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세준은 희민의 말을 부정했다.“난 더 대단한 능력이 필요해. 결코 해커에 국한되지 않을 거라고.”세준의 야심에 하영의 심장은 매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세준에게서 이렇게 확고한 기색을 본 적이 없었다.그 모습은 유준과 똑 닮았다.독하면서도 단호했다.하영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어 물었다.“세준아, 넌 주 선생님의 밑에서 능력을 키우고 싶은 거야?”세준은 하영에게 되물었다.“엄마, 난 엄마가 지금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기껏해야 내가 접촉한 사물이 너무 잔혹할까 봐 걱정이 되는 거겠죠. 그러나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나요? 나에게 진취심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요?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졌고, 난 이미 그들을 많이 추월했잖아요. 지금 더욱 강대해질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있으니 왜 이 기회를 잡지 않고 한가한 나날만 보내야 하는 거죠?”하영은 그런 세준을 보며 마음이 애틋했다.“세준아, 엄마는 단지 너와 희민, 세희가 평안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엄마, 나도 엄마가 날 사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나에게도 선택할 권리를 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미래가 얼마나 긴데, 난 결국 스스로 나아가야 하겠죠.”하영은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눈을 들어 희민을 바라보며 애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럼 희민아, 너도 그렇게 할 거야?”희민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엄마, 난 세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싶다면 그건 병신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아이들의 대답에 하영은 가슴이 뭉클해졌다.‘세희는 그 어린 나이에 이미 내 곁을 떠났는데, 지금은 또 세준과 희민의 차례가 됐단 말인가?’하영은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싶었지만, 정말 차마 아이들이 하나하나 그녀가 거의 접할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하영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고, 주진우는 그녀가 어머니로서 마음 아파 하고 있다는
인기척을 들은 유준은 고개를 돌려 어두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하영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차가운 기운으로 뒤덮인 남자의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당신 왜 그래요? 안색이 왜 그렇게 안 좋은 거죠?”유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하영을 바라보았다.“네 핸드폰은 어디에 있는 거지?”“가방이에요.”하영이 대답했다. “왜요?”“벨소리도 안 들리는 거야?” 유준의 말투에는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내가 너에게 얼마나 많은 전화를 했는지 알아?”이 말을 듣고, 하영은 얼른 핸드폰을 꺼내 보았는데, 30여 개의 부재중 전화와 10여 통의 문자가 들어왔고 전부 유준이 보낸 것이었다...하영은 미안해하며 말했다.“미안해요. 저녁에 일이 좀 생겨서 당신의 전화를 못 들었네요. 그리고 핸드폰 무음 모드를 끈다는 걸 깜박했어요.”유준은 가슴에 타오르는 불을 참으며 말했다.“합리적인 설명을 하는 게 좋을 거야!”하영은 바로 오늘 밤 무엇을 했는지를 말하려 했다.그러나 잠시 생각하다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내가 왜 나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거지?’“내가 왜 설명해야 하는 거죠?” 하영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유준의 눈동자는 점차 움츠러들었다.“내가 알기로는, 염주강은 아직 김제를 떠나지 않았는데. 너 오늘 밤 그 남자와 함께 있었던 거야?”“내가 누구와 함께 있든 그게 당신과 무슨 관계가 있죠?”하영은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아이들은 우리 두 사람의 아이이니 그들을 간섭해도 되지만 난 당신의 사람이 아닌데 왜 날 간섭하려는 거예요?”유준의 분노는 순식간에 폭발했다.“넌 염주강이 그렇게도 좋은 거야?!”남자가 억지를 부리자, 하영은 더욱 피곤해졌다.“난 한 번 설명한 일을 두 번 다시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 믿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해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재빨리 아이들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두 아이는 유준을 힐끗 바라보았고, 원래 하영의 손을 잡고 싶었던 유준
세준은 몸 양쪽에 늘어진 작은 두 손을 꽉 쥐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에요, 엄마,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그런 말을 한 거예요...”하영은 말없이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그러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세준의 결정을 간섭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세준은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성인과 다름이 없었다.하영은 자신의 가슴에 큰 돌이 있는 것만 같았다.“세준아, 엄마는 네가 목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러나 마찬가지로 엄마도 엄마의 아쉬움이 있거든. 만약 네가 정말 가고 싶다면, 엄마는 널 막지 않을 거야. 그리고 희민아, 너도. 엄마는 가능한 한 자신을 잘 설득하여 너희들의 요구에 승낙할 거야.”말이 끝나자 하영은 일어서서 찢어질 것만 같은 가슴을 안고 어린이방을 떠났다.희민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엄마 지금 엄청 괴로워하고 있어.”“알아!”세준은 이를 악물고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넌 하루빨리 강해져서 엄마를 보호하고 싶지 않니? 솔직히 말해서 우리 두 사람의 해커 수준도 겨우 일반일들보다 뛰어날 뿐이야. 그럼 진짜 배워야 할 것은? 나중에 나쁜 사람들이 우리 앞에까지 쫓아왔는데, 아직도 키보드를 안고 이리저리 두드리려고? 올해에 일이 얼마나 많은지, 희민아, 내가 말하지 않아도 넌 잘 알고 있을 텐데.”희민은 침묵했다. 바로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희민도 잠시 하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다른 한편.유준의 침실로 돌아온 하영은 문을 닫은 후 눈물을 왈칵 쏟기 시작했다.‘세 아이 중에 곁에 남길 수 있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니.’돌아오는 길에 하영도 끊임없이 자신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이 결정은 아이들을 위험으로 밀어넣을 수 있었다.어머니인 하영은 또 어떻게 그들이 위험과 어둠 속에 빠지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수가 있겠는가?그러나 다른 한편은 또 아이들이 갈망하는 모습이었다. 비할 데 없이 진지한 두 눈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매섭게 찔렀다.하영은 힘없이 옆에 있는
하영은 입술을 가볍게 떨더니 은근히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들어 유준과 시선을 마주쳤다.“주진우라는 사람 알죠?” 하영은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았다. 만약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면 유준은 오늘 밤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하영은 이 남자의 성격을 정말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유준은 멈칫하더니 곧바로 눈썹을 찌푸렸다.“네가 어떻게 그 사람을 알고 있는 거지?”“그때 그 축제를 앞두고 난 주 선생님이란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어요...”하영은 당시 주진우와 세희가 초혼한 일을 설명했다.“오늘 밤 나도 진 사장님의 전화 때문에 그들 두 사람을 만나러 간 거예요. 주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아이들의 총명함과 재능이 마음에 들어서 그들을 곁에 두고 자신의 차기 후계자로 키우고 싶다고요. 정유준, 난 염주강과 함께 있지 않았어요. 당신의 머릿속에는 내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는 것 외에 다른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유준은 멍하니 하영을 바라보았다.“그래서 넌 아이들이 곧 떠나니까 아쉬워서 울었던 거야?”하영은 울먹이며 말했다.“당신이라면 안 아쉬워요?”유준은 하영의 팔을 놓아주며 입술을 얇게 오므렸다.“나야 당연히 아쉬워하겠지만 여전히 그 사람의 요구에 응할 거야. 그러나 그 전제는 아이들도 동의하는 거지.”하영은 경악한 눈빛으로 유준을 바라보았다.“세희를 보낼 땐 그렇게 원하지 않더니, 세준과 희민이 떠나는 건 어쩜 이렇게 쉽게 허락할 수 있는 거예요?! 정유준, 당신 세희 편을 들어도 좀 너무 지나친 것 같네요!”“넌 아니야?” 유준은 불쾌하게 하영을 바라보며 물었다.하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나는 종래로 그 어느 누구의 편을 든 적이 없었어요! 세희가 떠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요. 난 세희가 무사히 자라길 원했으니 노 선생님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그러나 세준과 희민은요? 그들은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오히려 밖에 나가서 그들이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잔혹함을 감당해야 하는 거잖아요!”“사나이라면
그러나 지금, 유준이 아무리 설명하고 위로해도 하영이 스스로 그 속의 이해득실을 납득하는 것보다 못했다.유준은 이불을 젖히고 세수를 한 후 침실을 나섰다. 그리고 아이들의 방 앞에서 멈추더니 손을 들어 침실 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안에서 희민의 대답이 들려왔다.“문 잠그지 않았어요.”유준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옷을 갈아입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참 일찍 깼군.”세준은 문을 힐끗 보더니 입술을 오므리며 물었다.“엄마는요?”“일 있어서 먼저 외출했어. 너희들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아침 먹어. 내가 너희들 데리고 다녀올 데가 있어.”“어딘데요?” 세준과 희민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아침부터 먹어.”Tyc에서.하영이 회사에 도착했을 때,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그렇게 그녀는 사람들이 속속히 회사에 들어올 때까지 멍을 때렸고 마침내 인나도 문을 밀고 들어왔다.하영이 창문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인나는 손에 든 가방을 놓더니 그녀 앞으로 다가가서 허리를 굽히며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영의 눈 밑에 있는 다크서클을 보자, 인나는 깜짝 놀랐다.“하영아, 너 어젯밤에 도둑질이라도 했어?!”하영은 피곤한 듯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단지 잠이 안 와서 그래.”“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거야?” 인나는 하영의 의자를 돌린 후 또 자신의 의자를 끌고 왔다.“말해봐, 내가 분석해 줄게!”인나 외에 하영도 다른 사람 찾아 하소연을 할 수가 없었다.하영은 주진우가 제기한 요구와 아이들 및 유준의 생각을 인나에게 알려주었다.인나는 하영의 말을 들은 후 가슴이 답답했다. 두 아이가 이 어린 나이에 그런 곳으로 끌려가야 하다니, 솔직히 인나도 마음이 아팠다.그 카지노만 봐도 인나는 주진우의 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심지어 주진우가 관장하는 세력이 다른 세력의 압박을 받거나 그들과 자주 싸움을 벌이는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인나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유준 씨는 정말 주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안전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는 말을 똑똑히 할 수 있을까?’9시 30분, 유준은 아이들 데리고 한강 호텔에 도착했다.두 아이는 처음으로 이곳에 왔지만 호기심을 안고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지 않았다.그들은 유준이 그들을 데리고 주진우를 찾으러 올 것이라는 것을 은근히 추측했기 때문에 주진우와의 만남에 주의를 기울였다.한 방 앞에 도착하자, 유준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그리고 안에서 곧 주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유준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주진우는 이때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텔레비전 속에서 백지영이 아이들과 노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다.세준과 희민은 주진우가 어떻게 CCTV를 찾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하나도 놀라움을 느끼지 않았다.그는 그들을 쉽게 이길 수 있었으니 감시 카메라를 찾아내는 건 더욱 식은 죽 먹기였다.주진우는 고개를 돌려 유준과 아이들을 바라보았고,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올랐다.“자, 이리 와서 앉아.”유준의 시선은 백지영의 얼굴에 잠시 머물었지만, 그는 강제로 자신의 시선을 거두었다.그리고 씁쓸함이 마음속에서 퍼졌지만, 유준은 결코 내색하지 않았다.세 사람이 두 소파에 앉자, 주진우는 아이들을 향해 가벼운 소리로 물었다.“너희들 먹고 싶은 거 없어? 이 선생님이 셰프더러 만들라고 할게.”세준과 희민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선생님??” 유준은 의문을 품고 그들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야?”주진우는 두 아이에게 해커 기술을 가르친 일을 유준에게 알렸다.유준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처음부터 그럴 계획이 있었던 것이군요.”“그것도 아이들의 성격과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주진우가 대답했다.“하지만 나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유준이 말했다.“내가 오늘 그들을 데리고 온 것도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결정하고 싶은 건지를 분명히 말하게 하고 싶어서예요. 그리고 만약 아이들이
“너희들의 표정을 딱 보면 알 수 있거든. 참을 수 없으면 가지 마.”유준이 충고했다.희민은 얼른 주진우에게 말했다.“선생님, 저희는 엄마와 연락하지 않아도 되지만 엄마에게 저희의 상황을 알려줄 순 없나요?”“이건 약속할 수 있어. 가끔 너희들의 일상을 찍어 하영에게 보낼 수 있지.”이 말에 두 아이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희도 단지 엄마가 그리움에 무슨 병이라도 걸릴까 봐 그래요.”세준은 하영을 걱정했다.“세희는 비록 집에 없지만 엄마와 자주 연락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저희가 갑자기 엄마와 연락하지 않으면 엄마는 틀림없이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할 거예요.”주진우가 말했다.“나도 이해해.”그렇게 앉아서 잠시 다른 이야기를 나눈 후, 유준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그는 사람 시켜 학교에 가서 아이들의 퇴학 수속을 밟게 했고, 그 후 며칠 가능한 한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하영을 데리고 나가서 기분을 전환하려 했다.결국 앞으로 이런 기회는 아주 적을 것이다.유준은 묵묵히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아이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디 가고 싶은 곳 없어? 같이 여행 가자.”희민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엄마도 가는 거예요?”“응, 가고 싶지 않아도 내가 묶어서 데려갈 거야.”세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정말 매너라곤 없네요. 엄마는 도대체 그런 아빠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어요.”유준은 세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목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곧 점심 시간이니까 같이 엄마 회사로 가자.”11시 30분.하영과 인나는 회의를 마치고 밥 먹을 곳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손에 든 자료를 내려놓자마자 탁자 위에 있던 하영의 전화가 울릴 줄이야.연결 버튼을 누르자, 프런트의 직원이 말했다.“사장님, MK의 정 대표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작은 도련님들도 같이 오셨고요.”하영은 얼른 입을 열었다.“나 지금 바로 내려갈게!”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인나에게 말했다.“인나야, 유준 씨와 아이들이 왔
이 말을 듣고 세준과 희민은 또 얼른 고개를 들어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의 감정이 비교적 평온한 것을 보고 아이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고 세준이 입을 열어 설명했다.“다음 주 월요일에 출국할 예정이에요.”희민이 물었다.“엄마, 우리 6일 동안 함께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 며칠 휴가 낼 수 있어요?”“좋아!” 하영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대답했다.“엄마가 너희들과 함께 이 6일을 보낼게.”희민과 세준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방긋 웃었다.세준이 물었다.“엄마, 아빠가 같이 여행 가자고 하는데, 엄마는 어디 가고 싶은 데 있어요?”하영은 일부러 깊은 생각에 잠겼다.“정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데...”희민이 말했다.“나에게 괜찮은 제안이 하나 있는데요...”희민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룸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한 웨이터가 쟁반을 들고 들어왔는, 쟁반 위에는 아이스크림 두 개가 놓여 있었다.“안녕하세요, 오늘 저희 레스토랑에 모든 어린이들에게 아이스크림 하나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가 있거든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인사했다.“고마워요. 여기에 놓으면 돼요.”웨이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이스크림을 들고 탁자 위에 놓았다.그러나 그가 손을 거두려는 순간, 한 줄기 차가운 빛이 갑자기 하영의 눈을 스쳐 지나갔다.하영은 그게 무엇인지를 자세히 살펴보기도 전에 웨이터의 시선은 이미 유준의 몸에 떨어졌다.그녀는 즉시 좋지 않은 예감이 떠올랐고 얼른 소리쳤다.“유준 씨, 빨리 비켜요!!”유준이 반응했을 때, 웨이터는 비수를 들고 재빨리 그의 목을 향해 찌르려 했다.이 상황을 보자, 유준은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앞의 접시를 들고 날카로운 칼이 그의 목에 닿기 직전에 그 공격을 가로막았다.“쨍그랑.”접시가 깨지는 맑은 소리가 들려오자, 유준은 다른 한 손으로 재빨리 웨이터의 손목을 잡았다.남자가 손에 힘을 주자, 웨이터의 손은 즉시 부러져 괴이한 각도로 일그러졌다.통증을 느낀 웨이터는 비명을 질렀다.“아- 내 손,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