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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은광수
“애교야, 왔어? 얼른 들어와.”

내가 한참 답답해하고 있을 때, 형수가 다가와 낯선 여자를 친절하게 맞이했다.

여자는 형수의 초대로 곧장 집 안에 들어섰다.

그러자 형수가 우리를 소개했다.

여자는 형수의 친한 친구인데, 이름은 이애교,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

“애교야, 이 사람은 동성 씨와 같은 마을에 살던 동생이야, 정수호라고, 어제 왔어.”

애교라는 여자는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빙그레 웃었다.

“동성 씨한테 이렇게 어리고 잘생긴 동생이 다 있었어?”

“수호 씨 이제 막 대학 졸업했어. 그러니 당연히 젊지. 젊을 뿐만 아니라 엄청 튼실해.”

내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형수의 마지막 한마디는 무척 의미심장했다. 심지어 눈길마저 내 아래를 흘끗거렸다.

그 동작에 나는 더 불편해졌다.

그때, 애교 누나가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물었다.

“태연아, 네가 말했던 마사지사가 설마 이 사람이야?”

“맞아. 수호 씨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한테 마사지를 배웠대. 솜씨가 엄청 좋아.”

형수는 말을 마치자마자 나를 봤다.

“아까 미처 말하지 못했는데, 사실 내 친구가 허리와 척추가 아프다고 해서요. 가끔 가슴도 답답하대요. 원래는 한의사를 불러 마사지 좀 받게 하려고 했는데, 수호 씨가 마침 마사지할 줄 알잖아요. 그래서 한번 받아보게 하려고요.”

‘그런 거였군.’

나는 단번에 승낙했다.

‘형과 형수가 나를 이곳에서 머물게 해주고 일자리도 알아봐 줬는데, 이런 일 정도야 당연히 도와야지.’

그때, 애교 누나가 부끄러운지 형수를 옆으로 끌고 갔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너무 젊은데?”

“젊은 게 뭐 어때서? 젊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 젊어야 힘이 좋고, 그래야 너 같은 유부녀를 편하게 모실 수 있잖아.”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나 그런 사람 아니거든.”

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형수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농담이야. 네가 그쪽으로 생각하니까 그렇지. 솔직히 말해봐, 네 남편 반년 동안 집에 안 왔는데, 그동안 하고 싶지 않았어?”

“너 계속 이러면 나 간다?”

그때, 형수가 귀까지 빨개진 애교 누나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알았어. 안 놀릴게. 너는 점잖고 우아한 귀부인이야. 됐지? 그런데 우리 수호 씨 솜씨 엄청 좋아. 한번 해봐. 젊고 잘생긴 남자가 밖에 있는 늙은 영감보다야 낫지 않겠어?”

애교 누나는 형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옆에 있어 줘. 안 그러면 어색할 것 같아.”

“그래, 같이 있어 줄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소곤거리더니 그제야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애교 누나가 형수더러 먼저 시범 보여달라고 하자 형수는 군말 없이 소파에 엎드렸다.

“수호 씨, 시작해요.”

나는 의자를 가져와 형수님 옆에 앉아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콜라병 몸매를 소유한 형수의 엉덩이는 동그랗고 볼록해 나는 저도 모르게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연, 어때? 시원해?”

애교 누나가 물었다.

“당연하지, 이렇게 시원하기는 오랜만이야.”

형수의 낮은 신음소리에 나와 애교 누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심지어 아래가 터질 것 같아 괴로워하고 있을 때, 애교 누나도 부자연스럽게 다리를 꽉 모았다.

“됐어, 애교야. 이제 네 차례야.”

형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우리에게 물을 따라주자, 애교 누나는 부끄러워하면서 소파에 눕더니 다리에 담요를 덮었다.

‘쯧, 예쁜 다리를 가리다니, 아쉽네.’

하지만 아무리 덮는다고 해도 완벽한 몸매를 가릴 수는 없었다.

애교 누나는 마른 체형이지만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데다 얼굴까지 동안이라 눈길을 더 끌었다.

그때 내가 손을 어깨에 대자 애교 누나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형수님은 형수님이라 뭘 할 수 없다지만, 형수님 친구는 괜찮잖아? 게다가 남편이 오랫동안 집을 비웠다고 했으니 엄청 외로울 거야.’

“애교 누나, 시원해요?”

“응.”

내 물음에 애교 누나는 부끄러운 듯 낮게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으니 나는 더욱 대담해졌다.

“더 시원하게 해줄게요.”

나는 애교 누나의 등을 타고 두 손을 점점 아래로 움직였다.

그러자 애교 누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허리 시큰거린다면서요? 허리 좀 주물러 주려고요.”

살짝 겁을 먹은 채 말했더니 애교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인을 얻자 내 손은 다시 애교 누나의 허리 위로 올라가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애교 누나의 허리는 매우 가늘어 한 손에 잡힐 정도였다.

하지만 엉덩이는 그에 비해 크고 통통한 애플힙이었다.

“사실 누나의 어깨는 크게 문제없어요. 하지만 허리에 문제가 많아요.”

“네? 허리가 왜요?”

나는 불안한 듯 묻는 애교 누나의 허리를 누르며 말했다.

“신장이 약해요. 신장이 약하면 이렇게 허리가 아프거든요.”

“신장은 보통 남자한테 중요한 거잖아요. 나는 여자라서 크게 상관없는 거 아니에요?”

“그건 오해예요. 남자든 여자든 신장이 두 개인 건 똑같잖아요. 보통 신장하면 남성 기능 쪽으로 생각하는데, 여자도 기혈이 부족하면 신장이 약할 수 있어요. 누나가 얼굴색이 창백한 것도 기혈이 부족해서 그래요. 이걸 장기적으로 방치하면 다른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럼 어떡해요?”

애교 누나가 무의식적으로 묻자 나는 씩 입꼬리를 올렸다.

“사실 지금은 그렇게 심각한 게 아니라 한동안 이렇게 마사지 받으면 나을 수 있어요.”

“그럼 얼른 마사지해 줘요.”

“그럼 시작해요.”

나는 애교 누나의 허리를 따라 아래로 손을 내렸다.

그 순간 애교 누나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는 더 대담하게 행동했다.

내 손은 애교 누나의 엉덩이를 스치며 다리를 덮고 있던 담요를 천천히 걷어냈다.

백옥처럼 새하얀 다리는 역시나 예술이었다.

나는 손을 점점 아래로 내려 애교 누나의 발을 쥐고 발바닥 혈 자리를 꾹꾹 눌렀다.

그러자 애교 누나는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더니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괜찮아요?”

애교 누나는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계속해요.”

그 말에 나는 계속해서 애교 누나의 발바닥을 눌렀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의 치마 속을 훔쳐봤는데 아쉽게도 다리를 너무 꽉 모으고 있는 탓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누르다가 나는 만족스럽지 않아 대담하게 요구했다.

“애교 누나, 혹시 평소에 가슴이 답답하지 않아요? 내가 마사지해 줄게요.”

나는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애교 누나의 가슴을 슬쩍 스쳐봤다.

‘저기를 누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절당할까 봐 걱정했던 것도 무색하게, 애교 누나는 바로 동의했다.

“뭐, 그래요.”

순간 너무 흥분한 나머지 나는 의자를 소파 쪽으로 더 바싹 붙이며 말했다.

“누나, 반듯하게 누워요. 그래야 마사지할 수 있으니까?”

애교 누나는 고분고분 뒤돌아 소파 위에 반듯하게 누웠다.

애교 누나의 가슴은 형수님 것보다 작았지만 봉긋하게 솟았다.

한 번도 여자 가슴을 만져 본 적 없어 잔뜩 긴장한 채로 손을 뻗으려는 그때, 갑자기 형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두 사람 진도 빠르네.”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SCP 카오스
재미있어요 흥미진진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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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로 이 일 형한테 말하지 마요.”형수는 나를 도와 바지를 올려주며 말했다.“당연하죠. 그런데 방금 잘했어요. 내 앞에서만 이러지 말고 애교 앞에서도 이래요. 여자를 밝히는 남자일수록 여자가 더 환장하거든요. 그리고 필요할 때면 대담하게 행동으로 옮겨요.”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혹시 내 마음을 열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당연하죠. 설마 내가 수호 씨랑 뭐라도 하려고 이러는 거라고 생각해요?”그 말에 내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져 맥없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이런 일에 실망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특히 형수님이 아무렇지 않게 내 바지를 입혀주고 옷을 정리해 주면서도 아무 반응 없는 걸 보니 역시나 나를 어린애라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나는 이런 느낌이 싫었다.분명 다 큰 성인이고, 욕구도 많은데, 형수는 왜 보지 못하는 건지.‘정말 나한테 아무런 느낌도 없나?’그 순간 형수가 방금 했던 말이 떠올랐다.‘여자를 밝히는 남자일수록 여자가 더 환장하거든요.’‘그럼 내가 형수한테 변태 짓을 하면 형수가 나에 대한 생각을 바꿀까?’나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형수를 와락 안았다.그 순간 형수의 입 사이로 낮은 신음이 흘러나오더니 새하얀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수호 씨,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형수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심지어 이번에는 형수를 건드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형수님, 얼굴은 왜 빨개져요?”“내가 언제요?”수호에게 꽉 안겨 있던 태연은 순간 이상함을 느끼고 무척 당황해 하며 무의식적으로 발버둥쳤다.하지만 움직인 순간 뭔가 느껴져 곧바로 얼어붙었다.그 사이, 나는 고개를 숙인 채 형수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으며 입을 열었다.“아니긴요. 분명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도 빨리 뛰면서. 형수님도 원해요? 그렇다면 내가 만족시켜 줄 수 있는데.”물론 형수한테 장난치려고 이런 말을 한 거였지만, 코끝을 간지럽히는 형수의 냄새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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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태연은 수호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그러면서 방금 수호에게 안겼던 느낌을 회상했다.수호의 넓은 품에 안겼을 때 힘 있는 팔과 탄탄한 근육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그 상황을 회상하니 저도 모르게 호흡이 가빠졌고 저녁을 할 생각조차 사라졌다.태연은 수호의 침대에 앉아 수호가 누워 있던 곳을 손으로 문질렀다.침대에는 아직 수호의 온기가 느껴졌다.그렇게 한참 문질러대던 태연은 끝내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누웠다.마침 수호의 품에 안겼을 때처럼.태연은 지금껏 남자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때문에 방금 전 느낌이 못내 그리웠다.곧이어 수호가 덮었던 이불을 덮자 이상한 느낌이 태연을 덮쳤다.그리고 잠시 뒤, 태연은 손을 제 옷 안에 넣으며 낮은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분명 형수를 잠깐 놀려주려고 한 것뿐인데, 오히려 내가 이렇게 도망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역시 배짱이 부족한 게 틀림없다.하지만 형수를 희롱한다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뇌리를 스쳐 나는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그렇지 않으면 고생하는 건 결국 나니까.계단을 내려오자마자 나는 곧장 마트로 가려고 했지만 아래가 너무 불편해 미칠 지경이었다.게다가 이렇게 밖에 나가면 최소 변태로 몰릴 게 분명했다.때문에 나는 동네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손으로 해결하고 나서 마트로 향했다.형수는 간장 심부름만 시켰지만 나는 간장 외에도 과일을 더 구매했다.그도 그럴 게, 매일 출근하는 것도 힘든데 애까지 만들어야 하는 동성 형이 안쓰러워서였다.게다가 매번 실패할수록 형의 부담이 더 커지고 괴로울 게 뻔했다.아직 일자리도 없고 돈도 못 버는 나로서는 형을 이렇게 도울 수밖에 없었다.과일 코너에서 과일을 이것저것 고르고 계산하려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애교 누나.애교 누나도 과일 코너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었는데, 마침 바나나를 고르고 있었다. 심지어 어느 게 더 큰지 비교하면서 말이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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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5화

    칼을 쥐고 있던 내 손은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렇다면 앞으로 치료해 주지 않으면 될 거 아니야. 왜 꼭 죽이려 드는 건데?”“네놈이 거슬리니까.”나는 그 이유에 너무 놀라 멍해졌다.‘사람이 거슬린다고 죽이려 든다고?’‘고작 임천호의 개인 정태곤도 사람 목숨을 벌레 보듯 하는데, 임천호는 어떨까?’나는 더 이상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순간 이게 임천호도 묵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그렇다는 건 소여정이 나를 다시 찾아온 순간, 내 목숨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는 뜻이다. 다만 그동안은 내가 소여정과 접촉하지 않아 죽일 이유가 없었을 뿐.하지만 오늘, 내가 소여정의 몸에 손을 대는 걸 정태곤이 직접 봤으니 죽일 이유는 충분해졌다.나는 놀랍게도 소여정을 원망하는 대신 불쌍한 내 운명을 탓했다.그동안 소여정을 피하면서 선을 넘지 않으려고 그렇게 최선을 다했건만, 저승사자는 끝내 나를 찾아왔다.결국 나와 소여정은 같은 사람이었다. 모두 자기 운명을 제 마음대로 좌우지하지 못하는 사람.“다시 한번 말할게. 칼 이리 내.”정태곤은 손을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그 순간 나는 저도 모르게 대담한 질문을 내던졌다.“날 어떻게 죽일 건데?”“토막 내서.”정태곤은 소름 끼치는 대답을 했다.‘나를 토막 내겠다면서 칼을 내놓으라고?’나는 벌레가 아니라 가만히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었다.나는 정태곤의 얼굴을 빤하 바라봤다.예전 같았다면 정태곤의 얼굴을 보기 두려워했을 거다. 특히 정태곤의 두 눈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오싹했으니까.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놈의 두 눈을 빤히 쳐다봤다.나는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죽는 걸 두려워하던 나약한 나를 이겨냈다.나는 이를 악문 채로 버럭 소리쳤다.“싫어!”정태곤은 내 대답에 살짝 놀란 듯했다. 내가 저한테 감히 이렇게 높은 소리로 말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는 이내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러면 네 사지를 하나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4화

    정태곤은 매섭고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등신. 고작 한 대 맞은 거로 못 견디겠어? 이런 주제에 여정 아가씨 눈길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정태곤은 워낙 변태 같은 놈이라 이 상황에 살려달라고 빌면 더 심하게 괴롭힐 게 분명했다.게다가 이 상황에서 믿을 건 오직 나 자신뿐이었다.그동안 일부러 소여정을 피한 건 임천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함이었는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 봤자 닥칠 미래는 결국 닥치고 말았다.이건 나더러 재난을 겪어 보라는 운명의 장난 같았다.피할 수 없다면 마주하는 수밖에. 나는 그동안 찌질하고 겁 많았던 게 아니다. 그저 번거로운 일에 연루되기 싫었을 뿐이지. 하지만 진짜 일이 닥치면 나도 등을 곧게 펴고 용감히 맞설 수 있다.나는 손을 꽉 그러쥐고 정태곤이 방심한 틈을 타 놈의 관자놀이를 세게 가격했다.관자놀이는 머리 중에서 가장 취약한 혈 자리다. 심지어 한 번에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물론 내 실력으로 정태곤을 일격에 죽일 순 없었지만, 적어도 방금 당한 걸 그대로 돌려주었다.관자놀이를 맞은 정태곤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잠깐 의식을 잃었다.나는 그 틈에 정태곤의 칼을 빼앗아 신속히 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도망치지는 않았다. 정태곤의 속도가 나보다 훨씬 빠른 걸 알기에 도망치면 잡힐 게 뻔했으니까.나는 그저 두 손으로 칼을 꼭 쥔 채 싸늘한 눈빛으로 정태곤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먼저 공격해 정태곤을 죽여야 하나 생각했다.하지만 사람을 살려야 하는 손으로 사람을 죽이자니 도무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정태곤은 머리를 문지르며 차에서 내렸다. 놈의 눈은 이미 빨갛게 핏발이 서 있었다. 심지어 나를 보는 눈빛은 더 날카롭고 독기가 차 넘쳤다.“감히 나를 때려? 등신 주제에 감히 나를? 칼 이리 내.”정태곤은 명령조로 말했다. 놈의 눈에 나는 반항도 못 하는 벌레인 듯했다. 그가 칼을 내놓으라고 명령하면 군말 없이 내놓을 정도로 나약한. 그러면 놈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3화

    “너 솔직하게 말해. 대체 무슨 일이야?”소여정은 절대 아무 일 없이 약속을 잡고 커피나 마시며 수다를 떨 사람이 아니다.이건 마치 일부러 회포를 풀면서 뒷일을 맡기는 것만 같았다.여러 가지 추측이 머리를 내밀어 윤지은은 너무 초조했다.윤지은은 소여정한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비록 평소에 소여정을 경멸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소여정한테 일이 생기는 건 절대 바라지 않는다.다만 두 사람 모두 고집이 세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살갑게 말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었다.“나한테 무슨 일이 있다고 그래? 나 임천호 애 낳을 생각이야. 애가 생기고 내 지위가 안정되면 앞으로의 생활도 분명 점점 좋아질 거야.”소여정은 말하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그 모습은 윤지은의 눈에 일부러 찔리는 마음을 숨기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윤지은은 너무 불안했지만 소여정이 끝까지 사실을 털어놓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한편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나는 퇴근하자마자 사장님의 차를 몰고 사장님 집에 돌아갈 준비를 했다.하지만 차에 오른 순간 자꾸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그게 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어 생각을 뒤로한 채 시동을 걸었다.차가 한참 동안 달렸을 때, 내 목덜미에 갑자기 차가운 칼날이 닿았다.그 순간 나는 흠칫 놀라 얼어붙었다.곧이어 정태곤의 싸늘한 말소리가 들려왔다.“길옆에 차 세워.”나는 고개를 숙여 칼을 확인했다. 강철로 만들어진 칼이라 제대로 찌르면 뼈까지 부러질 수 있었다.‘이런 칼을 내 목에 겨누다니, 정말 날 죽일 작정인가?’나는 아까부터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자세히 확인하지 않은 게 못내 후회되었다.그때 만약 도망쳤더라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나는 마지못해 차를 길가에 세웠다.“뭐 하자는 거야?”나는 가슴이 벌렁거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정태곤은 한 손으로 내 목을 잡고 칼을 쥔 다른 손을 내 목에 눌렀다. 그 순간 칼날이 피부를 찢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져 나는 다급히 귀띔했다.“조심해. 이러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2화

    바쁜 업무를 모두 끝낸 뒤에야 나는 윤지은이 당부한 일이 생각났다.윤지은이 일부러 이런 방식으로 나를 겁주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친해진 사이인지라 부탁하는 걸 안 도울 수는 없었다.하지만 나는 윤지은한테 전화해 불만을 토로했다.“일을 부탁하고 싶으면 나한테 말하면 될 것이지 왜 서예지 씨와 동준 형님을 보내 겁을 줘요? 직접 부탁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어요?”윤지은이 평소에 하도 도도하게 굴어 나는 그녀의 기를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윤지은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왜? 내가 겁만 주는 것 같아? 내가 정말 양동준더러 수호 씨를 어떻게 하라고 하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나는 피식 웃었다.“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은 씨는 원래 안 그럴 거잖아요.”[그럼 지금 당장 양동준더러 네 팔 부러뜨리라고 할까?]“그러면 재미없죠. 우리 이미 친한 사이인데, 좀 좋게 좋게 얘기할 수는 없어요?”[없어.]‘윤지은, 내가 언젠간 너를 내 앞에 무릎 꿇고 빌게 할 거야.’[다른 용건 있어? 없으면 끊을게.]윤지은은 내가 마치 본인한테 돈이라도 빚진 것처럼 찬 바람이 쌩쌩 부는 태도였다.나도 더 이상 빈정대는 말을 들어주기 싫어 전화를 끊어버렸다.나는 나중에 따로 방법을 대 윤해철과 만날 생각이었다. 윤해철의 몸을 치료해 주면 다른 사람이 옆에서 부추기지 않아도 윤해철이 직접 아내를 집에 데려오려고 안달복달할 테니까....카페 안.윤지은은 차가운 얼굴로 소여정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천천히 내려놨다.“야심한 밤에 왜 불러내고 그래?”소여정은 싱긋 웃으며 제 앞에 있는 친구를 바라봤다.“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해? 친구끼리 마주 앉아 수다 떨면서 커피 한잔하는 것도 안 돼?”그 말을 들은 윤지은의 눈은 휘둥그레졌다.“너랑 내가? 수다를 떨며 커피를 마신다고? 너 무슨 생각 하는 거야?”“안돼? 학교 다닐 때 우리 사이가 제일 좋았잖아. 같은 이불 덮고 자기도 하고.”소여정의 말은 사실이었다.사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1화

    두 사람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뒤돌아 떠나버렸다. 하지만 내 마음은 전보다 확실히 무거워졌다.‘정태곤이 나를 죽이려 한다고?’‘어쩜 그렇게 간이 크지? 임천호가 나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것도 아닌데 죽이려 하다니?’‘내가 방금 자기를 막아섰다고 서지예 씨가 나 겁주는 거 아닐까?’나는 이내 고개를 마구 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일에 지장 주고 싶지 않았다.그날 오후 주해진이 나를 찾아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두 사람한테 지분 나눠줄 수 있어. 하지만 5퍼센트밖에 못 줘.”그 말을 들은 민우의 얼굴은 이내 어두워졌다.“5퍼센트? 그것도 지분이라고? 성의가 없네. 그냥 가. 우린 협력할 생각 없으니까.”주해진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설명했다.“천수당은 나랑 김진호가 함께 인수한 건데 지분이 각각 50퍼센트거든. 앞으로 천수당에 드는 각종 비용도 다 우리가 부담할 거야. 두 사람한테 5퍼센트씩 나눠주는 것도 남는 장사일걸. 만약 지분을 더 원한다면 따로 투자하던가.”“얼마를 투자하면 50퍼센트를 떼어 줄 건데?”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주해진도 쓸데없는 말은 삼가고 각종 청구서와 데이터를 내놓았다.“천수당의 현재 가치는 5억 6천만 원이거든. 만약 50퍼센트를 원하면 2억 8천만 원을 투자하면 돼.”2억 8천만 원이라는 숫자는 천문 숫자나 다름없었다. 나와 민우한테는 너무 이루기 어려운 목표기도 했고.하지만 나는 50퍼센트의 지분을 갖고 싶었다.따로 사업을 하려면 길게 봐야 하기에 적어도 발언권과 결정권은 손에 쥐어야 했다.주해진은 우리를 파트너로 원하는 입장이라 이미 태도를 많이 낮췄다. 하지만 천수당 장사가 잘되면 주해진과 김진호가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나는 민우랑 힘들게 시작한 사업을 나중에 딴 사람한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2억 8천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한번 시도해 보고 싶어.”나는 내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그러자 주해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두 사람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70화

    “어렵다고?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어? 사는 것도 어려운데.”‘설마 그 정도라고?’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구렁텅이에서 굴러본 적 없으니까 내 말이 실감 나지 않을 거야. 수호 씨가 왜 단단해지지 못하는 줄 알아? 그동안 생활이 너무 평탄해서 단련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야.”나는 그 말을 동의할 수 없었다.“제 생활이 평탄하다고요? 이미 충분히 파란만장하다고 생각하거든요?”“하하, 조금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자기 생활이 파란만장하다고 하더니. 그럼 구렁텅이에서 굴러본 사람들은 어떻겠어?”나는 왠지 소여정이 나한테 시비를 거는 것 같았다.‘왜 내가 꼭 구렁텅이에서 굴러야 하는 건데? 난 지금 당장 강해지고 싶은데.’“제가 책임감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요. 전 아직 저를 증명할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에요. 언젠간 증명해 보일게요.”소여정은 싱긋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나를 믿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나는 소여정에게 약을 처방해 주고 어떻게 약을 먹고 어떻게 몸조리해야 하는지 주의 사항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소여정은 그 말을 듣고는 계산을 한 뒤 떠나버렸다.밖에 나와 보니 서지예와 양동준은 역시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윤지은은 왜 갑자기 나를 찾는지 의문이었다.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지은 씨는 저를 왜 찾는데요?”서지예는 방금 전 일 때문에 안색이 여전히 어두웠다.“사모님 일 때문에. 사모님이 아가씨 곁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거든. 아가씨는 사모님이 얼른 댁에 돌아가셨으면 하고.”그 말을 들으니 순간 의문이 들었다.“그게 저랑 뭔 상관인데요?”“사모님한테 약속한 거 잊었어? 윤 회장님이 먼저 굽히지 않으면 사모님은 절대 안 돌아가. 아가씨가 뱉은 말은 지키라고 전해달래. 만약 뱉은 말도 지키지 못하면 남자도 아니라고.”그 일이라면 당연히 잊지 않았다. 다만 요즘 사장님 일 때문에 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뿐이다.‘별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은.’내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69화

    “그래요. 알았어요. 잘 생각해 볼게요.”소여정은 서지예의 말을 마음에도 두지 않은 듯 건성으로 대답했다.서지예는 소여정의 그런 태도에 화낼 기운도 사라졌다.“사람이 어쩜...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소여정은 생긋 웃었다.“서지예 씨, 말은 그렇게 하면 안 되죠. 내가 왜 뻔뻔해요? 꾸짖으니 마음에 깊이 새기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한 건데, 대체 어쩌라는 거예요?”서지예는 화가 치밀어 버럭 소리쳤다.“당장 임천호 곁에서 떠나.”“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소여정이 되물었다.하지만 서지예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왜 불가능한데. 네가 임천호 옆에 딱 붙어서 떠나기 싫어하는 이상 충분히 가능하잖아.”소여정은 피식 웃으며 일어섰다.“이건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네요. 난 임 회장님한테 빌붙어 떠나지 않으려 한 적 없어요. 임 회장님이 저를 옆에 붙잡아둔 거예요. 나처럼 연약한 여자가 임 회장님이 가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떠나요? 죽고 싶으면 모를까.”“내가 그쪽 언니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두 분 결혼 생활 방해하지 않으려고 내 목숨까지 내 바쳐야 해요? 난 그 정도로 위대하지 않아요.”소여정의 말은 듣기 거북했지만 모두 사실이었다.만약 소여정이 떠나기 싫은 게 아니라 떠나지 못하는 거면, 이건 소여정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소여정도 자기를 희생하면서 도덕을 지키고, 유부녀의 한 맺힌 원한을 만족시킬 정도로 위대하지 않았다.서지예는 소여정이 마음에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얄미웠다.마음에 드는 건, 소여정의 총명함이었다. 서지예의 언니는 소여정에 비하면 확실히 많이 부족했다. 매일 울기나 하고 임천호의 환심을 사는 법을 도통 몰랐으니. 게다가 소여정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번 싸움에서 서지예는 완전히 패했다.“서지예 씨, 혹시 볼 일이 더 남았어요? 없으면 이만 나가주세요.”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한마디도 끼어들지 못했다.하지만 여자들 간의 싸움이 얼마나 격렬한지 제대로 실감했다.서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68화

    나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서지예가 언니 때문에 소여정을 아니꼽게 여기는 마당에 둘이 만나면 분명 소여정을 가만두지 않을 게 뻔했다.지금은 내가 화인당을 관리하고 있는 마당에 소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것도 내 책임이었다. 때문에 나는 얼른 다가가서 서지예를 막아섰다.“사모님, 소여정 씨는 병 보러 온 거예요. 그러니 절대 시비 걸면 안 돼요.”서지예는 나한테 싸늘한 눈빛을 쏘아 댔다.“사모님? 방금 날 막아선 주제에 날 사모님이라 부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비켜.”“싫어요.”“양동준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서지예는 눈을 부라리며 화가 난 듯 말했다.그 말에 나는 다급히 변명했다.“당연히 아니죠. 저 동준 형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다고 생각한 거 하루 이틀이 아니에요. 진짜 고민 오래 했어요.”“그런데도 나한테 그렇게 말해?”서지예는 화가 난 듯 나를 노려봤다.나는 얼른 서지예 앞으로 다가가 설명했다.“저도 다 스승님과 사모님을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어디서 개소리야? 그 여자가 무서워서 이러는 거겠지.”“전 소여정 씨 무서워하지 않아요. 두 분이 여기서 싸우면 화인당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여기 윤지은 씨 친구 남편이 운영하는 곳이에요. 윤지은 씨는 사모님이 모시는 아가씨잖아요. 만약 두 분이 싸우기라도 하면 윤지은 씨한테 어떻게 설명하려고요?”서지예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아가씨한테 설명하는 건 내가 알아서 해.”“설명한다고 해도 윤지은 씨가 가운데서 얼마나 난처하겠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서지예는 여전히 나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래서 나더러 이대로 참으라고? 정수호, 그러고도 남자야?”서여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나를 옆으로 밀쳐버리고 마사지룸으로 행했다.보아하니 내 말은 귓등으로 듣고 심지어 나를 경멸하는 것 같았다.나도 이러는 게 이기적이라는 걸 알지만 두 사람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867화

    그때 소여정이 내 얼굴을 톡톡 두드렸다.“뭔 생각을 그렇게 넋 놓고 해?”“아무것도 아니에요.”나는 소여정한테 이 일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소여정은 제 발을 거두었다.“됐어. 이제 내 몸이나 진찰해 줘. 중요한 건 이거야. 내 몸이 호전되지 않으면 임천호는 분명 내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할 거야. 그러면 수호 씨도 무사하지 못 할 거야.”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투덜댔다.“다른 사람 찾으면 안 돼요? 임천호가 가뜩이나 우리 관계를 의심하는데, 왜 하필 나한테 치료받으러 온 거예요? 나 엿 먹이려고 작정했어요?”“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수호 씨랑 나 사이 의심하지 말라고 그런 거잖아. 생각해 봐. 수호 씨가 의사고 내가 환자면 환자가 의사한테 진찰받으러 오는 건 당연한 거잖아. 오히려 의심받았다고 찾아오지 않는 게 이상하지. 임천호는 분명 철저하게 조사할 거야. 워낙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후환을 막기 위해 수호 씨를 죽일지도 몰라.”“그러면 제가 오히려 소여정 씨한테 고마워해야겠네요?”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소여정은 이 상황에도 웃음이 나오는지 농담조로 말했다.“고마워할 건 없어. 내 몸이나 잘 치료해 줘. 내가 임천호한테 약속했거든. 임천호 아이 낳아주겠다고.”“정말 임천호 아이 낳아줄 거예요? 임천호가 명분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요.”“난 명분 따위 신경 안 써. 하지만 아이라도 안 낳으면 내 상황이 위험해져.”나는 소여정이 아닌 지라 소여정의 상황 따위는 모른다. 때문에 뭐라 할 수도 없었다.그저 나더러 몸을 치료해달라고 하니 치료할 수밖에.한바탕 진찰을 한 뒤,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소여정 씨는 기혈이 좀 부족한 것 말고는 별 이상 없어요. 약 처방해줄게요. 약 먹으면서 몸조리하면 금방 나을 거예요.”“침 맞을 필요는 없는 거야? 마사지거나.”소여정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실망하게 해서 어쩌죠? 침은 맞을 필요 없어요. 마사지도 할 필요 없고요.”소여정은 임천호의 여자다. 임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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