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으면서 결국 이렇게 마무리 짓는 형수 때문에 나는 마음이 간질거렸다.

전에 형수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될 리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형수를 보며 용기 내어 말했다.

“형수님, 제가 씻는 거 도와줄래요?”

“네? 내가요?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나는 솔직한 내 생각을 말했다.

“나 대신 씻겨달라는 거 아니에요. 그냥 등만 밀어달라는 거지.”

“그래도 안 돼요.”

형수의 거절에 나는 너무 괴로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캐물었다.

“왜요?”

“다 큰 성인 남성이 나체로 내 앞에 서 있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팬티만 입고 있었을 때도 다 봤으면서.”

나는 이대로 포기하기 싫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형수와 함께 들어가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형수는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수호 씨 말대로 아까는 팬티를 입고 있었잖아요. 이따가 샤워하려면 나체로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디 같아요?”

“다를 건 또 뭔데요?”

나는 포기하지 않고 중얼거렸다.

‘고작 천 쪼가리 한 장일 뿐인데, 볼 것도 이미 다 봤으면서.’

형수는 내 말을 들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요? 기분 안 좋아요?”

“아니요.”

“아니긴. 표정에서 다 티 나거든요.”

형수를 보니 내 마음은 또 요동쳤다.

하지만 결국 용기 내어 말했다.

“형수님, 혹시 저랑 장난하는 거예요?”

“왜 그렇게 말해요?”

“저를 자꾸만 무시하잖아요. 괴로워하는 거 뻔히 알면서 야릇한 말만 하다가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하고.”

형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 때문에 화난 거예요? 그럼 하나만 물을게요. 내가 잠옷을 입고 집에서 돌아다니는 거랑 아무것도 안 걸치고 돌아다니는 게 같아요?”

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형수의 눈치를 살폈다.

형수는 방금 샤워하고 나와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슴에 더욱 눈길이 갔다.

‘원래부터 큰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가뜩이나 터질 것 같던 아래가 점점 더 괴로웠다.

그때 형수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것 봐요. 수호 씨가 옷을 입고 있을 때는 내가 뭐라고 하든 괜찮지만, 만약 아무것도 안 입고 있으면 의미가 달라진다고요. 알겠어요?”

어느 정도 형수의 뜻을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간질거리는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뭐요?”

“그래도 같이 들어가고 싶어요. 옷 다 벗지 않을게요. 씻겨 달라는 소리도 안 할게요. 그냥 등만 밀어줘요.”

나는 형수가 거절할까 봐 온갖 변명을 대며 설득했다.

“저더러 마음을 열라면서요? 이번에는 저를 가르친다고 생각해요.”

형수는 팔짱을 낀 채 나를 꿰뚫어 볼 듯 응시했다.

그러다 내가 찔려서 고개를 숙이니 끝내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이번 한 번만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물론 형수와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좁은 욕실에 단둘이 있다면 스킨십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