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간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매번 형수가 나를 건드릴 때, 나는 한 번도 반항한 적 없는데, 이번에는 좀 반항해 볼까 하는 생각.‘형수가 자꾸만 나더러 마음을 열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번에 시도해 볼까?’나는 바지를 반쯤 올리고 형수를 보며 말했다.“형수, 나 지금 불편한데, 예전에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요.”말을 마친 순간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처음으로 형수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거라 불안감이 몰려왔다.“나 아직 저녁해야 해요.”형수는 의외로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말했다.그 모습에 나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직접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다는 건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뜻이기에 나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괜찮아요. 이따가 씻으면 되잖아요.”나는 말하면서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의 손은 너무 부드러워 마치 뼈가 없는 것 같았다.처음으로 여자의 손을 만져보는 거라 나는 조마조마했다.형수는 거절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이러니 형수가 형한테 만족하지 못해 다른 남자라도 원하는 거라는 의심마저 들었다.나는 더 용기를 내어 형수의 손을 내 아래에 갖다 댔다.그러면서 형수가 나를 도와준다면 무척 행복할 거라는 상상을 했다.하지만 내가 이런저런 상상에 빠져 있을 때, 형수가 갑자기 다른 손으로 나의 이마를 튕겼다.그러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수호 씨, 설마 정말로 내 손을 빌리려는 건 아니죠?”다시 원래 모습대로 돌아온 형수를 보며 나는 실망하며 다급히 손을 놓았다.확실히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형수의 반응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어 나는 대뜸 거짓말했다.“아,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그럼 방금 왜 내 손을 그곳에 갖다 댔는데요? 그러면서 아니라고 발뺌할 거예요?”형수는 내 눈을 응시했다. 하지만 나는 형수의 눈을 피하며 얼굴을 붉혔다.그때 형수가 갑자기 내 얼굴을 잡으며 제 쪽으로 돌렸다.“수호 씨, 그러고 싶으면 그러고
“절대로 이 일 형한테 말하지 마요.”형수는 나를 도와 바지를 올려주며 말했다.“당연하죠. 그런데 방금 잘했어요. 내 앞에서만 이러지 말고 애교 앞에서도 이래요. 여자를 밝히는 남자일수록 여자가 더 환장하거든요. 그리고 필요할 때면 대담하게 행동으로 옮겨요.”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혹시 내 마음을 열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당연하죠. 설마 내가 수호 씨랑 뭐라도 하려고 이러는 거라고 생각해요?”그 말에 내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져 맥없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이런 일에 실망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특히 형수님이 아무렇지 않게 내 바지를 입혀주고 옷을 정리해 주면서도 아무 반응 없는 걸 보니 역시나 나를 어린애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나는 이런 느낌이 싫었다.분명 다 큰 성인이고, 욕구도 많은데, 형수는 왜 보지 못하는 건지.‘정말 나한테 아무런 느낌도 없나?’그 순간 형수가 방금 했던 말이 떠올랐다.‘여자를 밝히는 남자일수록 여자가 더 환장하거든요.’‘그럼 내가 형수한테 변태 짓을 하면 형수가 나에 대한 생각을 바꿀까?’나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형수를 와락 안았다.그 순간 형수의 입 사이로 낮은 신음이 흘러나오더니 새하얀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수호 씨,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형수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심지어 이번에는 형수를 건드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형수님, 얼굴은 왜 빨개져요?”“내가 언제요?”수호에게 꽉 안겨 있던 태연은 순간 이상함을 느끼고 무척 당황해 하며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쳤다.하지만 움직인 순간 뭔가 느껴져 곧바로 얼어붙었다.그 사이, 나는 고개를 숙인 채 형수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으며 입을 열었다.“아니긴요. 분명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도 빨리 뛰면서. 형수님도 원해요? 그렇다면 내가 만족시켜 줄 수 있는데.”물론 형수한테 장난치려고 이런 말을 한 거였지만, 코끝을 간지럽히는 형수의 냄새와 몸
한편, 태연은 수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그러면서 방금 수호에게 안겼던 느낌을 회상했다.수호의 넓은 품에 안겼을 때 힘 있는 팔과 탄탄한 근육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그 상황을 회상하니 저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졌고 저녁을 할 생각조차 사라졌다.태연은 수호의 침대에 앉아 수호가 누워 있던 곳을 손으로 문질렀다.침대에는 아직 수호의 온기가 느껴졌다.그렇게 한참 문질러대던 태연은 끝내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누웠다.마침 수호의 품에 안겼을 때처럼.태연은 지금껏 남자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때문에 방금 전 느낌이 못내 그리웠다.곧이어 수호가 덮었던 이불을 덮자 이상한 느낌이 태연을 덮쳤다.그리고 잠시 뒤, 태연은 손을 제 옷 안에 넣으며 낮은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분명 형수를 잠깐 놀려주려고 한 것뿐인데, 오히려 내가 이렇게 도망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역시 배짱이 부족한 게 틀림없다.하지만 형수를 희롱한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뇌리를 스쳐 나는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그렇지 않으면 고생하는 건 결국 나니까.계단을 내려오자마자 나는 곧장 마트로 가려고 했지만 아래가 너무 불편해 미칠 지경이었다.게다가 이렇게 밖에 나가면 최소 변태로 몰릴 게 분명했다.때문에 나는 동네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손으로 해결하고 나서 마트로 향했다.형수는 간장 심부름만 시켰지만 나는 간장 외에도 과일을 더 구매했다.그도 그럴 게, 매일 출근하는 것도 힘든데 애까지 만들어야 하는 동성 형이 안쓰러워서였다.게다가 매번 실패할수록 형의 부담이 더 커지고 괴로울 게 뻔했다.아직 일자리도 없고 돈도 못 버는 나로서는 형을 이렇게 도울 수밖에 없었다.과일 코너에서 과일을 이것저것 고르고 계산하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애교 누나.애교 누나도 과일 코너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었는데, 마침 바나나를 고르고 있었다. 심지어 어느 게 더 큰지 비교하면서 말이다.그
애교 누나가 긴장해하는 모습을 보자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알아요. 저는 그저 누나한테 인사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계속 저를 무시하니까 마음이 급해서 그만.”애교 누나는 어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내가 수호 씨를 무시하든 말든 그게 중요한가요?”“당연히 중요하죠.”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어색하면서도 수줍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그 모습은 너무 매혹적이었다.그러다 순간 형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여자를 꼬시려면 너무 양반처럼 굴면 안 돼요. 가끔 대답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어요.’애교 누나는 지금 화나거나 분노한 것이 아니라 분명 부끄러워하고 있는 거다.그러니 오전의 일로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낯선 사람이 그런 짓을 하는 걸 보고 쑥스러워하는 게 틀림없다.“애교 누나는 나한테 특별한 사람이거든요.”이 한마디를 내뱉고 나니 내 심장은 또 두근댔다.애교 누나한테 이런 수작이 먹힐지 몰라서 더 불안했다.“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우리 이제 한 번밖에 안 봤는데, 특별하다니요?”애교 누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새까만 눈동자에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희망이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 나는 웃음이 났다.“특별해요. 정확히 어디가 특별한지는 말할 수 없지만 달라요. 그러니까 저 무시하지 마요. 네?”“알았으니까 그만해요. 사람들도 많은데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히며 마치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는 너무 기뻐 다급히 말했다.“알았어요. 그만할게요. 그런데 저녁 준비하려고 장 보는 거예요?”“네.”“평소 혼자 밥해 먹어요?”“그렇죠.”“너무 외롭겠다. 왜 형수님 집에 놀러 오지 않아요?”“태연이가 맨날 남편과 애 만드느라 바쁜데, 어떻게 가요? 그러다가 난감한 장면이라도 마주치면 어떡하라고요.”하긴.형수는 개방적이라 남녀 사이의 일을 입에 달고 산다지만 애교 누나는 내성적인 데다 부끄럼도 많이 탄다
“애교 누나, 저... 하! 역시 이 입이 문제야. 누나, 저 때리세요.”설명할수록 점점 더 엉망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에 나는 차라리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형수님처럼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뭐 여자를 꼬신다고 나대?’‘그러니까 일을 망쳤지.’나는 내 자신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그런데 애교 누나가 나를 보며 갑자기 피식 웃었다.하지만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다.애교 누나가 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니까.나는 확신이 없어 어색함을 무릅쓰고 물었다.“왜 웃어요?”“아니에요, 그냥 수호 씨가 좀 귀여워서요. 수호 씨 형수는 어찌 보면 참 교활하고, 형도 엄청 능력자인데, 수호 씨는 참 올곧네요. 그런데 또 올곧다고 하자니 그런 짓을 벌였고.”애교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듯 말하자 나는 얼른 누나한테 바싹 다가가 속삭였다.“누나, 남자가 올곧은 거랑 그런 일을 하는 거랑 상관없어요. 욕구는 풀어야 하니까요. 그건 화장실 가는 거랑 똑같다고요. 안 그러면 불편하니까.”애교 누나는 나를 흘끗거렸다.“못 믿겠어요. 분명 변태면서.”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낮게 속삭였다.“그건 누나가 남자를 몰라서 그렇겠죠. 형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던데.”“뭐라고요?”“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물건은 다 샀어요? 다 샀으면 얼른 계산하러 가요.”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대답했다.“아직 못 샀어요. 수호 씨가 먼저 가서 계산해요.”“얼른 사요. 기다릴게요. 같이 계산해요.”그때, 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나랑 붙어 있지 마. 여기 오는 사람들 다 동네 사람들이야. 내가 유부녀인 걸 아는데 너랑 같이 있는 걸 보면 뒤에서 수군댈 거야.”그 말에 순간 실망감이 몰려왔다.‘애교 누나는 너무 보수적이야. 같이 걷는 것도 싫어하다니.’이렇게 하다가 절대로 애교 누나를 공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물건을 사 들고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오니 형수가 마침
“형수님, 저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내가 다급히 내 의견을 밝히자 형수는 싱긋 웃었다.“알아요. 수호 씨는 그런 남자들과 달라요. 수호 씨가 성실하고 착해서 내 친구를 유혹하라고 한 거예요. 왕정민은 사람도 아니거든요. 밖에 내연녀가 있으니 비겁한 방법으로 애교와 이혼하려 하잖아요.”“그런데 만약 우리를 찾아온 게 아니라 밖에서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고 생각해 봐요, 애교가 어떤 꼴 날지. 왕정민이 이러는 것도 이게 깔끔하게 이혼할 방법이라서 그래요. 그놈도 알고 있거든요, 본인 아내가 얼마나 남자에 목 말라 있는지.”형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러니까 그 말은 애교 누나가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평판과 성격 때문에 쉽게 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이라는 뜻이에요?”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내가 왜 수호 씨더러 애교 마음을 열라고 하겠어요? 내가 확신하는데, 늦은 밤마다 애교도 수없이 혼자 해결했을 거예요. 믿기 힘들면 오늘 밤 베란다로 훔쳐보던가요.”그 말에 나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여기 베란다에서 애교 누나네 집이 보여요?”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형수는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당연하죠. 우리 집은 바로 이어져 있어 베란다도 붙어 있어요. 왕정민도 동성 씨한테 수호 씨 같은 동생이 있는 걸 알고 우리한테 그런 부탁한 거예요. 심지어 수호 씨가 이제 막 졸업한 젊고 팔팔한 청년이라는 것도 알아요.”“그래서 분명 수호 씨가 나서면 애교가 얼마 못 가 수호 씨한테 스며들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그 말을 들으니 내 심장은 또 요동쳤다.그때 형수가 말을 이었다.“지금 뭘 걱정하는지 알아요. 오늘 밤 내가 말한 대로 해요, 그러면 분명 그런 걱정도 사라질 거예요.”내가 한창 넋을 잃고 듣고 있을 때, 형수가 눈을 내리깔며 내 아래를 흘끗거렸다.“수호 씨는 어쩜 정력이 이렇게 좋아요? 어떻게 아무 때나 서지?”그 말에 놀라 고개를 숙여 확인했더니 아래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나는 순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으면서 결국 이렇게 마무리 짓는 형수 때문에 나는 마음이 간질거렸다.전에 형수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될 리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나는 형수를 보며 용기 내어 말했다.“형수님, 제가 씻는 거 도와줄래요?”“네? 내가요?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나는 솔직한 내 생각을 말했다.“나 대신 씻겨달라는 거 아니에요. 그냥 등만 밀어달라는 거지.”“그래도 안 돼요.”형수의 거절에 나는 너무 괴로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캐물었다.“왜요?”“다 큰 성인 남성이 나체로 내 앞에 서 있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내가 팬티만 입고 있었을 때도 다 봤으면서.”나는 이대로 포기하기 싫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형수와 함께 들어가고 싶었으니까.그런데 형수는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수호 씨 말대로 아까는 팬티를 입고 있었잖아요. 이따가 샤워하려면 나체로 있어야 하는데, 그게 어디 같아요?”“다를 건 또 뭔데요?”나는 포기하지 않고 중얼거렸다.‘고작 천 쪼가리 한 장일 뿐인데, 볼 것도 이미 다 봤으면서.’형수는 내 말을 들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왜요? 기분 안 좋아요?”“아니요.”“아니긴. 표정에서 다 티 나거든요.”형수를 보니 내 마음은 또 요동쳤다.하지만 결국 용기 내어 말했다.“형수님, 혹시 저랑 장난하는 거예요?”“왜 그렇게 말해요?”“저를 자꾸만 무시하잖아요. 괴로워하는 거 뻔히 알면서 야릇한 말만 하다가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된다고 하고.”형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것 때문에 화난 거예요? 그럼 하나만 물을게요. 내가 잠옷을 입고 집에서 돌아다니는 거랑 아무것도 안 걸치고 돌아다니는 게 같아요?”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형수의 눈치를 살폈다.형수는 방금 샤워하고 나와 잠옷을 입고 있었다.그래서인지 가슴에 더욱 눈길이 갔다.‘원래부터 큰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가뜩이나 터질 것 같던 아래가 점점 더 괴로웠다.그때 형
욕실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웃옷과 바지를 벗었고, 형수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봤다.솔직히 이러고 있으니 우리가 마치 뭐라도 할 것처럼 부끄러웠다.그런데 형수마저 얇은 슬립 한 장 걸치고 있으니 입이 마르고 목이 탔다.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몸에는 팬티 한 장만 남았다. 그것도 불룩 튀어나온 채로.너무 부끄러워 형수를 볼 수 없어 물을 틀었더니 차가운 물이 내 몸 위에 쏟아졌다. 하지만 마음속을 지핀 불은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그 사이 형수는 어느새 때 밀이 수건을 손에 낀 채 내 등을 밀기 시작했다.“조금만 더 숙여요. 너무 커서 안 닿잖아요.”형수가 말하면서 갑자기 내 엉덩이를 때리는 바람에 나는 몸을 흠칫 떨었다.곧이어 몸이 달아올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나는 속으로 뒤에 있는 사람은 동성 형의 여자라는 걸 자꾸만 되뇌면서 절대 형수한테 품지 말아야 할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나 자신을 설득했다.‘형수님이 내 등을 밀어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지.’이렇게 생각하면서 허리를 숙이자 형수는 얼른 내 옆으로 다가와 내 등을 밀어주기 시작했다.형수의 동작에 슬립 치마가 따라서 하늘거렸다.고작 슬립 치마일 뿐이었지만 형수의 나른한 몸이 느껴져 이상한 감각이 피어올랐다.게다가 형수가 내 등을 밀어줄 때마다 가슴이 등에 닿는 느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그런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나는 등에 닿는 감각을 느끼면서 곁눈질로 형수의 다리를 훔쳐보았다.형수의 다리는 매끈하고 새하얬다. 게다가 슬립 끝자락이 물에 젖어 투명한 색을 띠며 다리에 딱 달라붙으며 다리 사이의 광경이 내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순간 가슴이 더 빨리 뛰기 시작하며 눈까지 빨개졌고 아래가 더 뻐근했다.하지만 형수가 나가 버리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애써 내 상태를 숨겼다.겨우 설득해서 얻은 기회인데 이대로 놓칠 수는 없었으니까.“수호 씨 등 정말 탄탄하네요.”등을 밀어주던 형수가 갑자기 내 등을 살살 쓰다듬으며 감탄했다.순간 괴로움이 배가 되어 당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농담을 해요?”나는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하지만 백연우가 내 가슴을 꼬집으며 말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이러는 건데? 호의를 무시하지 마.”“알았어요. 백 쌤 말 대로 됐으면 좋겠네요.”그러던 그때 백연우가 갑자기 내 품에 안겼다.“그동안 나 보고 싶지 않았어?”“저기, 백 쌤. 형수가 옆에 누워 있는데 좀 이러지 않으면 안 돼요?”“내가 보고 싶었냐고 물어본 것뿐이잖아.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왜 겁을 먹고 그래?”“형수 앞에서 이러고 싶지 않아요.”“얼씨구. 지난번에 나 찾아왔을 때는 여자를 본 적 없는 남자처럼 달려들더니.”그 말에 나는 일순 난처했다.현재 형수가 의식이 없어 듣지 못하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분명 화부터 냈을 거다.나는 백연우를 내 다리 위에서 내려보내고는 무의식적으로 형수를 바라봤다. 그때 형수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나는 너무 기뻐 다급히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 형수. 내 말 들리는 거죠?”백연우도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야? 반응했어?”백연우는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형수를 살폈다.“아니잖아.”“제가 분명 봤어요. 형수의 속눈썹이 떨렸어요.”“잘못 본 거 아니야?”“아니에요. 잘못 볼 리 없어요. 똑똑히 봤어요.”이번만큼 나는 형수의 속눈썹이 떨리는 걸 분명히 봤다.백연우는 팔짱을 낀 채 나를 꿰뚫어 볼 듯 노려봤다.“정수호, 아주 소설을 써라.”“거짓말 아니라니까요. 진짜예요.”“헛것을 봤겠지. 그동안 너무 바쁜 데다 욕구가 쌓여 잘못 본 게 틀림없어. 내가 욕구 좀 풀어줄게. 어때?”백연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 목을 끌어안았다.그 순간 나는 놀랍게도 형수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나는 그제야 형수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아 반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내가 이런 방식으로 형수한테 자극을 주면 형수가 깨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나는 설명할 새도 없이 백연우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임유미는 그동안 밤이 깊어 날이 어두워지면 외로움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어 누군가에게 보살핌받고 싶다는 생각에 지배되곤 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사람 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지 남편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임유미는 정호섭이 자기한테 미안해 이혼할 생각까지 했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정호섭이 자기 마음을 알면 또 그런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 순간 든 생각은 현재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몰래 해결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이었다.임유미는 집에 들어가 화장실에서 몰래 욕구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호섭이 도중에 자기를 부르면 흥이 깨질까 봐 걱정되었다.그에 반해 복도는 오히려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마음껏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임유미는 몰래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더 없이 벅차올랐다.지금껏 임유미는 이런 짓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 짜릿하고 두근거렸다.하지만 친구들을 떠올리니 자기도 이제는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자는 자기 욕구를 너무 억누르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병이 올 수 있으니까.최근 들어 소여정과 백연우처럼 자유롭고 멋지게 사는 게 부럽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기에 임유미도 자기를 바꿔보고 싶었다. 결국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임유미의 핸드폰은 주인처럼 깨끗하다. 그동안 지저분한 사이트는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으니까. 때문에 한순간 어떤 사이트에서 영상을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그러다가 문득 소여정한테서 받았던 노골적인 사진이 떠올라 그걸 찾아냈다. 그 사진은 너무 노골적이라 예전에는 너무 부끄러워 제대로 보지도 못했었다.임유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자기와 남편이 예전에 잠자리를 가지던 모습을 떠올랐다. 그렇듯 점점 옛 추억에 빠지는 느낌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한편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사모님 집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나는 고수연을 집에
하지만 사모님이 소파에서 일어나 막 내려왔을 때 나도 마침 사장님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 때문에 사모님 치마가 흠뻑 젖은 걸 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나는 순간 흠칫 놀랐다.하지만 경험 많은 내가 그 축축한 곳이 어디인지를 모를 리가 없었다.나는 사모님이 마사지 받은 거로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다만 사모님 성격이 워낙 내성적이고 예민한지라 대놓고 뭐라 얘기할 수 없었다.나는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고개를 돌렸다.그 순간 사모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것처럼 허둥댔다. 이 모습만큼은 절대로 나한테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하필 내가 그걸 봐버린 것이다.내가 떠나려 하자 사모님은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수호 씨, 잠깐만요.”“사모님, 사장님은 이미 주무셨어요. 사모님도 일찍 주무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나는 흠뻑 젖은 사모님의 치마에 자꾸 시선이 가 더 이상 이 곳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나는 한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내가 허둥지둥 도망치려 하자 사모님은 더욱 조마조마했다.내가 당황한다는 건 봤다는 걸 설명하니까.사모님은 내가 자기를 나쁜 여자라고 오해할까 봐 더욱 불안했다. 때문에 그 길로 나를 쫓아 나왔다.나는 얼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다만 사모님 집은 20층인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올라오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그때 뒤에서 쫓아 나오는 사모님이 눈에 보이자 내 마음은 더욱 조마조마했다.‘왜 쫓아 나오는 거지?’‘설마 앞으로 오지 말라고 또 욕하려고 그러나?’나는 그런 상황이 너무 싫었다.“수호 씨, 난 수호 씨가 생각한 그런 여자 아니에요. 절대 날 오해하지 말아요. 난 그저... 너무 오랫동안 남편과 가까워지지 않아 몸이 예민했던 것뿐이에요.”사모님은 나를 나무라기는커녕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그 모습은 너무나도 의외였다. 그와 동시에 사모님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나는 다급히 말했다.“사모
사모님은 바삐 움직이면서 가끔 어깨와 허리를 주물러댔다. 그 모습만 봐도 그동안 힘들었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때문에 사장님이 다시 사모님을 설득할 때 나는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고 협조하며 말했다.“사모님, 보아하니 허리가 불편한 것 같은데. 제가 주물러 드릴게요.”“아, 아니에요.”“유미야. 내 말 좀 들어 봐. 정 싫으면 내가 주물러줄게.”사장님은 마음이 아픈 듯 말했다.하지만 사모님 역시 사장님을 안쓰러워했다.“어떻게 그래? 자기 몸 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닌데. 무리야.”사모님은 말하면서 나를 보더니 결국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럼 수호 씨가 주물러 줘요. 하지만 난 우리 남편 말고 다른 이성이 나한테 닿는 게 싫으니 이따가 담요 덮고 해줘요.”“물론이죠.”나는 흔쾌히 대답했다.사모님은 내가 함부로 하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사장님 옆에 있는 소파에 엎드렸다.사장님 앞에서 마사지를 받으면 내가 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한 모양이다.사실 나도 사모님한테 뭔 짓을 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사모님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피로를 풀어줄 생각이었다.나는 내 마음이 매우 순수하다고 맹세하라면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내 손이 사모님 허리에 닿았을 때, 뻣뻣하게 굳은 사모님 몸이 손끝에서 느껴지자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내 손은 크고도 두꺼운 데다 힘이 있었다.때문에 가볍게 사모님 허리를 주무르는 순간, 사모님은 남성의 파워를 단번에 느꼈다.그래서인지 너무 오랫동안 남자의 손길을 받아본 적 없는 사모님은 이내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이에 사모님은 매우 부끄러워했다. 자기 남편이 있는 앞에서 어떻게 이럴 수 있나 하는 죄책감마저 들었다.하지만 허튼 생각 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했지만 내가 마사지하면 할수록 사모님은 점점 편안한 느낌에 매료되었다. 심지어는 은근히 내 손이 등을 타고 올라올 것을 기대했다.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순간 사모님은 깜짝 놀랐다.‘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너무
나는 사장님의 생각이 이토록 깊고 이렇게 멀리까지 내다보실 줄은 몰랐다. 그 사실이 너무 놀랍고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나는 사장님 같은 혜안을 가지라면 멀었는데 말이다.나는 아직 평범한 사람이라 아직은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신세다. 하지만 정 사장님의 사상은 이미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평생 노력해도 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이 순간 정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은 더 깊어졌다.“수호 씨, 하고 싶은 일 마음 편히 해. 걱정할 거 없어. 사람이 걱정이 너무 많으면 이것저것 발목을 잡을 거고 겁을 먹어 결국엔 마음껏 뜻을 펼치지 못할 거야. 큰일을 하려면 반드시 무서울 게 없다는 패기로 덤벼야 해. 그래야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고 용감하게 전진할 수 있어.”나는 정 사징님이 전수해 준 교훈을 마음 깊이 새겼다. 그때, 사모님이 깨끗이 씻은 과일을 들고나왔다.“수호 씨, 과일 먹어요.”사모님의 새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보니 나는 순간 또 그날 본 춤추는 나비가 떠올라 얼른 시선을 피했다.그날 용천 호텔에서 몸을 섞은 상대가 사모님이 옳든 아니든 나는 반드시 사모님과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사모님은 부드럽고 다정하며 강남시 여자들한테만 있는 온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심지어는 향긋하고 달콤한 밀크티 같아 기분이 우울할 때면 맛보고 싶어질 정도다.비록 사모님을 상대로 무례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내 몸과 마음은 자꾸만 저도 모르게 사모님께 끌려 나도 너무 곤혹이었다.“수호 씨, 우리 아내가 그동안 나 돌보느라 고생해서 이따 수호 씨가 마사지 좀 해줘.”“싫어!”사모님은 놀란 토끼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며 본능적으로 거절했다.나도 썩 내키지 않았는데 사모님 반응이 이토록 클 주은 생각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사장님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여보, 수호 씨는 남 아니야. 우리 친동생이나 다름없다고.”“그, 그래도 안 돼. 내가 이성과 접촉하는 걸 싫어한다는 거 알잖아.”나도 얼른 끼
민우가 되물었다.“수호가 그럴 자격이 왜 없는데요? 얼마 전에 가게에 일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나선 게 누군데요? 위험을 무릅쓰고 가게를 위기에서 구출한 건 또 누군데요? 본인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때 왜 맨 앞에 나서지 않았어요? 왜 그 사람들과 싸우지 않았는데요?”“맞아요. 수호 씨가 아니면 화인당이 다시 평화를 되찾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는 착실히 일하고 싶고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은 것뿐이에요.”“수호 씨가 가게 규칙을 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들은 모두 주동적으로 수호 씨를 찾아온 거예요. 준희 씨처럼 특수 서비스니 뭐니 하면서 고객을 꼬신 적 없다고요.”“수호 씨는 정 사장님 목숨도 구해줬어요. 그런데 수호 씨가 가게 이인자가 되는 게 뭐 문제 있어요?”“진짜 문제 있는 건 준희 씨겠죠. 준희 씨는 수호 씨가 부럽고 질투 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수호 씨가 잘나가는 꼴이 보기 싫은 거잖아요. 하지만 너무 비겁한 거 아니에요?”안준희는 가게 식구들이 모두 내 편을 들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말 잘못한 사람이 오직 본인이 된 것만 같았다.안준희는 뭐라고 더 변명하려 했지만 민우가 때마침 달려들었다.“당장 나가요. 여긴 당신 반기지 않으니까.”모태진과 오민혁을 포함한 다른 직원들도 한꺼번에 달려들어 안준희를 쫓아냈다. 그러고는 모두 나한테 다가와 너무 마음에 두지 말라고 위로했다.그 순간 나는 밀려오는 감동을 참을 수 없었다.비록 너무 오글거려 말은 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나를 어떻게 도와줬는지만은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그날 저녁 나는 사모님 댁에 갔다.이번에는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간 거였기에 나는 윤지은의 당부를 신경 쓰지 않았다.내가 오지 않은 동안 사장님의 안색은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사모님은 사장님을 조심스럽게 부축해 걷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조금 걷다 지친 사장님은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수호 씨, 얼른 와서 앉아. 여기 앉아.”사장님은
“정수호. 적당히 해. 너는 가게에서 마음대로 하면서 다른 사람은 하면 안 돼? 네가 뭔데?”나는 안준희가 나한테 불만을 품고 있고 그 외 다른 직원들도 안준희를 본받으려 한다는 걸 알고 있다.이런 풍기 문란한 짓은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단번에 싹을 잘라야 한다. 만약 내가 안준희한테 엄중한 벌을 내리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는 가게 전체를 좀먹게 할 거다.이 모든 건 확실히 나 때문이기도 했다. 때문에 나는 직원들 앞에서 큰 소리로 말했다.“다들 나한테 불만이 있는 거 알아요. 정 사장님이 나한테만 특별대우해 준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졍 사장님은 나한테만 특별대우해 준 적 없어요.”“사장님은 워낙 착한 분이고 가게 모든 직원에게 평소에도 잘해주세요. 심지어 직원들이 너무 극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피차 보기 껄끄러울 정도로 일을 심각하게만 하지 않으면 항상 눈감아주셨어요.”“그리고... 평소에 예쁜 여자들이 자꾸만 나를 찾아온다고 내가 여성 고객들한테 뭘 했다고 생각하나 본데요. 나는 고객한테 암시를 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 여성분들이 왜 찾아왔는지는 말하기 곤란하지만.”“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가게는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한약방이에요. 뒤에서 불법적인 장사를 하며 제 주머니를 챙기는 행위는 금물이에요.”안준희는 내 말에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말은 잘하네. 그 말을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물어봐.”나는 사라들을 한 바퀴 빙 둘러봤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이미 답을 얻었다.다른 동료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안준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규칙을 어긴 사람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아마 모두가 요행을 바랄 거다. 때문에 그 본보기를 보여줄 상대를 안준희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요. 가게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반드시 처벌할 거니까.”“정수호.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야? 설마 나를 쫓아내기라도 하겠다고?”“준희 씨 말이
형수는 동생 두 명이 번갈아 가며 돌보고 있기에 나도 시간 내서 화인당에 출근할 수 있었다.현재 천수당은 더 이상 개업을 미루면 안 되는 상황이다.현성이 2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는데 친구가 돼서 그에게 손해를 안겨줄 수는 없었으니까.마음을 정한 나는 화인당으로 찾아가 민우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그러자 민우가 걱정되는 듯 말했다.“그럼 정 사장님은 어떡해? 정 사장님이 나한테 잘해주셨는데 회복하기도 전에 내가 가면 너무 미안하잖아.”“네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야. 오늘 내가 직접 사장님을 만나 상황을 말씀드릴 생각이야.”정 사장님이 때리든 욕하든 나 혼자만 감당하면 될 일이었다.“수호야,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뭔데?”“안준희 씨 일이야.”“안준희 씨가 왜?”안준희는 전에 화인당 규칙을 어기고 손님들에게 특별 서비스를 제공해 한번 경고를 준 적이 있다.그 이후로 나는 안준희가 당연히 좀 수그러들 줄 알았는데 민우가 뜻밖의 얘기를 했다.“안준희 씨가 여성 고객만 보면 특별 서비스가 필요한지 묻는대. 그래서 지금 가게 분위기가 엉망이야. 내가 말하면 귓등으로도 안 들어.”“그래. 알았어. 가서 일 봐.”민우가 떠난 뒤 나는 직접 안준희를 찾아갔다.“하던 일 잠시 멈추고 나 좀 봐요.”“할 말 있으면 여기서 해요. 나 지금 바빠서 시간 낼 수 없어요.”안준희는 내가 안중에도 없었다.안준희가 이렇게까지 건방질 줄은 몰랐기에 나는 어두운 얼굴로 다가가 안준희가 하던 일을 막았다.“나 지금 이 가게 두 번째 주인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내 말도 안 듣겠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안준희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난 수호 씨랑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이만 나가줘요.”“나도 준희 씨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떠나줘야겠어요.”안준희는 입가에 냉소를 띤 채 나를 바라봤다.“왜요? 지금 나 쫓아내겠다는 뜻이에요? 정 사장님 대신 가게 며칠 봤다고 본인이 정말 이인자라도 되는 줄 알아
지난번에 진용진이 형수를 건드리려고 해서 나와 형수가 함께 놈을 골목으로 유인해 흠씬 때려준 뒤, 진용진은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때문에 아직도 나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나는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경고했다.“앞으로 고수연 씨 괴롭히지 마. 고수연 씨도 혼자 아니야. 고수연 씨 뒤에도 사람 있다고.”[설마 너야? 웃겨 정말. 이 여자 저 여자 다 욕심나나 봐? 고태연 하나로는 만족하지 못해서 고수연이랑도 잤냐?]나는 내 결백을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진용진은 나와 고수연 사이에 뭔가 있다고 단언하고 있으니 내가 뭐라고 설명해도 믿지 않을 게 뻔했다.나는 싸늘하게 말했다.“마음대로 생각해. 내가 너한테 전화한 건 경고하기 위해서야. 앞으로 또 고수연을 괴롭히면 절대 가만있지 않아.”할 말을 마친 뒤 나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아무 생각 없이 주차장에 도착한 나는 그제야 차키를 윤지은에게 이미 돌려줬다는 게 떠올랐다. 나는 결국 다시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도장으로 향했다.최근 나는 매일 도관에 가는 걸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건 가장 기본적이다. 만약 자기 몸 하나 지키지 못하면 남을 지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해진다.며칠 동안의 단련을 통해 나는 스스로도 큰 변화를 느꼈다. 때문에 끝까지 꾸준히 연습해 한계를 끌어올릴 작정이었다.오후까지 연습하니 나는 어느새 땀에 흠뻑 젖었다. 하지만 몸은 오히려 개운했다.변석훈과 작별한 뒤, 나는 천수당에 들렀다.천수당은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어 개업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매일 여러 가지 잡다한 일로 바빠 요즘은 민우가 화인당을 맡고 있고 현성이 천수당을 관리하고 있다.다만 부잣집 도련님이라 평소 손가락에 물 한번 묻힌 적 없는 현성이 이런 일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하지만 놀랍게도 현성은 천수당을 아주 잘 관리하고 있었다. 그건 너무 놀라울 따름이었다.“의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