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말캉한 입술이 느껴지기는커녕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눈을 떠보니 형수는 어느새 욕실 문 앞에서 팔짱을 낀 채 나를 꿰뚫어 볼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수호 씨, 방금 뭐한 거예요?”형수의 질문에 나는 가슴이 콕콕 찔렸다.나쁜 짓 좀 하려고 했더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덜미만 잡히다니.너무 쪽팔렸다.게다가 더욱 중요한 건 어렵게 용기를 냈는데 형수가 그걸 망쳐버렸다는 거였다.나는 말을 더듬으며 황급히 형수의 눈을 피했다.“형수님,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요.”“천천히 씻고 나와요. 나는 저녁 준비하러 갈 테니까.”형수는 이 말만 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그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한 거야? 형수가 분명 나를 변태라고 생각할 텐데.’나는 내 얼굴을 세게 때렸다.“정수호! 너 어떻게 형수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맞지 않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심지어 넋이 나가 제대로 샤워할 수 없어 대충 씻고 나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그 시각, 형수는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나는 주방에 가서 형수를 보고 싶었지만 그럴 배짱이 없어 내 방으로 돌아갔다.“하!”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 나는 형수에게 사과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형수가 나를 그렇게 도왔는데, 나는 형수를 상대로 그런 생각이나 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했다.’나는 속으로 구시렁대며 젖은 바지를 벗었다. 그러고는 깨끗한 바지로 갈아입으려 할 때 침대에 묻은 얼룩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미 말라 있었다.‘난 분명 침대에서 한 적 없는데, 이건 어디서 났지?’나는 이때까지 형수가 나 몰래 내 침대에서 부끄러운 짓을 했다는 걸 몰랐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러고는 곧바로 깨끗한 바지로 갈아입은 뒤 주방으로 향했다.형수가 주방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처럼 주방 입구에 서 있었다.“형수님, 죄송해요. 아까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형수는 그 말에 나를 힐끗 보더니 다시
“그런데 만약 능력이 없다면 신의 자리에 앉혀도 제대로 해낼 수 없고. 그리고 아직 젊으니 더 배우라고 했어요. 그러니 한의원을 가든 말든 상관없어요.”나는 진심을 말한 것뿐인데 형수는 나를 대견하다는 듯 바라봤다.“역시 착하네요, 앞으로 크게 되겠어요.”형수는 이 말을 하면서 시선을 내 아래로 옮기더니 깜짝 놀란 듯 말했다.“방금 전에 찬물로 샤워했는데 왜 또 이렇게 됐어요?”그건 나도 답답했다.“저도 모르겠어요. 욕실에서 나온 지 얼마 안 지나서 이렇게 됐어요.”“하, 이건 수호 씨가 그동안 여자를 만나지 못해 욕구가 쌓여서 그래요. 괴로운 건 알겠지만 절대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은 하지 마요. 난 수호 씨 형수예요.”“오늘 밤 내가 알려준 대로 몰래 베란다 넘어가 봐요. 애교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어떻게 꼬셔야 할지도 감이 잡힐 거예요.”나는 애써 욕구를 억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서 형수가 나를 더 이상 보지 않을까 봐 가지고 있던 마음을 포기했다.그 사이, 형수가 전화로 형이 오늘 야근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온다는 걸 확인한 덕에 우리끼리 식사하게 되었다.식사를 마치자 날이 점점 어두워졌고, 형수는 나더러 얼른 베란다로 가라고 재촉했다.“네? 이렇게 빨리요? 이따가 가면 안 될까요?”‘아직 밖이 밝은데 너무 급한 거 아닌가?’‘아무리 그래도 애교 누나가 이 시간에 그런 짓을 할 리는 없잖아.’“수호 씨가 어떻게 알아요? 우선 넘어가서 쪼그리고 앉아 때를 기다려야죠.”형수의 끈질긴 설득 끝에 나는 결국 몰래 애교 누나네 집 베란다로 숨어들었다.역시나 침실에는 아직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거실에서 티브이 소리가 들려왔다.‘거실에서 티브이 보고 있나 보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니?’나는 무료한 나머지 베란다를 둘러봤다.그랬더니 베란다에 널려 있는 속옷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속옷은 모두 애교 누나 거였다.‘그런데 바나나는 왜 걸려있지?’‘설마 그러려는 건 아니겠지?’이건 내 생각이 더럽다고 생각할 게 아니
그때 내 호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해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무음으로 설정했다.그리고 확인했더니 형수한테서 문자가 와 있었다.형수가 보낸 말은 이러했다.[내가 애교한테 영상을 보냈는데 꼭 볼 거거든요. 그러니 재밌는 구경할 준비나 해요.]이 문자를 본 순간 나는 형수가 어떤 영상을 보냈을지 알 수 있었다.‘이런 영상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이 구한 거지?’물론 이런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깊이 생각할 틈이 없이 잔뜩 흥분하여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핸드폰을 보며 한참 도안 얼굴을 붉히더니 뭔가 망설이는 것 같았다.한참 뒤, 애교 누나는 옷장에서 검은색 레이스 슬립을 꺼내 침실 안 화장실로 향했다.그리고 곧바로 안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애교 누나는 정말로 샤워하러 간 거였다.‘형수 말은 정말 꼬박꼬박 듣네.’이건 너무나 놀라웠다.사실 애교 누나가 정색하며 형수를 말할 거라고 생각했었다.‘역시 애교 누나가 너무 오래 외롭게 지내 남자의 품이 그리웠다는 형수 말이 맞나 보네.’약 10분 정도 지나자 애교 누나가 화장실에서 나왔다.검은색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애교 누나는 무척이나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다.심지어 새하얀 가슴까지 언뜻언뜻 보였다.애교 누나의 가슴은 형수처럼 풍만하지 않았지만 봉긋 솟아 있어 속옷을 입지 않아도 무척이나 예뻤다.애교 누나는 침대에 오라가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한참 동안 아무 동작도 없었다.마치 큰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처럼.‘설마 샤워도 했으면서 후회하는 건가?’다행히 애교 누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영상을 틀었다.게다가 혼자 집에 있다는 생각에 소리를 낮게 조절하지도 않았다.내가 창밖에 숨어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를 테니까.형수가 애교 누나한테 준 영상은 역시나 야한 동영상이었다.심지어 전희도 없이 곧바로 주제로 넘어갔다.영상 속의 시음 소리에 나는 또 괴로웠고, 애교 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때 애교 누나가 이불로 제 몸을 덮더니 이불 한쪽 끝을
만약 방금 그대로 달려들어 애교 누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으면 그대로 망했을 거다.애교 누나의 성격에 신고했을 테니 말이다.그러면 나는 강간미수라는 누명을 쓴 채 평생 떳떳하지 못하게 살아야 한다.역시 색에 미치면 물불 안 가린다더니, 방금은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다.형수는 나더러 애교 누나가 뭘 하는지 지켜보라고 했지 그런 짓을 하라고 한 게 아닌데 말이다.나는 너무 두려워 누구 전화인지 상관도 하지 않고 다급히 베란다를 넘어 형수네 집으로 돌아갔다.침실에 누워있던 형수는 내가 돌아온 걸 보자 다급히 일어났다.“어땠어요?”“애교 누나가 정말 자위했어요.”“거 봐요. 내 말이 맞죠? 오랫동안 남자의 사랑에 목말라 있던 여자는 외롭고 허전하기 마련이라니까요.”형수는 한창 말하다가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왜 그래요? 안색이 왜 그렇게 안 좋아요?”나는 방금 전 하마터면 범죄를 저지를 뻔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겁이 났다.어를 때부터 늘 어른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착한 아이였기에 불법적인 일에는 더욱더 손댈 기회가 없었다.그런데 방금은 정말 이성을 잃을 뻔했다.나는 무척 후회하며 형수를 바라봤다.“형수님, 저는 사람도 아니에요.”“대체 왜 그래요?”형수가 다급히 물어봤다.그러자 나는 아까 있었던 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다시 회상하니 아직도 무서웠다.“형수님, 아까 만약 그 전화가 아니었다면 저 정말 쳐들어갔을지도 몰라요. 다시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요. 사회 초년생인 제가 그런 짓을 하려고 했다는 게. 저는 정말 사람도 아니에요.”너무 괴로워하는 나를 보자 형수는 마음 아픈 듯 내 손을 잡았다.“내가 미안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수호 씨는 착한 사람이에요.”형수는 말하면서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형수도 내가 얼마나 참아왔고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기에 충동적으로 행동하려한 나를 이해해 주었다.솔직히 태연이 지금껏 수호를 건드린 것도 수호가 괴로워하다가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를 덮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몰라요.”“일부러 애교 마음 뒤흔들려고 저러는 거예요. 매번 전화로 보고 싶다, 하고 싶다는 말만 하고 사랑은 한 번도 주지 않거든요.”그 말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인간도 아니네. 저는 밖에서 애인도 만들면서 애교 누나한테는 왜 그런대요?”형수도 따라 맞장구쳤다.“그러니까요. 왕정민은 사람도 아니에요. 배신하고 기만하는 것도 모자라 제 아내를 모함에 빠뜨리려고 머리까지 굴리다니. 이쯤 되면 인간쓰레기죠.”형수의 말을 한참 동안 들었더니 애교 누나가 너무 안쓰러웠다.남편이 밖에서 다른 애인을 만나는 것도 모르고 속고만 있다니.그런데 본인은 남편을 위해 본분을 지키겠다고, 반년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남편한테 미안한 짓 안 하겠다고 그렇게 애쓰고 있으니.그때 형수가 나를 보며 또다시 물었다.“수호 씨도 궁금하죠? 내가 왜 친구인 애교한테 이 사실을 숨기는지?”궁금한 건 사실이다.형수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나도 말해주기 싫어서 말 안 하는 게 아니라 말 못 한 거예요. 애교는 정말 어질고 착한 사람이거든요. 왕정민과 결혼한 뒤로 늘 남편 생각뿐이었어요. 오죽했으면 온통 남편과 행복하게 살 생각뿐이겠어요. 애교는 남편 엄청 사랑해요.”“아마 남편이 저를 배신할 거라는 건 꿈도 못 꿀 거예요. 이혼하고 싶어 저를 모함하려 한다는 건 더더욱 생각 못할 거고요. 그런데 만약 이 사실을 말하면 아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진흙탕 싸움을 하면 왕정민과 그 내연녀를 절대 이기지 못할 거고, 그 내연녀의 뒷배가 엄청 대단하거든요. 그렇다고 싸움에 휘말리지 않자니 이미 사실을 알아버렸는데 마음이 편하겠어요?”형수의 말을 들을수록 애교 누나가 너무 안쓰러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그때 형수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이게 현실이에요. 그 현실에 대항할 능력이 없으면 받아들여야 하지 별수 없어요. 수호 씨 형이 나한테 이걸 말해줄 때 나도 무
“형수님, 오늘 많은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진심으로 애교 누나의 마음을 얻어볼게요.”“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형수는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내 아래를 바라봤다.“애교 마음을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그런데 여기가 이런 것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고.”나도 무척 난감했다.“혹시 저 도와줄 방법 같은 거 없어요? 오해하지 마요, 저는 아주 건전한 걸 말하는 거니까. 저 정말 너무 괴로워서 미치겠어요.”이런 쪽으로 아무런 경험도 없어 나는 형수한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그때 형수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눈빛도 점점 이상야릇해졌다.하지만 날씨가 더워서 그렇겠거니 생각하며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형수님, 형수님?”형수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형수를 불렀다.그러자 형수는 놀란 토끼처럼 번쩍 정신을 차렸다.“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나는 걱정스레 물었다. 형수의 상태는 정말 어딘가 불편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형수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어떻게 도와줄 건데요?”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괴로움에 내가 다급히 묻자 형수는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여자와 달라 도구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그럼 혼자 해결해도 돼요?”나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말했잖아요, 적당히 하면 좋다고. 하지만 계속 이러면 언젠가는 몸이 망가질 거예요.”“그럼 어떻게 해요?”‘해결 방법도 없다. 그러고, 도와주지도 못한다 하고, 이건 나더러 죽으라는 거랑 뭐가 달라?’“아니면 지금 애교네 집에 갈래요?”“네? 지금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애교 누나 아직도 저한테 화나 있는데 이렇게 늦게 찾아가면 제가 나쁜 마음 품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오늘 낮에 쇼핑할 때 애교 물건도 많이 샀던 거 기억 안 나요? 그 물건 아직 내 차 트렁크에 있잖아요. 그걸 들고 가서 물건 주러 왔다고 하면 되잖아요.”맞는
나는 형수님과 함께 내려가 애교 누나의 짐을 챙겼다. 그러고 형수님과 함께 애교 누나네 집 문을 두드렸다.한참이 뒤 애교 누나는 문을 열자 형수는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걸었다.“뭐했길래 문 여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려? 혹시 무슨 부끄러운 짓 했어?”가뜩이나 발그레하던 애교 누나의 볼은 더 홍당무가 되어버렸다.형수는 일부러 애교 누나한테 그런 동영상을 보내고 이런 말장난을 쳤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딱 잡아떼며 인정하지 않았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방금 샤워했어.”“내가 보낸 것 때문에 샤워한 거야?”형수는 애교 누나를 놀리며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찔리는 듯 설명했다.“나한테 뭘 보냈는데? 나 안 봤어.”‘엥? 이렇게 뻔한 거짓말을 한다고? 내가 방금 분명 봤는데. 심지어 느낌까지 왔다고.’하지만 나는 이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몰래 훔쳐봤다는 걸 들키게 될 테니.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형수님을 따라 연기했다.“형수님, 애교 누나한테 뭘 보냈어요?”그 말에 애교 누나가 다급히 끼어들었다.“뭐긴 뭐예요. 이모티콘이죠.”그때 형수가 보내는 눈빛을 읽은 나는 얼른 물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애교 누나, 낮에 있었던 일은 잘못했어요.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그러니까 화내지 마요.”형수도 옆에서 연기하기 시작했다.“뭔데 화를 내? 두 사람 무슨 일 있었어?”“수호 씨가 말 안 했어?”애교 누나가 불안한 듯 묻자 형수는 이내 연기 혼을 불태웠다.“그냥 오후에 간장 사러 갔다가 마트에서 마주쳐 인사했는데 화내더라고만 했는데. 그것 때문에 자기가 뭐 잘못했느냐면서 한참을 물어봤어.”“아마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오늘 잠도 못 잘걸. 그래서 물건도 가져다줄 겸 같이 왔어. 두 사람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데? 내 앞에서 말해봐.”애교 누나는 입술을 깨물며 부끄러워했다.이쯤 되면 내가 나설 차례라 나는 얼른 끼어들었다.“형수님, 이건 저랑 애교 누나 일이니까 둘이 해결하고 싶어요.”“
솔직히 애교도 속으로는 찔렸다.그때 그 모습을 보고 소리 지르거나 바로 도망치지 않고 한참을 바라봤다는 걸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 없었다.그러다가 수호가 또 그 일을 입 밖에 꺼낼까 봐 얼른 말을 잘랐다.“그럼 저 용서해 주는 거예요?”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애교 누나는 낮게 콧방귀를 뀌었다.“그 일은 모르고 그랬다. 하지만 마트에서는 왜 그랬는데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내가 그렇게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이것 때문에 화난 거였어?’이제 한번 본 사람한테 그런 말을 했으니 내가 본인을 가볍게 봤다고 생각한 모양이다.그리고 그 계기는 아침에 했던 그 마사지 때문이었다.아침에 내가 그렇게 서슴없이 만져 댔는데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으니 내가 오해해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으니까.그래서 후회하고 괴로워했던 거였다.태연은 가벼운 유혹도 뿌리치지 못하는 자신이 못내 미웠다.젊은 총각이 마사지하면서 서슴없이 만져대는 걸 거절도 하지 않았으니 상대가 저를 가벼운 사람이라고 오해한 거라고 생각했다.유부녀이면서 본분도 지키지 않은 자신이 못내 원망스러워 애교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한편 나는 애교 누나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터라 당황해서 다급히 변명했다.“애교 누나, 저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누나처럼 착하고 다정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를 두고 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누나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여자예요.”그 말을 들은 애교는 커다란 눈으로 수호를 바라봤다.지난 몇 년 동안 애교를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여자’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심지어 5년이라는 결혼생활 동안 남편조차 애교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니 이제 막 연애에 눈을 뜬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마치 정민과 연애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하지만 아쉽게도 눈앞의 남자는 남편이 아니었다.그런 애교 누나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나는 한참 동안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농담을 해요?”나는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하지만 백연우가 내 가슴을 꼬집으며 말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이러는 건데? 호의를 무시하지 마.”“알았어요. 백 쌤 말 대로 됐으면 좋겠네요.”그러던 그때 백연우가 갑자기 내 품에 안겼다.“그동안 나 보고 싶지 않았어?”“저기, 백 쌤. 형수가 옆에 누워 있는데 좀 이러지 않으면 안 돼요?”“내가 보고 싶었냐고 물어본 것뿐이잖아.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왜 겁을 먹고 그래?”“형수 앞에서 이러고 싶지 않아요.”“얼씨구. 지난번에 나 찾아왔을 때는 여자를 본 적 없는 남자처럼 달려들더니.”그 말에 나는 일순 난처했다.현재 형수가 의식이 없어 듣지 못하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분명 화부터 냈을 거다.나는 백연우를 내 다리 위에서 내려보내고는 무의식적으로 형수를 바라봤다. 그때 형수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나는 너무 기뻐 다급히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 형수. 내 말 들리는 거죠?”백연우도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야? 반응했어?”백연우는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형수를 살폈다.“아니잖아.”“제가 분명 봤어요. 형수의 속눈썹이 떨렸어요.”“잘못 본 거 아니야?”“아니에요. 잘못 볼 리 없어요. 똑똑히 봤어요.”이번만큼 나는 형수의 속눈썹이 떨리는 걸 분명히 봤다.백연우는 팔짱을 낀 채 나를 꿰뚫어 볼 듯 노려봤다.“정수호, 아주 소설을 써라.”“거짓말 아니라니까요. 진짜예요.”“헛것을 봤겠지. 그동안 너무 바쁜 데다 욕구가 쌓여 잘못 본 게 틀림없어. 내가 욕구 좀 풀어줄게. 어때?”백연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 목을 끌어안았다.그 순간 나는 놀랍게도 형수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나는 그제야 형수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아 반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내가 이런 방식으로 형수한테 자극을 주면 형수가 깨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나는 설명할 새도 없이 백연우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임유미는 그동안 밤이 깊어 날이 어두워지면 외로움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어 누군가에게 보살핌받고 싶다는 생각에 지배되곤 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사람 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지 남편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임유미는 정호섭이 자기한테 미안해 이혼할 생각까지 했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정호섭이 자기 마음을 알면 또 그런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 순간 든 생각은 현재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몰래 해결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이었다.임유미는 집에 들어가 화장실에서 몰래 욕구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호섭이 도중에 자기를 부르면 흥이 깨질까 봐 걱정되었다.그에 반해 복도는 오히려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마음껏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임유미는 몰래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더 없이 벅차올랐다.지금껏 임유미는 이런 짓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 짜릿하고 두근거렸다.하지만 친구들을 떠올리니 자기도 이제는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자는 자기 욕구를 너무 억누르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병이 올 수 있으니까.최근 들어 소여정과 백연우처럼 자유롭고 멋지게 사는 게 부럽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기에 임유미도 자기를 바꿔보고 싶었다. 결국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임유미의 핸드폰은 주인처럼 깨끗하다. 그동안 지저분한 사이트는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으니까. 때문에 한순간 어떤 사이트에서 영상을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그러다가 문득 소여정한테서 받았던 노골적인 사진이 떠올라 그걸 찾아냈다. 그 사진은 너무 노골적이라 예전에는 너무 부끄러워 제대로 보지도 못했었다.임유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자기와 남편이 예전에 잠자리를 가지던 모습을 떠올랐다. 그렇듯 점점 옛 추억에 빠지는 느낌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한편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사모님 집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나는 고수연을 집에
하지만 사모님이 소파에서 일어나 막 내려왔을 때 나도 마침 사장님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 때문에 사모님 치마가 흠뻑 젖은 걸 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나는 순간 흠칫 놀랐다.하지만 경험 많은 내가 그 축축한 곳이 어디인지를 모를 리가 없었다.나는 사모님이 마사지 받은 거로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다만 사모님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고 예민한지라 대놓고 뭐라 얘기할 수 없었다.나는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사모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것처럼 허둥댔다. 이 모습만큼은 절대로 나한테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하필 내가 그걸 봐버린 것이다.내가 떠나려 하자 사모님은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수호 씨, 잠깐만요.”“사모님, 사장님은 이미 주무셨어요. 사모님도 일찍 주무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나는 흠뻑 젖은 사모님의 치마에 자꾸 시선이 가 더 이상 이 곳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나는 한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내가 허둥지둥 도망치려 하자 사모님은 더욱 조마조마했다.내가 당황한다는 건 봤다는 걸 설명하니까.사모님은 내가 자기를 나쁜 여자라고 오해할까 봐 더욱 불안했다. 때문에 그 길로 나를 쫓아 나왔다.나는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다만 사모님 집은 20층인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올라오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그때 뒤에서 쫓아 나오는 사모님이 눈에 보이자 내 마음은 더욱 조마조마했다.‘왜 쫓아 나오는 거지?’‘설마 앞으로 오지 말라고 또 욕하려고 그러나?’나는 그런 상황이 너무 싫었다.“수호 씨, 난 수호 씨가 생각한 그런 여자 아니에요. 절대 날 오해하지 말아요. 난 그저... 너무 오랫동안 남편과 가까워지지 않아 몸이 예민했던 것뿐이에요.”사모님은 나를 나무라기는커녕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그 모습은 너무나도 의외였다. 그와 동시에 사모님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나는 다급히 말했다.“사모
사모님은 바삐 움직이면서 가끔 어깨와 허리를 주물러댔다. 그 모습만 봐도 그동안 힘들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때문에 사장님이 다시 사모님을 설득할 때 나는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고 협조하며 말했다.“사모님, 보아하니 허리가 불편한 것 같은데. 제가 주물러 드릴게요.”“아, 아니에요.”“유미야. 내 말 좀 들어 봐. 정 싫으면 내가 주물러줄게.”사장님은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하지만 사모님 역시 사장님을 안쓰러워했다.“어떻게 그래? 자기 몸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닌데. 무리야.”사모님은 말하면서 나를 보더니 결국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럼 수호 씨가 주물러 줘요. 하지만 난 우리 남편 말고 다른 이성이 나한테 닿는 게 싫으니 이따가 담요 덮고 해줘요.”“물론이죠.”나는 흔쾌히 대답했다.사모님은 내가 함부로 하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사장님 옆에 있는 소파에 엎드렸다.사장님 앞에서 마사지를 받으면 내가 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한 모양이다.사실 나도 사모님한테 뭔 짓을 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사모님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피로를 풀어줄 생각이었다.나는 내 마음이 매우 순수하다고 맹세하라면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내 손이 사모님 허리에 닿았을 때, 뻣뻣하게 굳은 사모님 몸이 손끝에서 느껴지자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내 손은 크고도 두꺼운 데다 힘이 있었다.때문에 가볍게 사모님 허리를 주무르는 순간, 사모님은 남성의 파워를 단번에 느꼈다.그래서인지 너무 오랫동안 남자의 손길을 받아본 적 없는 사모님은 이내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이에 사모님은 매우 부끄러워했다. 자기 남편이 있는 앞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죄책감마저 들었다.하지만 허튼 생각 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지만 내가 마사지하면 할수록 사모님은 점점 편안한 느낌에 매료되었다. 심지어는 은근히 내 손이 등을 타고 올라올 것을 기대했다.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사모님은 깜짝 놀랐다.‘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너무
나는 사장님의 생각이 이토록 깊고 이렇게 멀리까지 내다보실 줄은 몰랐다. 그 사실이 너무 놀랍고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나는 사장님 같은 혜안을 가지라면 멀었는데 말이다.나는 아직 평범한 사람이라 아직은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신세다. 하지만 정 사장님의 사상은 이미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평생 노력해도 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이 순간 정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은 더 깊어졌다.“수호 씨, 하고 싶은 일 마음 편히 해. 걱정할 거 없어. 사람이 걱정이 너무 많으면 이것저것 발목을 잡을 거고 겁을 먹어 결국엔 마음껏 뜻을 펼치지 못할 거야.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무서울 게 없다는 패기로 덤벼야 해. 그래야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고 용감하게 전진할 수 있어.”나는 정 사징님이 전수해 준 교훈을 마음 깊이 새겼다. 그때, 사모님이 깨끗이 씻은 과일을 들고나왔다.“수호 씨, 과일 먹어요.”사모님의 새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보니 나는 순간 또 그날 본 춤추는 나비가 떠올라 얼른 시선을 피했다.그날 용천 호텔에서 몸을 섞은 상대가 사모님이 옳든 아니든 나는 반드시 사모님과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사모님은 부드럽고 다정하며 강남시 여자들한테만 있는 온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심지어는 향긋하고 달콤한 밀크티 같아 기분이 우울할 때면 맛보고 싶어질 정도다.비록 사모님을 상대로 무례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 몸과 마음은 자꾸만 저도 모르게 사모님께 끌려 나도 너무 곤혹이었다.“수호 씨, 우리 아내가 그동안 나 돌보느라 고생해서 이따 수호 씨가 마사지 좀 해줘.”“싫어!”사모님은 놀란 토끼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며 본능적으로 거절했다.나도 썩 내키지 않았는데 사모님 반응이 이토록 클 주은 생각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사장님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여보, 수호 씨는 남 아니야. 우리 친동생이나 다름없다고.”“그, 그래도 안 돼. 내가 이성과 접촉하는 걸 싫어한다는 거 알잖아.”나도 얼른 끼
민우가 되물었다.“수호가 그럴 자격이 왜 없는데요? 얼마 전에 가게에 일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나선 게 누군데요? 위험을 무릅쓰고 가게를 위기에서 구출한 건 또 누군데요? 본인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때 왜 맨 앞에 나서지 않았어요? 왜 그 사람들과 싸우지 않았는데요?”“맞아요. 수호 씨가 아니면 화인당이 다시 평화를 되찾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착실히 일하고 싶고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수호 씨가 가게 규칙을 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들은 모두 주동적으로 수호 씨를 찾아온 거예요. 준희 씨처럼 특수 서비스니 뭐니 하면서 고객을 꼬신 적 없다고요.”“수호 씨는 정 사장님 목숨도 구해줬어요. 그런데 수호 씨가 가게 이인자가 되는 게 뭐 문제 있어요?”“진짜 문제 있는 건 준희 씨겠죠. 준희 씨는 수호 씨가 부럽고 질투 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수호 씨가 잘나가는 꼴이 보기 싫은 거잖아요. 하지만 너무 비겁한 거 아니에요?”안준희는 가게 식구들이 모두 내 편을 들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말 잘못한 사람이 오직 본인이 된 것만 같았다.안준희는 뭐라고 더 변명하려 했지만 민우가 때마침 달려들었다.“당장 나가요. 여긴 당신 반기지 않으니까.”모태진과 오민혁을 포함한 다른 직원들도 한꺼번에 달려들어 안준희를 쫓아냈다. 그러고는 모두 나한테 다가와 너무 마음에 두지 말라고 위로했다.그 순간 나는 밀려오는 감동을 참을 수 없었다.비록 너무 오글거려 말은 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나를 어떻게 도와줬는지만은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그날 저녁 나는 사모님 댁에 갔다.이번에는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간 거였기에 나는 윤지은의 당부를 신경 쓰지 않았다.내가 오지 않은 동안 사장님의 안색은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사모님은 사장님을 조심스럽게 부축해 걷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 걷다 지친 사장님은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수호 씨, 얼른 와서 앉아. 여기 앉아.”사장님은
“정수호. 적당히 해. 너는 가게에서 마음대로 하면서 다른 사람은 하면 안 돼? 네가 뭔데?”나는 안준희가 나한테 불만을 품고 있고 그 외 다른 직원들도 안준희를 본받으려 한다는 걸 알고 있다.이런 풍기 문란한 짓은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단번에 싹을 잘라야 한다. 만약 내가 안준희한테 엄중한 벌을 내리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는 가게 전체를 좀먹게 할 거다.이 모든 건 확실히 나 때문이기도 했다. 때문에 나는 직원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다들 나한테 불만이 있는 거 알아요. 정 사장님이 나한테만 특별대우해 준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졍 사장님은 나한테만 특별대우해 준 적 없어요.”“사장님은 워낙 착한 분이고 가게 모든 직원에게 평소에도 잘해주세요. 심지어 직원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피차 보기 껄끄러울 정도로 일을 심각하게만 하지 않으면 항상 눈감아주셨어요.”“그리고... 평소에 예쁜 여자들이 자꾸만 나를 찾아온다고 내가 여성 고객들한테 뭘 했다고 생각하나 본데요. 나는 고객한테 암시를 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 여성분들이 왜 찾아왔는지는 말하기 곤란하지만.”“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가게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한약방이에요. 뒤에서 불법적인 장사를 하며 제 주머니를 챙기는 행위는 금물이에요.”안준희는 내 말에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말은 잘하네. 그 말을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물어봐.”나는 사라들을 한 바퀴 빙 둘러봤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이미 답을 얻었다.다른 동료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안준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규칙을 어긴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아마 모두가 요행을 바랄 거다. 때문에 그 본보기를 보여줄 상대를 안준희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요. 가게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반드시 처벌할 거니까.”“정수호.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 설마 나를 쫓아내기라도 하겠다고?”“준희 씨 말이
형수는 동생 두 명이 번갈아 가며 돌보고 있기에 나도 시간 내서 화인당에 출근할 수 있었다.현재 천수당은 더 이상 개업을 미루면 안 되는 상황이다.현성이 2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는데 친구가 돼서 그에게 손해를 안겨줄 수는 없었으니까.마음을 정한 나는 화인당으로 찾아가 민우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그러자 민우가 걱정되는 듯 말했다.“그럼 정 사장님은 어떡해? 정 사장님이 나한테 잘해주셨는데 회복하기도 전에 내가 가면 너무 미안하잖아.”“네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오늘 내가 직접 사장님을 만나 상황을 말씀드릴 생각이야.”정 사장님이 때리든 욕하든 나 혼자만 감당하면 될 일이었다.“수호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뭔데?”“안준희 씨 일이야.”“안준희 씨가 왜?”안준희는 전에 화인당 규칙을 어기고 손님들에게 특별 서비스를 제공해 한번 경고를 준 적이 있다.그 이후로 나는 안준희가 당연히 좀 수그러들 줄 알았는데 민우가 뜻밖의 얘기를 했다.“안준희 씨가 여성 고객만 보면 특별 서비스가 필요한지 묻는대. 그래서 지금 가게 분위기가 엉망이야. 내가 말하면 귓등으로도 안 들어.”“그래. 알았어. 가서 일 봐.”민우가 떠난 뒤 나는 직접 안준희를 찾아갔다.“하던 일 잠시 멈추고 나 좀 봐요.”“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요. 나 지금 바빠서 시간 낼 수 없어요.”안준희는 내가 안중에도 없었다.안준희가 이렇게까지 건방질 줄은 몰랐기에 나는 어두운 얼굴로 다가가 안준희가 하던 일을 막았다.“나 지금 이 가게 두 번째 주인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내 말도 안 듣겠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안준희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난 수호 씨랑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이만 나가줘요.”“나도 준희 씨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떠나줘야겠어요.”안준희는 입가에 냉소를 띤 채 나를 바라봤다.“왜요? 지금 나 쫓아내겠다는 뜻이에요? 정 사장님 대신 가게 며칠 봤다고 본인이 정말 이인자라도 되는 줄 알아
지난번에 진용진이 형수를 건드리려고 해서 나와 형수가 함께 놈을 골목으로 유인해 흠씬 때려준 뒤, 진용진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때문에 아직도 나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나는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경고했다.“앞으로 고수연 씨 괴롭히지 마. 고수연 씨도 혼자 아니야. 고수연 씨 뒤에도 사람 있다고.”[설마 너야? 웃겨 정말. 이 여자 저 여자 다 욕심나나 봐? 고태연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고수연이랑도 잤냐?]나는 내 결백을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진용진은 나와 고수연 사이에 뭔가 있다고 단언하고 있으니 내가 뭐라고 설명해도 믿지 않을 게 뻔했다.나는 싸늘하게 말했다.“마음대로 생각해. 내가 너한테 전화한 건 경고하기 위해서야. 앞으로 또 고수연을 괴롭히면 절대 가만있지 않아.”할 말을 마친 뒤 나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아무 생각 없이 주차장에 도착한 나는 그제야 차키를 윤지은에게 이미 돌려줬다는 게 떠올랐다. 나는 결국 다시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도장으로 향했다.최근 나는 매일 도관에 가는 걸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건 가장 기본적이다. 만약 자기 몸 하나 지키지 못하면 남을 지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진다.며칠 동안의 단련을 통해 나는 스스로도 큰 변화를 느꼈다. 때문에 끝까지 꾸준히 연습해 한계를 끌어올릴 작정이었다.오후까지 연습하니 나는 어느새 땀에 흠뻑 젖었다. 하지만 몸은 오히려 개운했다.변석훈과 작별한 뒤, 나는 천수당에 들렀다.천수당은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어 개업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매일 여러 가지 잡다한 일로 바빠 요즘은 민우가 화인당을 맡고 있고 현성이 천수당을 관리하고 있다.다만 부잣집 도련님이라 평소 손가락에 물 한번 묻힌 적 없는 현성이 이런 일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하지만 놀랍게도 현성은 천수당을 아주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건 너무 놀라울 따름이었다.“의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