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이 뉘엿뉘엿 지면서 해평선 끝에 떨어졌다.마지막 잔광이 묻히자 어둠이 막을 내렸다.밤바람이 살랑살랑 분다.파도는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소리를 낸다.어두운 밤하늘에 빽빽한 무자는 10리 범위 밖에 분포되어 있다.8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진영은 수천명에 달한다.그리고 사람마다, 광폭약제 한 병을 갖추고 있다.분위기는 더없이 무겁기만 하다.은은한 살풍경이 살며시 퍼지고 있다.서현우와 포리는 호텔 밖에 서서 커튼이 잠긴 방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네 독에 확신있어?”서현우의 목소리는 무거웠다.포리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얼굴에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입도경 강자만 아니라면 모두 작용할 수 있을 거야.”“입도경...... .”서현우는 포리의 입에서 새로운 어휘를 들었다.“저 두 사람 죽일 수 있다면 무도 경계의 구분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줄게...... .”서현우는 아무 소리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안, 12층.땡-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연미복을 입은 호텔 웨이터가 음식이 담긴 커트를 밀고1209호 문 밖으로 나왔다.딩동-초인종 소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두 사람은 휘둥그레졌다.벽에 있는 시계를 보고 문 옆으로 가서 경계하며 물었다.“누구세요?”“안녕하세요, 룸 써비스입니다.”웨이터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뻗어 손잡이를 비틀어 방문을 열었다.“안녕하세요, 룸 써비스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식사가 다 끝나시면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하십시오. 그럼, 제가 다시 식기를 찾으러 오겠습니다. 즐거운 식사 되세요.”웨이터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멸은 머뭇거리며 뚜껑을 열었다.그러자 향기가 코를 찔렀다.“밖의 음식이 그런대로 꽤 정교해 보이네.”멸은 별 생각 없이 방안으로 가져와 문을 닫았다.해산물 두 접시, 그리고 스테이크 두 접시와 디저트다.꽤 풍부하다.성지 밖에서도 그들을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적다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은 방심하지 않았다.은침으로
구축된 철제 자물쇠 케이지는 소리 없이 무너졌다.수백 명의 무자들은 실력의 강약을 막론하고 전혀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바로 이 칼날 아래 잔지가 부러져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피안개가 덮인 검은 진흙이 성홍색으로 변했다.신마와 같은 칼은 온 세상을 실성하게 한다!서현우은 새빨간 지면을 보고 눈 밑 깊은 곳에서도 붉은 빛이 솟아올랐다.포학한 살의가 마음속에서 들끓었다.수천 명의 무자들은 멍해졌다.어떤 사람은 심지어 칼날까지 땅에 떨어졌다.벌벌 떨고 있다.그들은 이것이 어떤 존재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밤이 반으로 쪼개진 것 같다.한순간의 대낮이 나타났다.그것은 극도로 어두워서 사람들에게 주는 착각이다.수백 개의 생명이 깔린 죽음의 길이기도 하다!공포가 빠르게 퍼져버렸다.그들은 비로소 자신이 직면한 것이 어떻게 무서운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멀리, 어둠이 잠긴 고층 건물.영지호는 숨이 가빴지만 눈에 열기가 극에 달했다.“역시 황 만큼 무서운 존재였어...... 미래에도 나는 저런 강자가 될 거야!”“근데 누가 죽을지는 아직 알 수 없어. 서현우도 그렇게 만만하지 않잖아.”영지호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눈빛은 음산해졌다.그는 당연히 도와 멸 두 사람이 서현우를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그러나 황도 죽였는데 저 두 사람이라고 다를까?서현우가 완전히 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그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이 무식한 개미들아, 무슨 담력으로 우리한테 덤벼?”멸은 냉담한 웃음을 지었다.높은 곳에 있는 것이 마치 신지 같다.“너야 말로 그만 까불어!”포리는 급히 말했다.“저 두 사람은 이미 내가 뿌린 독에 중독되었어! 발휘할 수 있는 실력이 제한되어 있으니, 놀라지 말고 덤벼! 죽여!”“미친X, 넌 딱 기다리고 있어! 내가 널 죽도록 괴롭힐 거야!”멸은 몸을 번쩍이며 포리를 향해 엄습했다.무릇 길을 가라막는 무자는 모두 손에 닥치는 대로 죽였다.이 무자들은 도 앞에서 정말 개미처럼 하찮고 보잘 것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비수의 반짝이는 한망이 실체로 굳어졌다.서현우의 눈에 비친 살의도 실체로 굳어졌다.서현우는 바닷물이 용솟음치는 데다 어두운 하늘색 때문에 시야에 오차가 생겼음에도 이미 살기를 도에게로 잠그고 있었다.살기가 광랑을 일으키고 있다.쾅-그러나 서현우가 다가왔을 때 바닷물이 터지면서 도는 마치 신처럼 날아올라 눈의 살의가 미친 듯했다.서현우는 이에 놀라지 않았고 심지어 피하지도 않았다.도의 손바닥이 서현우의 가슴에 새겨졌을 때 그 반짝이는 비수도 도의 어깨를 관통했다.선혈이 쏟아지면서 도는 다시 바다로 떨어졌다.서현우도 폭탄처럼 거꾸로 날아갔지만 포리가 얼른 뒤에서 등을 받쳤다.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서현우의 움푹 패인 가슴이었다.다만 서현우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기색이 없었다.마치 통각도 모든 정서처럼 제거된것 같았다.포리는 이를 물고 검은 구슬 한 조각을 던졌다.도는 발버둥치며 나와 파도를 헤치며 도망쳤다.찰칵-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구슬이 알알이 갈라져 안개가 되어 빠르게 만연하여 수백 리의 해면을 뒤덮었다.그 바닷물도 짙은 검은색이 되었다.“아아아...... .”도의 처량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그가 안개로 뒤덮인 범위를 벗어났을 때, 온몸이 모두 부식되어 구덩이가 생겼는데, 이미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서현우는 기침을 하며 모래사장에 깊은 구덩이를 굴렀다.그리고 번개처럼 날아가 비수로 도의 목을 찔렀다.도의 눈동자가 곧 튀어나와 눈초리가 찢어질 것 같아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개미! 개미!”서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비수를 뽑아 다시 그의 가슴을 찔렀다.도는 모기를 치는 것처럼 온몸을 떨며 두 손을 모았다.서현우는 물러나려 했지만 자신이 그 자리에 갇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마치 이 두 손바닥 속에 천지의 감옥이 형성된 것 같았다.이것은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힘이다.즉시 피와 안개가 몸을 뚫고 나와 세차게 밀려왔다.푸-피안개가 걷히고 서현우의 양 어깨가 찌그러졌다.그가 도에게 발로 차여 날아갔을
멸은 고수다.그가 도망치려 해도 평범한 무자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포리도 안 된다.하지만 멸은 그다지 멀리 도망가지 못했다.양팔이 망가진 서현우가 멸의 눈앞에 나타났다.선혈이 옷에 물들었지만 등줄기는 산처럼 우뚝 솟았다.“죽어!”멸은 서현우의 시뻘건 눈에 가슴이 철렁거려 한은 더욱 뜨거워졌다.그는 아주 과감하게 칼로 내리쳤는데, 끝없는 살의가 휘말려왔다.서현우는 마치 놀라서 멍청해진 것처럼 가만히 있었다.이 칼날이 눈앞에 닥치자 그는 갑자기 허리를 굽혔다.칼날이 서현우의 등 뒤의 옷을 벗겼을 때, 서현우는 마치 미친 소가 달려온 것처럼 허리를 비틀며 멸을 향해 갔다.그러자 멸은 사납게 웃으며 손을 들어 서현우의 두 발을 자르려 했다.그러나 서현우의 속도는 갑자기 빨라져 그의 칼이 아직 닿기도 전에 차버렸다.두 번째 발은 멸이 쥐고 있는 손목에 닿았다.세 번째...... .칼이 떨어졌다.이어 네 번째에서 뼈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서현우는 그렇게 연거푸 아홉 번이나 차다.멸의 기운은 북받쳐 서현우를 날려버렸다.그의 손은 심하게 떨렸다.땅에 떨어진 귀두칼에 발을 차자 귀두칼은 별똥별처럼 서현우에게로 곧장 달려왔다.그러자 서현우는 몸을 돌려 발밑을 툭툭거렸다.귀두칼은 빠르게 회전하여 머리가 빠졌다.서현우는 다른 한 발로 마치 공을 차는 것처럼 발등을 칼자루에 세게 찼다.귀두칼이 습격하여 오면서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멸은 서현우가 뜻밖에도 그 방법으로 반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황급히 두 손을 들어 손바닥을 모으고 귀두칼을 안았다.키득-열기가 솟구치자 꺼진 두 손은 귀두칼의 살기에 피범벅이 되었다.빨갛게 달아오른 인두를 안고 있는 것 같다.서현우는 쏜살같이 달려오면서 발끝으로 다시 눌렀다.멸은 동공이 확장되더니 뒤로 허리를 눕혔다.귀두칼의 칼날은 그의 이마를 향해 휙휙 소리를 내며 먼 곳의 어둠 속으로 찔렀다.곧 굉음이 나기 시작했다.포리가 왔다.옛 기술을 다시 써서 독사 한 마리를 풀었다.하
멸은 소리 없이 흉악한 웃음을 지으며 포리에게 주먹을 내리쳤다.포리는 황급히 물러나 매우 낭패를 보았다.하지만 결국은 피하지 못했다.주먹은 고스란히 그녀의 배에 떨어져 온몸이 찢어지는 듯했다.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멸은 다시 발로 그녀의 몸을 걷어찼다.포리가 쓰러지자마자 멸은 펜치처럼 그녀의 목을 졸랐다.“향로 내놔!”멸의 소리는 마치 마귀가 울부짖는 것 같고 끝없는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분노와 원한 속에서도 신약문의 전승 향로를 얻고 싶어 한다.그것은 강자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내가...... 줄게...... .”포리는 떨면서 향로를 꺼냈다.그러자 멸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은 더욱 짙어졌다.그는 마치 자신이 무상의 강자가 되어 성국에 오르는 장면을 본 것 같다.하지만 포리의 눈에 보이는 결단을 보지 못했다.쿵-그런데 이때 멸의 뒤에서 큰 소리가 났다.그는 마치 기관차에 치인 것 같았다.포리와 함께 치어나가 큰 바위에 세게 부딪쳤다.찰칵-큰 바위가 부서졌다.먼지도 사방에서 일어났다.포리는 온몸에 피를 묻히고 그대로 쓰러졌다.멸은 몸부림치며 일어섰고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한발로 서현우를 차버렸다.그 후 멸은 곧장 포리에게로 달려와 큰 손으로 포리의 머리를 눌렀다.포리의 눈빛이 산만해지자 눈앞은 마치 이 피투성이의 큰 손바닥으로 덮여 모든 광명을 잃은 것 같았다.어렴풋이 자신이 살려고 발버둥치는 장면을 본 것 같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날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있을까?”푸-포리는 몸에 뭔가가 눌린 것 같았다.‘무거워...... 무거워...... .’그녀의 눈빛은 흐리멍덩했다.그녀의 몸을 짓누르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서현우였다.그는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입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포리의 눈빛은 더욱 흐리멍덩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머릿속에는 의문이 떠올랐다.서현우는 이미 망가진 팔을 들어 올렸다.그는 멸의 어깨를 움켜쥐고 그를 아래로 세게 당겼다.동
금용은 비단으로 물들여 번화하기 그지없다.백성들은 모두 새봄을 맞이하고 있다.반역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이 절박하다.대지가 은빛으로 뒤덮여 있다.황성에서 용천범은 서용각에 서서 눈을 보고 있다.매화가 만발하여 온통 하얗고 망망한 가운데 사람을 기쁘게 하는 연홍을 수놓았다.보고 있는 것만으로 절로 마음이 좋아지는 풍경이다.용천범 뒤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금용위 통령이 있다.빈해성에서 발생한 모든 일은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용천범에게 알려주었다.“서현우...... 폐인?”“경맥이 모조리 끊어져 확실히 폐인이 되었습니다.”금용위 통령은 무겁게 대답했다.용천범은 다시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숨을 내쉬었다.기쁨도 슬픔도 아닌 은은한 서글픔만 있었다.‘오히려 잘 된 일이야.’이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영지호는 찾았어?”“처음부터 끝까지 영지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미 도망갔을 수도 있습니다.”용천범은 또 숨을 내쉬었다.눈에 예리함이 가득하다.이 재앙은 머리 위에 매달린 검처럼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한참동안 침묵하다가 용천범이 입을 열었다.“차 대기 시켜. 오늘따라 딸이 보고싶네.”“네...... .”개조한 승용차는 아스팔트 도로를 천천히 달렸다.속도가 빠르지 않았다.용천범은 창밖이 온통 새하얀 것을 보고 기분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순결하고 흠잡을 데 없는 흰 눈 아래, 지워지지 않는 어둠이 감춰져 있다.잠시 숨어있을 뿐, 눈이 녹으면 결국 다시 드러날 것이다.그럼, 이 눈은 도대체 쓸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나둬야 하는 걸까?금용위의 경호하에 용천범은 용소희의 무덤앞에 왔다.묘비 위의 젊은 얼굴은 활짝 웃고 있다.용천범은 좌우를 물리치고 국주의 이미지가 전혀 없이 용소희의 묘비 앞에 앉아 이슬을 머금은 꽃다발을 내려놓고 미소를 지었다.“소희야, 아빠 왔어.”하지만 용천범에게 응답하는 것은 살을 에는 바람뿐이다.“아마도, 아빠가 틀렸을 지도 몰라.”용천범은 목이 좀
1월 1일, 설날.이른 아침, 조순자는 떡국 한 솥 크게 끓여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었다마침내 해가 바뀌었으니 떡국을 먹고 새로운 해를 맞이 해야한다.상천랑은 큰 그릇을 들고 서나영의 곁에 앉아 만두 하나를 그녀의 그릇에 넣었다.서나영은 그를 매우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나도 있어!”“이건 달라.”상천랑은 진지하게 말했다.“뭐가 달라?”‘안에 동전을 넣었거든.”만두안에 동전을 싸는 것은 올 한 해 돈도 많이 벌고 순조롭게 보내기를 의미한다.이것은 아름다운 의미다.하지만 서나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자신의 그릇에 원래 있던 만두 하나를 집었다.그러자 동전 하나가 바로 드러났다.“모든 사람의 그릇에 동전을 싼 만두를 들어 주셨어! 너만 멍청한거지!”상천랑은 입을 헤벌리고 말했다.“그럼 넌 두 배로 잘 지내게 되는 거네!”“너 나 좋아하지? 그것도 엄청.”“어?”상천랑은 이러한 질문을 받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서나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미안한데 난 너한테 아무런 느낌도 없어.”“어...... .”상천랑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입에 만두를 쑤셔 넣었다.하나도 맛나지가 않았다.서나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홀짝홀짝 먹었다.한 그릇을 거의 다 먹었을 때, 서나명은 상천랑에게 말했다.“내 남자가 되려면 적어도 우리 오빠처럼 영웅이여야 해.”“나도 할 수 있어.”상천랑은 재빨리 말했다.“그동안 무예를 연마하는 데 매우 열심히 임했고 군신급에도 이미 거의 다 왔어. 그리고 난 군대에 갈 것이고 남강으로 가서 한 걸음씩 천천히 올라갈거야. 언젠가는 남강의 총사령관이 되어 그때...... .”쉴 새 없이 말하는 상천랑을 보고 서나영은 마음이 좀 안쓰러웠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녀는 상천랑이 방탕한 도련님에서 지금의 침착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직접 보았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도 그를 아주 좋아하는데, 아주 많이는 아니다.“넌 몰라.”서나영은 고
“상천랑!”서나영은 그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며 비통해했다.쌩쌩-기운이 솟구치며 누군가의 그림자가 빠르게 나타났다.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홍성과 뇌창이었다.상천랑이 땅에 쓰러져 선혈이 옷에 물드는 것을 보게 되었다.오른팔은 모조리 부러지고 말이다.두 사람은 놀라움에 동공이 확장된 동시에 칼날을 들고 방어 자세를 취하며 사방을 경계했다.곧이어 손량과 상경도 왔다.“천랑!”상천랑의 참상을 보고 상경은 동공이 맹렬히 움츠러들었고 철탑같은 몸은 떨리기 시작했다.반듯한 얼굴에 격노의 빛이 떠올라 남아 있는 기운을 감지하며 쫓아갔다.“发生了什么?”“어떻게 된 일이야?”서나영의 비명을 듣고 오재훈도 바삐 달려왔다.그는 눈앞의 장면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원에서 서나영은 울부짖으며 한쪽 팔이 부러뜨려진 상천랑을 안고 있다.황급히 달려온 서현우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생사에 익숙한 포리조차도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상천랑! 상천랑!”서나영은 상천랑의 이름을 끊임없이 외쳤는데, 눈물이 그의 그 창백한 볼에 떨어져 매우 고통스러웠다.두 눈동자 깊은 곳에 은은한 붉은 억새가 더욱 뚜렷해지기 시작했다.“울...... 지 마...... 울지 마...... .”상천랑은 힘겹게 웃었다.부러진 팔의 고통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그러나 그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나 괜찮아. 너는...... 어디 안...... 다쳤어?”서나영은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다.눈물은 마치 실이 끊어진 진주처럼 하염없이 떨어졌다.“이 바보야...... 흑...... 바보야...... .”그러자 상천랑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너만 괜찮으면 돼...... .”모두들 가슴이 떨리고 침묵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오재훈은 재빨리 도자기병을 꺼내 열어본후 가루약을 부러진 부위에 쏟았다.선혈은 점점 멎게 되었다.그는 그 부러진 팔을 주우면서 소리쳤다.“얼른 방 안으로 옮기거라! 지체하지 말고! 다시 이을 수도 있어!”뇌창은 즉시 앞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