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연시 공항.“빨리! 행동 더 빠르게!”무장을 한 병사들이 빠른 속도로 방어태세를 갖췄다.그들은 정확히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몰랐지만 큰일이 났다는 소식을 받고 긴급 출동하여 공항을 엄호했다.중연시 총독 천우성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초조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것이 왔다!전투기가 회오리를 뚫고 착륙했다.문이 열리고 서현우는 홍성과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다.이어 그는 병사들이 총구를 자신에게 묘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비켜!”홍성의 수려한 눈빛에 살기가 흐르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변방에서 살육을 행하던 그녀에게서 흐르는 살기에 모든 사람들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사령관님!”천우성이 얼른 달려가 서현우의 앞에서 깍듯이 예를 갖추고 서현우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어렵게 입을 열었다.“중연시 총독인 천우성이라 합니다. 사령관님께서는 어쩐 일로 남강에서 오셨습니까?”홍성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얼른 사람들을 철수해요. 차를 준비시켜 사령관님을 제1병원으로 모셔요!”“그게...”천우성이 고개를 살짝 들어 서현우의 안색을 살폈다.그 눈짓 한 번에 그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서현우의 눈빛은 마치 피바다를 연상케 했다.홍성이 다시 엄격하게 말했다.“어서요!”“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셔야죠. 얼른 돌아가서...”천우성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홍성이 그를 향해 발길질했고 천우성은 그대로 자빠졌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살기를 담아 다시 명령했다.“얼른 차 대기시켜!”척!!!수백 명의 병사들이 일제히 총구를 홍성에게 조준했다.“서현우 님!”일촉즉발의 상황에 누군가 등장했다.천우성은 마치 물 밖에 나온 물고기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도착한 사람은 이천용이었는데 금용 감찰사의 총독으로서 전장 구역을 감찰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다.서현우가 이천용을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나에겐 낭비할 시간 없어. 얼른 차 대기시켜.”이천용은 바짝 말라가는 입으로 말했다.“걱정하지
‘오빠, 약 잘 먹어야 해. 엄마가 약 먹어야 낫는다고 했어.’무당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던 서현우가 10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침대 옆에서 5살의 서나영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약을 먹이며 방긋 웃었다.“이 나쁜 놈들! 우리 오빠 괴롭히지 마!”초등학교 3학년의 서현우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고 양갈래머리를 한 서나영은 작은 팔을 벌리고 으르렁대며 서현우의 앞에서 사나운 모습으로 그를 보호했다. 그녀는 자신의 그런 모습이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고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를 것이다.“오빠, 난 왜 항상 이빨이 빠져? 자꾸 바람이 새잖아. 너무 못생겼어... 웃지 마! 오빠 미워!”유치가 빠진 서나영은 당황했지만 그런 자신을 웃는 서현우에게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오빠, 내 치마 예뻐?”엄마가 자신에게 치마를 사주면 서나영은 항상 가장 먼저 서현우의 앞에서 자랑했다. 그럴 때면 서현우는 매번 입을 삐죽대며 못생겼다고 놀렸다.“엉엉, 이제 엄마 없어. 오빠, 엄마 보고 싶어...”엄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던 그날, 밝은 성격의 서나영은 서현우의 옷자락을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오빠, 빨리 달려. 순찰 왔어. 이 돈은 내가 오랫동안 몰래 모은 거란 말이야. 얼른 가져가. 몸 잘 챙겨...”서나영은 발개진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꼬깃꼬깃 접은 돈을 서현우에게 건네고는 얼른 방향을 틀어 달렸다. 서현우를 잡으려고 혈안인 순찰을 따돌리기 위해서.그날 서현우는 스무 살 생일을 보냈다. 동생이 준 돈을 손에 쥐고 그녀가 떠난 자리를 보며 그의 세상은 암흑에 잠겼다.눈물이 앞을 가렸다.밝고 귀여운 동생의 모습과 처참한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동생의 모습이 겹쳤다.마치 무형의 손이 서현우의 심장을 터질 듯이 세게 잡고 있는 것 같았다.터덜... 터덜...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서현우는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줄곧 꼿꼿했던 그의 등이 조금 휜 것만 같았다.마치 남강의 커다란 산을 모두 등에 업고 있
‘왜?’‘왜!’서현우는 처참한 심정으로 병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는 주먹을 쥐었는데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아팠다.하지만 가슴이 아픈 것에 비할 바가 되진 못했다.그는 숨을 고르며 터져 나오는 분노를 삼켰다. 세상을 멸망시키고도 남을 분노였다.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백만 군대를 이끌고 적을 물리쳐 6년의 시간 동안 용국을 수호한 그였다.모든 사람들이 그가 변경에서 떨친 위엄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알지 못했다.무수히 많은 죽음에 직면했고 또 그만큼 살아서 돌아왔다.만약 그의 옷을 벗긴다면 셀 수 없이 많은 상처들을 보아낼 것이다.그건 철과 피가 뒤섞인 훈장으로서 그는 국가를 위해 몸에 새긴 영광으로 여겼다.하지만 돌이켜보니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사람이었는지 실감이 났다.몇억의 백성들을 살렸지만 유일한 동생은 지켜주지 못하는 꼴이라니!어릴 적부터 발랄하고 외유내강인 동생은 숨이 꺼지고 있다.그녀는 지금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이 세계에 그녀가 살아갈 의미는 없었다.그녀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전의 강렬했던 삶의 의지는 죽기 전에 6년 동안 실종이 되었던 오빠를 보는 것이었다.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걸 만족한 그녀는 이제 유감이 없이 세상을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무서운 기운이 흐르며 테이블에 있던 유리잔에 금이 갔다. 조금만 건드려도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홍성, 이천용 들여보내.”밖에 있던 홍성은 그의 냉랭한 목소리에 한기가 뼛속을 파고들었다.홍성은 흠칫하더니 동공이 커졌다.서현우가 처음 이렇게 화를 냈던 것은 혼자의 힘으로 적국의 9대 전신을 물리칠 때였다. 이번이 두 번째였다.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중연시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이천용이 들어왔다.서현우의 목소리는 아주 컸기 때문에 홍성이 전달할 필요도 없이 이천용 역시
소름이 끼쳤다!그건 그가 피 구덩이 속에서 목숨이 꺼져가며 죽음을 직면한 순간에 느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다른게 있다면 그때는 빛처럼 서현우가 등장하여 놀라운 의술로 그를 살렸지만 이번에는 지옥 같은 엄동설한의 싸늘함이 서현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하늘이 무너진 것만 같았다.전장을 누비며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적들을 물리치던 남강의 총사령관이 동생을 위해 충동적으로 용의 훈장을 벗어던졌다.이천용은 모든 일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크게 실수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일생일대의 실수를 말이다!어찌 되었든 서현우의 동생을 건드려서는 안 됐다.이와 동시에 이천용의 분노의 크기 역시 커졌다.그는 눈앞의 남자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용국을 위해, 남강을 위해, 수억의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 서현우는 너무도 많은 것을 희생했다.타지에서 목숨을 바치며 가족까지 등지고 살아온 대가가 이런 거라니!만약 서현우의 의술이 대단하지 않았다면 병상에 누워있는 여자는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분노와 원한이 극치에 달했다.이천용은 입장을 바꿔 자신의 가족이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그는 서현우만큼 이성을 유지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서현우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이천용은 눈앞에 피바다가 연상이 되었다.“안 돼요!”이천용은 급히 일어나 서현우의 손목을 잡았다.“넌 날 막지 못해. 알잖아.”서현우의 말투는 여전히 침착했지만 그 뒤에는 하늘을 뒤흔들 살기가 숨겨져 있었다.이천용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사령관님, 침착하세요. 제가 돕겠습니다.”그의 말에 서현우가 고개를 돌려 놀라운 눈빛으로 물었다.“네가 날 도와?”“네. 제가 돕겠습니다!”이천용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사령관님, 남강에서는 사령관님을 막을 사람이 없겠지만 중연시는 다릅니다. 어떤 일은 사령관님께서 접근하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달라요.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사령관님을 돕겠습니다. 연루된 모든 사람을 잡겠습니다.”서현우가 지긋이 이천용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
성민은 유상혁의 개일뿐이었다. 어쩌면 그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정말로 개처럼 민감한 후각을 소유하게 된 그였다.그는 군복을 입은 예쁜 여자가 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것을 보자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소리쳤다.“무슨 짓이야? 내가 누군 줄 알아?”“알 필요 없어.”홍성은 성민을 향해 다가갔다.성민은 야수를 마주한 듯한 느낌에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멀뚱히 서서 뭐해? 해치워!”네 명의 기골이 장대한 부하들이 얼른 달려와 홍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홍성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곁눈질로 그들을 보더니 희고 고운 손으로 자신을 향해 뻗은 손을 잡아 상대의 손목을 꺾어버렸다.콰득!“끄악!”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손놀림 한 번에 사내의 손은 망가져버렸다.뒤에 있던 나머지 세 사람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그들은 모두 조직에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던 사람들로서 결투 경험이 아주 풍부했는데 쉽지 않은 여자를 보니 그들의 자존심을 자극한 것이다.더 잔인한 사람이 이기는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번에 그들의 생각은 빗나갔다.그들은 홍성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극심한 고통이 팔과 뇌에 전해졌다.그들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홍성은 룸에 울려 퍼지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시끄럽다는 듯 기다란 다리를 쭉 뻗었다.퍽퍽퍽!팔을 잡고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 모두가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성민은 창백하게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홍성이 쉽게 그의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채를 잡아 뒤로 홱 가로챘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성민의 뒤통수가 벽에 부딪쳤다.그가 무의식중에 뒤통수를 만지자 미끌미끌한 촉감이 들었다. 손을 들어 조명에 비춰본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건 그의 피였다!그때 홍성은 이미 따지 않은 술병을 들고 싸늘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술병으로 어딜 내리쳐야 일격에 그를 죽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듯했다.“너... 네가 감히 날 건드려?”성민은
룸은 고작 대 여섯 명 정도밖에 수용을 못하는 크기였는데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들이닥쳤으니 얼마나 비좁을까.기골이 장대한 남자들은 몸에 문신을 하고 있어 엄청난 위압감을 조성했다.또한 그들은 바닥에 쓰러진 네 명과는 달리 유상혁의 부하들로서 격투에 능한 고수들이었다.서태훈은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 두 다리를 벌벌 떨며 애원했다.“성 대표님!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꺼져!”성민은 서태훈과 서현우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시선은 어둠 속에서 서현우의 앞을 막고 서있는 홍성에게 향했다. 싸늘하고 음험한 눈빛으로 자신을 죽일 뻔한 여자를 노려보았다.“너는 서현우의 여자친구야?”성민이 입술을 핥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쟤가 도망자 신세인 건 알아? 너한테 기회를 줄게. 지금 꿇고 사과하면 방금 있었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 앞으로 날 따라.”“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주제 파악을 못하는 꼴이란.”서현우가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처리해.”“하하하...”그의 말에 성민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올해 들었던 얘기 중에 제일 웃기는군! 서현우, 너는 예전의 서 도련님이 아냐. 아직도 허세를 부려? 군복을 입으니 세상 다 가진 것 같아?”성민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주머니에서 시가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 빨아들이고 연기를 뱉으며 말을 이었다.“너한테도 기회를 줄게. 무릎 꿇고 나한테 빌어. 그럼 목숨만은 살려줄게. 아니면...”성민은 한껏 음산해진 목소리로 말했다.“내년의 오늘이 너와 네 아비의 기일이 될 거야!”“닥쳐!”홍성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위협했다.“이분이 누군 줄 알고 감히 모욕해? 너...”서현우가 홍성의 어깨를 툭툭 치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는 굳이 신분을 숨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서태훈이 있는 자리에서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술에 찌들어 살았던 탓에 이 지경이 되어버린 무책임한 아버지가 만약 그가 남강의 총사령관이라는 사실을 알면 서현우의
노래방 룸 밖에서 홍성이 바른 자세로 서있었다.열 명이 넘는 부하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한 것 같았지만 사실 모든 이들은 심장이 터져 목숨을 잃었다.서현우는 성민의 옷깃을 잡고 밖으로 나와서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을 힐끗 보고는 신경 쓰지 않았다.모두가 더러운 돈으로 목숨을 연명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그들 목숨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서태훈은 더 이상 홍성의 실력에 놀라지 않았다. 그들 역시 룸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떨렸다.이번에 그는 철저히 유상혁의 미움을 사버렸다.유상혁! 중연시 어둠의 세력의 왕인 유상혁을 말이다!아무리 4대 가문이라고 해도 체면을 차려야 하는 인물이 아닌가.서씨 일가가 아무리 잘나가는 시절이라고 해도 서태훈은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내가 좋은 아버지가 아니란 건 잘 알지만 이번에는 내 말 좀 들으면 안 돼? 내가 나영이 구할 테니까 넌 어서 중연시를 떠나. 이번 생에 다시는 돌아오지 마! 현우야, 우리 서씨 가문의 대가 여기서 끊기길 바라는 거야? 이렇게 부탁하마.”서현우는 아버지의 애걸복걸을 들으며 기절한 성민을 홍성에게 던지면서 말했다.“아버지가 나영이를 구한다고요? 지금 나영이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나 해요? 병원에 누워있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진작 죽었을 거라고요! 아버지는 나영이가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 알기나 해요?”“뭐?”서태훈이 급히 물었다.“나영이가 구출됐어? 어느 병원이야?”“구출? 허.”서현우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구출된 게 아니에요. 고문을 당하다 지키는 사람이 한눈을 판 사이 마지막 힘을 짜내 5층에서 투신한 거라고요! 오장 육부가 파열되어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어요! 목숨이 붙어있긴 하지만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상태에요. 이게 바로 제 동생이고 당신 딸이에요! 서태훈 당신은 정말 좋은 아버지네요.”심호흡을 한 서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가세요. 중연시를 떠나요. 내가 나영이
서씨 저택에 불이 밝았다.고대 건축 스타일의 별장은 중연시 교외의 춘산 별장 구역의 뒤쪽에 위치했다.서씨 저택이라는 글자가 적혔던 저택 대문의 팻말은 주씨 저택이라고 바뀌었다.팻말의 금빛 테두리가 서태훈의 눈을 찔렀다.“서태훈 씨, 여긴 왜 오셨습니까?”경비가 서태훈의 앞길을 막았다.“나... 주지현 찾으러 왔어요.”서태훈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말 좀 해줄래요?”본인 집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니 비통함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기다려요.”경비가 안으로 들어가고 주먹을 쥔 서태훈의 손바닥은 땀범벅이 되었다.그는 분통하고 걱정이 되었다.주지현이 그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어떡하지?만약 가능하다면 서태훈은 평생 그 여자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서씨 가문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모든 서씨 가문의 산업이 그녀의 명의가 되었고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그날 서태훈이 받은 충격은 조강지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와 견줄 수 있었다.그는 자신이 보는 눈이 없음을 원망하고 자신이 멍청하게 유혹에 넘어간 것을 원망했으며 서씨 가업을 망친 것을 원망하며 다리에서 뛰어내려 삶을 마감하고 싶었다.만약 그에게 딸이 없었다면 진작 자결했을 것이다.지금 서태훈의 눈앞에는 주마등처럼 옛일이 떠올랐고 그는 비통함에 잠겼다.“저기요.”서태훈은 누군가에게 밀쳐 뒤로 휘청거리다 겨우 서서 눈앞의 방금 자신을 가로막았던 경비를 바라보았다. 경비는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뭘 넋 놓고 있어요? 주 대표님 안 보고 싶어요? 얼른 따라와요.”“네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서태훈은 터덜터덜 경비의 뒤를 따르며 마당을 건너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에는 온화한 조명이 비쳤고 부드러운 소파에는 실크 잠옷을 입은 서른이 넘은 여자가 나른하게 누워있었다.예쁜 얼굴에 관리가 잘 된 몸매, 거기에 서른이 넘은 나이의 성숙함이 더해지니 그녀의 농염한 자태는 보는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