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매번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낙심할 뿐이었다. 그런 형수의 모습을 지켜볼수록 내 마음은 이상하게도 그녀를 돕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데... 형수는 나더러 자기 친구를 유혹하라 한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ดูเพิ่มเติม나는 잠시 고민 끝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사모님은 눈이 휘둥그레서 나를 바라봤다.“수호 씨... 노래할 줄도 알아요? 그런데... 듣기는 좀 별로네요.”“어쩔 수 없어요. 제가 음치거든요. 이게 최선이니 듣기 싫어도 참아요.”나는 사실 사모님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일부러 음치인 척했던 거다.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은 그게 웃겼는지 피식 웃었다.나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얼른 약을 마저 발라주었다.“됐어요. 요즘 되도록 움직이지 말고 쉬세요. 그래야 빨리 나아요.”나는 사모님의 다리를 내려놓으며 귀띔했다.그러자 사모님은 바로 난색을 표했다.“그런데 안 움직이면 우리 남편 밥은 어떻게 준비해요? 남편 몸이 회복한 지 얼마 안 되는데, 이럴 때일수록 더 보양해야 하잖아요.”사모님은 사장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듯했다.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제가 요즘 마침 이 동네에 와서 환자를 치료해야 하니까 음식을 해올게요. 장 볼 음식이 있으면 저한테 문자를 보내면 올 때 슈퍼에 들러 사 올게요.”이건 서로에게 좋은 방법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믿지 않았다.“지금 나 속이는 거죠? 어떻게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있어요?”“제가 왜 거짓말하겠어요?”나는 서광진한테서 받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이것 봐요. 치료비도 받았잖아요.”“그, 그러면 부탁드릴게요.”사모님은 말을 마치더니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그 모습을 보니 문득 왜 얼굴을 붉히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다가 나는 곧바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사모님은 몇 번이나 입을 벙긋거리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말했다.“수호 씨, 전에 말한 약재가 정말 지속 시간을 늘릴 수 있어요?”사모님은 이 질문을 하려고 그랬던 거였다.사모님은 사장님이 그 방면에서 강해지길 바랐다. 그래야 부부 관계가 더 좋아질 테니까.“사모님, 너무 조급해하면 안 돼요. 사장님 몸은 아무 문제없어요. 다만 이제 막 건강을 회복해서 인내심이 필요해요. 사장님은 분명 점점 강해질 거예요.”강해진다는 말 한마디
나는 서광진한테 말했다.“우선 서나연 씨한테 약을 처방하고 돌아가서 연구할게요. 제가 상세한 치료 방안을 짜면 다시 연락드리죠.”“알겠네. 그럼 정 선생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네.”나는 겨우 눈앞의 일을 해결하고 도망치듯 그 집을 나왔다.비록 가사 도우미의 말이 조금 과장되었지만 서씨 가문 사람과 지내는 건 확실히 스트레스를 받고 압박감이 느껴졌다.나는 왠지 이 모든 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짜여진 판이었을지도 모른다.다만 나는 현재 그 판 안에 놓인 상태라 잘 보이지 않기에 한 걸음씩 가보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백조의 호수에서 나온 나는 곧바로 가게로 향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마침 유미 사모님과 마주쳤다.사모님은 마트를 다녀온 모양인지 커다란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다만 발목을 삔 모양인지 고통스러워하며 일어섰다.나는 얼른 다가갔다.“사모님, 괜찮아요?”“수호 씨였군요. 방금 실수로 발을 삐었어요.”나는 몸을 쪼그리고 앉아 확인했다. 사모님의 발은 근육을 다친 듯 퉁퉁 부어 있었다.나는 얼른 사모님을 부축해 일어났다.“사모님, 발이 많이 다친 듯한데, 반드시 처리해야 해요. 제가 업어 드릴게요.”사모님의 얼굴은 순식간에 화끈 달아올랐고 목까지 빨개졌다.“어, 어떻게 그래요? 나 대신 짐이나 들어줘요. 혼자 걸을 수 있으니까.”나는 특별히 강조했다.“안 돼요. 근육을 다쳐서 더 걸으면 부상이 심해져요.”“괜찮아요. 힘 안 써요.”사모님은 여전히 보수적이라 과도한 스킨십을 원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나도 강요할 수는 없었다.나는 사모님 대신 짐을 들었고, 사모님은 이를 악문 채 절뚝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얼른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사모님에게 얼음찜질을 해주었다. 다만 사모님은 여전히 부끄러워했다.“수호 씨, 이러지 마요. 내가 직접 할게요.”나는 단호하게 시모님을 자리에 앉혔다.“사모님, 앉아서 가만히 계세요. 발목이 더 심해진 거 못 느꼈어요?”사모님도
‘응? 이건 무슨 수법이지?’나는 앞에 있는 은행 카드를 보니 마음이 살짝 동요했다.만약 예전이었다면 4억은 나한테 천문학적인 숫자였을 거다.하지만 지금은 이게 내 목숨을 앗아가는 부적 같았다.“서 회장님, 돈은 필요 없습니다. 저 이미 서지예 씨한테 최선을 다한다고 말씀드렸어요.”나는 적어도 살길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 카드를 받으면 마지막 살길도 막히는 셈이나 다름없다.서광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적나?”“아닙니다. 서지예 씨가 저한테 손님을 소개해 준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회장님 돈까지 받겠어요.”역시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사람과 대화할 때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한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말고 머리를 굴려야 한다.서광진은 ‘하’하고 짤막한 웃음을 내뱉았다.“카드도 받게. 지예랑 한 거래는 나랑 상관없으니 따져 묻지 않겠네. 내 요구는 단 하나, 최선을 다해 나연을 치료하는 거네. 내가 나연이를 왜 이렇게 신경 쓰는지 어나?”서광진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리며 물었다.그걸 내가 알 턱이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서광진의 눈에서 순간 분노의 불꽃이 튀었다.“임천호 그 인간 때문이네. 나연이가 정상으로 돌아와야 임천호와 맞설 수 있으니까.임천호가 지금 자리에 오른 건 내 도움 없이는 안 됐을 거네. 그런데 그 자식이 은혜도 모르고 나연이와 나한테 미안한 짓을 했지.”“그런 자식이 아무렇지 않게 누비고 다니는 걸 내가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겠나? 난 나연이 혼자 모든 걸 감당하게 하지 않을 거네.”‘또 왜 임천호와 엮였지?’‘나는 정말 임천호와 악연일까? 왜 벗어나지 못할까?’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물었다.그때 서광진이 갑자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조사해 보니 임천호랑 원한이 있던데. 지난번에 S시에서 4억을 사기당했다지?”나는 너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서광진이 나를 조사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서광진은 갑자기 껄껄 웃었다.“걱정하지 말게. 자네한테 뭘 하려
“아직은 말하기 어려워요. 이따가 확인해 봐야 해요.”나는 솔직히 말했다.그러자 가사 도우미는 한숨을 푹 쉬었다.“가뜩이나 일하기 어려운데, 사직서라도 제출하고 싶어지네요.”“아주머니가 사직서를 내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나도 어디 말할 데 없어서 한탄하는 거잖아요. 있잖아요, 서 회장님 평소에 다정하고 친절해 보여도 화나면 호랑이보다 더 무서워요.”그 말에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이 아주머니가 이곳에서 한동안 일했으니 서씨 가문에 대해 잘 알겠지?’나는 서씨 가문에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우선 식구들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알아야 했다.“또 아는 거 있으면 말해줄 수 있어요?”나는 궁금한 듯 물었다.그러자 가사 도우미도 평소에 재벌가 일화에 관심이 많았는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꺼냈다.“서 회장님은 두 따님을 엄청 아끼는데 아내분한테는 잘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서씨 가문에서 1년 넘게 일했는데 사모님은 본 적이 없거든요. 소문에 의하면 감금당했다는 말도 있고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어요...”그 말을 들으니 순간 등골이 오싹했지만 나는 애써 부인하려고 했다.‘이에 설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설마 사람을 때려죽이겠어?’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너무 무섭다.“지, 지금 험담하는 거 아니죠? 서 회장님 그런 사람 아닌 것 같던데요.”나는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서광진이 내 목을 잡던 모습을 떠올리니 덜컥 겁이 났다.“나도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는데, 어느 하루 밤중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다가 여자 울음소리를 들었어요. 그것도 바닥에서 나는 소리였어요.”“그때 내가 너무 놀라 바로 방에 들어갔는데, 비명이 계속 들렸어요. 마치 누구한테 맞는 것 같았거든요.”“됐어요. 그만 말해요. 질금 일부러 저 겁주려는 거죠?”나는 다급히 가사 도우미의 말을 잘랐다.“내가 왜 겁을 줘요?”나는 어른 반문했다.“서씨 가문이 그렇게 무서우면 왜 진작 도망가지 않았어요?”“나도 도망치고
서광진이 기뻐하기도 잠시, 서나연은 힘 빠진 듯 쓰러졌다.“나연아, 나연아, 왜 그래?”서광진의 미소는 순간 사라지더니 딸에 대한 걱정과 관심만 남았다.나는 얼른 앞으로 다가가 확인했다.“별일 아닙니다. 서나연 씨는 감정 소모가 심해 혼절한 겁니다.”“하, 다 내 탓이네. 내가 너무 섣불리 좋아했어. 이미 예전으로 돌아온 줄 알았는데.”“서나연 씨는 예전에 화끈한 성격이었나요?”나는 서나연이 온화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방금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랐던 거다.서광진은 딸을 눕히고 나서야 대답했다.“나연이는 예전에 엄청 활발하고 귀여웠네. 성격도 털털했고. 그런데 임천호를 만난 뒤로...”임천호를 언급하자마자 서광진은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임천호를 만난 뒤로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네. 처음에 임천호가 잘해줄 때는 매일 기뻐했는데, 임천호의 사업이 성공하면서 우리 서씨 가문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자 나연에 대한 태도가 순식간에 변하더군.”“그 뒤로 그렇게 활발하던 나연이가 매일 우울해하고 웃지도 않고 지금처럼 변했네.”딸이 사람을 잘못 만났던 일을 떠올리자 서광진의 눈에는 아픔이 번졌다.명문가의 귀한 딸로 태어난 서나연은 임천호를 만나지 않고, 모든 마음을 바쳐 임천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다.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공주가 지금은 한 맺힌 아줌마로 변해버렸다.그런 딸을 보며 슬퍼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지예 말로는 자네가 나연이를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던데. 정말 방법이 있나?”서광진은 갑자기 나를 보면서 진지하게 물었다.나는 한의사라 몸은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서나연의 문제는 몸이 아닌 마음이다.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서 회장님, 서나연 씨 상태는 심리 치료예요. 약물은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어요.”“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도 우리 딸을 치료할 수 없다는 뜻인가?”서광진은 갑자기 내 멱살을 잡으며 흉흉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따져 물었다.나는 흠칫 겁
“아주머니가 설명할 필요 없어요. 제가 설명할 테니...”“그래도 안 돼요. 회장님께서 아가씨를 저에게 맡겨 주셨는데. 아가씨한테 무슨 일 있으면 안 돼요.”가사 도우미는 내가 자기 말을 들으려 하지 않자 직접 달려들었다.나는 그 전에 막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한발 늦어 가사 도우미는 어느새 서나연의 몸에 있던 침을 뽑아버렸다.“망했어. 이젠 망했다고!”나는 연신 울부짖었다.가사 도우미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망하긴 뭐가 망해요? 지금 사람 놀리는 거죠? 아가씨 멀쩡하잖아요... 어머, 아가씨, 왜 이러세요?”서나연은 벌떡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그대로 쓰러져 버렸고 몸이 목석처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가사 도우미는 그제야 겁을 먹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아가씨, 놀리지 마세요. 얼른 정신 차려 보세요.”나는 다급히 달려갔다.“그러니까 가만두라고 했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내가 어떻게 알아요? 이제 어떡해요?”가사 도우미는 어쩔 줄 몰라 했다.사실 나는 일부러 가사 도우미를 겁준 거였다. 서나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고 미라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건 사실 정상적인 반응이다.하지만 내가 이렇게 겁주지 않으면 앞으로 또 이럴 저지를 테니 따끔하게 교훈을 줘야 했다.나는 서나연을 일으켜 세워 몸을 마사지해 주었다. 그러자 얼마 뒤 서나연은 정상으로 돌아왔다.짝!서나연은 정신이 들자마자 내 뺨을 후려갈겼다.나는 순식간에 멍하니 굳어버렸다.“서나연 씨, 왜 때려요?”서나연은 나를 밀쳤다.“감히 나를 찔러? 죽여버릴 거야!”서나연은 말하면서 갑자기 가위를 꺼내 들었다.나는 다급히 도망쳤다.“서나연 씨, 방금 그건 치료 과정이었어요. 지금 이게 머 하는 짓이에요? 얼른 가위 내려놔요. 죽을 수 있어요.”“안돼. 나를 질렀으니 나도 당신 찔러야 해!”나와 서나연은 티 테이블 주위를 빙빙 돌며 술래잡기했다.여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나는 할 수 없이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문을 연 순간, 서광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한 눈빛으론 바라보는 서나연의 눈빛에 나는 온몸이 불편했다.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서나연을 마주 봤다.“서나연 씨, 물 마실래요?”“나 그쪽 알아요. 그 예술가잖아요.”서나연은 기억력이 뛰어났다. 그녀가 아니었다며 나는 내가 그때 했던 말까지 잊어버릴 뻔했다.나는 어색하게 웃었다.“맞아요. 그걸 다 기억할 줄은 몰랐네요.”“S시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왜 여기 나타났어요?”“아... 전에는 S시에 영감 찾으러 간 거예요. 사실 저 강북 사람이에요.”나는 헛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서나연은 내 옆에 앉더니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나를 오롯이 쳐다보며 당황스러운 말을 내뱉었다.“거짓말. 예술가가 아니면서!”‘어디서 티가 났지?’나는 너무 당황해서 가슴이 벌렁거렸다.만약 상대가 정상인이라면 내가 이렇게 긴장할 건 없다. 문제는 서나연은 정상인과는 조금 다르다는 거였다. 그녀는 작은 자극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서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니까.그날 서나연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모습을 떠올리니 나는 서나연이 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불안해 다급히 설명했다.“서나연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이 옷차림이 예술가 같지 않아요? 저 오늘 일반인 컨셉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요. 하하...”나는 웃음으로 어색함을 감췄다.서나연은 나를 꿰뚫어 볼 것처럼 계속 쳐다봤다.“예술가 아니라 의사잖아요. 몸에서 한약 냄새 나요. 내 동생도 한의사라 당신과 똑같은 냄새가 나거든요.”서나연은 이 순간만큼은 정상인 같았다.아마 서나연이 정상인이라고 하면 나도 믿었을 거다.그렇다는 건 서나연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뜻이었다. 감정 기복이 심해 가끔 흥분했다 가끔 냉정했다 하니까.다시 말해서 현재는 정상과 미친 상태의 과도기에 있다는 뜻이라 아직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이게 바로 서씨 가문이 서나연을 강북에 데려오면서까지 나를 찾아온 원인이다.나는 속으로 서나연의 상태를 대략 가늠했다. 그리
“그런데 어떻게 됐는지 알아? 연승호가 그 약물 자국이 안 지워진다고 했는데 내가 걸레로 몇 번 만에 지웠거든. 알고 보니 연승호가 직원들더러 벽을 아예 긁어내라고 했다는 거야. 그래서 결국 그 손해는 모두 본인이 짊어지게 됐어.”“그 자식 그때 표정이 어땠는지 너희 못 봤지? 완전 똥 씹은 표정이었어.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와.”현성은 말하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민우가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이거 수호 아이디어잖아. 화도 풀고 고소도 못 하게 했다니. 진짜 속 시원해!”“젠장. 얘기는 그만하고 얼른 해장국 좀 끓여.”비록 많이 마신 건 아니지만 나는 속이 메슥거려 참을 수 없었다.그도 그럴 게, 전에는 이 정도로 술을 마신 적이 없었으니까.현성은 진작 나를 위해 만들었던 해장국을 그릇에 가득 담아 나에게 가져왔다.나는 그걸 한꺼번에 원샷했지만, 속이 울렁거려 결국 얼마 뒤 모두 토해냈다.다행히 토해내고 나니 속은 한결 편해졌다.“사업하는 거 쉽지 않네. 남 비위 맞춰야지, 술도 마셔야지... 그래도 성취감은 있어.”그 일을 떠올리니 나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우리는 너무 기뻐 잠도 이루지 못했다. 우리는 희망을 보았고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걸 했다는 성취감에 어릴 때로 돌아가 창업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그 덕에 민우와 현성은 여자를 꼬시는 것도 잊었다.우리는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두 지쳐서 거실에 쓰러져 잠들었다.하지만 현성은 다음 날 아침 또 일찍 깨어나 주광덕의 가게에 글을 붙였고, 민우는 7시가 넘어서 깨어나 혼자 천수당으로 출근했다.두 사람 모두 나를 깨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어제 술을 마셔 푹 휴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깨어난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했다.잠에서 깨자마자 핸드폰을 보니 문자 메시지 몇 개가 도착해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확인했다.그중 하나는 서예지가 보낸 거였는데, 언니가 강북에 왔다면서 주소를 보내
“나았어. 내 허리가 정말 나았다고.”“나도 마찬가지네. 훌라후프도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수호 군, 의술이 참으로 대단하군. 정말 탄복하네.”어르신들은 하나둘씩 엄지를 추켜세우며 나를 칭찬했다.심지어 손태진마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실력은 있네요.”그때, 연상철이 손을 뻗어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수호 군, 치료비는 얼마예요?”치료를 하면 치료비를 받는 건 당연하다, 때문에 나도 거절하지 않았다.“연 선생님 치료비는 조금 비싸요. 총 40만 원이고, 다른 분은 한 분당 20만 원이에요.”내가 제시한 비용은 딱 적당했다.그때 연상철이 말했다.“40만 원이라니. 십 몇 년 동안이나 나를 괴롭힌 손목 통증을 치료했는데. 내가 다른 곳에서 치료한 것만 해도 40만 원은 족히 넘어요.”“저는 연 선생님이 저에게 인맥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나는 웃으며 내가 원하는 걸 말했다.그 대답에 연상철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수호 군 의술이 이렇게 뛰어난데, 말하지 않아도 손님은 소개해 줄 거예요.”“이렇게 하죠. 나는 천만 원, 나머지는 각각 5백만 원씩 낼게요.”“감사합니다, 연 선생님.”사실 이 정도도 비싼 건 아니다.다들 그걸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우리에게 돈을 입금했다.게다가 놀랍게도 연상철이 나와 민우를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이렇게 좋은 기회는 당연히 놓칠 수 없었다.연상철은 특별히 손태진에게 큰 프라이빗 룸을 예약하라고 당부했다.우리는 먹는 동안에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주면서, 앞으로 꼭 우리 한의관에 방문하겠다며 약속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술을 권하는 바람에 운전해야 하는 민우 대신 내가 모든 술을 받아 마셨다.다행히 정도를 아는 어르신들 덕에 나는 취하지 않았다.식사를 마치자 때는 어느덧 9시가 넘어 우리는 연상철과 작별한 뒤 집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기대앉은 나는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마음은 한껏 들떴다.연상철 같
때는 밤 11시.형님 집 아래에 있는 공원에서 야간 러닝을 하던 중, 풀숲 속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진동성, 설마 안 되는 거야? 집에서는 느낌 안 산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더니, 왜 아직도 안 돼?”‘저거 우리 형수님 목소리 아니야?’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여자가 내 형수님 고태연이라는 걸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는 밥 먹으러 간다고 했는데? 왜 공원 풀숲에 있는 거지?’여자 친구는 한 번도 안 사귀어 봤지만 동영상은 그래도 많이 봤다고 자부하기에, 나는 곧바로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버렸다.‘형과 형수님이 이런 스릴을 좋아할 줄은 몰랐네. 그것도 공원에서.’순간 몰래 엿듣고 싶다는 생각을 참을 수 없었다.형수는 얼굴도 예쁘장한데 몸매는 더 끝내준다. 그런 형수의 신음소리라니 이건 꿈에 그리던 일이었다.살금살금 수풀 쪽으로 걸어가 몰래 머리를 내밀었더니 형수님이 형 위에 앉아 있었다. 물론 나를 등지고 있었지만 등 라인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순간 입이 바싹 마르고 아랫배에 열기가 올라왔다.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형수님 앞에서 형은 영 맥을 못 췄다.“태연아, 나 여전히 안 되는데.”그 말에 형수가 버럭 화를 냈다.“약도 없네, 정말. 이제 고작 서른다섯이면서 왜 이렇게 쓸모가 없어? 안 서면 싸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아무것도 없으면 애는 어떻게 가져? 계속 이러면 나 다른 사람 만난다? 당신은 애 싫을지 몰라도 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잔뜩 화가 난 형수가 바지를 입고는 수풀 밖으로 걸어 나오자 놀란 나는 헐레벌떡 도망쳤다.집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쾅’ 닫히는 문소리에 내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깜짝 놀랐네. 형과 형수님 사이가 이렇게 안 좋을 줄이야.’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욕구가 많아진다더니 형수님도 욕구 불만인 게 틀림없었다. ‘하긴, 형처럼 비실비실한 몸으로 형수님을 어떻게 만족시키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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