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사령관님, 이건 적국에서 온 투항서입니다. 땅 3000km를 내준다는 조건으로 우리가 철수하길 원합니다.”“우리 용국을 도발하더니 군사들이 죽어나가니 땅 3000km를 내주고 살려 달라? 웃기지도 않는군!”용국 남강 변강의 전략 회의실에서 10명의 장군들이 군복을 입고 예리한 눈빛을 하고 수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주시했다.이 사람이 바로 남강의 총사령관 서현우다.6년 전 범죄자의 신분으로 남강에 도착하여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다져 6년 만에 9개의 적국을 무찔러 적들 사이에서 명성이 대단한 남자였다.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에는 스물여섯의 나이의 젊은 나이에 사령관의 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톡, 톡, 톡...서현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릴 뿐이었다.급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 그는 상대가 굴복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의 항복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쾅!바로 이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문을 열고 들어온 아름다운 여인에게로 향했다.여인은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훤칠하고 잘 빠진 몸매가 여실히 드러났다.그녀는 서현우의 심복 중 한 명인 홍성이었다.홍성이 빠르게 걸어오는 모습에 서현우가 입꼬리를 올렸다.‘결론이 난 모양이군.’“보고드립니다!”홍성은 그에게 다가와 경례를 했는데 얼굴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서현우는 그녀의 표정을 읽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오랫동안 그를 따른 홍성의 처음 보는 표정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사령관님, 중연시에서 소식이 전해졌는데 여동생분께서...”서현우는 벌떡 일어나 비장한 눈빛으로 물었다.“내 여동생이 왜?”홍성이 이를 악물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쉽사리 사진을 꺼내지 못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화나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중연시는 피바다가 될 것이다.“꺼내.”서현우가 명령했다.“네...”홍성은 심호흡을 하고는 사진을 꺼냈다.사진을 받
중연시 공항.“빨리! 행동 더 빠르게!”무장을 한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방어태세를 갖췄다.그들은 정확히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몰랐지만 큰일이 났다는 소식을 받고 긴급 출동하여 공항을 엄호했다.중연시 총독 천우성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것이 왔다!전투기가 회오리를 뚫고 착륙했다.문이 열리고 서현우는 홍성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이어 그는 병사들이 총구를 자신에게 묘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비켜!”홍성의 수려한 눈빛에 살기가 흐르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변방에서 살육을 행하던 그녀에게서 흐르는 살기에 모든 사람들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사령관님!”천우성이 얼른 달려가 서현우의 앞에서 깍듯이 예를 갖추고 서현우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어렵게 입을 열었다.“중연시 총독인 천우성이라 합니다. 사령관님께서는 어쩐 일로 남강에서 오셨습니까?”홍성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사람들을 철수해요. 차를 준비시켜 사령관님을 제1병원으로 모셔요!”“그게...”천우성이 고개를 살짝 들어 서현우의 안색을 살폈다.그 눈짓 한 번에 그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서현우의 눈빛은 마치 피바다를 연상케 했다.홍성이 다시 엄격하게 말했다.“어서요!”“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셔야죠. 얼른 돌아가서...”천우성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홍성이 그를 향해 발길질했고 천우성은 그대로 자빠졌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살기를 담아 다시 명령했다.“얼른 차 대기시켜!”척!!!수백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총구를 홍성에게 조준했다.“서현우 님!”일촉즉발의 상황에 누군가 등장했다.천우성은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도착한 사람은 이천용이었는데 금용 감찰사의 총독으로서 전장 구역을 감찰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다.서현우가 이천용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에겐 낭비할 시간 없어. 얼른 차 대기시켜.”이천용은 바짝 말라가는 입으로 말했다.“걱정하지
‘오빠, 약 잘 먹어야 해. 엄마가 약 먹어야 낫는다고 했어.’무당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던 서현우가 10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침대 옆에서 5살의 서나영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약을 먹이며 방긋 웃었다.“이 나쁜 놈들! 우리 오빠 괴롭히지 마!”초등학교 3학년의 서현우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고 양갈래머리를 한 서나영은 작은 팔을 벌리고 으르렁대며 서현우의 앞에서 사나운 모습으로 그를 보호했다. 그녀는 자신의 그런 모습이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고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를 것이다.“오빠, 난 왜 항상 이빨이 빠져? 자꾸 바람이 새잖아. 너무 못생겼어... 웃지 마! 오빠 미워!”유치가 빠진 서나영은 당황했지만 그런 자신을 웃는 서현우에게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오빠, 내 치마 예뻐?”엄마가 자신에게 치마를 사주면 서나영은 항상 가장 먼저 서현우의 앞에서 자랑했다. 그럴 때면 서현우는 매번 입을 삐죽대며 못생겼다고 놀렸다.“엉엉, 이제 엄마 없어. 오빠, 엄마 보고 싶어...”엄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던 그날, 밝은 성격의 서나영은 서현우의 옷자락을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오빠, 빨리 달려. 순찰 왔어. 이 돈은 내가 오랫동안 몰래 모은 거란 말이야. 얼른 가져가. 몸 잘 챙겨...”서나영은 발개진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꼬깃꼬깃 접은 돈을 서현우에게 건네고는 얼른 방향을 틀어 달렸다. 서현우를 잡으려고 혈안인 순찰을 따돌리기 위해서.그날 서현우는 스무 살 생일을 보냈다. 동생이 준 돈을 손에 쥐고 그녀가 떠난 자리를 보며 그의 세상은 암흑에 잠겼다.눈물이 앞을 가렸다.밝고 귀여운 동생의 모습과 처참한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동생의 모습이 겹쳤다.마치 무형의 손이 서현우의 심장을 터질 듯이 세게 잡고 있는 것 같았다.터덜... 터덜...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서현우는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줄곧 꼿꼿했던 그의 등이 조금 휜 것만 같았다.마치 남강의 커다란 산을 모두 등에 업고 있
‘왜?’‘왜!’서현우는 처참한 심정으로 병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는 주먹을 쥐었는데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아팠다.하지만 가슴이 아픈 것에 비할 바가 되진 못했다.그는 숨을 고르며 터져 나오는 분노를 삼켰다. 세상을 멸망시키고도 남을 분노였다.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백만 군대를 이끌고 적을 물리쳐 6년의 시간 동안 용국을 수호한 그였다.모든 사람들이 그가 변경에서 떨친 위엄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알지 못했다.무수히 많은 죽음에 직면했고 또 그만큼 살아서 돌아왔다.만약 그의 옷을 벗긴다면 셀 수 없이 많은 상처들을 보아낼 것이다.그건 철과 피가 뒤섞인 훈장으로서 그는 국가를 위해 몸에 새긴 영광으로 여겼다.하지만 돌이켜보니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사람이었는지 실감이 났다.몇억의 백성들을 살렸지만 유일한 동생은 지켜주지 못하는 꼴이라니!어릴 적부터 발랄하고 외유내강인 동생은 숨이 꺼지고 있다.그녀는 지금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이 세계에 그녀가 살아갈 의미는 없었다.그녀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전의 강렬했던 삶의 의지는 죽기 전에 6년 동안 실종이 되었던 오빠를 보는 것이었다.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걸 만족한 그녀는 이제 유감이 없이 세상을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무서운 기운이 흐르며 테이블에 있던 유리잔에 금이 갔다. 조금만 건드려도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홍성, 이천용 들여보내.”밖에 있던 홍성은 그의 냉랭한 목소리에 한기가 뼛속을 파고들었다.홍성은 흠칫하더니 동공이 커졌다.서현우가 처음 이렇게 화를 냈던 것은 혼자의 힘으로 적국의 9대 전신을 물리칠 때였다. 이번이 두 번째였다.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중연시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이천용이 들어왔다.서현우의 목소리는 아주 컸기 때문에 홍성이 전달할 필요도 없이 이천용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