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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금용은 비단으로 물들여 번화하기 그지없다.

백성들은 모두 새봄을 맞이하고 있다.

반역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이 절박하다.

대지가 은빛으로 뒤덮여 있다.

황성에서 용천범은 서용각에 서서 눈을 보고 있다.

매화가 만발하여 온통 하얗고 망망한 가운데 사람을 기쁘게 하는 연홍을 수놓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절로 마음이 좋아지는 풍경이다.

용천범 뒤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금용위 통령이 있다.

빈해성에서 발생한 모든 일은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용천범에게 알려주었다.

“서현우...... 폐인?”

“경맥이 모조리 끊어져 확실히 폐인이 되었습니다.”

금용위 통령은 무겁게 대답했다.

용천범은 다시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숨을 내쉬었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은은한 서글픔만 있었다.

‘오히려 잘 된 일이야.’

이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영지호는 찾았어?”

“처음부터 끝까지 영지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미 도망갔을 수도 있습니다.”

용천범은 또 숨을 내쉬었다.

눈에 예리함이 가득하다.

이 재앙은 머리 위에 매달린 검처럼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한참동안 침묵하다가 용천범이 입을 열었다.

“차 대기 시켜. 오늘따라 딸이 보고싶네.”

“네...... .”

개조한 승용차는 아스팔트 도로를 천천히 달렸다.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용천범은 창밖이 온통 새하얀 것을 보고 기분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순결하고 흠잡을 데 없는 흰 눈 아래, 지워지지 않는 어둠이 감춰져 있다.

잠시 숨어있을 뿐, 눈이 녹으면 결국 다시 드러날 것이다.

그럼, 이 눈은 도대체 쓸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나둬야 하는 걸까?

금용위의 경호하에 용천범은 용소희의 무덤앞에 왔다.

묘비 위의 젊은 얼굴은 활짝 웃고 있다.

용천범은 좌우를 물리치고 국주의 이미지가 전혀 없이 용소희의 묘비 앞에 앉아 이슬을 머금은 꽃다발을 내려놓고 미소를 지었다.

“소희야, 아빠 왔어.”

하지만 용천범에게 응답하는 것은 살을 에는 바람뿐이다.

“아마도, 아빠가 틀렸을 지도 몰라.”

용천범은 목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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