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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은광수
한편, 태연은 수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면서 방금 수호에게 안겼던 느낌을 회상했다.

수호의 넓은 품에 안겼을 때 힘 있는 팔과 탄탄한 근육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상황을 회상하니 저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졌고 저녁을 할 생각조차 사라졌다.

태연은 수호의 침대에 앉아 수호가 누워 있던 곳을 손으로 문질렀다.

침대에는 아직 수호의 온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 문질러대던 태연은 끝내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누웠다.

마침 수호의 품에 안겼을 때처럼.

태연은 지금껏 남자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때문에 방금 전 느낌이 못내 그리웠다.

곧이어 수호가 덮었던 이불을 덮자 이상한 느낌이 태연을 덮쳤다.

그리고 잠시 뒤, 태연은 손을 제 옷 안에 넣으며 낮은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

분명 형수를 잠깐 놀려주려고 한 것뿐인데, 오히려 내가 이렇게 도망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역시 배짱이 부족한 게 틀림없다.

하지만 형수를 희롱한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뇌리를 스쳐 나는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고생하는 건 결국 나니까.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나는 곧장 마트로 가려고 했지만 아래가 너무 불편해 미칠 지경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밖에 나가면 최소 변태로 몰릴 게 분명했다.

때문에 나는 동네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손으로 해결하고 나서 마트로 향했다.

형수는 간장 심부름만 시켰지만 나는 간장 외에도 과일을 더 구매했다.

그도 그럴 게, 매일 출근하는 것도 힘든데 애까지 만들어야 하는 동성 형이 안쓰러워서였다.

게다가 매번 실패할수록 형의 부담이 더 커지고 괴로울 게 뻔했다.

아직 일자리도 없고 돈도 못 버는 나로서는 형을 이렇게 도울 수밖에 없었다.

과일 코너에서 과일을 이것저것 고르고 계산하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애교 누나.

애교 누나도 과일 코너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었는데, 마침 바나나를 고르고 있었다. 심지어 어느 게 더 큰지 비교하면서 말이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애교 누나가 바나나를 사는 게 그런 용도는 아닐까 하는 생각.

그때 애교 누나도 마침 나를 발견하더니 마치 놀란 토끼처럼 곧바로 뒤돌아 도망쳤다.

“애교 누나.”

나는 무의식적으로 애교 누나를 쫓아갔다.

그러자 애교 누나는 더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애교 누나, 기다려요.”

나는 곧바로 빙 돌아 애교 누나의 앞길을 막아버렸다.

애교 누나는 단번에 당황해 하더니 나를 쳐다보지도 못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비켜요.”

“애교 누나, 오전 일은...”

“쉿!”

애교 누나의 얼굴은 단번에 사과처럼 발갛게 익었다. 그러면서 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눈빛은 마치 이런 공공장소에서 부끄러움도 모른 채 그런 얘기를 꺼내는 나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심지어 두려움도 살짝 섞여 있었다.

워낙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지라 이런 일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면 아마 이 자리에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애교 누나의 마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나도 같은 부류니까.

하지만 오전의 일이 워낙 난감한지라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애교 누나가 앞으로 영영 나를 무시할 게 뻔했다.

‘그럼 형수가 맡겨준 임무를 완수할 수 없잖아.’

오전부터 형수가 자꾸만 건드려 가뜩이나 괴로운데, 형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상대를 애교 누나로 바꿀 수밖에.

때문에 애교 누나가 나와 말도 섞지 않는 걸 계속 두고 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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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은 내가 진동성과 여러 번 확인해 봤기에 틀릴 리 없다.게다가 가게 이름과 사장님 이름 모두 맞아떨어졌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능 성밖에 없었다. 조천석은 그 의학서적을 구매한 뒤 내가 다시 찾으러 올까 봐 잡아떼는 거였다.나는 내 쪽으로 다가오는 직원을 밀쳐내고 차가운 표정으로 조천석을 바라봤다.“그 의학서적은 우리 정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건데 진동성이 도둑질해서 팔아버린 거예요.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돌려주세요. 안 그러면 나도 참지 않을 거예요.”“흥! 애송이 같은 녀석. 나이는 어린데 말하는 게 거침이 없네. 감히 내 구역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참지 않겠다고?”조천석은 냉소를 흘리더니 가게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냈다.경진당은 그리 크지 않아 직원이 고작 5명이었다. 때문에 나는 쓰게 보지 않았다.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조천석을 향해 말했다.“일을 크게 벌이겠다는 뜻인가요?”“일을 크게 벌이는 게 누군데? 네 놈이 찾아와서 행패 부렸잖아. 나한테 의서가 없다는데도 계속 물어봤잖아.”“그 의서는 우리 정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건데 진동성이 훔쳐 가서 사장님께 판 거예요. 인정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어요. 진동성이 여기에 다녀갔는지는 경찰이 와서 조사해 보면 알겠죠.”“제가 좋은 말로 얘기하는 건 그 의서를 사고 싶어서 그래요. 하지만 계속 제 호의를 무시하면 어디 두고 보자고요.”“잘 들어. 내 손에 들어온 건 빼앗아 갈 생각 하지 마!”조천석은 으름장을 놓았다.역시 이런 사람과 제대로 얘기해서 말이 통하지 않을 줄 알았다.“네, 좋아요. 그럼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요.”나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하지만 그때 조천석이 갑자기 핸드폰을 든 내 손을 쳐내는 바람에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그 행동은 내 분노에 끝내 불을 붙였다.“3초 줄 테니 내 핸드폰 당장 주워요.”나는 조천석을 보며 명령조로 말했다.하지만 조천석은 기승을 부리는 얼굴로 나를 보며 이죽거렸다.“줍기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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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급히 애교 누나를 품에 안았다.“아니에요. 전 누나를 버릴 생각 한 적 없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한 일은 모두 누나랑 결혼하기 위해서예요.”애교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가볍게 말했다.“그래서 내가 수호 씨더러 다른 여자들을 만나보라고 한 거예요. 수호 씨가 아직 사회의 매운 맛을 못 보고 결혼이 뭔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난 결혼하고 나서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나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애교 누나, 전 누나 말 듣고 후회한 적 없어요.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누나랑 대화가 줄었지만 천수당이 안정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거예요.”“정말 그럴까요?”“그럴 거예요. 저를 믿어줘요.”나는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마치 그 말을 나에게 하는 것처럼.그와 동시에 나는 스스로 절대 애교 누나를 저버리면 안 된다고 귀띔했다.애교 누나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내가 너무 한가해서 쓸데없는 생각이 많았나 봐요. 나도 얼른 시험 봐서 일자리를 찾을 거예요. 그러면 이런 헛된 생각도 안 할 거니까요.”“그래요. 형수 쪽은 제가 도우미를 알아볼게요. 그럼 우리도 우리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사람은 누구나 바쁜데 나는 애교 누나를 집에 가둬놓고 형수를 돌봐 주라고 강요할 수 없고 누나에게 모든 걸 떠넘길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누나는 분명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길 거다.이건 내가 그동안 너무 바빠 애교 누나의 기분 변화에 관심을 주지 못한 탓도 있었다.나는 집에 남아 애교 누나 곁에 더 있으려고 했지만 누나는 한사코 거절했다.“됐어요. 이제 괜찮아졌으니 가서 일 봐요.”애교 누나도 자기가 요즘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애교 누나도 사랑을 갈망하고 행복한 결혼을 갈망하지만 이미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모든 희망을 남자와 결혼에 두고 싶지 않았다.여자는 독립적이어야 더 잘 살 수 있다.내가 떠난 뒤 애교 누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84화

    “애교 누나, 왜 그래요? 애교 누나는 형수 집에 있었기에 나는 얼른 안으로 뛰어 들어가 무슨 일인지 여쭈었다.“혹시 형수가 깨어났어요?”나는 말하면서 침실로 들어가 확인하려고 했다.그때 애교 누나가 불안한 듯 말했다.“아니에요. 태연이 일이 아니라 내 일이에요.”이미 침실 문 앞에 도착한 나는 안을 들여다봤더니 형수는 확실히 아직 누워 있었다.형수가 깨어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순간 나는 실망했다.하지만 애교 누나한테 일이 생겼다고 하니 다시 긴장했다. 나는 얼른 애교 누나 쪽으로 몸을 돌렸다.“왜 그래요? 혹시 어디 아파요?”애교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무슨 일인데요?”애교 누나는 입을 오므리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 이번 달에 생리가 안 왔어요.”“요즘 형수 돌보느라 힘들어서 미뤄진 거예요?”내 첫 번째 반응은 이거였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항상 정확한 날짜에 왔어요. 이렇게 미뤄진 건 처음이에요.”애교 누나의 부자연스러운 표정에 순간 안 좋은 가능성이 떠올랐다. 나는 얼른 애교 누나 손목을 잡아당겨 맥을 짚어봤다. 하지만 맥으로 볼 때 아무 이상도 없었다.“임신은 아니에요. 놀랐잖아요.”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애교 누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실망했다.“수호 씨는 내가 임신하는 게 싫나 보네요?”“우리가 결혼했다면 저야 당연히 우리 아이가 태어나기를 바라겠죠. 하지만 지금은 누나 아버지도 저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제가 이 타이밍에 누나를 임신시키면 아버님은 저를 더 미워할 거예요.”나는 솔직한 내 심정을 말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그런데 수호 씨, 나 요즘 왠지 너무 불안해요. 자꾸만 우리가 끝까지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아요.”“혹시 내 여자관계 때문에 그래요?”애교 누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 여자들과는 상관없어요. 애초에 내가 먼저 수호 씨더러 다른 여자들을 만나보라고 했으니까. 수호 씨가 경험을 쌓고 어떤 스타일이 본인한테 가장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83화

    이다연은 내 말에 놀랐는지 얼굴이 창백해졌다.“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찾아와. 오늘 일찍 자.”나는 말을 마치고 방을 나갔다.이 선생님과 이 사모님은 거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나오자 얼른 다가와 물었다.“어때? 저 계집애가 얘기하려고 들어?”“이 선생님, 이 사모님, 우선 앉으세요. 천천히 말씀드릴게요.”이다연의 상황은 조금 심각하기에 나는 반드시 자세히 설명해 줘야 했다.“선생님, 다연이가 지금 우울증 경향이 있어요. 게다가 오랜 시간 밤을 새우고 식사를 걸러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적이에요. 이건 악순환이에요.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기분이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면 그 때문에 또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할 거고. 결국에는 무너지고 말 거예요.”“방금 왜 이렇게 됐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끝까지 말을 안 하더라고요. 이건 두 분이 노력해 주셔야 해요. 되도록 일찍 자게 하고 밥도 잘 챙겨 먹게 해서 몸 건강부터 회복하게 해야 해요.”내 말을 들은 이 사모님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그렇게 심각해요? 그럼 어떡해요? 생명에 지장 있는 거 아니에요?”이 선생님도 마음이 아픈 표정이었다. 그동안 딸이 반항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만 생각했지 우울증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더 슬픈 건 본인도 한의사면서 그걸 지금껏 몰랐다는 거다.이 선생님은 후회하며 제 뺨을 때렸다.나는 다급히 이 선생님을 막았다.“이 선생님, 그러지 마세요. 앞으로 꾸짖기보다는 소통으로 해결하세요. 선생님도 한의사이니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우선 다연이 몸조리부터 해주세요.”“우선 다연이 몸 건강부터 챙기고 마음의 병은 천천히 치료해요. 너무 심각한 상황은 아니니 희망이 있어요.”이 선생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고맙네. 정말 고마워. 수호 씨가 아니었다면 우리 딸이 우울증 때문에 그랬다는 걸 몰랐을 거야. 난 정말 아빠 자격도 없어. 너무 부끄러워...”이 선생님은 자책하면서 후회했다.나는 두 분 마음이 괴롭다는 걸 알았지만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82화

    “한 번 더 해요. 한 번 더...”이다연은 신이 나서 점점 게임에 몰입했다.하지만 나는 바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늦었어. 이제 자.”“아직 12시도 안 됐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요?”“너 생활 패턴이 너무 불규칙적이야. 계속 이러면 호르몬 분비에 영향 줄 거야.”나는 말하면서 이다연의 맥을 짚었다.“이것 봐, 속에 열이 많잖아. 어쩐지 얼굴에 여드름이 많고 성격이 급하다 했네.”이다연은 내 손을 탁 쳐냈다.“오빠도 왜 우리 아빠랑 똑같아요? 잔소리 대마왕, 짜증 나!”나는 이제야 이다연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이다연은 몸에 화가 많아 다른 사람이 저를 귀찮게 하는 걸 싫어하고 조금만 잔소리해도 화내고 짜증 낸다.“이거 병이야. 알아 몰라?”이 다연은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병 있는 건 오빠겠죠. 우리 아빠도 의사거든요. 내가 병이 있는지 없는지 아빠가 모르겠어요?”“네가 이 선생님과 말도 안 섞으려 하는데 선생님이 어떻게 알아? 네가 그럴 기회를 줬어?”이다연은 할 말이 없었는지 조용해졌다.나는 이내 말투를 누그러뜨렸다.“하나만 묻자. 너 이런 증상 몇 년이야?”“이런 증상이라니요?”“화가 많고 인내심이 없고 자꾸만 짜증 내고, 사람을 만났다 하면 싸우고 소통하기 싫어하는 거 말이야. 너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지?”이다연은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나를 봤다.“어떻게 알았어요? 아빠한테서 들었어요?”“이 선생님은 그런 말씀 없으셨어. 이건 네 맥을 짚어보고 안 거야.”“못 믿겠어요. 지금 내 문제를 알아낸 건 둘째 치고 예전에 어땠는지까지 안다고요?”이다연은 눈을 부라렸다.나는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네가 예전에 어땠는지 난 확실히 몰라. 하지만 네 부모님이 저렇게 좋은 분들이신데, 네가 두 분 자식이니 인성이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한 거지.”“게다가 네 맥을 짚어봤는데, 너 몸에 문제 많아. 지금 네가 이러는 것도 그것 때문이고.”이다연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지 한숨을 푹 쉬었다.그 모습에 나는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81화

    윤지은은 내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너 지금 모습 고릴라 같은 거 알아?”“일부러 그런 거예요. 이러지 않으면 지은 씨가 안 웃을 거잖아요.”윤지은이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음이 놓였다.윤지은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일은 상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정말이에요? 절대 무리하지 마요. 두 사람 지난번에 싸웠을 때, 지은 씨가 잔뜩 취해서 내 앞에서 술주정했잖아요.”윤지은은 손을 뻗어 내 다리를 꼬집었다.“그건 옛날 일이야. 왜 또 그 자식 얘기는 꺼내는 건데? 그때는 내가 어리석었어. 그 자식과 나눈 게 사랑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제는 알았어. 그 자식은 그냥 쓰레기야. 그런 자식 때문에 눈물 흘릴 가치가 없어.”나는 윤지은이 꼬집은 곳을 문지르며 위로했다.“맞아요. 내 눈에도 보여요. 지은 씨 많이 성장했어요. 하지만 우선 나를 좀 놔주면 안 돼요? 아파요.”윤지은은 그제야 손을 풀었다.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윤미화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젠장.’윤미화는 뭔가 오해한 게 틀림없었다.윤미화는 안 그래도 나와 윤지은 사이에 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우리가 서로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그 추측을 확신했다.나는 작은 소리로 윤지은에게 귀띔했다.“앞으로 저기에 앉은 윤미화 사장님을 만나면 조심해요. 저 사장님이 우리 사이를 의심하고 있어요.”“의심하는 게 뭐 어때서? 증거도 없는데 무서워할 거 뭐 있어?”윤지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다.“나야 괜찮죠. 난 지은 씨가 안 괜찮아할까 봐 걱정했던 거예요. 지은 씨가 괜찮다면 난 상관없어요.”그렇다면 나도 이제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윤지은은 또다시 나를 노려보았다.“밥 먹으면서 좀 조용할 수 없어? 말 참 많네.”‘흠. 또 내가 눈치 없이 굴었네.’식사 자리는 1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나는 이 선생님 가족을 집에 데려다주려고 민우와 현성한테 다른 사람을 부탁했다.이 선생님 집에 도착하자마자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80화

    이다연은 내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다이아라고요? 정말이에요?”나는 직접 핸드폰을 열어 보여주었다. 그러자 이다연은 바로 관심을 가졌다.“오빠는 어떤 캐릭터 좋아해요?”“다 돼. 넌 어떤 거 좋아하는데? 내가 서포트줄게.”“난 아리요. 마법사.”“그럼 내가 유미할게. 서포터. 어때?”“좋아요. 해 봐요.”이다연은 말하면서 캐릭터를 골랐다.하지만 나는 서둘러 고르지 않고 입을 열었다.“이거 끝나면 안에서 식사도 끝나겠어. 우리도 먼저 들어가서 밥부터 먹자. 그러고 나서 같이 해줄게.”이다연은 나를 꿰뚫어 볼 듯 훑어봤다.“지금 장난해요?”“나 다이아야. 골드인 너랑 뭐 하러 장난해? 뭐든 정도가 있어야지. 너처럼 일만 있었다 하면 쌩 나가버리면 네 부모님이 난처해하셔. 이 오빠 체면 살려준다 생각하고 같이 들어가자. 약속할게. 밥 다 먹으면 같이 놀아줄게.”이다연은 화가 난 듯 콧방귀를 뀌었다.“됐어요. 딱 보면 아빠 대신 나 설득하러 왔네. 가요.”“그래. 그럼 말하지 않을게. 너 혼자 여기서 놀아. 너처럼 그렇게 놀면 백날 놀아 봐야 레벨이 안 오를 거야.”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그 말에 이다연은 마음이 불편하고 답답했다. 이다연은 평소 게임을 즐기지만 실력은 확실히 부족해 골드 이상 올라가 본 적이 없다. 때문에 내가 데리고 놀아 주기를 무척 기대했다.결국 이다연은 내가 룸으로 들어가자마자 이내 뒤따라왔다.“잠깐만요. 아까 말 지킬 거죠? 밥 다 먹으면 데리고 놀아준다는 거?”“당연하지. 하지만 너도 약속해. 앞으로 그렇게 자리 박차고 나가지 마. 네 가족 체면 깎지도 말고.”나는 이 기회에 요구를 제기했다. 이다연은 잠깐 생각하다가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일은 조급히 해결하면 안 된다. 우선 상대 마음을 잘 달래고 협조할 수 있도록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내가 이다연을 데리고 들어오자 이 사모님은 깜짝 놀란 눈치였다. 자기가 나은 딸이기에 그녀는 딸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내가 정말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79화

    “이걸 빼고 평소 유입량만 기준해서 계산하면 매일 6백만에서 천만 원 정도라도 괜찮은 편이야.”“거기에 임대료, 직원들 월급, 약재 비용 등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3천만 원 정도 남을 거고.”게다가 계속 이런 수익을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그때 민우가 의욕적으로 말했다.“노력해야지. 어찌 됐든 사업하기로 했으니 잘해봐야지.”“늦었는데 아직도 안 갔어?”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윤미화였다.나는 놀라운 듯 물었다.“윤 사장님도 오셨네요?”“낮에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우지 못해 퇴근하고 왔어. 이건 개업 선물.”윤미화는 커다란 마네키네코를 선물했다. 나는 그걸 카운터에 진열했다.내가 윤미화와 얘기하는 도중에 민우의 여자 친구 임설아도 왔다.주선영, 하정현, 한지영 그리고 이다연까지...이 사람들은 낮에 일이 있어 오지 못하고 밤이 되어서야 온 거였다.마침 우리도 바쁜 시간이 지난 터라 나는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윤지은은 아침에 와서 선물을 주고 간 뒤 저녁에도 또 왔다.나는 개업식 날이 되니 내가 아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렇게 축복을 보내줄 줄은 몰랐다.나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감동했다.나는 역시 다연 한식당을 예약했다. 이 한식당이 가게와 가깝기도 했고 음식도 괜찮았으니까.우리는 둘러앉아 먹으면서 대화했다. 분위기는 매우 즐거웠다.하지만 유독 한 사람이 계속 어울리지 못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이 선생님의 딸 이다연이었다.이다연은 여전히 예전처럼 손에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했다.이 선생님이 주의를 줬지만, 이다연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이 선생님은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나는 얼른 다가가 이 선생님께 술을 한 잔 따랐다.“이 선생님, 됐어요. 상관하지 마세요. 큰일도 아닌데요 뭘.”이 선생님은 깊은 한숨을 푹 쉬었다.“다 내 탓이야. 내 탓. 내가 자식 교육 잘못했어.”“됐어요. 안 좋은 얘기는 그만하세요.”내가 이 선생님과 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078화

    “형, 어떻게 됐어? 정수호가 동의해?”김진호는 온 신경이 이 일에 쏠려 있어 주해진이 다가오자마자 쪼르르 달려가 물었다.주해진은 돌아오는 길에 김진호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부터 고민했다. 때문에 이내 허허 웃으며 말했다.“아직은 가게 상황이 안정되지 않아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네.”“나중에? 나중에 언제? 이거 분명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거예요. 형, 우리도 계속 참을 수만은 없어요. 안 그러면 정수호가 우리를 점점 무시할 거라고요.”주해진은 김진호가 제 말을 들으면 분명 화를 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도 인내심을 가지고 차분히 말했다.“우선 조급해하지 말고 앉아서 들어 봐.”“형. 제가 조급하지 않게 생겼어요? 천수당은 우리가 인수한 가게예요. 그런데 정수호 사람들만 가게에서 돌아다니고 우리는 공기처럼 아무 역할도 못 한다고요.”“지금 짜증 내 봐야 소용 있어? 짜증 낸다고 문제가 해결돼?”주해진은 이내 얼굴을 굳힌 채 물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차분히 달랬다.“우선 앉아서 내 말 들어 봐.”주해진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가게에 돌아오는 건 당연해. 하지만 정수호는 가게가 아직 안정된 기로에 서지 않았다는 말로 거절하는데 나라고 어떻게 하겠어? 우선 인내심을 갖고 한 달만 기다려 보자. 가게 장사가 안정되면 내가 무조건 너를 여기에 꽂아줄게.”“네 말이 맞아. 우리는 절대 가게를 완전히 정수호한테 맡길 수 없어. 안 그러면 그 자식들이 장부에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그 말을 들은 김진호는 형이 아직도 자기편을 든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한 달은 너무 길지 않아요? 형, 조금 더 앞당길 수는 없어요?”김진호는 마음이 조급해 한 달 동안이나 기다릴 수 없었다.주해진은 웃으며 김진호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큰일을 할 사람이 왜 이 정도도 못 받아들여? 한 달이면 마침 가게 월매출을 볼 수 있잖아. 그때면 나도 기회를 잡을 수 있고.”김진호는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형 말에 일리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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