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침 오늘 유준 씨가 우리와 동행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부진석의 분부대로 당신을 죽이려 한 거죠.”생각할수록 하영은 점점 소름이 돋았다.‘만약 방금 유준 씨가 반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유준 씨는 아마 전에 앨리에게 목 베인 경호원처럼 됐겠지.’이렇게 생각하니, 하영의 시선은 아이들에게 떨어졌다.‘지금 부진석은 어둠 속에 숨어 있어서 또 언제 아이들에게 손을 쓸지도 몰라.’‘아이들이 일찍 주 선생님을 따라가는 게 더 안전할 거야.’유준은 손을 살짝 움직였는데, 그는 지금 하영의 손을 잡아주며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의 난 아직 그렇게 할 수가 없어.’“다른 생각할 필요 없어. 이 일은 내가 해결할 거야. 내일 오후까지 넌 아이들과 어디로 여행 갈지 생각하면 돼.”유준의 담담한 모습을 보며 하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후 1시 30분.유준은 그들과 함께 밥을 먹은 후 혼자 사무실로 갔다.사무실 입구에 있던 한 경호원은 유준이 오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문을 열어주었다.안에는 얻어맞아서 숨이 간당간당 붙어 있는 웨이터가 바닥에 누워 있었고, 입가에는 마른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유준은 그를 힐끗 본 후 소파에 앉아 경호원에게 말했다.“소금물 뿌려서 깨워.”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사람 찾아 소금물을 가져와 유준이 시킨 대로 했다.소금물에 흠뻑 젖은 웨이터는 상처의 따끔한 통증에 다시 깨어났다.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른 후, 웨이터는 유준을 쳐다보며 두려움에 간청했다.“제발, 제발 저 풀어주세요!!”유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흘겨보았다.“나를 죽이려 할 때, 넌 자신의 결말을 똑똑히 생각해 봤어야 했어. 여기서 나에게 빌면 또 무슨 소용이 있는 거지?”“알고 싶은 거 제가 다 말할게요. 이러면 되는 건가요?!”유준은 입술을 구부리더니 냉담하게 웃었다.만약 웨이터가 정말 말하고 싶었다면 절대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유준은 옆에 있는 경호원을 바라보았다.“거짓말 탐지기가 가져와.
유준은 문자를 클릭해서 위의 채팅 내용을 간단하게 본 후, 핸드폰을 다시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진연월 불러와. 그리고 이 핸드폰을 가지고 가서 이 번호를 조사해 보고.”경호원은 가장 먼저 진연월과 연락을 취했다.분부가 마친 다음, 유준은 다시 웨이터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넌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똑똑하군.”웨이터는 일부러 멈칫하더니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유준은 천천히 일어나 테이블 옆으로 걸어갔다.그는 테이블 위에 미리 경호원더러 준비하라고 한 비수를 어루만지며 다시 입을 열었다,“처음부터 넌 나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어. 난 결코 네 신분을 조사한 적이 없고, 네 부모님도 단지 내가 널 떠보려고 아무렇게 둘러댄 말뿐이었어. 하지만 넌 일부러 놀란 척하면서 내 말에 순응했지.”웨이터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유준은 비수를 들고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이 문자도 단지 허울일 뿐이야. 넌 지금 내가 걸려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 또한 레스토랑에 있을 때 말이야, 만약 네가 그곳에서 장기적으로 일한 직원이라면 지배인은 틀림없이 가장 먼저 널 훈계하고 꾸짖었을 거야.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그럼 넌 그곳에 들어간지 겨우 일주일도 되지 않았단 것을 설명하지.”웨이터의 표정은 점차 차가워졌다.“내가 오히려 당신을 얕잡아 보았군! 그런데 이 일이 이렇게 쉽게 끝날 줄 알아?”유준은 차갑게 웃으며 경호원을 바라보았다.“이 사람 눈 가려.”웨이터는 멍해졌다.“지금 뭐 하려는 거야?!”웨이터가 반응하기도 전에 경호원은 검은 천 하나를 꺼내 그의 눈을 가렸다.그리고 유준은 손에 든 비수를 웨이터의 왼손 안쪽 팔에 놓았다.거기에는 검고 굵은 선으로 된 문신이 있었다.웨이터는 이 차가운 촉감과 유준이 칼을 내려놓은 위치를 감지하자, 심장이 순식간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옆의 기계에서는 순간적으로 다급한 경보음이 울렸다.유준의 어두운 눈동자에는 차가움이 스쳤다.“내가 정
유준은 진연월 얼굴에 떨어진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비수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입을 열었다.“마무리는 너에게 맡길게.”진연월은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말했다.“네, 절대로 도련님을 실망시키지 않을게요.”유준은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와 가장 먼저 하영과 아이들이 쉬는 객실로 들어갔다.문을 밀고 들어가자, 하영은 두 아이와 함께 여행지를 고르고 있었다.소리를 듣고 그들은 고개를 돌려 유준을 바라보았고 세준은 호기심에 물었다.“그 사람은 자백했어요?”“그렇게 쉬울 리가.”유준은 다른 쪽 소파에 가서 앉았다.“난 오히려 부진석을 향한 이 사람들의 충성심을 얕잡아 보았어.”하영이 말했다.“부진석은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이 충성하는 것도 정상이죠.”유준은 화제를 돌렸다.“놀러 갈 곳은 다 골랐어?”희민이 말했다.“아빠, 우리 시골로 가고 싶어요.”유준은 멍해졌다. 그는 그들이 출국하거나 다른 도시에 가서 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시골에 가다니.“어디의 시골?” 유준이 그들에게 물었다.희민은 유준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며 말했다.“이곳은 우리 모두 가 본 적이 없어요. 민박업이 발달하다고 들었는데, 엄마도 방금 이런 한가하고 편안한 곳을 좋아한다고 말했어요.”유준은 간단하게 확인했다.“좋아, 그럼 내가 사람 시켜서 짐을 싸라고 할 테니 우리 오늘 저녁에 바로 출발하자.”이때, 어느 숲 속의 작은 장원에서.문이 열리자 경호원은 황급히 소파에 앉아 자료를 보고 있는 진석의 곁으로 다가갔다.“선생님, 방금 얻은 소식에 따르면 정유준과 강하영 아가씨는 절산 일대에 가서 여행할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진석은 자료를 저도 모르게 꽉 잡더니 눈 밑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그들 두 사람밖에 없는 거야?” 진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두 아이도 있습니다. 선생님, 손을 쓰시겠습니까?”“아니.” 진석이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을 다치게 할지도 몰라.”경호원은 의혹을 느꼈다.“선생님은 왜 이렇게도
유준이 돌아온 후부터 진석의 계획은 점차 물거품으로 되었다.이것 또한 그가 돌발상황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지금 이런 처지로 몰린 것이었다.‘그러나 난 결코 평생 이렇게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생각하면서 진석은 다시 하영의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아이를 건드리지 않으면, 정유준의 약점은 하영뿐일 텐데.’저녁, 유준은 하영과 아이들, 그리고 기사 한 명을 데리고 한강 호텔에서 출발했다.하영은 사방을 둘러보더니 유준에게 물었다.“정말 경호원을 데리고 갈 필요가 없는 거예요?”유준은 좌석을 조정하며 대답했다.“굳이 모두 우리의 뒤를 따라가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 거야?”하영은 잠시 생각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암암리에 우리를 지키고 있는 경호원이 있는 거구나.’‘그런데 이 남자는 평소에 엄청 많은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지금은 평소와 다른 무슨 목적이 있는 건가?’그렇게 생각했지만 하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유준이 준비한 레고를 놀았다.가는 길에 하영은 비록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었지만 여전히 주의를 유준에게 기울였다.처음부터 끝까지 유준은 엄숙한 표정으로 누군가의 문자에 답장하고 있었다.그들이 유준에게 말을 걸지 않는 한, 유준은 절대로 한 마디도 먼저 하지 않을 것이다.희민도 이 상황을 눈치채고 고개를 들어 하영에게 물었다.“엄마, 아빠 지금 일하느라 바쁜 거예요? 아니면 그 사람의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거예요?”하영은 고개를 저었다.“나도 잘 모르겠어. 난 심지어 경호원을 왜 떼어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어.”세준은 입을 삐죽거렸다.“우리와 함께 놀러 가기로 했으면서 혼자 바쁘게 돌아치다니, 이건 또 무슨 뜻이에요?”세준이 화난 것을 보고 하영은 얼른 설명했다.“세준, 우리 너무 급하게 나왔잖아. 그러니 아빠도 아마 차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다 끝내려는 것일지도 몰라.”“너희들 지금 내가 들으라고 이렇게 말하는 거지?”갑자기 유준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그들의 대화를 끊었
“똑똑하군.” 유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흥미진진하게 이마를 받치고 계속 물었다.“보충할 건 없는 거야?”희민은 말꼬리를 이어받았다.“아빠는 경호원에게 이 소식을 내보내라고 할 거예요. 계획을 바꾸었으니 우리를 데리고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업무 때문에 먼저 다른 곳으로 간다는 거죠. 그리고 동시에 일부 경호원들을 배치해 일부러 아빠처럼 변장을 한 뒤 적지 않은 경호원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출발하는 거예요.”아이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하영은 그 자리에 멍해졌다.그녀는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며 그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너희들이 주 선생을 따라 떠나는 게 하는 것은 확실히 옳은 선택이었어.” 유준이 말했다.하영은 얼른 물었다.“그래서, 아이들이 분석한 게 맞아요?!”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난 부진석의 목표를 혼동했어. 우리가 대놓고 경호원을 데리고 떠나지 않는다면 멍청이라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겠지. 하지만 나 혼자서 경호원을 데리고 떠난다면, 부진석은 네가 현장에 없다는 것을 확신한 다음 바로 이번이 자신이 손을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 생각할 거야.”“아니죠!”하영이 얼른 말했다.“그날 우리가 떠났을 때, 부진석은 많은 경호원들을 데리고 우리를 쫓아오면서 우리를 향해 총을 쏘았잖아요. 그렇다면 이번에 내가 있든 없든 또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설마 내 존재 때문에 그 남자가 마음이 약해질 거라고요? 그는 심지어 주강 오빠의 몸에 폭탄을 설치해 내 회사에 남겨두었잖아요.”“솔직히 말하자면, 부진석은 염주강을 죽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거야.”유준이 설명했다.“그리고 네 회사를 폭발시켜 네 직원들을 다치게 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하영은 멍해졌다.“그게 무슨 뜻이죠?”“그 폭탄은 가짜였어.”유준이 말했다.“만약 부진석이 정말 우리의 목숨을 원했다면, 그날 밤 유람선에서 그는 직접 널 혼자 거기에 남겨둘 수 있었어. 그리고 내가 도착한 순간 폭탄을 터뜨리는 거지. 이게 그에게 있어 가장 편리한 선택이야.”
희민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그럼 그 사람이 배양한 수하는 모두 고용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용병과 비슷하겠네요.”유준은 찬성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세준이 말했다.“그래서 엄마가 있는 곳이면 그 아저씨는 움직이지 않겠지만, 엄마가 없으면 바로 아빠를 찾아온다는 거네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 확실히 안전하고, 아빠의 그 경호원들은 오히려 위험에 직면하게 되겠죠.”“네 경호원들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야.”유준이 말했다.“그곳에 경호원뿐만 아니라 한강 호텔의 직원까지 있거든.”“직원이요?” 세준과 희민 두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듯 동시에 질문을 했다.하영은 이 일을 주강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대답했다.“한강 호텔의 종업원들은 모두 킬러야.”하영의 설명을 듣고 아이들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결국 그들이 전에 주진우와 앉아서 이야기할 때, 유준은 이미 주진우가 그들을 킬러의 기준에 따라 훈련시킬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주진우가 부정하지 않은 것이 가장 좋은 증명이었다.그럼 한강 호텔의 직원이 전부 킬러인 것을 추측해내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정신을 차린 후, 하영은 이 두 아이의 아이큐가 정말 그녀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우수한 아이들이 만약 정말 그녀의 아쉬움으로 이곳에 남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들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다.장원에서.경호원이 유준 쪽의 정보를 다 말한 후, 진석은 외투를 들고 밖으로 걸어나갔다.“확실한 거야?” 진석은 재차 확인했다.경호원은 다급히 뒤를 따랐다.“네, 선생님,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아침에 전해진 소식은 정유준이 고의로 내보낸 가짜 소식일 것입니다.”진석은 웃으며 말했다.“정유준은 지금 모든 사람을 바보로 여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날 예전에 그를 상대하던 라이벌로 여긴 것인지 모르겠군.”두 사람이 차에 앉자, 경호원이 말했다.“선생님의 지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날 치켜세울 필요 없어.”진석
아이들이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차 안에는 어두운 야광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불빛이 비치는 가운데, 걱정으로 가득 찬 하영의 맑은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낚고 이 모든 것은 전부 유준의 두 눈에 떨어졌다.그 작은 얼굴은 그동안의 일로 인해 약간 수척해져서 유준은 마음이 무척 아팠다.그는 손을 들더니 자기도 모르게 하영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하영의 온도를 느낀 순간, 유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재빨리 손을 거두어들이려 했다.그러나 하영은 두 손으로 재빠르게 남자의 손을 잡았는데 눈빛은 점차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유준 씨, 당신은 대체...”유준은 다시 담담한 표정으로 회복한 다음 자신의 손을 힐끗 보더니 핑계를 댔다.“네 얼굴에 더러운 물건이 묻어서 그래.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하영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녀는 얼른 유준의 손을 놓았다. “아,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가슴이 두근거리자, 하영은 어색하게 눈을 떼고 더 이상 옆에 있는 남자를 보지 않았다.유준의 방금 그 행동에 하영은 그에게 기억이 회복되었는지를 확실하게 묻고 싶었다.하영의 시선은 한쪽의 야광등에 떨어졌다.‘아마도 이 빛 때문일 거야. 그래서 내가 유준 씨의 눈빛에 다른 감정이 있다고 착각을 한 거라고.’“일찍 쉬어,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 거야.”하영은 눈을 드리웠다.“그쪽의 상황도 좀 알려줘요. 그래야 나도 마음이 놓이죠.”유준은 하영이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것을 보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동일한 노선이 아니야. 난 혼자 떠났기 때문에 같은 노선을 안배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이렇게 되면 하영은 그들이 모두 안전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녀는 한숨을 돌리고 일어섰다.“그럼 당신도 좀 쉬어요. 난 가서 아이들과 같이 자러 갈게요.”“음.”다음날, 아침 8시.하영과 유준이 아이들을 데리고 민박집에 도착하자마자 인나의 전화가 걸려왔다.하영은 연결 버튼을 눌렀다.“인나야.”인나가 물었
“내 말이 틀렸어요? 두 사람 몰래 따라왔잖아요?”인나는 말문이 막혔다.“그, 그, 그... 넌 내가 이렇게도 반갑지 않은 거야?!”“난 애초에 반갑지 않다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세준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인나를 보며 재밌다고 느꼈다.희민은 어쩔 수 없이 나서서 그들을 말렸다.“세준아 그만해. 이모, 이제 그만 좀 떠들어요...”희민의 말을 듣고 인나의 마음도 따라서 사르르 녹았다.그러나 화가 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또 빠르게 치밀어 올랐다.“세준아, 너도 네 형 좀 따라배워. 네 형도 너 좀 교육해야 하는데. 그게 다 무슨 듣기 싫은 말이냐고!”“앞으로 듣고 싶어도 들을 기회가 없을 거예요.” 세준은 인나를 상대하기가 귀찮았다.이렇게 말하니 인나는 목이 멨다.그러고 나서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너희 둘 말이야, 외국에 가면 자주 우리와 연락해.”“이건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에요.”희민은 답답함을 느끼며 하영을 바라보았다.“엄마, 이 일도 미리 말할게요.”하영은 영문을 몰랐다.“무슨 일?”“선생님이 그러셨는데, 한동안 우리가 엄마와 연락을 하지 못하게 할 거래요. 하지만 엄마에게 우리의 상황을 알려줄 거라고 하셨어요.”“왜?”하영은 다급하게 되물었다.“너희들은 배우러 가는 것이니 컴퓨터를 접할 수 있을 텐데, 왜 나와 연락할 수 없는 거지?”말이 떨어지자, 유준은 하영의 곁으로 걸어갔는데 마침 그들의 대화를 듣고 하영에게 설명했다.“그들은 비록 주 선생을 따라 떠나는 것이지만, 사실 주 선생을 따라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섬으로 보내질 거야.”유준이 말하자 하영은 경악하여 그를 바라보았다.“방에 가서 얘기하자.”10분 후, 일행은 방에 도착했다.하영은 애타게 유준을 바라보며 그가 설명하기를 기다렸고, 인나와 현욱도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그쪽의 작은 섬은 주 선생이 킬러를 배양하기 위해 산 섬이야. 그 섬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외부와 철저히 연락을 끊어야 해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