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 호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해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무음으로 설정했다.그리고 확인했더니 형수한테서 문자가 와 있었다.형수가 보낸 말은 이러했다.[내가 애교한테 영상을 보냈는데 꼭 볼 거거든요. 그러니 재밌는 구경할 준비나 해요.]이 문자를 본 순간 나는 형수가 어떤 영상을 보냈을지 알 수 있었다.‘이런 영상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이 구한 거지?’물론 이런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깊이 생각할 틈이 없이 잔뜩 흥분하여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핸드폰을 보며 한참 도안 얼굴을 붉히더니 뭔가 망설이는 것 같았다.한참 뒤, 애교 누나는 옷장에서 검은색 레이스 슬립을 꺼내 침실 안 화장실로 향했다.그리고 곧바로 안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애교 누나는 정말로 샤워하러 간 거였다.‘형수 말은 정말 꼬박꼬박 듣네.’이건 너무나 놀라웠다.사실 애교 누나가 정색하며 형수를 말할 거라고 생각했었다.‘역시 애교 누나가 너무 오래 외롭게 지내 남자의 품이 그리웠다는 형수 말이 맞나 보네.’약 10분 정도 지나자 애교 누나가 화장실에서 나왔다.검은색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애교 누나는 무척이나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다.심지어 새하얀 가슴까지 언뜻언뜻 보였다.애교 누나의 가슴은 형수처럼 풍만하지 않았지만 봉긋 솟아 있어 속옷을 입지 않아도 무척이나 예뻤다.애교 누나는 침대에 오라가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한참 동안 아무 동작도 없었다.마치 큰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처럼.‘설마 샤워도 했으면서 후회하는 건가?’다행히 애교 누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영상을 틀었다.게다가 혼자 집에 있다는 생각에 소리를 낮게 조절하지도 않았다.내가 창밖에 숨어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를 테니까.형수가 애교 누나한테 준 영상은 역시나 야한 동영상이었다.심지어 전희도 없이 곧바로 주제로 넘어갔다.영상 속의 시음 소리에 나는 또 괴로웠고, 애교 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때 애교 누나가 이불로 제 몸을 덮더니 이불 한쪽 끝을
만약 방금 그대로 달려들어 애교 누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으면 그대로 망했을 거다.애교 누나의 성격에 신고했을 테니 말이다.그러면 나는 강간미수라는 누명을 쓴 채 평생 떳떳하지 못하게 살아야 한다.역시 색에 미치면 물불 안 가린다더니, 방금은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다.형수는 나더러 애교 누나가 뭘 하는지 지켜보라고 했지 그런 짓을 하라고 한 게 아닌데 말이다.나는 너무 두려워 누구 전화인지 상관도 하지 않고 다급히 베란다를 넘어 형수네 집으로 돌아갔다.침실에 누워있던 형수는 내가 돌아온 걸 보자 다급히 일어났다.“어땠어요?”“애교 누나가 정말 자위했어요.”“거 봐요. 내 말이 맞죠? 오랫동안 남자의 사랑에 목말라 있던 여자는 외롭고 허전하기 마련이라니까요.”형수는 한창 말하다가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왜 그래요? 안색이 왜 그렇게 안 좋아요?”나는 방금 전 하마터면 범죄를 저지를 뻔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겁이 났다.어를 때부터 늘 어른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착한 아이였기에 불법적인 일에는 더욱더 손댈 기회가 없었다.그런데 방금은 정말 이성을 잃을 뻔했다.나는 무척 후회하며 형수를 바라봤다.“형수님, 저는 사람도 아니에요.”“대체 왜 그래요?”형수가 다급히 물어봤다.그러자 나는 아까 있었던 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다시 회상하니 아직도 무서웠다.“형수님, 아까 만약 그 전화가 아니었다면 저 정말 쳐들어갔을지도 몰라요. 다시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요. 사회 초년생인 제가 그런 짓을 하려고 했다는 게. 저는 정말 사람도 아니에요.”너무 괴로워하는 나를 보자 형수는 마음 아픈 듯 내 손을 잡았다.“내가 미안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수호 씨는 착한 사람이에요.”형수는 말하면서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형수도 내가 얼마나 참아왔고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기에 충동적으로 행동하려한 나를 이해해 주었다.솔직히 태연이 지금껏 수호를 건드린 것도 수호가 괴로워하다가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를 덮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몰라요.”“일부러 애교 마음 뒤흔들려고 저러는 거예요. 매번 전화로 보고 싶다, 하고 싶다는 말만 하고 사랑은 한 번도 주지 않거든요.”그 말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인간도 아니네. 저는 밖에서 애인도 만들면서 애교 누나한테는 왜 그런대요?”형수도 따라 맞장구쳤다.“그러니까요. 왕정민은 사람도 아니에요. 배신하고 기만하는 것도 모자라 제 아내를 모함에 빠뜨리려고 머리까지 굴리다니. 이쯤 되면 인간쓰레기죠.”형수의 말을 한참 동안 들었더니 애교 누나가 너무 안쓰러웠다.남편이 밖에서 다른 애인을 만나는 것도 모르고 속고만 있다니.그런데 본인은 남편을 위해 본분을 지키겠다고, 반년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남편한테 미안한 짓 안 하겠다고 그렇게 애쓰고 있으니.그때 형수가 나를 보며 또다시 물었다.“수호 씨도 궁금하죠? 내가 왜 친구인 애교한테 이 사실을 숨기는지?”궁금한 건 사실이다.형수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나도 말해주기 싫어서 말 안 하는 게 아니라 말 못 한 거예요. 애교는 정말 어질고 착한 사람이거든요. 왕정민과 결혼한 뒤로 늘 남편 생각뿐이었어요. 오죽했으면 온통 남편과 행복하게 살 생각뿐이겠어요. 애교는 남편 엄청 사랑해요.”“아마 남편이 저를 배신할 거라는 건 꿈도 못 꿀 거예요. 이혼하고 싶어 저를 모함하려 한다는 건 더더욱 생각 못할 거고요. 그런데 만약 이 사실을 말하면 아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진흙탕 싸움을 하면 왕정민과 그 내연녀를 절대 이기지 못할 거고, 그 내연녀의 뒷배가 엄청 대단하거든요. 그렇다고 싸움에 휘말리지 않자니 이미 사실을 알아버렸는데 마음이 편하겠어요?”형수의 말을 들을수록 애교 누나가 너무 안쓰러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그때 형수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이게 현실이에요. 그 현실에 대항할 능력이 없으면 받아들여야 하지 별수 없어요. 수호 씨 형이 나한테 이걸 말해줄 때 나도 무
“형수님, 오늘 많은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진심으로 애교 누나의 마음을 얻어볼게요.”“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형수는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내 아래를 바라봤다.“애교 마음을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그런데 여기가 이런 것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고.”나도 무척 난감했다.“혹시 저 도와줄 방법 같은 거 없어요? 오해하지 마요, 저는 아주 건전한 걸 말하는 거니까. 저 정말 너무 괴로워서 미치겠어요.”이런 쪽으로 아무런 경험도 없어 나는 형수한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그때 형수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눈빛도 점점 이상야릇해졌다.하지만 날씨가 더워서 그렇겠거니 생각하며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형수님, 형수님?”형수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형수를 불렀다.그러자 형수는 놀란 토끼처럼 번쩍 정신을 차렸다.“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나는 걱정스레 물었다. 형수의 상태는 정말 어딘가 불편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형수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어떻게 도와줄 건데요?”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괴로움에 내가 다급히 묻자 형수는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여자와 달라 도구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그럼 혼자 해결해도 돼요?”나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말했잖아요, 적당히 하면 좋다고. 하지만 계속 이러면 언젠가는 몸이 망가질 거예요.”“그럼 어떻게 해요?”‘해결 방법도 없다. 그러고, 도와주지도 못한다 하고, 이건 나더러 죽으라는 거랑 뭐가 달라?’“아니면 지금 애교네 집에 갈래요?”“네? 지금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애교 누나 아직도 저한테 화나 있는데 이렇게 늦게 찾아가면 제가 나쁜 마음 품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오늘 낮에 쇼핑할 때 애교 물건도 많이 샀던 거 기억 안 나요? 그 물건 아직 내 차 트렁크에 있잖아요. 그걸 들고 가서 물건 주러 왔다고 하면 되잖아요.”맞는
나는 형수님과 함께 내려가 애교 누나의 짐을 챙겼다. 그러고 형수님과 함께 애교 누나네 집 문을 두드렸다.한참이 뒤 애교 누나는 문을 열자 형수는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걸었다.“뭐했길래 문 여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려? 혹시 무슨 부끄러운 짓 했어?”가뜩이나 발그레하던 애교 누나의 볼은 더 홍당무가 되어버렸다.형수는 일부러 애교 누나한테 그런 동영상을 보내고 이런 말장난을 쳤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딱 잡아떼며 인정하지 않았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방금 샤워했어.”“내가 보낸 것 때문에 샤워한 거야?”형수는 애교 누나를 놀리며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찔리는 듯 설명했다.“나한테 뭘 보냈는데? 나 안 봤어.”‘엥? 이렇게 뻔한 거짓말을 한다고? 내가 방금 분명 봤는데. 심지어 느낌까지 왔다고.’하지만 나는 이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몰래 훔쳐봤다는 걸 들키게 될 테니.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형수님을 따라 연기했다.“형수님, 애교 누나한테 뭘 보냈어요?”그 말에 애교 누나가 다급히 끼어들었다.“뭐긴 뭐예요. 이모티콘이죠.”그때 형수가 보내는 눈빛을 읽은 나는 얼른 물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애교 누나, 낮에 있었던 일은 잘못했어요.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그러니까 화내지 마요.”형수도 옆에서 연기하기 시작했다.“뭔데 화를 내? 두 사람 무슨 일 있었어?”“수호 씨가 말 안 했어?”애교 누나가 불안한 듯 묻자 형수는 이내 연기 혼을 불태웠다.“그냥 오후에 간장 사러 갔다가 마트에서 마주쳐 인사했는데 화내더라고만 했는데. 그것 때문에 자기가 뭐 잘못했느냐면서 한참을 물어봤어.”“아마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오늘 잠도 못 잘걸. 그래서 물건도 가져다줄 겸 같이 왔어. 두 사람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데? 내 앞에서 말해봐.”애교 누나는 입술을 깨물며 부끄러워했다.이쯤 되면 내가 나설 차례라 나는 얼른 끼어들었다.“형수님, 이건 저랑 애교 누나 일이니까 둘이 해결하고 싶어요.”“
솔직히 애교도 속으로는 찔렸다.그때 그 모습을 보고 소리 지르거나 바로 도망치지 않고 한참을 바라봤다는 걸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 없었다.그러다가 수호가 또 그 일을 입 밖에 꺼낼까 봐 얼른 말을 잘랐다.“그럼 저 용서해 주는 거예요?”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애교 누나는 낮게 콧방귀를 뀌었다.“그 일은 모르고 그랬다. 하지만 마트에서는 왜 그랬는데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내가 그렇게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이것 때문에 화난 거였어?’이제 한번 본 사람한테 그런 말을 했으니 내가 본인을 가볍게 봤다고 생각한 모양이다.그리고 그 계기는 아침에 했던 그 마사지 때문이었다.아침에 내가 그렇게 서슴없이 만져 댔는데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으니 내가 오해해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으니까.그래서 후회하고 괴로워했던 거였다.태연은 가벼운 유혹도 뿌리치지 못하는 자신이 못내 미웠다.젊은 총각이 마사지하면서 서슴없이 만져대는 걸 거절도 하지 않았으니 상대가 저를 가벼운 사람이라고 오해한 거라고 생각했다.유부녀이면서 본분도 지키지 않은 자신이 못내 원망스러워 애교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한편 나는 애교 누나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터라 당황해서 다급히 변명했다.“애교 누나, 저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누나처럼 착하고 다정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를 두고 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누나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여자예요.”그 말을 들은 애교는 커다란 눈으로 수호를 바라봤다.지난 몇 년 동안 애교를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여자’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심지어 5년이라는 결혼생활 동안 남편조차 애교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니 이제 막 연애에 눈을 뜬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마치 정민과 연애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하지만 아쉽게도 눈앞의 남자는 남편이 아니었다.그런 애교 누나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나는 한참 동안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이런 상황에 사실대로 말하면 애교 누나가 나를 변태라고 오해할 거라는 생각에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평소에는 이러지 않아요.”“그럼 뭐예요? 나를 봐서 이렇게 됐다는 뜻이에요?”애교 누나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아니에요. 저 누나한테 무례하게 굴 생각 정말 없어요. 이렇게 된 건 누나가 너무 예뻐서 그래요. 남자는 예쁜 여자한테 끌리는 법이니까요.”내 말에 애교 누나의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더니 급기야 내 눈을 피하기 시작했다.나는 애교 누나가 또 화를 낼까 봐 다급히 말을 보탰다.“제가 누나한테 마음이 있는 건 맞지만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아요. 누나는 제 마음속에 여신 같은 존재예요. 누나처럼 다정하고 예쁜 여신 본 적 없어요.”“됐어요. 그만해요. 여신은 무슨. 태연이 수호 씨를 그렇게 점잖다고 칭찬하던데, 이제 보니 그런 것 같지만은 않네요.”애교 누나는 이러다가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됐는지 얼른 내 말을 잘랐다.애교 누나가 화를 내지 않자 나는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그럼 이제 저 용서하는 거죠?”“이번 일은 이렇게 넘어갈게요.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요. 나 수호 씨 형수 친구예요. 나아 차이만 해도 열 살은 족히 넘는다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날아갈 것만 같던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졌다.‘애교 누나는 역시 보수적이네. 어떻게 공략해도 먹히지 않으니 원.’이러다가 언제 애교 누나를 손에 넣을지 걱정이다.형수는 건드릴 수 없고, 애교 누나는 공략하기 너무 힘들고, 나만 가운데서 괴로웠다.하지만 생각할수록 아래가 점점 뻐근해 났다.“이, 이거 왜 또 커졌어요?”애교 누나는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졌지만 시선은 애 아래에 계속 고정했다.나는 너무 난감해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어쩔 수 없어요. 원래 이 사이즈라.”“그래도 너무 큰데. 내 남편보다 한참은 더 크잖아.”애교 누나가 하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려 제대로 듣지 못한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방
하지만 형수의 마음은 내가 아니라 형수의 친구 애교 누나한테 가 있었다.형수는 애교 누나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그리고 애교 누나는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서는 내 눈을 보지 못했다.애교 누나가 이럴수록 매우 갈망하고 있다는 걸 설명했다.하지만 애교 누나 같은 성격은 아무리 원하고 갈망해도 마음속에 담아둔 채로 절대 말하지 않는다.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의 속내를 파헤치려면 표정을 잘 살펴야 한다.형수는 마침 그 분야의 고수기도 하기에 애교 누나의 표정을 보자마자 생각을 읽었다.“그럼 얼른 휴식해. 우리는 이만 가볼게. 내일 우리 집에 오는 거 잊지 마. 수호 씨한테서 마사지 받아야지.”형수는 이 말을 하면서 나에게 나가자는 눈빛을 보냈다.솔직히 떠나기 아쉬웠지만 나는 할 수 없이 형수를 따라 애교 누나 집을 나섰다.그렇게 집으로 돌아오자 형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요. 애교도 몸이 달아올랐어요.”하지만 나는 아직도 애교 누나가 나한테 화난 것 같았다.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형수에게 물었다.“하지만 아까 애교 누나가 저와 대화하다가 갑자기 화냈어요.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걸까요?”형수는 나를 소파에 앉히며 차근차근 설명했다.“그건 수호 씨한테 화난 게 아니라 본인한테 화난 거예요.”그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본인한테 화났다니요? 왜죠?”“수호 씨한테 딴마음 품었으니까 그렇죠. 본인은 항상 착하고 바른 사람이라 아내의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고 해왔는데 말이죠.”나는 형수의 말을 알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멍했다.“애교 누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오히려 저더러 그러지 말라고 했지.”형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여자는 남자랑 달라요. 남자는 나쁜 생각이 들면 그걸 어떻게 실행할지 생각하지만 여자는 달라요. 특히 유부녀는 더 그래요. 우선 죄책감을 느끼고 그다음 본인을 탓하거든요.”“애교 성격 알잖아요. 얼마나 보수적인지. 불편해도 참고 보는 사람인데 왕정민을 배신하는 일은
“남주 누나, 농담 아니죠? 형수가 감옥에 다녀왔다니요? 그럴 리가요.”‘형수처럼 좋은 분이 감옥에 다녀올 리가 있나?’나는 그 말을 조금도 믿을 수 없었다.그러자 남주 누나는 예상했다는 듯 싱긋 웃었다.“내 신분을 생각해 봐. 내가 왜 이런 일로 널 속이겠어?”남주 누나의 신분을 생각하니 나는 더 충격에 빠졌다.남주 누나의 신분이라면 이런 일을 조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그렇다는 건, 형수가 감옥에 다녀왔다는 건 진짜일 확률이 높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형수가 왜 감옥에 다녀와요?”“사실 큰일은 아니었어. 네 형수가 결혼 전에 쫓아다니는 남자가 엄청 많았거든. 심지어 네 형수 미모에 반해 스토킹하고 강제로 몸을 취하려는 남자들도 적지 않았어. 그런데 네 형수 성격이 그 당시 너무 강해서 상대를 칼로 찍는 바람에 1년 수감되었어.”“그런 일은 여자한테 얼마나 큰 오점이자 상처야? 누가 감옥살이를 한 적 있는 여자와 결혼하려 하겠어? 그렇지 않으면 네 형수 몸매와 외모로 왜 진동성과 결혼했을까?”이렇게 말하니 나는 단번에 이해가 됐다. 하지만 난 형수가 잘못한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그런데 그게 이혼 안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나는 의아해서 물었다.남주 누나는 손가락으로 내 머리를 찔렀다.“똑똑한 줄 알았는데 왜 이런 방면에서는 이렇게 둔해? 네가 스스로 생각해. 만약 이것도 모른다면 앞으로 너 안 찾아올 거야. 정말 그 정도 IQ라면 전염될까 봐 두렵네.”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주 무서운 가능성을 떠올렸다.“혹시 진동성이 형수랑 결혼할 때 그 약점으로 협박했어요?”나는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 떨쳐내지 못 할 정도였다.남주 누나는 곧바로 긍정적인 눈빛을 보냈다.“음, 너무 바보는 아니네. 앞으로 계속 찾아와도 되겠어.”나는 일순 소름이 돋아 찬 공기를 들이마셨다. 순간 손끝부터 발끝까지 싸늘해지는 느낌이었다.이 순간 진동성의 이미지는 내 마음속에서 완전히
나는 몸이 짜릿했다.“어때? 기분 좋아?”남주 누나는 생긋 웃으며 내 가슴에 엎드리더니 긴 손톱으로 내 피부를 긁어내렸다.그때까지도 나는 방금 전 느낌에 깊이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남주 누나, 안 본 사이에 더 대단해졌네요. 어떻게 이렇게 잘해요? 숨 못 쉴 뻔했잖아요.”이런 느낌은 남주 누나와 할 때만 느낄 수 있다.그동안 수많은 여자들과 경험을 해봤지만 남주 누나를 이길 상대는 아무도 없다.남주 누나는 몸매가 끝내주는 것도 모자라 남자가 어떤 걸 원하는지 너무 잘 알아 욕망을 살살 건드리곤 한다. 게다가 어떻게 하면 남자가 흥분하는지, 어떻게 하면 미치는지, 어떻게 하면 기분 좋아지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남주 누나의 모든 자세는 그야말로 나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했다. 더욱이 이제는 걱정할 것도 없겠어 멘트마저 노골적으로 변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전생에 기녀였나 보지.”나는 너무 난감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를 이렇게 형용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남주 누나는 내 가슴을 살짝 깨물었다.“또 할래? 다른 자세도 있는데.”“저...”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남주 누나는 다리를 쫙 벌린 채 내 몸에 올라탔다....그 시각 형수는 혼자 거실 소파에 앉아 화를 삭이고 있었다. 내가 분명 저를 보러 온다고 했으면서 남주 누나를 따라 나가버렸으니까.심지어 그것도 모자라 얼마 뒤 옆집에서 곧바로 19금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딱 들어도 친구 남주가 낸 소리였다.형수는 곧바로 나와 남주 누나가 옆집에서 뭘 하고 있는지 눈치챘다. 게다가 남주 누나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인 건 형수를 향한 도발이었다.형수는 소리를 들을수록 화가 나고 온몸이 불편했으며 아래가 축축해졌다. 하지만 내가 남주 누나와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화를 참을 수 없었다.“정수호 씨, 이럴 줄 알았으면 수호 씨더러 애교를 꼬시라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만약 형수가 애초에 나를 애교 누나에게 밀어주지만 않았어도 지금 나는 형수 혼
“없어요.”형수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남주 누나는 서두르지도 않고 느긋하게 말했다.“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 네가 뭐 수호 친형 와이프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수호 씨 일 끼어들 자격 없잖아.”“푸들, 너한테 선택할 기회를 줄게. 이 집에 남아 있을래? 아니면 나랑 같이 나갈래?”남주 누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작은 소리로 나에게 속삭였다.“나랑 같이 나가자. 네 형수가 왜 이혼하지 않으려 하는지 알려줄게.”남주 누나의 말은 너무 유혹적인 제안이라 내 마음은 흔들렸다.게다가 형수가 계속 이혼을 거부하는 게 무슨 어려운 사정이라도 있나 생각하던 참에, 마침 답을 너무 알고 싶었다.하지만 내가 정말 남주 누나와 함께 나가면 형수는 반드시 화낼 거다.그때 남주 누나가 일부러 형수의 화를 돋우려는 듯 계속 나를 향해 윙크했다.나는 마음으로는 이러고 싶지 않았지만 형수의 비밀을 알고 싶은 마음에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우리 나가요.”“수호 씨...”나를 보는 형수의 실망스러운 눈빛에 내 마음은 미어질 것만 같았다.나는 살짝 마음이 흔들려 형수에게 말했다.“형수한테 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말해요.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요.”“나한테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어요? 갈 테면 가요. 이번에 가면 영원이 오지 마요.”형수는 질투한 게 틀림없었다.그걸 나는 당연히 눈치챘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계속 내 팔을 잡아당기며 절대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는 사인을 보냈다.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일을 그르칠 수 없었기에 나는 이를 악물고 남주 누나와 함께 밖을 나갔다.형수 집을 나온 뒤, 나는 얼른 남주 누나에게 물었다.“대체 뭘 아는 거예요? 말해줘요.”“급할 거 뭐 있어? 네 애교 누나 집에서 말해줄게.”“누나 애교 누나네 집 열쇠를 갖고 있어요?”“내가 애교한테 달라고 했어.”남주 누나는 손바닥을 활짝 펴며 쥐고 있던 열쇠 뭉치를 보여주었다.나는 무척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애교 누나 집에 가려는 건
“나 아직 너한테 질리지 않았어. 내가 몇 번 더 해줄게. 나중에 내가 너한테 질리면 하고 싶어도 못 하게 될 거야.”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내 것을 잃어버리는 느낌이었다.나는 무의식적으로 남주 누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무슨 뜻이에요? 저 하나로는 만족 못 하고 다른 놈 만나겠다는 거예요?”남주 누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일어섰다.“너 하나로 어떻게 만족해? 난 역하렘이라도 만들어 매일 다른 남자와 즐겨보고 싶은데.”“누나 진짜 나쁜 여자네요. 전 허락 못 해요.”나는 남주 누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그러자 남자 누나는 일부러 내 팔뚝을 물었다. 그게 너무 아프고 짜릿해 내 욕망은 단번에 솟아났다.“요물!”“요물이 네 정기 다 빨아먹고 싶다는데, 그래줄 수 있어?”남주 누나는 눈웃음치며 나를 바라봤다. 누나의 빨간 입술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 숨어 있었다.나는 화장실 쪽을 흘긋 바라봤다.“좋아요. 하지만 여기서는 싫어요.”“그럼 밖에 나가자. 나 제대로 만족시켜 줘.”남주 누나는 점점 더 요망해지는 것 같았다.이런 여자의 유혹을 견딜 수 있는 남자는 아마 없을 거다.내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할 때, 형수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나왔다.그 순간 나는 잘못을 들킨 것처럼 발이 저렸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 팔짱을 끼며 형수에게 말했다.“태연아, 나 네 남편 동생 따먹고 싶은데, 괜찮지?”형수는 예쁜 눈으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 눈빛에 나는 더 마음이 찔렸다.“형수, 저...”나는 뭔가를 설명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그때 형수의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싫어! 최남주, 피해줄 거면 다른 놈 건드려. 수호 씨 건드리지 말고.”“피해준다니? 사랑을 나누려는 건데. 안 그래 수호야?”“수호 씨는 네 사랑 필요 없어.”“내가 아니면 누가 사랑해 주는데? 설마 너? 고태연, 난 지금 솔로야. 난 누구랑 하고 싶으면 해도 되지만 넌 달라. 너랑 진동성은
남주 누나는 절대 좋은 여자라고 할 수 없다. 진짜 좋은 여자는 애교 누나처럼 다정다감하고 결혼하기 적합한 조강지처 스타일이니까.하지만 나는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었다.남주 누나는 싱긋 웃었다.“형수 집에 가 봐. 이따 봐.”“네.”나는 사실 남주 누나가 형수네 집에 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형수랑 단둘이 있고 싶었으니까.하지만 남주 누나가 가겠다는 걸 내가 막을 수는 없었다. 남주 누나도 이제 막 이혼해 기분이 안 좋을 게 뻔했으니까.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으로 향했다. 남주 누나는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수호 왔어? 얼른 와서 나 마사지 좀 해줘.”남주 누나는 내가 오자마자 소파에 엎드리며 마사지를 요구했다.오랜만에 보는 건 데도 남주 누나는 여전히 아름답고 요염했으며 고혹적이었다. 남주 누나를 본 순간 누나와 멀어져야겠다던 내 결심은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남주 누나가 소파에 눕자 볼륨감 넘치는 콜라병 몸매는 내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하고 싶어?”남주 누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난 확실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 오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상대는 형수였다.남주 누나는 가늘고 흰 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긁었다.“난 하고 싶은데.”남주 누나의 매혹적인 눈빛은 분명 나를 꼬시는 게 틀림없었다.어쩜 이리도 대담한 건지. 형수 집에서마저 이러다니.나는 다급히 손을 뒤로 뺐다.“안 돼요. 여긴 형수 집이에요.”“네 형수도 함께 부르는 건 어때?”남주 누나는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다.그 모습에 나는 충격을 받고 말았다.“누, 누나 그건 너무 대담한 거 아니에요?”“못 하겠어?”“네, 못 하겠어요.”나는 단번에 거절했다.무엇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형수한테 맞을까 봐 겁이 났다.“쫄긴. 나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네가 뭐가 무서워?”남주 누나는 내 팔을 살짝 꼬집었다.그 순간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내가 누나처럼 밝히는 것도 아닌데. 누나는 당연히 안 무섭겠죠.’“내가 왜 이혼했는지
더욱이 요즘은 마사지를 하면서 은근슬쩍 고객님한테 흘리며 암시했다.화인당에서는 그런 걸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때문에 나는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려고 안준희를 찾아갔다.사무실 안.안준희는 내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빙빙 돌려 말했다.“정 사장님이 세운 규칙 잊었어요?”“아니요.”“그런데 왜 그래요?”“나도 수호 씨한테 시비 걸려는 거 아니에요. 다만 요즘 급전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왜요?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나도 상대가 일부러 나에게 시비 거는 게 아닌 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토록 인내심 있게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안준희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인내심을 갖고 물었다.“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요. 하지만 가게 규칙을 어겼으니 다음번에 또 고객한테 은근슬쩍 암시하다가 걸리면 바로 해고할 거예요.”안준희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는 나는 마음이 심란하고 짜증이 났다.사장님 일은 당분간 해결됐지만, 내 일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임천호가 나타난 뒤로 소여정도 더 이상 나를 만나러 오지 않고, 윤미화는 본인 일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사모님은 사장님을 매일 돌봐야 하고, 백연우는 하루 종일 학교에만 붙어 있고 애교 누나마저 집에 갇혀, 내 주변에 여자라곤 형수님 한 명 밖에 남지 않았다.미녀들한테 둘러싸이다가 갑자기 혼자가 되니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결국 나는 핸드폰을 꺼내 형수한테 문자를 보냈다.[형수, 뭐 해요?][내가 뭐 할 게 있나요? 티브이 보고 있죠.][형수, 보고 싶어요.][보고 싶으면 우리 집에 와요. 진동성도 집에 없어요.]형수의 말에 나는 마음이 두근거렸다.며칠 동안 형수를 만나지 못했더니 정말 보고 싶었다.나는 형수네 집에 가려고 짐을 정리했다. 하지만 그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려 확인했더니 남주 누나의 이름이 액정에 떴다.나는
한지영의 말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의 연기에 협조했다.하지만 주위를 빙 둘러봤지만 우리 쪽을 바라보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전 남자 친구가 우리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나 보네.’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한지영에게 물었다.“전 남자 친구는 어디 있는데요?”“사실 난 전 남자 친구가 없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내 얼굴은 어두워졌다.“미쳤어요? 사람 놀리니 재밌어요?”나는 짜증을 내며 한지영의 손을 뿌리쳤다.그랬더니 한지영이 애원하는 듯 말했다.“사실 나 연기자예요.”“그쪽이 연기자면 난 연기 천재예요.”나는 더 이상 한지영을 상대하기 싫어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 그러면서 속으로 봉섭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분이 어쩌다 이런 미친 손녀를 뒀는지 안 됐다고 생각했다.테이블 앞에 도착한 나는 애써 감정을 숨겼다. 무엇보다 내 언짢은 기분을 봉섭 할아버지한테 들키고 싶지 않았다.잠시 뒤, 한지영도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착석한 뒤로는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계속 외할아버지와 이야기꽃을 피웠다.식사를 마친 뒤, 한지영은 곧장 계산하러 갔다. 하지만 사내대장부인 내가 여자더러 계산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말없이 한지영의 뒤를 따랐다.다만 내가 내겠다고 해도 한지영은 본인이 낸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다 계산할 때 신용카드 한 장을 집어 들었다.“이봐요, 돈도 없으면서 왜 돈 많은 척 연기해요?”딱 보니 한지영은 돈을 벌 능력도 없으면서 계속 돈 많은 척 자신을 속이고 다녔던 모양이었다.내 말에 한지영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말했다.“작게 말해요. 할아버지가 들으면 안 되니까. 할아버지는 내가 밖에서 배우 활동하는 줄 안단 말이에요. 그런데 배우 되기 어디 그렇게 쉽나요? 그런데 난 언젠가 유명한 배우가 될 거라고 믿어요.”한지영은 돈이 없는 건 물론 자기가 대배우라는 착각속에 빠져 살고 있었다.그 순간 한지영이 겉보기에는 분명 화려해 보였는데 혼자 밖에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방금까지
어여쁜 여자가 웃으며 달려오더니 봉섭 할아버지 품에 와락 안겼다.“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 너무 보고싶었어요.”“다 큰 여자애가 왜 이렇게 점잖지 못해? 참, 네 동생도 이틀 전에 B시에 갔다던데. 둘이 만났어?”“네. 그 계집애가 글쎄 가슴 수술 하겠다는 걸 내가 호되게 혼냈어요. 그랬더니 삐쳐서는 같이 오자고 했는데도 거절하더라요.”“걔는 갑자기 왜 가슴 수술을 받겠다는 거야? 세상에 각양각색의 미녀가 얼마나 많은데. 다 똑같이 생기면 뭔 의미가 있어?”할아버지가 손녀와 얘기하는 도중에 끼어들 수 없었기에, 나는 살짝 거리를 두고 지켜봤다. 그러는 와중에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그때 한창 얘기하던 여자가 나를 보더니 누구냐고 물었다.봉섭 할아버지는 우리를 서로 소개해 주었다.“여긴 정수호라고 내 친구네 손자. 아까 이 친구가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줬어. 수호야, 여긴 내 손녀 한지영이야.”“반가워요.”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한지영이 나를 훑어보는 눈빛은 너무 불편했다.노골적인 시선에 나는 상대가 왜 이러나, 내 얼굴에 꽃이라도 있나 의심했다.한지영은 서둘러 돌아가지 않고 외할아버지께 식사를 대접하겠다며 초대했다.결국 나도 그 자리에 끼는 수밖에 없었다.우리는 고심 끝에 한 중식당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지영은 수많은 음식을 주문했다. 그 모습만 봐도 상대가 얼마나 돈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수호 씨도 나랑 같이 음료수 선택하러 가지 않을래요?”나는 한지영이 왜 갑자기 나를 따로 불러내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녀를 뒤따라갔다.음료를 고를 때 한지영이 갑자기 물었다.“혹시 무슨 일 해요?”“한약관에서 마사지사로 일해요.”“몸매도 좋아 보이는데 혹시 모델에 관심 있어요?”나는 눈을 홉뜨며 단번에 거절했다.“없어요.”한지영은 아까부터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훑어봤는데, 그 시선은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했다.게다가 한의대를 졸업한 나더러 모델을 하라
임민수와 한영심은 나른하게 누워 나를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나도 내 행동이 너무 지나치고 무례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나도 어쩔 수 없었다.나는 단지 봉섭 할아버지가 얼른 사장님 병을 치료하기를 바랄 뿐이었다.치료 과정에 나는 두 어르신 옆을 지키며 감각이 돌아오려고 할 때마다 협곡혈을 찔렀다.그 과정에 임민수의 눈빛은 나를 잡아먹으려던 데로부터 갈기갈기 찢어발기려는 것처럼 살의를 띄었다.사실 나도 너무 난감했다. 심지어 너무 무서워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그러다 약 3시간이 지났을 때쯤 봉섭 할아버지의 입에서 겨우 끝났다는 말이 들렸다.나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 몸은 어느새 식은땀에 흠뻑 젖어 티셔츠가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나는 얼른 달려 나가 사장님 상태를 살폈다.“사장님, 어때요?”사장님은 힘에 부친 듯해 보였다.그때 봉섭 할아버지가 말했다.“치료가 방금 끝나 아직은 몸이 허약할 거야. 한동안은 몸조리해야 해.”이 선생님은 옆에서 연신 감탄했다.“어르신, 침술 실력이 참 대단하네요. 저도 30년 동안 의사로 일하면서 이렇게 안정적인 침술 수법은 처음 봐요.”봉섭 할아버지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자네도 내 침술 실력이 보통이 아닌 걸 눈치챈 걸 보면 실력이 만만치 않군.”사모님은 얼른 사장님 곁으로 다가가 땀을 닦아주었다.그사이 나는 봉섭 할아버지와 이 선생님의 대화를 열심히 엿들었다. 심지어 얼마나 집중했는지 침대에 있는 임민수 내외를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러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때, 나를 잡아먹을 듯한 임민수의 눈과 딱 마주쳐 얼른 목을 움츠렸다.“어르신, 죄송합니다.”“죄송?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당장 나가! 당장!”임민수가 폭발한 모습은 너무 무서웠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기 두려워 꽁지 빠지게 도망쳤다.봉섭 할아버지와 이 선생님도 잇따라 밖으로 나왔다.사모님 집에서 나오기 바쁘게 두려움은 싹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