선견지명은 가끔 나조차도 그와 비교할 수 없더군. 그 외에 난 유준을 한동안 관찰한 적이 있는데, 그는 정창만과 전혀 닮지 않았고 완전히 널 똑 닮았더구나. 내 손에 있는 일을 전부 유준에게 맡긴 후, 난 이 근처에 집을 하나 사고 싶어. 평소에 심심하면 와서 너와 이야기도 나누고 말이야. 넌 꽃을 가장 좋아하지 않았어? 내가 네 무덤 옆에 예쁜 꽃 한가득 심는 건 어때?”말을 마치자, 유준은 주진우가 울먹이기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지영아, 난 네가 너무나도 보고 싶은데, 넌 왜 날 만나려 하지 않는 거지?” 주진우는 눈시울을 붉혔다.“네가 비참하게 죽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 아니면, 날 원망해서 그런 거야? 그때 가장 먼저 정창만의 손에서 너를 구하지 못해서? 지영아, 내가 잘못했어, 제발 용서해 줄래? 나오고 싶지 않더라도 꿈에서 나와 한 번 만나주면 안 될까?”주진우가 백지영에게 하는 말을 듣고, 유준도 그가 도대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백지영의 묘지 앞에서 유준은 주진우의 말을 끊지 않았고, 두 사람이 다시 차에 올라탄 후에야 그는 나지막이 물었다.“우리 어머니와 전에 아는 사이인 거죠?”주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만약 네 아버지가 우리를 억지로 갈라놓지 않았다면,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을 거야
“당시의 난 아직 정창만과 맞설 수 없었기 때문에 계속 참을 수밖에 없었고, 세력이 점차 확대된 후에야 비로소 정창만을 찾아가 담판을 했지. 그러나 정창만을 찾아가기도 전에, 지영이 놀이공원에서 사고를 당하게 될 줄은 또 누가 알았겠어. 그 후의 일은 네가 알고 있는 그대로야.”유준은 주진우의 일생에 감탄했고, 또한 그가 백지영을 이토록 집착하고 있는 것에 매우 놀랐다.유준은 주진우의 말을 소화한 뒤, 입을 열었다.“그 사람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이상, 왜 날 도와주려 했던 거죠?”주진우는 고개를 저었다.“난 결코 널 도우려는 게 아니었어. 처음에 나도 단지 너를 시험해 보고 싶었으니까. 만약 네가 너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었다면 난 직접 사람 시켜 널 죽였을 거야. 하지만 그동안의 접촉을 통해 난 의외로 네가 정창만과 같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어. 이것도 인연인 셈이겠지. 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지영과 혈맥관계가 있는 사람이잖아. 내가 지금 지영을 향한 내 잘못을 메우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아. 그렇게 하면 나도 양심의 가책을 덜 느낄 수 있거든.”유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주진우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네가 일시에 이 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전에 줄곧 말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야. 유준아, 만약 내가 가진 것들을 원하지 않는다면, 너도 거절할 수 있어. 나는 절대로 널 강요하지 않을 테니까. 네가 한 그 어떤 결정도 결코 너에게 잘해주고 싶은 나의 마음을 바꾸지 않을 거야.”“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유준은 여전히 거절했다.“강해지는 것은 나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는 것이지 당신의 능력에 의거하여 위세를 떨치는 것이 아니에요.”“좋아.”주진우는 아주 흔쾌히 대답했다. 그도 유준이 남에게 의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에 예상했다.‘이렇게 방대한 세력과 돈도 유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니, 난 확실히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한강 호텔로 돌아간 후, 주진우는 휴식하고 싶
하영은 의혹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는데, 진연월이 갑자기 식사를 초대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하영이 물었다.“진 사장님은 유준 씨의 비서이니 우리에게 밥을 살 필요가 없을 텐데요.”“강 사장님도 우리 대표님의 마음을 잘 알고 계실 거 아니에요. 지금 강 사장님을 마인하우스로 데려오셨으니 대표님은 마음에 강 사장님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요.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저도 강 사장님이 대표님 앞에서 제 덕담을 좀 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또 그렇게 많은 일을 시키시지 말라고요! 저 아직 결혼하지 않았단 말이에요!”하영은 완곡하게 거절했다.“진 사장님도 이제 날 그만 좀 놀려요. 난 단지 임시로 이곳에서 지내는 것뿐이니 집을 찾으면 바로 이사 갈 거예요. 유준 씨가 지금 날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이상, 나도 그 사람의 앞에서 덕담 같은 것을 할 자격이 없죠. 하물며 화해하더라도 난 가능한 한 유준 씨의 일에 끼어들지 않을 거예요.”진연월은 하영이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정말 몰랐다.이렇게 된 이상, 진연월은 바로 방법을 바꾸었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요, 강 사장님, 저도 사실대로 말할게요. 전 김제 사람이 아니었으니 이곳에 친구가 없단 말이에요. 오늘 저녁에 사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은 것도 단지 진심으로 사장님과 친구로 지냈으면 해서 그래요. 그리고 마침 사장님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분이 하나 있거든요.”마지막 말 한마디가 오히려 하영의 궁금증을 자아냈다.“누구를 말하는 거죠?”“저녁에 오시면 알게 될 거예요. 참, 두 도련님도 같이 데리고 오세요.”진연월이 덧붙였다.하영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야 하는 거지?’잠시 침묵하다가 하영이 대답했다.“그래요, 주소와 시간을 보내줘요. 이따 봐요.”전화를 끊은 후, 진연월은 부채로 자신의 머리를 두드렸다.‘처음부터 그 말을 했다면 강 사장님과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자신이 답답하다고
세준이 물었다.“우리는 아저씨를 모르는데, 무엇 때문에 우리와 만나려는 거죠?”“내가 전에 너희들 삼촌에 관한 영상을 보내준 거 기억나니?”세준과 희민은 저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잠시 후 이구동성으로 불렀다.“선생님??”하영은 영문을 모른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그래.” 주진우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선생님 같지 않은 건가?”세준은 입가가 실룩거렸다.“저는 선생님이 20~30대 초반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중년 남자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렇게 강한 해킹 기술을 가지고 계셨으니 틀림없이 10년 이상 해커로 일하셨겠죠?”주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공교롭게도 그 방면의 재능이 조금 있었을 뿐이야.”‘재능이 조금 있다고??’세준은 어이가 없었다.‘선생님의 기술은 완전히 전 세계 최고의 해커들을 이길 수 있는데, 재능이 조금밖에 없다니?’‘그럼 우린 또 뭐야?’‘소꿉놀이??’세준이 말했다.“저희와 만나서 직접 하셔야 할 말씀이 있으신 거예요? 솔직하게 말씀하세요.”“그래.” 주진우는 총명한 세준이 마음에 들었는데, 대답을 한 후, 하영을 바라보았다.“이 일은 너와 상의해야 하거든.”하영은 주진우를 바라보며 그의 설명을 기다렸다.주진우는 두 손으로 턱을 받쳤다.“그 전에 내가 유준의 어머니와 어떤 사이인지는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어도 넌 잘 알고 있겠지. 그리고 단지 한강 호텔만 봐도 나의 능력이 어떤지를 잘 알고 있을 테니 외국의 수많은 세력에 대해 나도 일일이 너에게 설명하지 않겠어. 나는 나의 이 세력들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필요해.”하영은 저도 모르게 옆에 있는 두 아이를 바라보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금 제 두 아이를 후계자로 선택하신 거예요?!”주진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음.”하영은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그 카지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안에 얼마나 많은 세력이 뒤섞여 있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두 아이들에게 이런 일을 받아들이라고 하다니, 그럼 아이들의
“아니!” 세준은 희민의 말을 부정했다.“난 더 대단한 능력이 필요해. 결코 해커에 국한되지 않을 거라고.”세준의 야심에 하영의 심장은 매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세준에게서 이렇게 확고한 기색을 본 적이 없었다.그 모습은 유준과 똑 닮았다.독하면서도 단호했다.하영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물었다.“세준아, 넌 주 선생님의 밑에서 능력을 키우고 싶은 거야?”세준은 하영에게 되물었다.“엄마, 난 엄마가 지금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기껏해야 내가 접촉한 사물이 너무 잔혹할까 봐 걱정이 되는 거겠죠. 그러나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나에게 진취심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요?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졌고, 난 이미 그들을 많이 추월했잖아요. 지금 더욱 강대해질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있으니 왜 이 기회를 잡지 않고 한가한 나날만 보내야 하는 거죠?”하영은 그런 세준을 보며 마음이 애틋했다.“세준아, 엄마는 단지 너와 희민, 세희가 평안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엄마, 나도 엄마가 날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나에게도 선택할 권리를 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미래가 얼마나 긴데, 난 결국 스스로 나아가야 하겠죠.”하영은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눈을 들어 희민을 바라보며 애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럼 희민아, 너도 그렇게 할 거야?”희민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엄마, 난 세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그건 병신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아이들의 대답에 하영은 가슴이 뭉클해졌다.‘세희는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내 곁을 떠났는데, 지금은 또 세준과 희민의 차례가 됐단 말인가?’하영은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싶었지만, 정말 차마 아이들이 하나하나 그녀가 거의 접할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하영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고, 주진우는 그녀가 어머니로서 마음 아파 하고 있다는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