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 호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해 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무음으로 설정했다.그리고 확인했더니 형수한테서 문자가 와 있었다.형수가 보낸 말은 이러했다.[내가 애교한테 영상을 보냈는데 꼭 볼 거거든요. 그러니 재밌는 구경할 준비나 해요.]이 문자를 본 순간 나는 형수가 어떤 영상을 보냈을지 알 수 있었다.‘이런 영상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이 구한 거지?’물론 이런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깊이 생각할 틈이 없이 잔뜩 흥분하여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핸드폰을 보며 한참 도안 얼굴을 붉히더니 뭔가 망설이는 것 같았다.한참 뒤, 애교 누나는 옷장에서 검은색 레이스 슬립을 꺼내 침실 안 화장실로 향했다.그리고 곧바로 안에서 물소리가 흘러나왔다.애교 누나는 정말로 샤워하러 간 거였다.‘형수 말은 정말 꼬박꼬박 듣네.’이건 너무나 놀라웠다.사실 애교 누나가 정색하며 형수를 말할 거라고 생각했었다.‘역시 애교 누나가 너무 오래 외롭게 지내 남자의 품이 그리웠다는 형수 말이 맞나 보네.’약 10분 정도 지나자 애교 누나가 화장실에서 나왔다.검은색 슬립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애교 누나는 무척이나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다.심지어 새하얀 가슴까지 언뜻언뜻 보였다.애교 누나의 가슴은 형수처럼 풍만하지 않았지만 봉긋 솟아 있어 속옷을 입지 않아도 무척이나 예뻤다.애교 누나는 침대에 오라가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한참 동안 아무 동작도 없었다.마치 큰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처럼.‘설마 샤워도 했으면서 후회하는 건가?’다행히 애교 누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영상을 틀었다.게다가 혼자 집에 있다는 생각에 소리를 낮게 조절하지도 않았다.내가 창밖에 숨어 있다는 건 꿈에도 모를 테니까.형수가 애교 누나한테 준 영상은 역시나 야한 동영상이었다.심지어 전희도 없이 곧바로 주제로 넘어갔다.영상 속의 시음 소리에 나는 또 괴로웠고, 애교 누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때 애교 누나가 이불로 제 몸을 덮더니 이불 한쪽 끝을
만약 방금 그대로 달려들어 애교 누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으면 그대로 망했을 거다.애교 누나의 성격에 신고했을 테니 말이다.그러면 나는 강간미수라는 누명을 쓴 채 평생 떳떳하지 못하게 살아야 한다.역시 색에 미치면 물불 안 가린다더니, 방금은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다.형수는 나더러 애교 누나가 뭘 하는지 지켜보라고 했지 그런 짓을 하라고 한 게 아닌데 말이다.나는 너무 두려워 누구 전화인지 상관도 하지 않고 다급히 베란다를 넘어 형수네 집으로 돌아갔다.침실에 누워있던 형수는 내가 돌아온 걸 보자 다급히 일어났다.“어땠어요?”“애교 누나가 정말 자위했어요.”“거 봐요. 내 말이 맞죠? 오랫동안 남자의 사랑에 목말라 있던 여자는 외롭고 허전하기 마련이라니까요.”형수는 한창 말하다가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왜 그래요? 안색이 왜 그렇게 안 좋아요?”나는 방금 전 하마터면 범죄를 저지를 뻔했다는 것만 생각하면 겁이 났다.어를 때부터 늘 어른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착한 아이였기에 불법적인 일에는 더욱더 손댈 기회가 없었다.그런데 방금은 정말 이성을 잃을 뻔했다.나는 무척 후회하며 형수를 바라봤다.“형수님, 저는 사람도 아니에요.”“대체 왜 그래요?”형수가 다급히 물어봤다.그러자 나는 아까 있었던 일을 솔직히 털어놓았다.다시 회상하니 아직도 무서웠다.“형수님, 아까 만약 그 전화가 아니었다면 저 정말 쳐들어갔을지도 몰라요. 다시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요. 사회 초년생인 제가 그런 짓을 하려고 했다는 게. 저는 정말 사람도 아니에요.”너무 괴로워하는 나를 보자 형수는 마음 아픈 듯 내 손을 잡았다.“내가 미안해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수호 씨는 착한 사람이에요.”형수는 말하면서 복잡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형수도 내가 얼마나 참아왔고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알기에 충동적으로 행동하려한 나를 이해해 주었다.솔직히 태연이 지금껏 수호를 건드린 것도 수호가 괴로워하다가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를 덮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몰라요.”“일부러 애교 마음 뒤흔들려고 저러는 거예요. 매번 전화로 보고 싶다, 하고 싶다는 말만 하고 사랑은 한 번도 주지 않거든요.”그 말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인간도 아니네. 저는 밖에서 애인도 만들면서 애교 누나한테는 왜 그런대요?”형수도 따라 맞장구쳤다.“그러니까요. 왕정민은 사람도 아니에요. 배신하고 기만하는 것도 모자라 제 아내를 모함에 빠뜨리려고 머리까지 굴리다니. 이쯤 되면 인간쓰레기죠.”형수의 말을 한참 동안 들었더니 애교 누나가 너무 안쓰러웠다.남편이 밖에서 다른 애인을 만나는 것도 모르고 속고만 있다니.그런데 본인은 남편을 위해 본분을 지키겠다고, 반년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남편한테 미안한 짓 안 하겠다고 그렇게 애쓰고 있으니.그때 형수가 나를 보며 또다시 물었다.“수호 씨도 궁금하죠? 내가 왜 친구인 애교한테 이 사실을 숨기는지?”궁금한 건 사실이다.형수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나도 말해주기 싫어서 말 안 하는 게 아니라 말 못 한 거예요. 애교는 정말 어질고 착한 사람이거든요. 왕정민과 결혼한 뒤로 늘 남편 생각뿐이었어요. 오죽했으면 온통 남편과 행복하게 살 생각뿐이겠어요. 애교는 남편 엄청 사랑해요.”“아마 남편이 저를 배신할 거라는 건 꿈도 못 꿀 거예요. 이혼하고 싶어 저를 모함하려 한다는 건 더더욱 생각 못할 거고요. 그런데 만약 이 사실을 말하면 아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진흙탕 싸움을 하면 왕정민과 그 내연녀를 절대 이기지 못할 거고, 그 내연녀의 뒷배가 엄청 대단하거든요. 그렇다고 싸움에 휘말리지 않자니 이미 사실을 알아버렸는데 마음이 편하겠어요?”형수의 말을 들을수록 애교 누나가 너무 안쓰러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그때 형수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이게 현실이에요. 그 현실에 대항할 능력이 없으면 받아들여야 하지 별수 없어요. 수호 씨 형이 나한테 이걸 말해줄 때 나도 무
“형수님, 오늘 많은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진심으로 애교 누나의 마음을 얻어볼게요.”“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형수는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내 아래를 바라봤다.“애교 마음을 얻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그런데 여기가 이런 것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고.”나도 무척 난감했다.“혹시 저 도와줄 방법 같은 거 없어요? 오해하지 마요, 저는 아주 건전한 걸 말하는 거니까. 저 정말 너무 괴로워서 미치겠어요.”이런 쪽으로 아무런 경험도 없어 나는 형수한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그때 형수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며 눈빛도 점점 이상야릇해졌다.하지만 날씨가 더워서 그렇겠거니 생각하며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형수님, 형수님?”형수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형수를 불렀다.그러자 형수는 놀란 토끼처럼 번쩍 정신을 차렸다.“왜 그래요? 어디 불편해요?”나는 걱정스레 물었다. 형수의 상태는 정말 어딘가 불편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형수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요.”“어떻게 도와줄 건데요?”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괴로움에 내가 다급히 묻자 형수는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여자와 달라 도구의 힘을 빌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그럼 혼자 해결해도 돼요?”나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말했잖아요, 적당히 하면 좋다고. 하지만 계속 이러면 언젠가는 몸이 망가질 거예요.”“그럼 어떻게 해요?”‘해결 방법도 없다. 그러고, 도와주지도 못한다 하고, 이건 나더러 죽으라는 거랑 뭐가 달라?’“아니면 지금 애교네 집에 갈래요?”“네? 지금요?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애교 누나 아직도 저한테 화나 있는데 이렇게 늦게 찾아가면 제가 나쁜 마음 품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오늘 낮에 쇼핑할 때 애교 물건도 많이 샀던 거 기억 안 나요? 그 물건 아직 내 차 트렁크에 있잖아요. 그걸 들고 가서 물건 주러 왔다고 하면 되잖아요.”맞는
나는 형수님과 함께 내려가 애교 누나의 짐을 챙겼다. 그러고 형수님과 함께 애교 누나네 집 문을 두드렸다.한참이 뒤 애교 누나는 문을 열자 형수는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걸었다.“뭐했길래 문 여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려? 혹시 무슨 부끄러운 짓 했어?”가뜩이나 발그레하던 애교 누나의 볼은 더 홍당무가 되어버렸다.형수는 일부러 애교 누나한테 그런 동영상을 보내고 이런 말장난을 쳤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딱 잡아떼며 인정하지 않았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방금 샤워했어.”“내가 보낸 것 때문에 샤워한 거야?”형수는 애교 누나를 놀리며 안으로 들어갔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찔리는 듯 설명했다.“나한테 뭘 보냈는데? 나 안 봤어.”‘엥? 이렇게 뻔한 거짓말을 한다고? 내가 방금 분명 봤는데. 심지어 느낌까지 왔다고.’하지만 나는 이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몰래 훔쳐봤다는 걸 들키게 될 테니.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형수님을 따라 연기했다.“형수님, 애교 누나한테 뭘 보냈어요?”그 말에 애교 누나가 다급히 끼어들었다.“뭐긴 뭐예요. 이모티콘이죠.”그때 형수가 보내는 눈빛을 읽은 나는 얼른 물건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애교 누나, 낮에 있었던 일은 잘못했어요.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그러니까 화내지 마요.”형수도 옆에서 연기하기 시작했다.“뭔데 화를 내? 두 사람 무슨 일 있었어?”“수호 씨가 말 안 했어?”애교 누나가 불안한 듯 묻자 형수는 이내 연기 혼을 불태웠다.“그냥 오후에 간장 사러 갔다가 마트에서 마주쳐 인사했는데 화내더라고만 했는데. 그것 때문에 자기가 뭐 잘못했느냐면서 한참을 물어봤어.”“아마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오늘 잠도 못 잘걸. 그래서 물건도 가져다줄 겸 같이 왔어. 두 사람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데? 내 앞에서 말해봐.”애교 누나는 입술을 깨물며 부끄러워했다.이쯤 되면 내가 나설 차례라 나는 얼른 끼어들었다.“형수님, 이건 저랑 애교 누나 일이니까 둘이 해결하고 싶어요.”“
솔직히 애교도 속으로는 찔렸다.그때 그 모습을 보고 소리 지르거나 바로 도망치지 않고 한참을 바라봤다는 걸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 없었다.그러다가 수호가 또 그 일을 입 밖에 꺼낼까 봐 얼른 말을 잘랐다.“그럼 저 용서해 주는 거예요?”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애교 누나는 낮게 콧방귀를 뀌었다.“그 일은 모르고 그랬다. 하지만 마트에서는 왜 그랬는데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어요? 내가 그렇게 가벼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이것 때문에 화난 거였어?’이제 한번 본 사람한테 그런 말을 했으니 내가 본인을 가볍게 봤다고 생각한 모양이다.그리고 그 계기는 아침에 했던 그 마사지 때문이었다.아침에 내가 그렇게 서슴없이 만져 댔는데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으니 내가 오해해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으니까.그래서 후회하고 괴로워했던 거였다.태연은 가벼운 유혹도 뿌리치지 못하는 자신이 못내 미웠다.젊은 총각이 마사지하면서 서슴없이 만져대는 걸 거절도 하지 않았으니 상대가 저를 가벼운 사람이라고 오해한 거라고 생각했다.유부녀이면서 본분도 지키지 않은 자신이 못내 원망스러워 애교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한편 나는 애교 누나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터라 당황해서 다급히 변명했다.“애교 누나, 저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누나처럼 착하고 다정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를 두고 제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누나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여자예요.”그 말을 들은 애교는 커다란 눈으로 수호를 바라봤다.지난 몇 년 동안 애교를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여자’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심지어 5년이라는 결혼생활 동안 남편조차 애교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이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니 이제 막 연애에 눈을 뜬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마치 정민과 연애하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하지만 아쉽게도 눈앞의 남자는 남편이 아니었다.그런 애교 누나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나는 한참 동안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이런 상황에 사실대로 말하면 애교 누나가 나를 변태라고 오해할 거라는 생각에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니에요, 평소에는 이러지 않아요.”“그럼 뭐예요? 나를 봐서 이렇게 됐다는 뜻이에요?”애교 누나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아니에요. 저 누나한테 무례하게 굴 생각 정말 없어요. 이렇게 된 건 누나가 너무 예뻐서 그래요. 남자는 예쁜 여자한테 끌리는 법이니까요.”내 말에 애교 누나의 얼굴은 점점 달아오르더니 급기야 내 눈을 피하기 시작했다.나는 애교 누나가 또 화를 낼까 봐 다급히 말을 보탰다.“제가 누나한테 마음이 있는 건 맞지만 절대 가볍게 생각하지 않아요. 누나는 제 마음속에 여신 같은 존재예요. 누나처럼 다정하고 예쁜 여신 본 적 없어요.”“됐어요. 그만해요. 여신은 무슨. 태연이 수호 씨를 그렇게 점잖다고 칭찬하던데, 이제 보니 그런 것 같지만은 않네요.”애교 누나는 이러다가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까 봐 걱정이 됐는지 얼른 내 말을 잘랐다.애교 누나가 화를 내지 않자 나는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그럼 이제 저 용서하는 거죠?”“이번 일은 이렇게 넘어갈게요.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요. 나 수호 씨 형수 친구예요. 나아 차이만 해도 열 살은 족히 넘는다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날아갈 것만 같던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졌다.‘애교 누나는 역시 보수적이네. 어떻게 공략해도 먹히지 않으니 원.’이러다가 언제 애교 누나를 손에 넣을지 걱정이다.형수는 건드릴 수 없고, 애교 누나는 공략하기 너무 힘들고, 나만 가운데서 괴로웠다.하지만 생각할수록 아래가 점점 뻐근해 났다.“이, 이거 왜 또 커졌어요?”애교 누나는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졌지만 시선은 애 아래에 계속 고정했다.나는 너무 난감해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어쩔 수 없어요. 원래 이 사이즈라.”“그래도 너무 큰데. 내 남편보다 한참은 더 크잖아.”애교 누나가 하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려 제대로 듣지 못한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방
하지만 형수의 마음은 내가 아니라 형수의 친구 애교 누나한테 가 있었다.형수는 애교 누나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그리고 애교 누나는 얼굴이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서는 내 눈을 보지 못했다.애교 누나가 이럴수록 매우 갈망하고 있다는 걸 설명했다.하지만 애교 누나 같은 성격은 아무리 원하고 갈망해도 마음속에 담아둔 채로 절대 말하지 않는다.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의 속내를 파헤치려면 표정을 잘 살펴야 한다.형수는 마침 그 분야의 고수기도 하기에 애교 누나의 표정을 보자마자 생각을 읽었다.“그럼 얼른 휴식해. 우리는 이만 가볼게. 내일 우리 집에 오는 거 잊지 마. 수호 씨한테서 마사지 받아야지.”형수는 이 말을 하면서 나에게 나가자는 눈빛을 보냈다.솔직히 떠나기 아쉬웠지만 나는 할 수 없이 형수를 따라 애교 누나 집을 나섰다.그렇게 집으로 돌아오자 형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요. 애교도 몸이 달아올랐어요.”하지만 나는 아직도 애교 누나가 나한테 화난 것 같았다.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형수에게 물었다.“하지만 아까 애교 누나가 저와 대화하다가 갑자기 화냈어요. 혹시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걸까요?”형수는 나를 소파에 앉히며 차근차근 설명했다.“그건 수호 씨한테 화난 게 아니라 본인한테 화난 거예요.”그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본인한테 화났다니요? 왜죠?”“수호 씨한테 딴마음 품었으니까 그렇죠. 본인은 항상 착하고 바른 사람이라 아내의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고 해왔는데 말이죠.”나는 형수의 말을 알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멍했다.“애교 누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오히려 저더러 그러지 말라고 했지.”형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여자는 남자랑 달라요. 남자는 나쁜 생각이 들면 그걸 어떻게 실행할지 생각하지만 여자는 달라요. 특히 유부녀는 더 그래요. 우선 죄책감을 느끼고 그다음 본인을 탓하거든요.”“애교 성격 알잖아요. 얼마나 보수적인지. 불편해도 참고 보는 사람인데 왕정민을 배신하는 일은
윤지은은 픽 웃음을 터뜨렸다.“그 말은 설마 너랑 잔 여자들이 모두 너한테 먼저 들러붙었다는 거야?”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아닌가?애교 누나 외에 내가 먼저 꼬신 사람은 아무도 없다.물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내가 신들마저 공분하게 할 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런 말 할 자격은 없다.그때 윤지은이 갑자기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왜? 내 말에 자신감을 잃었어? 솔직히 말하면 너 확실히 잘생겼어. 게다가 선천적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뭔가를 지니고 있어.”“그건 돈 주고 산 남자들한테서 찾을 수 없는 거야. 돈 주고 산 건 재미가 없어. 오히려 너처럼 약간 멍청한 게 사람을 더 끌리게 하지.”나는 윤지은이 오늘 밤 좀 달라 보였다. 왠지 자꾸만 나를 꼬시는 것 같았다. 물론 불장난에 휘말릴까 봐 윤지은의 뜻을 마음대로 추측할 수는 없었다.“뜬금없이 웬 칭찬이에요? 쑥스럽게.”나는 이 기회에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그때 윤지은이 내 어깨를 살짝 꼬집었다.“그러니까 잘생긴 게 다는 아니라고. 그냥 하느님이 너한테 운을 몰아준 거야. 그러니까 나중에 후회할 짓 하지 마.”윤지은은 마지막 한마디를 하는 순간 살기를 내뿜었다. 그 눈빛과 마주친 순간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그 순간 나는 윤지은이 전에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윤지은은 나더러 자기 친구들을 눈독 들이지 말라고 했다. 가까운 접촉은 더더욱 하지 말고.그렇다면 나와 백연우의 일은 윤지은이 절데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윤지은이 내 가죽을 벗길지도 모르니까.나는 너무 놀라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운전했다.윤지은을 집에 데려다준 뒤 나는 다시 사모님 댁으로 향했다.방금 친구 세 명이 모여 대화를 하는 바람에 나는 옆에서 듣기만 하느라 사장님께 한약관 얘기를 하는 걸 깜빡했다.천수당은 모레면 개업식이라 나는 하루빨리 화인당 일을 사장님께 다시 인수해야 했다.그동안 휠체어만 타고 다녀
백연우는 말하면서 내 엉덩이를 힘껏 주물렀다.이런 여자가 요물이 아니라는 게 말이 안 됐다.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잘 홀리는지.나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이대로 백연우를 안고 싶었다.“그럼 이따 학교 갈 때 배웅해 줄게요.”백연우는 내 턱에 가볍게 입 맞췄다.“이따 봐.”나는 백연우를 놔주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하필이면 윤지은과 마주쳤다.나는 순간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원래는 다정하던 윤지은의 눈빛은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살기를 띠었다.“이젠 내 눈앞에서 이러시겠다? 너 아주 발정 났구나?”“오해예요. 난 그저 잘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려고 온 것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나는 다급히 해명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냉소를 흘렸다.“그래? 그럼 이따 나 집까지 바래다줘.”그건...“왜? 싫어? 백연우를 데려다주고 싶어?”윤지은은 우리의 대화를 들은 것 같았다. 현재로서 윤지은이 나와 백연우 사이를 아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나는 더 이상 윤지은과 관계가 악화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흔쾌히 동의했다.“그래요. 이따 바래다줄게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뒤돌아섰다.윤지은이 떠난 뒤 나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이따 윤지은 씨를 데려다줘야 해서 백 쌤은 데려다주지 못할 것 같아요.”“마음대로 하던가. 난 상관없어.”다행히 백연우와는 대화가 잘 통했다.나는 신속히 화장실에서 나왔다.윤지은과 백연우는 잠시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백연우는 직접 운전해서 떠났고 나는 윤지은을 데려다주기로 했다.윤지은이 조수석에 앉은 순간 늘씬한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뜬금없이 물어왔다.“백연우랑 잔 적 있어?”나는 윤지은이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막막했다.“대체 뭘 묻고 싶은 거예요?”나는 양심이 찔려 대뜸 물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차갑게 노려봤다.“내 질문에 대답해. 다른 쓸데없는 질문하지 말고
유미 사모님과 윤지은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놀라움을 표했다.백연우는 네 명 중에서 자유를 가장 좋아하고 구속받는 걸 가장 싫어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약혼하고 결혼까지 하겠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윤지은은 잠깐 침묵하다가 또다시 설득했다.“나는 네가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너 정말 자유를 완전히 포기할 수 있어?”“내가 언제 자유를 완전히 포기하겠다고 했어? 우리 이미 합의했어. 결혼하면 각자 놀고 싶은 대로 놀기로. 승진도 하고 내가 얻고 싶은 것도 얻고,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아니야?”그 말에 유미 사모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난 영 미덥지 못한 것 같은데? 설마 너한테 사기 치는 거 아니야? 연우야, 잘 생각해 봐.”백연우는 다리를 꼰 채 소파에 등을 기댔다.“생각할 것도 없어. 내가 평생 바라는 게 딱 두 가지야. 바로 사업과 남자. 총장 아들 잘생겼어. 피부도 하얗고 점잖은 게 딱 내 스타일이야. 게다가 그런 남자가 내 승진을 도와줄 수 있다는 데 내가 땡잡은 거지.”윤지은은 아주 냉정하게 분석했다.“너도 방금 말했잖아.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고.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어? 너 그 사람 제대로 알아봐. 두 사람 결혼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나도 알아. 내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우리 함께 모인 것도 오랜만인데 같이 한잔해.”백연우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유미 사모님과 윤지은은 더 설득하려는 모습이었지만 백연우는 두 사람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러다가 백연우가 화장실을 갈 때 나도 조용히 뒤따랐다.“정말 결혼해요?”“응.”백연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이에 나는 바로 경고했다.“나도 백 쌤 말리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지은 씨와 사모님 말도 맞잖아요. 결혼은 작은 일이 아니에요. 신중하게 고려하세요.”백연우는 립스틱을 덧바르면서 아를 향해 눈웃음을 날렸다.“내가 결혼한다니까 아쉬워? 결혼하면 너랑 안 놀아줄까 봐?”“솔직히 아쉬운 것도 맞아요. 하지만 백
“두 분 모두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한번 시도해 볼게요.”“그럼 부탁드릴게요.”“우선 집에 바래다 드릴게요.”나는 대리를 불러 두 분을 집까지 모셔다드렸다.이다연은 어느새 집에 돌아왔는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 거실 소파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오는 걸 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 제 방으로 들어가 쾅, 하고 방문을 닫아버렸다.이 선생님은 그 순간 욱해서 욕지거리를 퍼부으려고 했지만 이 사모님이 제때 말렸다.이 사모님은 이다예의 연락처를 나한테 몰래 건네주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해달라고 부탁했다.나는 그 연락처를 저장한 뒤 이 선생님을 위로하다가 이내 집을 나섰다.나는 사모님 댁에 들러 사잔님과 화인당 및 천수당에 관한 일을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 이다연에 관한 일은 나중에 시간 날 때 제대로 대화해 보면 되니까.내가 사모님 댁에 도착했을 때 집에 윤지은과 백연우도 와 있었다.두 사람은 일 때문에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가 일이 끝난 뒤 바로 달려온 모양이었다.두 사람 모두 유미 사모님과 친한 사이라 고가의 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다.“여정이 자리에 없는 게 아쉽네. 안 그러면 우리 넷이 또 모일 수 있을 텐데.”백연우는 소여정을 언급하며 아쉬워했다.임천호가 강북에 온 뒤로 소여정은 친구들과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 때문에 그녀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때 윤지은은 여전히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잘 지내고 있을 거야. 임천호가 걔를 얼마나 이뻐하는데. 이제는 임천호 아이까지 낳겠다고 나섰으니 임천호가 푸대접하지 않을 건 아니야.”그 말에 백연우가 혀를 끌끌 찼다.“이것 봐. 여정이 곁에 있을 때는 그렇게 투덕대더니, 없으니까 또 걱정하네.”“누가 걱정했다고 그래? 나는 단지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윤지은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인정하지 않았다.그때 백연우가 싱긋 웃으며 윤지은의 팔짱을 꼈다.“이제는 그만 인정해. 우리가 안 지 몇 년인데 누가 어
그날 임민수 내외는 모든 사람을 불러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 나에게 술까지 권했다. 그 모습은 살짝 의외였다.“수호 군, 우리 호섭이가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건 자네 공이 커. 자, 내가 한 잔 권하지.”임민수의 말에 나는 얼른 뚝딱거리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어르신, 별말씀을요.”나는 솔직히 임민수가 나에게 술을 권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때 한영심도 잇따라 일어났다.“정 선생, 나도 한 잔 권하네.”“아닙니다, 어르신.”임민수 내외의 존경을 받게 되어 나는 정말 감개무량했다.심지어 유미 사모님마저 직접 나에게 술을 권했다.“수호 씨, 나도 한 잔 올려요.”“사모님, 저만 마실 테니 사모님은 마시지 마세요.”사모님은 아직 사장님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나는 살짝 걱정되었다.그런데 사모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나도 딱 한 잔만 마실 거예요. 우리 호섭 씨가 이렇게 회복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수호 씨 덕분이에요. 호섭 씨는 아직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내가 대신 마실게요. 그러니 절대 사양하지 마요.”사모님이 이렇게까지 말하니 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결국 술잔을 들어 올려 사모님의 잔과 부딪혔다.식사 분위기는 매우 화목하고 화기애애했으며 전에 있던 안 좋은 일은 모두 털어버렸다.임민수는 어찌나 기뻤는지 취할 때까지 술잔을 놓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두 어르신을 집으로 모셔 드리겠다고 하니 기어코 필요 없다며 대리까지 불렀다.술을 마시지 않은 한지영은 봉섭 할아버지와 함께 떠났고, 이 선생님은 기분이 안 좋아 살짝 술을 들이켜더니 또 이다연을 꾸짖었다. 결국 이다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나버렸고, 그 때문에 이 선생님은 또 한바탕 화를 냈다.사장님은 나더러 저와 사모님을 상관하지 말라며 대리를 부르고는, 나더러 이 선생님 가족을 데려다주라고 부탁했다.차에 올라탄 순간, 이 선생님은 결국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셨다.나이도 드신 분이 서럽게 펑펑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마
그러자 이 사모님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왜 또 그래요? 오늘은 욕하지 않기로 했잖아요.”“하는 짓을 봐.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우리가 가정교육 잘못시킨 줄 알 거 아니야. 이럴 줄 알았으면 데려오지 말 걸 그랬어. 당신도 참, 애가 저렇게까지 하는데 왜 계속 애 편을 들어?”이 선생님은 어찌나 화가 났는지 눈까지 부릅뜨며 핏대를 세웠다.그 모습에 이 사모님분은 한숨을 푹 쉬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나도 솔직히 이다연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다연 외에 한지영도 자리했다. 물론 봉섭 할아버지와 함께.가족 중에 나와 한지영만 젊은 축에 속했다.한지영은 다른 사람과 할 얘기가 없으니 자꾸만 나를 따라다녔다.“또 만났네요? 요즘 뭐 해요?”내가 한지영에 대한 첫인상은 더욱 꽝이었다. 한지영은 큰소리만 치고 과시하기를 좋아하며 곧 죽어도 체면이 제일 중요한 부류였다.때문에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한의관 일 때문에 바빠요.”“한의관은 돈 많이 벌어요? 많이 벌지 못하면 나랑 같이 영화 찍어요.”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한지영을 째려봤다. ‘본인은 행인 1도 못하면서 무슨 수로 나랑 같이 찍자는 거지?’나는 더 이상 한지영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할아버지, 제가 도와드릴게요.”나는 일부러 일을 찾아 했다.봉섭 할아버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 옆에서 할아버지께 침을 건네는가 하면 소독을 도와드렸다.사장님은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몇 차례의 치료를 받고 나니 혈색이 많이 좋아졌다.치료 과정은 매우 순탄했다. 이건 모두 봉섭 할아버지의 뛰어난 의술 덕분이었다.그 덕에 나도 옆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치료가 끝난 뒤 봉섭할아버지는 사장님 가족들에게 말했다.“이제 치료는 다 끝났으니 병세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5년 정도는 재발하지 않을 겁니다.”그 말에 두 어르신은 감격에 겨워 봉섭 할아버지의 손을 덥석 잡았다.“선생님, 우리 사위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고아연이 찍은 영상은 확실히 재밌었으니까. 팬이 이렇게 많은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다만 댓글은 죄다 침을 흘리는 이모티콘이거나 내 친구가 이 영상을 보고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유형의 댓글이었다.고아연은 남자만 찍는 게 아니라 여자가 나오는 여상도 아름답고 우아하면서 매력이 넘치게 잘 찍었다.전에는 고아연한테 이런 재능이 있었는지 몰랐는데 말이다.내가 한창 영상을 보고 있을 때 고아연이 갑자기 문을 열고 내 방에 들어왔다.나는 깜짝 놀라 얼른 핸드폰을 숨겼다.“왜 왔어요? 노크는 왜 안 하는데요?”“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고아연은 오히려 삐진 듯 되물었다.이에 나는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무슨 일인데요?”고아연은 나한테로 걸어오더니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혹시 잘생긴 남자 아는 사람 있어? 있으면 나 좀 소개해 줘.”“왜요?”“왜긴? 당연히 영상 찍으려고 그러지. 내가 설마 그 남자들을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고아연은 화가 난 듯 나를 째려봤다.나는 나 하나로도 모자라 또 더 찾아달라는 건가 싶어 순간 화가 나서 말했다.“없어요.”“정말 없어? 아니면 소개해 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야?”“정말 없어요?”“누굴 속이려 들어? 너의 가게에 잘생긴 사람들이 많다던데. 소개해 주기 싫으면 내가 나중에 직접 찾아가면 그만이지.”“마음대로 해요.”나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쓰라렸다.“그래. 그럼 내일 찾아갈게.”고아연은 말을 마친 뒤 이내 방을 나갔다.나는 처음에 고아연이 밀당하는 건가 싶었는데 내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 고아연은 정말 나한테 잘생긴 남자를 소개해달라고 내 방까지 쳐들어온 거였다.나도 여자들한테 인기 꽤 많은 남자인데 고아연처럼 나를 꼬시지도 않고 아예 무시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사람은 참 이상한 게, 분명 상대와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서 상대가 무시하면 오히려 괴로워지고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내가 지금 그랬다. 때문에 나는 마음을 가다듬은 뒤 이불을 뒤집어쓰고
“두 사람은 거기서 씰룩거리고 나는 혼자 카메라나 들고 있으라고? 미친 거 아니야?”“그렇게 싫으면 언니도 끼던가.”고아연은 고수연까지 초대했다.그 순간 고수연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대했다.“셋이 같이 찍어도 돼? 이상하지 않을까?”“이상할 거 뭐 있어? 청순하고, 섹시하고, 야성미 넘치고. 이거야말로 관중들이 원하는 거 아니겠어? 할래?”“그럼 카메라는 어쩌고?”고아연은 두말없이 핸드폰을 들어 거치대 위에 고정했다.“언니, 그런 옷은 안 돼. 좀 노출이 있는 옷을 입어.”고수연은 가정주부라 평소에 치장도 하지 않고 보수적이었다.결국 고아연이 나서서 형수의 옷 한 벌을 골라주었다.그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고수연은 확실히 색다른 분위기를 풍겼다.모든 준비가 끝난 뒤 고아연은 우리에게 춤 한 구간을 알려주었고 그걸 함께 연습한 뒤 정식 촬영을 시작했다.음악이 울리자 나는 고씨 자매와 함께 춤을 추며 걸어 나왔고, ‘풀어’라는 단어가 들릴 때 두 자매가 양옆에서 내 옷을 벗기며 탄탄한 복근을 공개했다.촬영이 끝난 뒤 고아연은 바로 편집했다.나도 최종 영상이 궁금해 서둘러 자리를 뜨지 않았다.한참 뒤 고아연은 우리에게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었다.그런데 남자인 내가 봐도 영상이 꽤 멋있었다.고수연은 나보다도 눈을 더 크게 뜨고 입꼬리를 씰룩씰룩 끌어 올렸다.“아연아, 너 평소 이런 영상만 촬영해?”나는 그제야 고아연이 SNS 스타라 평소 자기가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을 여러 플랫폼에 올린다는 걸 알았다.나는 몰래 고아연의 계정을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몰래 구독했다.고아연의 계정은 팔로워 수가 엄청났고 영상 하나당 좋아요가 만 개가 넘었으며 댓글도 수천 개가 달렸다.그리고 한 가지 예외 없었던 건, 고아연이 올린 영상은 모두 여러 가지 젊고 잘생긴 미남들이라는 거였다.게다가 모두 상반신을 노출한 모습이었고 한 번도 중복된 적이 없었다.그걸 보다 보니 나는 문득 고아연이 부러웠고 이 많은 남자들이 어떻게 고아연
내가 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갈아입으려고 할 때 고아연이 갑자기 내 앞을 막아섰다.“거실에서 갈아입어.”“뭔가 음모가 있죠?”고아연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이렇게 잘생긴 얼굴에 몸매 좋은 남자를 보기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 솔직히 말할게. 내가 좀 남색을 많이 밝혀.”나는 색을 밝힌다는 걸 이렇게 대놓고 인정하는 여자는 처음 봤다.“그래도 안 돼요. 난 형수 거예요.”나는 농담조로 말하고는 얼른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몸에 걸친 섹시하고도 색기 넘치는 옷을 보니 나는 저도 모르게 소여정이 나더러 비슷한 옷을 입으라고 했던 때가 떠올랐다.보아하니 여자도 색을 밝히는 모양이다. 그것도 남자 못지않게.내가 문을 열고 방을 나선 순간 고아연은 노골적인 눈빛을 숨길 생각도 없는지 나를 진득하게 바라봤다.“쯧쯧. 역시 젊고 잘생긴 데다 소년미까지 넘치네. 이래서 언니가 그렇게 좋아하던 거였구나. 저녁에 이런 남자를 안고 잠들면 자다가도 웃으면서 일어나겠네. 자, 누나도 한번 안아보자.”고아연은 노골적으로 나를 더듬거렸다.나는 너무 놀라 다급히 고아연을 막았다.“옷만 입어보면 된다면서요? 다른 짓 하지 마요.”고수연도 옆에서 질투하는 듯 말했다.“아연아, 큰 언니 아직 혼수상태인데 네가 이렇게 언니 남자를 만져 대면 나중에 언니 얼굴 어떻게 보려고 그래?”“어쩔 수 없지. 미색이 유혹하면 난 남편도 배신할 사람인데 도덕을 어기는 게 뭔 대수야?”문제는 이 말이 고아연 입에서 나오니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척 어울렸다.고아연은 워낙 색을 밝히는 체질이라 그런지 아무리 이런 말을 해도 충격적이지 않았다.나는 두 사람이 나를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옷은 문제없어요. 저는 이만 갈아입고 나올게요.”말을 마친 뒤 나는 곧장 내 방으로 향했다.그때 고아연이 다급히 나를 잡아끌었다.“잠깐만. 영상 좀 찍을게.”“무슨 영상이요?”“내가 보여줄게.”고아연은 내 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